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살. 어린나이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성인이 된 나이도 아니다. 청소년과 성인의 경계에서 놀고있는 나는 차를 타고 5시간 걸리는 서울로 취업을 왔다.
같은 학교, 같은 반이었던 애들이 같이 왔지만 내 친구는 아니었다.
잠정적은따였던 나에게 친구라해봤자 중학교때 친구 3명이 다였다. 고등학교에서는 전부 나를 싫어하고, 무시하고, 더러운 이물질인냥 인상쓰고 피했다.
여기와선 안그럴줄알았다. 올라오고 교육을 받을때 난 드디어 내 인생에 꽃필날이 왔구나. 하고 내심 신났었다.
그런데 내가 취업하게될 지점에 같은 학교에서 온애들은 한명도 오지않았고 다른 지역 다른 학교에서 같이온 4명이 나와함께 간다고했다.
가게에서 일할때, 기숙사로 돌아갈때 나는 늘 혼자였다.같은 학교에서 왔다던 애들은 넷이서 같이 잘지냈다. 도저히 거기에 끼어들 엄두가 나지않았다. 선배들이 챙겨주기는 하지만 그저 관심주는것에 불과할뿐. 나는 언제나 혼자 밥을 먹고 혼자 양치하고 혼자 청소하고 혼자 기숙사로 돌아간다.
물론 참을수 있었다. 거의 9년간 해왔던 일이 아니었는가. 초등학교 3학년때부터 왕따였던 나는 이 상황이 익숙했기에 참을 수있었다.
하지만 기숙사는 달랐다. 3인용 기숙사에 들어간 나의 룸메이트는 두분다 선배들이셨다. 기숙사에 들어가기 전부터도 숨이 턱턱 막혀온다. 두분다 내가 마음에 안든다는게 훤히 느껴져서.
2년동안 공동생활을 해본적있기때문에 그래도 자신감은 있었는데 아니었나보다.
쉬는 날에 내가 기숙사에 틀어박혀 불도 키지않고 있으면 선배님들은 들어오면서 너 또 집에만 있었어? 라고 물으신다. 그 물음에서 한심함이 느껴진다는것은 그저 내 착각일 뿐일까?
너무 덥지만 에어컨틀면 눈치보일까 그냥 베란다문을 열어놨는데 그새 모기가 들어왔다고, 모기에 물려서 가려워 죽겠다고 말하는 것에 나에대한 불쾌함이 담겨있었다고 느끼는 것은 그저 내 착각이었을까?
쉬는 날엔 그래도 늦게 자보겠다며 화면 빛도 가장 밑으로 내리고 휴대폰을 만지면 다음날 내가 머리아파 눈을 감은 채 자는척하면 선배님이 쟤 어제 5시까지 안잤어. 하는 말에서 짜증남이 느껴진다는건 내 착각일까?
내 아침 알람음은 욕쟁이 할머니의 욕퍼레이드라는 괴상한 것인데 그것은 내가 잘 일어나기 때문에 해놓은 거였다. 그런데 그것이 이상하다고, 듣기싫다고 두분이서 대화하는데 차마 안자고있는데 일어날수가 없어 그냥 잠자는 척하면 괜히 눈물이 나온다.
내 하나부터 열까지. 머리부터 발끝까지 그 분들과 맞는게 없는것같다. 같이 살땐 서로서로 맞춰가는 것이라는데 나는 애초에 그것이 불가능한 인간인가보다.
아는 사람없어 쉬는 날에 그냥 기숙사에 쳐박혀 밥은 대충 라면이나 과자로 때우면서 할것없어 휴대폰만하니 요금이 30만원이 넘어간다. 아직 월급도 받지 못해 아빠가 내주는 건데 아빠한테 혼날까봐 무섭다.
하지만 아빠한테 혼나는 것보다는 기숙사 선배님들이 돌아와 나에게 또 여기에만 있었냐고 물어보는게 더 무섭다. 무어라고 대답해야할지도 모르겠고 그냥 생각하는것만으로 목이 아려 눈물만 난다. 그까짓 말이 뭐라고. 날 이렇게 힘들게 하나.
큰 마음먹고 취업왔는데 내 상황은 전혀 달라진게 없었다. 아빠와 가족에겐 그저 돈만 축내는 천덕꾸러기일테고 중학교친구들은 내가 힘들다고 징징거리는거 받아주느라 귀찮을 테지. 같이 일하는 선배들을 소심하고 적응력없는 돼지라고 생각하시려나? 동기들은 그냥 친구없고 여드름돼지라고 생각하겠지. 기숙사 선배님들은....생각하기도 힘들다..
변하려고 마음먹어도 변하는게 없다. 난 여기와서도 왕따고 찌질이고 병신이고 미친년이었다. 너무 힘들다. 나는 아둥바둥 노력해서 받는 관심을 다른 애들은 쉽게 받는 게 너무 서럽다. 나는 아는 선배님도 몇 없는데 동기들은 벌써 선배님들을 언니, 오빠하고 부르며 살갑게 지낸다. 나는 아직 구경도 못해본곳이 많은데 동기들은 벌써 지하철도 타고다니며 이곳저곳 탐방하며 노느라 바쁘다.
정말 이럴거면 나는 왜 이곳에 온걸까. 다른사람이 되서 돌아오겠다며 웃으며 말한 선생님들과 가족들에게 고개를 들수없을것같다. 졸업식에도 내려가야할텐데 어찌해야할지 모르겠다.
그냥 살기싫다. 암만 노력해도 안돼는 인간인데. 더 이상 살아봤자 뭐하는 짓인가 싶기도 한다. 잠잠했던 우울증과 자해하고싶은 마음이 스멀스멀 나를 잠식한다. 나는 정말 이렇게 살아도 될까. 살아도 사는게 아닌것같은데 꾹 참고 살아야할까? 땅파서 눕고 누군가에게 내 위로 흙을 덮어달라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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