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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생활을 하면서 수많은 전설적인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고 또 직접 보기도 했지만 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두명의 고참이 있다.
첫번째 고참은 내가 이등병때 이미 제대를 얼마 앞둔 말년병장 이었는데 이 고참에게는 특별한 재주가 있었다.
그건 바로 한 번 짱박히면 누구도 찾지 못하는 능력이었다. 정말 어디 닌자가문의 후예가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 정도로
경이로운 그의 능력에 수십년 짬을 먹은 부사관들도 "찾지 않을테니 제발 어디로 가는지 말은 하고가라."라고 할 정도였다.
그 당시 우리들 사이에선 주석궁에 데려다놔도 일주일은 거뜬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그런 탓에 그 고참은 닌자, 다크템플러, 스탑럴커등 의 별명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모든 능력자들이 그러하듯이
그 또한 그의 능력 탓에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고 만다. 부대 내 대청소가 있던 어느 날 다들 청소를 하느라 바쁘게
몸을 움직이고 있엇지만 그 고참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고 이젠 다들 그러려니 하고 아무도 신경쓰지 않았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밤이 됐을 때 부대가 발칵 뒤집히는 사건이 발생한다. 점호시간이 다가왔는데 아무리 찾아도 그 고참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 것이었다. 설마 제대가 몇달 남지도 않았는데 탈영을 했을리도 없고 점호시간 안엔 나타나겟지 하면서
기다렸지만 결국 점호시간이 될때까지 그는 나타나지 않았다. 결국 부대원 모두 그를 찾아 나섰고 그 고참을 발견한건 이미
새벽이 지나서 였다. 사건의 전말은 이랬다. 그날도 어김없이 짱박힐 장소를 찾아 배회하던 그의 눈에 들어온 곳은
보급품 창고였다. 평소엔 잠겨있지만 그날 대청소를 하는 바람에 창고문이 열려있었고 그는 거기 들어가 보급품 박스 속에
들어가서 잠을 청했던 것이었다. 청소가 끝나고 창고 문을 잠그는 바람에 그는 그 창고에 갇히게 되었고 결국 밤이 되서야
발견된 것이었다. 분노한 소대장이 니놈 대가리를 뚫어서 위치추적장치를 달고야 말겠다는 걸 겨우 말리고 이 일로 영창은
면했지만 그는 말년휴가와 외출 외박을 통제당했고 솔리드 스네이크 라는 새 별명을 얻게 되었다.
두번째 고참은 나와 두달차이가 나는 선임이었는데 우리는 그를 고문관이라 불렀다. 군생활을 못해서 고문관이라 부르는게
아니라 같이 있는 사람을 고문한다고 해서 고문관이라 불렀다. 기본적으로 그는 정말이지 사람이 이럴수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재수가 없었다. 그는 제대할 때 까지 유격을 세번 갔으며 그가 근무를 나가는 날엔 거의 100프로 확률로 상급부대에서 순찰이
나오고 무슨 일을 하던 간에 크고 작은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모두들 그와 같이 근무 나가기를 꺼려했고 어느 날 근무를
나가다가 뒤로 자빠졌는데 개머리판에 부딪쳐 코가 깨지는 사건 이후로는 거의 사탄의 아들을 보듯 그를 바라 보았다.
이젠 정말 용한 무당이나 저명한 엑소시스트가 필요 한게 아닐까 생각이 들 때 쯤 황석영급 군생활을 하던 그에게도 광명의
빛이 비치는 듯 했다. 우리부대에는 두개의 꿀보직이 있었는데 하나는 해안부대의 보일러 병이었고 또 하나는 대대의 소각병이었다.
특히 소각병은 모든 일과가 열외였고 소각장은 따뜻한 난로와 각종 잡지가 쌓여있는 말 그대로 맛스타와 맥심이 흐르는
지상낙원 같은 곳이었다. 해안근무를 마치고 대대로 들어가면서 소각병 보직이 그 고참에게 돌아간 것이었다. 드디어 어두운
터널같던 모든 불운의 끈을 끊고 럭키가이로 재탄생 하는 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이 최후의 시련이었을 것이란건
아무도 예상치 못했다. 몇일간 꿈같은 생활을 하던 그에게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들려왔다. 무슨 이유인지 대대 내의 모든 나무를
벌목하고 새로 나무를 심으라는 지시가 내려왔고 벌목한 나무가 향하는 곳은 바로 소각장이었다. 부대원 모두 작업에 참가하였고
자른 나무만 육공트럭으로 세트럭이 넘었다. 트럭이 소각장 앞에 도착했을 때 그는 몽크의 절규에 나올법한 표정을 지었고
나는 안될놈은 뭘 해도 안된다는 교훈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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