제가 중학교 2학년때 부터 오유를 시작했습니다.
그 뭐였던가.. 모든 웹툰 링크를 모아둔 어플을 다운받았는데 그 어플안 유머 커뮤니티 카테고리에 오늘의 유머가 있더군요.
왜 하필 오유 였는지는 모르겠어요ㅎㅎ 그냥 다른 웹 페이지들과는 다르게 매우 심플한, 조금 투박하기도 한 오유가 사용하기 편했기 때문이였을 거라 생각합니다.
여튼 그때부터 오유를 접했어요 저는 처음에는 베오베 눈팅족이였어요. 베오베에서만 서식하며 유머자료만 보았죠. 간간히 베오베에 올라오는 시사글도 보았지만 뭐가 뭔지 잘 몰랐습니다.
아 그리고ㅋㅋ 중간에 같이 오유하는 친구한테 아이디를 들켜 제 흑역사 글과 댓글들이 누출될까봐 허겁지겁 아디 삭제 하고 새로 팠어요.ㅋㅋ
그게 2013년.
아마도 이때부터 나이도 먹고 하니까 옳음 그름을 사유하기 시작했어요. 그러면서 시사글도 자주 보게 되었고요. 그러나 베오베에 입성한 글만 보았지만..
아 참 중간중간에 일베친구들한테 집단어택을 당한 적도 있어요. 이건 아닌거 같은데.. 박정희 찬양하고 광주 민주화 운동을 비하하는건 진짜 아닌것 같은데.. 제가 반박을 할 수가 없는거에요!!
그녀석들이 단체로 몰아 붙여서 그런거 때문일 수도 있지만 제가 정말로 지식이 없던 것도 그 이유중 하나일거라고 지금은 생각하죠.
이때 처음으로 나 자신을 의심 해보기도 했어요.
나는 일베들만이 선동을 하고 당하는 거라 생각했는데.. 오히려 내가 오유에 선동을 당한게 아닐까..? 이게 맞긴 맞는거 같은데.. 근거를 논리적으로 제시하지 못하잖아..ㅜ 이렇게요.
지금와서 생각해 보면, 베오베에 입성한 글들만 봐오니까 결과적인 부분만 알게 되어서 스스로 제시할 수 있는 근거들이 미약했던거 같아요.
그렇게 자기 중심적으로 생각하던, 어렸던 내가 나 자신을 회의하며 나도 남들과 다르지 않은, 혼자만 특별한게 아닌, 동등한 인간이라는 생각을 가지면서 조금 더 성숙해진 경험을 가질 수 있었던거 같아요.
이 뿐만이 아니라 많은 부분에서 오유를 하며 지식과 교훈을, 그리고 쓰다듬..? (어머니가 아픈 자식을 쓰다듬는 느낌) 등등을 얻게 되었어요.
힘들때는 고민게에 남들에게 부모님에게도 털어 놓을 수 없는 고민들을 담아 고민글을 올리기도 하고,
(즈려밟힌 문돌이 입니다만ㅠ) 과학이 신비롭고 더욱 알고 싶을 때는 과게에 질문글을 올리기도 하고,
사탐 경제 과목을 공부하다가 경제가 이해가 안되거나 신문 보면서 이해할 수 없는 경제현상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을때 찾는 경제게에 질문글을 올리기도 하고,
꼴에 철학을 생각해본다고서ㅋㅋ 생활속에 빈번히 떠오르는 철학적 질문들을 생각해보고 철학게 님들은 어떻게 생각하실까 궁금해 하며 부족한 필력으로 철학을 논하기도 하고
미스테리는 또 엄청 좋아해서ㅋㅋ 한번 들어가면 상상의 나래를 펼치느라 하루종일 거기서 놀때도 있고
국정화 교과서 보고 흥분해서 대자보도 만들어 붙이기도 해보고
겁쟁이 주제에 공포게시판은 또 매우 좋아해서ㅋㅋ 야밤에 게시글 정독하다가 무서워서 잠 못잘때도 있고..
오징어 남정네 주제에 피부도 안좋아서 뷰티게 님들께 피부 관리법 같은거 물어보구ㅎㅎㅎ
시사글에 또는 타 게시판이나 댓글에 내 의견을 피력하다가 반대먹고 속상해 할때도 있었고..ㅠㅠ
하.. 적는데 끝이 없네요ㅠㅠ 이만 요약하자면.. 제 오유인생 5년을 뒤돌아 보면 오유에 준건 없는데 참 빚진게 너무 많은거 같네요ㅠㅠ 정말 고마운 오유입니다.
이랬던 내 절친 오유를 오늘 떠나려고 합니다.
사실 저는 이번에 재수를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아니 우선 제 인생목표를 말씀드리는게 좋겠네요.
비웃으실수도 있겠지만.. 제 목표는 정의로운 사회를 만드는 것입니다. 노력한 만큼, 일한 만큼 자신에게 보상이 돌아오는 사회. 그런 사회를 만드는게 제 인생목표입니다.
여기서 문제가 있습니다.
한 사회를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그 사회의 지도자의 권위에 필적할 만한 인물이 되어야 합니다. 안꿇리기 위해서는 자본주의 최고의 무기인 재력도 있어야죠. 꼭 그런 것만은 아니겠지만 명문대를 나오게 되면 그러한 인물이 될 확률을 높일 수 있겠죠.
그러므로 저는 이번 재수에 무조건 성공하여야 합니다. 무조건 최고대학을 노려야 하며, 입학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일분일초를 아껴야 하죠.
그렇기 때문에 오유를, 오유 뿐만이 아니라 최소한의 사용만 열어두고 인터넷 대부분을 멀리 해야 합니다.
사실 매우 슬픕니다.
일단 5년여 동안 나의 매일 한두시간씩 함께 해주던, 어쩔때는 웃게해주고, 어쩔때는 보다듬어주고, 어쩔때는 정의감에 나를 분노케 해주는 참 다재다능한 친구를 잃는다는것 자체가 슬픕니다.
그리고 혹시 제가 제대로 된 뉴스를 1년 동안 영영 접하지 못하다가 세계관, 정의관, 가치관들이 그들의 프레임에 잠식되어 버리다가, 결국에는 제 인생목표마저 처음 마음먹었던 그 뜻과 달리 왜곡 되어 버릴까봐 두렵기도 합니다.
그러나 저는 선택을 해야지요..
저는 꼭 파급력을 가진 사람이 되고 싶거든요. 조금 허전하기도 (사실 많이 허전할 듯) 내 프레임이 변질되지 않을까 두렵기도 할테지만.. 어쩌겠습니까ㅠㅠ 두가지를 동시에 성취하려는건 둘다 놓칠 수도 있으니까..
감정에 사무쳐서 주절주절 이상하게 막 떠들었네요ㅠㅠ
결론적으로
오늘부터 오유, 수능날까지 들어오지 않겠습니다.
딱 수능끝난 당일날 밤에 들어올께요.
그럼 기억하시고 꼭 오구오구 잘해쪄 시전해주시길 바랍니다.
(만약 안들어오면 마포대교에 119좀 불러주시길 바래요ㅎ)
원래 같으면 이런 글 올리고 댓글 확인하러 다시 들어 오게 되는데.. 이번에는 절대 안그럴려구요. 그렇게 댓글보러 들락날락 거리다가 정 때문에 관심 때기가 힘들어 지거든요ㅠㅠ
작성완료 누른 바로 지금부터 수능날 성공적인 후기를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요즘같이 오유가 많이 아플때 떠나는게 쉽지 않네요.. 오유분들도 요즘같은 상황에 지치고 무기력감을 느끼실 수 있으나.. 화이팅 하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4월 총선에 승리를 하는거지요.
그럼 우리 모두 수능 끝난 날, 조금 더 행복에 겨운, 희망에 가득찬 표정으로 마주하길 기원합니다.
다들 안녕히 계십시오.
출처 |
이 글을 쓰기 시작한지 두시간이 훌쩍 지난 지금.. 감정이 사그라들자 호들갑 떠는것 같은 느낌이 점점 드는건 함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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