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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gomin_1211694
    작성자 : 익명YWNiZ
    추천 : 5
    조회수 : 2376
    IP : YWNiZ (변조아이피)
    댓글 : 10개
    등록시간 : 2014/09/25 06:15:22
    http://todayhumor.com/?gomin_1211694 모바일
    우울증 이겨내신 분들 조언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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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베스트금지
    저는 올해 29살이고 병원에서 우울증 확진을 받은지 6년이 다 되어갑니다.
     
    정확히 언제부터 이 병을 앓았는지는 모르겠습니다.
     
    한번씩 고민게시판에 본인이 이렇게해서 좋아졌다 하는식의 글이 보이면 꼭 저장해요.
     
    나도 해봐야지 좋아져야지 나도 할 수 있을꺼야
     
    근데요. 돌아서면 또 기분이 다운돼요.
     
    얼마전에는 어머니께서 보다보다 못참으셔서 동생을 불러놓고 저한테 퍼부으시더군요.
     
    너네 아버지한테 너네 누나 좀 데려가라 하라고, 저때문에 집에 들어오기 싫다구요.
     
    제 어머니는 꼭 다른 사람 앞에서 엄한 말들로 절 주눅들게 하세요. 어릴적부터 그랬고 제 자존감은 점점 낮아졌어요.
     
    전 사람마다 각자 항아리를 하나씩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살면서 각자 자기 항아리에 물을 채우는데 항아리에 금이가면 물을 좀더 많이, 빨리 채워서 가득차게 할수 있지만 밑이 깨져서 구멍이 나면 물을 아무리 퍼부어도 항아리는 비어요.
     
    제 항아리는 깨져서 비어 있었어요.
    이제야 겨우 조각을 찾아서 땜질해놓고 조심해서 물을 조금씩 채우고 있는데 어머니가 그 땜질해놓은 곳을 잡아 뜯어내는 거죠.
     
    그러고는 깨진곳이 보기싫어서 반대로 돌려 놓는 거예요.
     
    그럼 남들이 볼때는 멀쩡하니까요. 저랑 어머니만 아는거예요. 항아리가 깨진걸.
     
    부모님은 사이가 안좋으셨어요. 아버지는 술없이는 못사는 분이셨고, 물건을 함부로 부수고 손을 함부로 대는 분이셨어요.
     
    어머니는 하고싶은 말은 다 하시는 성격이시고, 남의 약점을 얕잡아 보는 사람이에요. 예를들어 학력, 재력 이런거요.
     
    매일밤마다 싸우는 소리, 집안 가구 부수는 소리에 잠을 못잤고, 말려도 봤지만 끼어들지 말라는 말만 돌아왔어요.
     
    싸우는 이유는 뻔했어요. 아버지가 술을 드시고 집에 오시면 어머니가 못마땅한 소리를 하셨어요.
     
    돈도 못벌어 오면서 술을 마신다, 니 학벌에 거기서 돈주면 고마운줄 알라느니 이런말들요.
     
    전 어느순간부터 방에서 부모님 싸우는 소리를 들으면서 엄청 냉정해졌어요. 잘잘못을 따지고 있었죠 그 소리를 들으면서.
     
    여느집처럼 돈문제로 싸우는 경우가 많았고, 싸운 다음날이면 저는 늘 어머니께 맞았어요.
     
    뭔가 아버지께 받은 스트레스를 풀어야 하는데 풀 곳이 없으니 저한테 푼거예요.
     
    되지도 않는 이유를 대면서요. 수학 문제를 못푼다, 받아쓰기를 못한다며 갑자기 발로 차고 손찌검하고 그랬었어요.
     
    도구로 맞는건 괜찮았어요. 근데 손이나 발로 맞으면 정말 자존심 상해요. 그당시 어렸지만 그랬어요. 자존심이 상했어요.
     
    우울증을 겪으면서 안좋은 일은 잊으려고 의식적으로 피해서 지금은 잘 기억이 안나지만 도저히 안잊어지는 것도 있어요.
     
    제 머리채를 끌고 온 방을 끌고 다니면서 때리고, 책상밑에 넣어놓고 발로 차면서 개운하다는 듯이 후우 하면서 숨을 내뱉은거. 아직도 기억나요.
     
    그러면서 잘못했지? 가서 씻어라.  이러면서 아무렇지 않게 저녁을 준비하셨어요.
     
    제가 잘못해서 맞은거면 벌써 잊었을 꺼지만 맞으면서도 내가 왜 맞고있지 나를 왜 때리지 하는 생각만 들었어요.
     
    성인이 되었고, 서른을 바라보고 있지만 아직도 용서가 안되고, 아직도 그때 꿈을 꿔요.
     
    고등학교 때는 제 방이 없었어요. 창고겸 옷방으로 쓰는 곳에 겨우 누울곳을 비워서 이불 하나로 깔고 덮으면서 잤어요.
     
    간혹 자다가 이상한 느낌에 깨면 어머니가 방문 앞에서 절 보고 계셨는데 제가 깨면 그걸보고 들으라고 더러운년, 개같은년 이러면서 한참을 퍼붇고 주무시곤 했어요.
     
    그당시 아버지가 돈을 안줘서 어머니가 돈을 벌러 다니셨거든요. 일하고 밤에 집에 들어오면서 저를 보고 그런식으로 스트레스를 풀었던 것 같아요.
     
    나중에 물어보니 본인은 기억 안난다고 하셔서 전 그냥 안좋은 꿈을 꿨다고 생각해요. 실제로 꿈일수도 있으니까요.
     
    우울증 진단을 받은건 대학 4학년 때예요.
     
    대학을 들어가면서 부모님은 이혼하셨고, 전 홀가분했어요. 전혀 서운하거나 슬픈것도 없었고 속이 시원했어요. 싸우는 소리를 안들어도 되니까요.
     
    저는 대학생활에 적응을 잘 못했어요. 휴학을 두번했는데 아마 전 이때 이미 우울증에 빠져있었던 것 같아요.
     
    고등학교는 짜여진 시간표대로 제가 따라가는 거라서 그래도 견뎠는데 대학와서 그 틀이 없어지니 못견뎌냈어요.
     
    기숙사에서 지냈고, 주말에는 늘 집에 갔는데 4학년이 시작되고 어느날인가 집으로 가는 통학버스 안에서 갑자기 눈물이 났어요.
     
    그러면서 급격하게 다운되기 시작하더니 멍해지더군요. 아무 생각도 안들었어요.
     
    남들앞에서 울수는 없어서 눈물만 죽죽 흘리다가 버스에서 내려서 꺽꺽거리면서 엉엉 울었네요.
     
    어릴때이후로 그렇게 울어본 건 처음이었어요. 울면서 제가 불쌍하더라구요. 그동안 울어본적이 없다는게요.
     
    실컷울고, 저는 그날이후로 학교에 안갔고 F를 세개 받았어요.
     
    4학년에 F가 세개라니 큰일날 일이죠. 근데 전 아무생각도 안들더라구요. 이게 F학점이구나 이런식으로 통보하구나.
     
    아버지는 자식한테 별 관심이 없는 분이셨어요. 지금도 마찬가지고. 제 학점이 그렇게 나왔는데 모르시더군요.
     
    전 학교를 관두고 싶어서 아버지께 학교 그만 다니고싶다. 명문학교도 아니고 나는 공부에 취미가 없다. 제의견을 말씀드렸죠.
     
    그러면서 이야기를 좀 했으면 좋겠다고 동네 호프집에서 처음으로 아버지하고 이야기를 했던거 같아요.
     
    병원치료를 받았으면 좋겠다고 말씀드리고 제 고민들을 다 말씀드렸어요. 그냥 아버지니까 나를 도와주겠지 내버려두지는 않겠지 하는 생각에요.
     
    근데 웃깁디다. 제 말 끝나고 통화를 하겠다며 밖을 나갔다 오시더니 뜬금없이 한 여자분을 오게해도 되겠냐 하셨어요.
     
    전 그때까지만해도 저한테 도움이 되는 분이겠지 하는 생각에 오시라 하라고 했죠.
     
    만나보니 아버지가 만나고 계시던 분이더라구요.
     
    제가 제 속이야기 한 것 전부를 그새 그 여자분께 말씀드려서 저하고 만날 때는 제 이야기를 전부 알고계셨어요.
     
    뒷통수를 맞는게 이런거구나. 정말 띵하면서 이게뭔가 뭐하는 짓인가 참 나는 지지리 복도 없구나.
     
    거의 반 포기하고 아버지 하는데로 따랐어요. 될대로 되라 싶었거든요.
     
    아버지는 본인이 해야할 모든일을 그 여자분께 떠념겼어요. 그 여자분은 병원도 알아봐 주시고 고마웠어요.
     
    그덕에 병원도 다니고 우울증을 이겨보려고 노력하기 시작했죠.
     
    그쯔음에 저는 어머니를 용서했어요. 어찌됐던 어머니도 피해자였고.. 모르겠어요. 그냥 이해가 됐어요. 저만 잊으면 된다 생각하니까 이해가 됐어요.
     
    글이 너무 기네요.
     
    이 글을 적으면서 이걸 마지막으로 잊어야지 생각하다보니 너무 자세하게 적게 돼요.
     
    요점만 적을께요.
     
    위에도 적었지만 며칠전 동생을 불러서 절 데려가라고 이야기하면서 저한테 하신 말이 있어요.
     
    아무도 너한테 신경 안쓴다. 니 아버지, 니 동생 아무도 니한테 관심이 없다. 너는 니 자신이 불쌍하다 생각 안하느냐.
     
    이런말이었어요.
     
    저는 말을 안하는거지 생각은해요. 병은 있지만 미치진 않았어요.
     
    저런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어머니가 원망스럽지도 않고, 오죽했으면 저런말을 하실까 싶어요.
     
    6년동안 집에서 거의 나가지 않는 딸을 보면서 답답하실만도 하지요.
     
    그동안 고민게시판에 글들을 읽으면서 공감가는 글이 많았어요. 그러면서 아 나 진짜 우울증이구나 이거 병이구나 고칠 수 있는거구나.
     
    게시판에 글써준 사람들이 고마웠어요. 나같은 사람들이 있구나 싶어서요.
     
    저도 강아지 사료사러 잠깐나가는게 움직이는 전부였어요. 제 개가 저를 움직이게 하는 전부였어요.
     
    죽고싶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찰때마다 난 살고싶다 살고싶다 생각하려고 애썼어요.
     
    그래도 안될때는 강아지 옆에 누워서 개 심장 소리를 들었어요. 그럼 안정되더라구요. 나말고 내옆에 뭔가 있다는게 정말 위로가 됐어요.
     
    지금은 제 개가 죽을때까지만 살아보자는게 제 목표예요.
     
    통장엔 20만원이 있네요. 몇천만원으로 시작해서 20만원이 남았어요.
     
    새로 시작하고 싶어요. 많이 늦었다고 생각하는데 새로 시작해도 안늦다고도 생각해요.
     
    여전히 잠을 제대로 못자고 폭식증을 못고치고 있어요.
     
    하루에도 몇번씩 기분이 오락가락하고 아무것도 안하고싶었다가 뭘 해보고 싶기도 해요.
     
    도와주세요. 뭘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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