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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wedlock_12132
    작성자 : myossi
    추천 : 7
    조회수 : 2064
    IP : 118.218.***.17
    댓글 : 3개
    등록시간 : 2018/05/12 00:34:41
    http://todayhumor.com/?wedlock_12132 모바일
    20011년 남편에게 쓴 편지
    2007년에서 2011년으로..

    휙 건너뛰었네..

    왠지 4년을 잃어버린 기분이..

     

    '당신에게 하고픈 이야기'라는 우리의 싸이월드 카테고리는 이름처럼 나만 써야 하나..

    하도 나만 글 쓴 것 같아서..

    자기가 먼저 쓸 때까지 난 안쓰고 기다려야지..맘먹고 기다려봤다.

    4을 넘게..

    무심해진 거라 생각하진 않으려 하는데..

    아이들 낳고 키우며 서로 익숙해지고.. 이젠 그런 게 쑥스러워 할만도 하다..며 애써 위안 삼아도 보고 싶지만..

    그래도 나는.. 시간이 흘렀다고 서로에게 소홀하고 표현이 줄어들고 관계가 변하고..그러고 싶지는 않다.

     

    당신은 여전히 모범적인 가장이고 좋은 아빠이며 착실한 남편이야.

    하지만 호강에 겨운 나는 거기다가 추가로 나에 대한 당신의 애정과 관심 혹은 정성 등도 확인하고 싶은가봐.

    아주 가끔씩 만이라도 예전처럼 내가 사랑스러워 죽겠다는 듯한 눈빛도 한번씩 받아보고 싶고..(벌써 오글거리지?)

    그런 마음을 담아 따뜻하게 손을 잡아준다든지

    가볍게 입맞춤을 해준다든지(탈의한 채로만 하지 말고 쫌!!)..

     

    자기야~여보야~ 소리도 못들어본지 오래된 것 같고

    당신 전매특허였던 다정한 문자도 어느 순간부터 뚝 끊겼고..

    사랑해..소리는 하루에 한번씩 해주기로 신혼 초에 약속했던 게 생생한데..

    하루가 24시간이 아니라 2400시간쯤으로 늘어난 건지..

    지금으로부터 4년전에 당신에게 받은 편지 한 통의 약발이 최근까지도 가던데..

    약발 떨어질만하면 그 정도의 정성쯤은 보여주면 눈물 나게 고맙겠어.

     

    나는 추억을 먹고 사는 여자인가봐..

    신혼 때 썼던 일기 읽으며 금세 기분 좋아져서 혼자 홍홍홍..거리고 있다.

    벌써 1년이 넘게 당신에게 부탁하고 있는 선물도 있지?

    내가 좋은 스무가지 이유를 적어 달라던...

    스무 가지..가 부담스러우면..열 가지라도..

    혹시 써볼 시도조차 안하고 있다면...

    그건 나에게 그 정도의 정성도 쏟지 않는다는 것 같아 무지 슬플 것 같아.

     

    나는 그래.. 

    우리가 무슨 중년부부라도 된 양 서로 무던하게 지내는 거 싫어.  

    우리 아이들 소중하지만 나의 최측근은 당신뿐이고..

    아이들은 언젠가는 독립시켜 떠나보내야 할 존재들이라고 생각해.

    존재 자체로..조건 없는 사랑..주고받는 우리가 되었음 좋겠어.

    아이들에게도 그런 사랑 주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그래서 우리가 먼저 서로에게 그런 사랑 주자고..

    이러이러해서 사랑하는 게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서로를 사랑하자.

     

    내가 더 이상 첫째에게 제어할 수 없는 분노를 터뜨리지 않기 위해 요즘 많이 노력하고 있고

    효과도 보고 있어.

    당신의 도움도 필요하단 거 알지?

    나를 감정적으로 무한대로 지지해주고 조건 없이 사랑해주고

    그 사랑 표현해주는 게 내게 큰 힘이 될 거야.

    애들을 무기 삼아 협박하는 것 같네..어느 정도는 맞아.

    당신의 감정이 어떠할까..이따금씩 눈치 보며 전전긍긍해 하는 내가 가여워..

    당신에게 사랑 받지 못할까봐 불안해하던 시절도 있었던 것 같아.

     

    내가 어린 시절에..

    엄마는 나에게 많은 애정을 쏟아주셨지만 때로는 무조건적이지 않은 애정이기도 했었던 것 같고

    아빠는 애정을 표현하는 방법을 전혀 모르셨던 것 같아.

    아빠는 언제나 서먹하고 어색하고 불편한 존재였어.

    그로 인한 내적 불행들이 조금이나마 있을 수 있겠지.

    그게 아이들에게 영향을 미치지 않게 하고 싶고..

    그래서 당신에게 조금만 더 드러나는 사랑을 부탁하는 거야.

    잘한다 칭찬해주고 예쁘다 소중하다 사랑한다 말로 표현해주면

    그게 나에겐 엄청난 에너지를 주거든..

     

    ..나부터 잘해야겠지만..

    언젠가 당신이 나의 그런 멘트들에 힘을 얻거나 감동하기보다는 '그렇게까지 할 필요 없는데'하는 생각이 든다는 말을 듣고 아주 많이 좌절하는 바람에..

    그러기가 조심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당신에겐 그런 멘트들이 절실하지 않을지 모르겠지만

    나에게는 중요한 것들이라 또 이리 자진해서 먼저 요구를 하고 있다.

    원래 남자들이란 '알아서 해주겠지'하고 입다물고 기다리면 끝끝내 여자 마음 모르는 족속들이잖아..

     

    마지막으로..

    내가 대화를 원할 때(둘째가 깰까봐 잠자리에서도 예전처럼 대화 시도하는 일도 드물잖아) 조금만 더 성의있게 대화에 임해주면 정말 좋을 것 같아.

    설명이나 설득도 귀찮다는 듯이 '그냥 싫다. 내가 왜 자기한테 그 이유까지 설명해야 되는데?'해버리면.. 

    난 절벽에서 뚝 떨어지는 듯한 절망감이 들어.. 

    공감대화니 배려니 하는 것들.. 아이들에게만 할 것이 아니라..

    우리도 서로에게 좀 실천해야 할 것 같아..

     

    자존심 같은 것에 얽매이지 않고 '대놓고 요구하기' 스킬을 연마한 것이 참 잘한 일인 것 같애.

    나는 누구보다도 당신이랑 나의 생각, 감정, 마음을 가장 깊숙히 나누고 싶다.

     

    마무리는 급포장의 냄새가 술술 풍기는 생뚱맞은 고백으로..

    자기야.. 사랑해..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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