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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글
이태원을 가보지 않은 사람들은 이태원에 주워들은 부정적인 이미지만 가득한 거 같아요.
안타까운 건, 그래서 이태원 희생자들이 그저 '철없고 놀기 좋아하는 말 안 듣는 어린 것들' 취급 받는 느낌이 드는 거예요.
마치 이태원은 마약의 소굴이며, '동성련애자 빼액'과 트랜스젠더 바, 험악할 거 같은 흑인들, 무슬림,
원나잇에 눈 먼 애들과 클럽 소굴 등등
제가 느낀 건, 그래서 이태원의 할로윈 축제가 괜히 디폴트로 '철없는 축제' 취급을 받는 거 같다는 거예요.
기사가 나오기 시작한 어제 밤에도, 이태원에 간 사람들과 부상자들에 대한 지적(심지어 욕)을 심심찮게 봤구요.
할로윈 파티가 공교롭게 이태원에서 발달한 건, 간단해요. 외국인들이 몰려있는 곳이었고,
외국인들이 그렇게 입고 다니기 시작했던 게 재밌어서 한국인에게까지 퍼진 거였거든요.
희생자 중에는 대학 수시 합격한 10대도 있었고, 열심히 취직 준비하다 지친 젊은이들도 많았어요.
숨막히는 사회에서 안 그래도 일탈하는 축제 자체가 별로 없는 한국에서, 할로윈은 그들에겐 최소한 재밌는 요소였습니다.
몇몇 악플러들은 '원나잇하러 가놓고선' 이라는 표현도 하던데, 이태원을 안 가보고 주워들은 사람들의 생각 같아요.
할로윈 축제 때 이태원은 그냥 분장하고 서로 사진 찍고 웃고 술한잔 하는 사람들이 90%입니다.
그냥 사복차림으로 가서 재미로 구경하고 오는 사람도 많구요. 관광객도 많이 구경합니다.
'겉으론 기괴하지만 생각보다 매우 건전한 축제'라고 생각합니다.
이게 단지 주워들은 부정적 요소들로 왜곡돼 욕을 먹는 것 역시 안타까웠어요.
정확히는 '할로윈 축제' 다 없애라! 가 아니라, 하더라도 질서있게 통제하면 된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이태원 이외의 장소에선 눈치 보여 분장도 못 하는 게 한국인인데,
홍대와 이태원으로 분산을 한다거나, 이태원 차도에 차량을 막아서 좀 더 넓게 하는 것도 방법이구요.
다시 말씀드리지만 할로윈이 문제가 아니라, 통제가 문제였습니다.
왜 서양 문화에 이렇게 열광하는 거냐, 니들이 석가탄신일과 단오엔 뭘 하냐란 얘기도 나올텐데,
한국은 일단 그런 시끌벅적한 축제 자체가 없습니다. 대다수의 사람이 할로윈에 점점 열광하는 건
이유가 있어서입니다. 평소에 꽁꽁 숨기고 눈치보던 걸, 핑계삼아 일탈할 수 있는 날이거든요.
이태원, 할로윈에 대한 이 미묘한 편견과 '철없는 취급' 역시, 이번 사고에 한 몫 했다고 생각합니다.
그저 마약, 성추행 등 어두운 면으로만 보고, 기타 안전 문제에 대해선 통제라기보단 방치를 한 기분이에요.
두번째 글에 대해선 분명 반대하는 의견도 많을 것 같습니다. 할로윈 축제 사라지고 외국인들이나 즐기는 거로
쇠퇴하게 될 수도 있죠. 그럼 한국적인 다른 연례행사를 재밌게 하는 것도 중요하다 생각합니다.
전문 예능인들이 일방적으로 공연을 보여주는 뻔하고 형식적인 행사가 아닌,
물총 축제처럼 직접 주인공이 돼서 참여하는 행사에 한국인들이 재미를 느끼기 시작하는 건 사실입니다.
물론 안전한 통제가 전제로 돼야 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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