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ro)
10월 27일
평소같으면 자고 있을 새벽 4시 55분
알람소리에 잠이 깼습니다.
출근은 7시까지이고
과장이라는 감투를 얻었지만 매장오픈전까진
생산라인에서 일을 배우는 단계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그냥 초짜 신입의 마음으로
여유있게 준비하고 나가려고 씻고 첫출근
6시에 집에서 나오고 동이 트지도 않은 어두컴컴한 시간이지만
버스정류장엔 하루를 시작하려는 사람들이 가득
"그래, 나도 열심히 살아야지"
하지만 그 다짐하고 2시간 뒤
매장 안은 매서워진 날씨보다 더 살벌한 상황이 펼쳐지니...
1. 김허세
사장님과 대면을 한 뒤
직원들에게 소개를 해줘야하기 때문에
같이 생산라인으로 올라가다가
사장님은 급한 전화를 받고 철수
라인 내 10명이 넘는 직원들 사이에 덩그라니...
자기소개를 하라는 부장님에 말에
"이뉴비입니다! 나이는 스물셋입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잘부탁드립니다!!"
라는 패기넘치는 말을 하고
생산라인으로 갔습니다.
근데 옆에서 누가 옆구리를 툭 칩니다.
김허세 : 23살이야?ㅎ
나 : 아.네!
김허세 : 92년생이겠네? 나 빠른 93인데 말 놔도 되겠지?
나 : 아..네..;;
김허세 : 싫어?
나 : (뭐야...이 말짧은 고삐리같이 생긴놈은) 아뇨, 괜찮습니다.
김허세 : 나 입사한지 3개월됐고 바로 니 맞선임이야, 모르는거 있음 물어봐
나 : 네..
그리고 같은 파트 일하는 분들이랑 일을 하기 시작하는데
김허세 : 야!! 신입아!!
나 : 예!!!!
김허세 : 여기 이거 설거지좀 해줘
나 : 예 알겠습니다
김허세 : 담배피냐?ㅎ
나 : 아뇨, 일할땐 안피웁니다
김허세 : 일할땐 왜 안피워?
나 : 사람 먹는거 만드는데 담배핀손으로 만들면 안되잖아요ㅎ
김허세 : 허 ㅎㅎ그럼 난 나쁜놈이란거네?
나 : 아뇨 그런뜻이아니라
김허세 : 야 무슨 니가 호텔주방장도 아니고 무슨 그런 소신을 갖고사냐ㅋ
이 때 좀 내 표정관리가 안됨
김허세 : 불만있나보네?
나 : 아뇨...
김허세 : 야 솔직히 니가 배운놈이면 이런 공장같은데 안들어왔겠지.
나 : ...
김허세 : 맞아 아니야
하면서 손가락으로 쿡쿡 찌릅니다.
나 : (아...저 시발놈...한대치고 관둘까....아냐...똥군기는 어딜가나 있지...)
그 상황에 부장님이 출근합니다.
부장 : ...누구세요?
나 : 아 오늘부터 일하게 된 이뉴비입니다.
부장 : 아~ 브런치담당하시는분이시구나 말씀들었습니다.
김허세 : ...?
부장 : 근데 여기 분위기 왜이러냐?
이뉴비씨가 왜 여기 설거지를 하고있어요? 여기 부서가 다른데?
나 : 김허세선배님이 도와달라고 하셔서...
부장 : 니가 할일을 왜 과장님을 시키냐?
김허세 : ...(헐시발)네?
부장 : 나팀장님, 이거 무슨상황??
이야기가 한 1분정도 오갑니다.
그리고
부장 : 야이미친새끼야!!!!
짝
부장님의 손은 정확히 허세의 옆통수를 강타
허세를 끌고가서 할렘가의 갱스터마냥 욕갈굼을 시전
내 파트로 돌아와서 빵을 썰고 있는데
나팀장 : 아니 과장님이시면 과장이라고 말씀을 하시지...
나 : 아직 매장이전 전이고.. 새로왔으니 신입 맞잖아요...
나팀장 : 근데 진짜 23살이세요?
나 : 네...23살인데요...
나팀장 : 죄송해요...23살 안같아보여서....
나 : ...(주륵)
멀리 떨어졌지만 들리는 욕갈굼의 소리
요약하자면
니는 미친새끼야 새로 과장님 온다고 했는데 정신이 있는놈이야 없는놈이야(췕)
그리고 니보다 나이많은사람한테 3개월 먼저들어왔다고 반말하는 새끼가 어딨어(히릿)
내가 니 설거지시켰지, 다른사람보고 시키랬냐 등신같은새끼야??(원투첵)
이새끼 이거 주머니에 담배냐? 누가 근무중에 담배피래?(쏘)
어차피 13일날 그만둘새끼가 누굴 가르치려들어 니 앞가림이나 잘해!!!(그게바로인생의 진리지)
아...제가 다 불편합니다...
20분간의 갈굼이 끝나고
허세가 저에게 와서 사과를 합니다.
제가
아니에요, 모르고 그런건데 뭘...이라고 하니까
부장님이 제대로 사과하라고 하셔서...
라고 하는데 눈빛에 원망이 가득합니다.
마치 부장님이 사과를 시켰으니 나는 사과를 한다 눈빛
그래서 조용히 따로 불러서 한마디 했습니다.
허세씨, 지금 하는일이 공장일같겠지만
어쨋든 사람이 먹는 음식을 만드는 거에요.
담배 핀 손으로 반죽 주물러대는건 더러운짓이에요.
일 힘든건 알겠지만 담배는 일 끝나고 피워요.
그리고 이런곳에서 군기잡는건 어느정도 이해는 하지만
업무상의 이유가 아닌 트집을 잡아 갈구는건
군대에서 끝내요.
여기는 사회에요. 알겠죠?
라고 조곤조곤 말한 뒤 돌려보냈습니다.
그렇게 출근한지 한시간만에
분위기는 얼음별대모험을 탐험하는 둘리일행마냥
얼어붙어버렸죠.
2. 일 할만해요??
아무래도 빵을 만드는 공장 비슷한 분위기이다 보니
매장에서 일할때처럼 화기애애한 분위기는 아닙니다.
빵썰고 만들고 뭐만들고 재료준비하고 씻고 준비하고 빵썰고
반복작업의 연속이죠.
실수가 발생하면 전량 패기되고 그만큼 적자가 나니까
다들 신경이 곤두서있습니다.
근데 이런 큰 곳에서 일해보는건 처음이라
설레고 재밌음.
권팀장 : 일 할만해요??
나 : 네, 재밌는데요??
권팀장 : 재밌다고요??
나 : 네 (^.^)/
권팀장 : (뭐지...이 새로운유형의 변태는)아..네...
점심먹고 일한지 한시간이 지난 후
권팀장 : 이제 좀 힘들죠?ㅎ
나 : 아뇨, 즐거운데요?ㅎㅎ
권팀장 : 즐겁다고요??
나 : YES! (^.^)/
권팀장 : (뭐지...이 새로운유형의 싸이코패스는)아..네...
팀장님의 눈빛을 잊을 수 없습니다...
3. 나의 과장직은 하루만에 끝이났다
부장님 : 이뉴비씨, 사장님이 사장실로 오래여
나 : 넴
똑똑
나 : 사장님?
사장님 : 앉으세요
나 : 무슨일로ㅎ..
사장님 : 일 할만해요?
나 : 네, 재밌는데요ㅎ
사장님 : 재밌다고요??
나 : 하잇! (^.^)/
사장님 : (뭐지...이 새로운 유형의 병신은...)
허..젊은 친구들 1주일만에 사표쓰는데...
일 재밌다고 하시니까 말씀드리기 편하네요.
나 : 무슨 말씀을...
사장님 : 브런치파트 과장이시잖아요?
나 : 네
사장님 : 브런치가 몇시부터 몇시까지하죠??
나 : 보통 10시에서 3시까지하죠.
사장님 : 영업준비시간은 얼마나 필요해요??
나 : 앞뒤로 한두시간정도...
사장님 : 그럼 남는시간에 샌드위치파트 일 도와줄수있겠어요??
나 : 네, 어려울거 없죠
사장님 : 아 그리고...
나 : 넴?
사장님 : 바리스타 분들이 주5일근무라...
나 : ...?
사장님 : 한 분이 오프일때... 그분들도 좀 도와주셨으면 하는데...
나 : ...네 그정도야 뭐....
사장님 : 아 그리고...
나 : (또뭐시발) 네?
사장님 : 카페가 완전오픈형이라..주방도 협소하고..
카페에서 쓰는 재료 손질같은것도 맡아주셨으면...
나 : 네, 어려울거없죠 그건
사장님 : 마지막으로...
나 : (그래죽여라) 말씀하세요
사장님 : 매장 기자재랑 재료 구매처도 조사해주시고..원가계산도...
그리고 매장오픈하고 한달간은 쉬는날 없을거에요...
뉴비씨 없으면 대신 해줄사람이 없으니까
한달동안 제대로 가르쳐놓으셔야...
나 : (화하하하하하하하) ...
사장님 : 대신 근무외수당은 제대로 처드립니다. 주휴수당도요.
나 : (그건당연한거고시발) 네...
사장님 : 계산해보니까 금액이 대충 이정도네요
나 : 개콜
사장님 : 네?
나 : 딜입니다.
사장님 : 아..역시 노예님이 계시니까 편하네요?
나 : ,.,..? 방금 뭐라고..
사장님 : 과장(노예)님이 계시니까 편하다고요ㅎ
나 : 그 괄호안에 ...
사장 : 노예(과장)님
나 : ...주륵
요약 : 매일 7시까지 출근해서 업무준비, 주문없는 시간엔 샌드위치파트 돕기,
마감하고 샌드위치파트 돕다가 퇴근
바리스타분들이 휴무일 땐 카페에서 근무
계산해보면
주 4회 12시간 근무, 한달간 휴무없음
나? ㅈ됨
이렇게 첫회만에 카페과장의 일기는 끝났습니다.
다시 까페노예의 일기로 찾아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