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를 처음 본 것은 언제였을까요... 아마 올해 3월이었을 겁니다. 당시도 그리고 지금도 저는 제 동아리의 회장이고 처음 그녀를 본 것은 신입생 환영회 때였습니다. 신입생이라곤 하지만... 학번도 저와 같고, 단지 동아리를 1년 늦게 들어온 것 뿐이었습니다.
첫 눈에 반했다긴 뭐하지만 처음 본 순간부터 그녀에게 호감이 있었습니다. 외모가 예쁜 것도 있었지만 단지 그 뿐이라면 수십 명의 동아리 신입생 중에 별반 눈에 띌 게 없었겠죠. 아마도 첫 만남에서 주변 사람과 가식 없이 어울리는 모습과 그 시원시원한 성격에 반했었나 봅니다.
그 후로 회장이라는 자리를 악용(?) 해서 그녀에세 연락을 많이 했습니다. 동아리 모임에 나와라, MT 같이 가자, 술자리에 나와라 등등... 정말 그녀가 부담 느끼지 않게, 그러면서도 호감을 살 수 있도록 천천히 다가갔습니다. 그녀도 그것을 회장이 부원들을 챙기는 그런 마음으로 생각하고 사심 없이 받아들이더군요.
그런데 문제는 같은 동아리의 선배 역시 그녀를 좋아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양보할 생각은 없었습니다. 솔직히 제가 그녀를 좋아하는 마음이 그 선배에 비해 밀린다고 생각하지 않았고, 또 그 선배와 맺어지는 것이 그녀의 행복이라고 생각치도 않았기에 저는 물러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선배의 연륜과 노하우(?), 그리고 엄청난 물량 공세 앞에 저는 무너지고 말았습니다.
일주일 중 다섯 번을 그 선배가 그녀에게 밥을 사주었다고 하면 이해하실런지요.
결국 그녀는 그 선배와 사귀게 되었고, 저는... 참 많이 울었습니다. 그녀가 다른 남자에게 갔기 때문도 있지만 그녀에게 나란 존재가 이것밖에 안되는 거였나, 나란 놈의 매력이 이것밖에 안되는 거였나 참 많이 서러워하고 마음에 상처도 많이 입었습니다. 하지만 이야기는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그녀와 그 선배는 사귄지 2주일도 되지 않아 깨지고 말았습니다. 여자 쪽에서 찬 거였죠. 아마 급히 사귄지라 마음이 잘 맞지 않았나봅니다. 그때까지 아직 실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던 저는 내심 쾌재를 불렀지만, 조심스러웠죠. 생각해보세요. 동아리 선배와 깨진지 얼마나 됐다고 또 제가 대쉬하면, 아무리 그 전부터 좋아했다고는 해도 주변에서 뭐라고 생각하겠습니까. 그래서 처음엔 그냥 문자도 하고, 만나서 밥도 먹고, 또 집이 가까운 이점을 살려서 같이도 가고, 그냥 친구로서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선에서 접근해 갔습니다.
근데 어쩌다 보니 그녀가 또 제 친구와 가까워지더군요. 제 친구 역시 학기 초에 여자와 사귀었다가 열흘 정도만에 깨진 경력이 있어 아마 공감대가 형성되어 서로 상담도 해주고 그러다 보니 친해졌나 봅니다. 어느새 둘은 같이 옷도 사러 가고, 영화도 보기로 약속하는 그런 사이가 돼있더군요... 하지만 이 친구는 저의 그녀에 대한 마음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절 만날 때마다 항상 강조했죠. "난 그녀에게 마음이 없다. 우린 정말 친구로서 만나는 거다. 난 여자친구를 만들 의향이 없다." 그렇게까지 말하는데 제가 뭐라고 하겠습니까. 저는 그 친구를 믿고 둘이 만나는 것에 대해선 터치를 안하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어찌 터치를 안한다고 해서 신경까지 안쓰이겠습니까... 저는 갈수록 신경질적으로 변하는 나 자신을 발견했고, 급기야는 그녀에게 빈정거리기까지 했습니다. 그리곤 어떤 일을 계기로 그녀가 저의 마음을 눈치 채기 시작했습니다.
그녀는 그런 제 마음까지도 그 친구와 상담을 하더군요... 이번주 월요일이었습니다 그게. 그녀는 그 친구에게 제가 자신을 좋아하는 게 맞냐며 물어보았고 제 친구는 제가 그녀를 좋아하는 게 맞다고 했습니다.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 더 이상 선택사항이 없더군요. 저는 그 다음날 직접 그린 그녀의 초상화 한장과 반지 하나를 들고 그녀의 동네로 찾아가서 고백을 하였습니다. 참 멋대가리 없는 고백이었죠 제가 보기에도. 서로 아는 사실을 확인한 것 뿐이었으니...
그녀는 예상대로의 답변을 하더군요. "나는 네가 남자로 보이지 않는다. 한번 그릇된 만남으로 남에게 상처를 줬는데 어떻게 또 상처를 줄 수 있겠냐. 그냥 우리 좋은 친구로 지냈으면 좋겠다." 저는 정말 울지도 웃지도 못한 채 그녀의 거절을 안고 집에 올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서 4일이 지났군요. 우리는 정말 아무렇지도 않게 서로 인사를 하고, 같이 밥을 먹고, 네이트온에서 만나서 떠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전 날이 가면 갈 수록 억장이 무너지는 것 같습니다.
전 여전히 그녀가 좋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저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혹시 오해가 있을까봐 그러는데 그녀가 나쁜 것은 아닙니다. 그녀는 올해 들어오기 전에 남자를 사귄 적도 없으며, 항상 저에게 미안하다고, 그리고 고맙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저 혼자만 가슴 아파하고, 두근거리고, 보고 싶어하는 것. 정말 하루가 지날 수록 미칠듯이 약오르고 힘들더군요. 이러는 거 보면 저도 성인군자는 아닌가 봅니다. '난 단순히 너만 행복하면 좋아.' 라던가 '너를 위해서 내가 물러나 줄게.' 라고 하지 못하는 걸 보면 말입니다. 하하하핫
친구는 이제 그만 포기하고 다른 여자를 찾아보라고 합니다. 하지만 어쩝니까? 이미 그녀 외에는 아무도 여자로 안보이는데. 그녀가 다른 남자에게 갔었던 그 때에도 그녀에 대한 마음을 포기하지 못한 저였는데.
또 한가지 걱정인 건 그녀의 인기가 정말 장난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지금도 저를 포함해서 그녀에게 대쉬를 하는 남자가 셋...? 제가 아는 것만 세명입니다. 그녀는 너무 마음씨가 착해서 주변의 남자들이 노골적으로 대쉬를 하고 찝쩍대도 거절 하지를 못합니다. 지금이야 그녀 말로는 남자를 사귈 생각이 없다고 하지만... 남녀간의 일을 그 누가 압니까. 정말 일주일에도 몇번씩 그녀가 다른 남자에게 가는 꿈을 꾸고서 소스라쳐 일어납니다. 이렇게 보니 또 제가 무슨 질투의 화신이라도 된 것 같군요. 하핫
그녀는 말하더군요. 자신은 남자다운 남자가 좋다고. 오히려 과격하고 터프한 남자에게 매력을 느낀답니다. 네, 제가 남자다움과는 조금 거리가 있어서요. 차라리 다정한 남자라면 모를까... 대쉬하려고 접근했는데도 불구하고 그냥 친구로서 접근한 제 친구보다도 그녀의 마음을 사로잡는데 실패한 저입니다... 오히려 동아리에선 제 친구와 그녀가 친하고 제가 주변을 맴돌고 있다는 느낌이 들 정도입니다...
제가 어찌해야 합니까?
정말 그녀는 제 운명이 아닌 것일까요?
하지만 아직 제 마음에 '이제 그만 그녀를 보내주고 다른 좋은 남자를 만나길 빌어준다.'라는 선택지는 없는 것 같습니다. 그녀가 알아주던 알아주지 않던 저는 정말 그녀가 좋습니다. 이런 제가 쿨하지 못한 걸까요... 남자답지 못한 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