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을 듣다가...1
판 가게 가면 살 건 엄청나게 많고, 사다 놓으면 들을 건 하나도 없다...
지금이야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MP3, 음반 인터넷 판매 덕택에 동네 음반가게가 대부분 사라졌고,
대형마트나 대형 서점에 구색(?)으로 음반 코너가 있어, 옛날에 설레임을 느끼게 했던, 새로운 음반 발매의 기쁨은 사라진지 오래다.
그러나 인터넷 활성화 이전에는 동네 음반가게에 들려서 이것 저것 살펴보는 것 자체만으로도 큰 즐거움이었다.
행여라도 지나가는 길에 음반가게 정리를 위해 대대적으로 할인 판매 안내문구를 붙여놓은 가게가 나타나면,
노다지라도 발견한 양 들어가서는 평소에 살까 말까 고민하던 음반들을 과도하게 구입하고는 했었다.
포장 비닐도 제대로 뜯지 않은 시디가 진열장에 쌓여 있다, 사둔게 아까워서 포장을 뜯어(음악을 듣는 것이 목적이 아닌!)
음악을 들어보지만 이내 흥미를 잃고서는 제대로 듣지도 않고 먼지만 쌓여가며 진열장에 놓여있는 음반이 부지기수이다.
그리고는 시간이 지나 마음에 여유를 가지고, 평소에 들어보지 못한 음악을 제대로 한 번 들어보자!
하면서 이것 저것 골라보지만, 결국 듣게 되는 것은 평소에 계속 듣는, 익숙한 음악들이다...
음악을 듣다가...2
음악은 혼자 들어야 제 맛이다...
개인적인 성향탓도 있겠지만, 음악은 혼자 들어야 제 맛이라는 말에 전적으로 공감을 한다.
그것도 오후 6시 이후의 시간이 가장 제격 일 것 이다.
개인적으로 여건만 되면 항상 KBS1FM(클래식FM)을 듣는데, 그 중에서도 오후 6시에 방송되는 '세상의 모든 음악'과
밤10시에 방영되는 '당신의 밤과 음악'이라는 프로그램을 가장 좋아한다.
클래식을 포함한 여러 다양한 음악들이 마음을 차분하게 하고 감상적이게 만드는데, 때로는 많은 부분 쓸쓸함과 외로움을 느끼게 한다.
그럴때 마다, 옆에 누군가 있어서 같이 음악을 들었으면 하는 아쉬운 마음이 곧잘 생기는데,
친구이든, 지인이든, 심지어 애인이든 옆에 사람이 있으면 음악을 듣는것은 포기를 해야 할 것이다.
혼자 쓸쓸한 음악을 듣기에 '누군가 있었으면 좋겠다'라는 바램의 마음이 생기며, 그 마음이 나름 운치 있는 것 아니겠는가...
공연장의 연주회를 지인이나 친구들과 동행을 하지만,
결국 연주하는 그 시간 동안 음악을 듣는 것은 전적으로 혼자의 시간, 혼자의 몫이다.
음악을 듣다가...3
글로는 표현 못하는 마음을 음악으로 표현한다...
생각이(또는 감정이) 언어로 표현되는 것일까?
언어가(우리가 인지하고 인식하는 것이) 생각으로(또는 감정으로) 바뀌는 것일가?
이외수 선생의 책 중에 글쓰기와 관련된 '글쓰기의 공중부양' 이라는 책이 있다.
이 책에서 가장 먼저 가르치는 것이 한가지 사물의 단어가 있다면, 그 사물을 표현하는 다른 말,
즉 "동의이음어"를 계속 찾아내고, 또한 그 사물과 연관된 단어를 계속해서 떠올리기를 가르치고 있다.
예를 들면 '머리'라는 사물을 '두상','대가리','대갈통','골'....이렇게 다른 단어로 표현을 하고,
이어서 머리와 관련된 단어들인 '모자', '가발','머리핀'....등등을 떠올리는 연습을 시키는 것이다.
이렇게 하다보면 그 표현의 무궁무진함에 놀라게 되는데,
이러한 수 많은 단어 중에서도 일순간의 마음을 적절하게 표현할 단어가 없어서(대개가 떠오르지 않아서 겠지만)
아쉬워 하는 경우가 있는 법이다.
그때 그 마음을 음악으로 대신 표현한다면 이런 멘트를 날려야 하는 것일까?
"지금 이 시간 나의 마음은 바흐의 Concerto For Piano And String Orechestra No.1 In F Minor BWV 1056 - 2nd Movement 'Largo' 와 같습니다."
"지금 이 시간 당신을 향한 나의 마음은 유키쿠라모토의 Refinemenet 앨범 중 'Appassionato' 와 같습니다."
"지금 이 시간 나의 마음은 New trolls의 Concerto Grosso Per1 의 'Cadenza'와 같습니다."
적어놓고 보니 뒤통수 맞기에 딱 좋은 표현이다.
음악을 모르면 대화의 단절이고, 설령 음악을 안다 하더라도 다른 사람은 또 다르게 들릴 수 있으니...
음악과 글은 그 스스로의 존재가치가 있기에 아름다운 것.
하지만 나도 모르는 나의 마음을 표현할 글을 찾지는 못해도,
그 마음을 잘 표현한 것 같은 내 마음에 와 닿는 음악은 있는 법이다.
2016년 1월. 영원의한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