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한솔수북 블로그 |
#1 애니메이션 및 동화 등 다양한 장르에서 큰 사랑을 받는 캐릭터 '구름빵'. 2004년 서적 출간 이후 8개국에 수출되며 약 4400억원의 부가가치를 창출했다. 하지만 구름빵 캐릭터를 창작한 작가 백희나씨가 얻은 수익은 1850만원에 불과했다.
#2 가수 조용필은 1986년 프로덕션 계약을 체결하면서 '창밖의 여자', '단발머리', '촛불' 등 31곡의 복제권과 배포권을 지구레코드사 임재우 사장에게 양도했다. 임 사장은 복제 및 배포권자로서 음반 사용료와 출판 사용료 등 막대한 수익을 벌었다. 이후 조용필은 내용을 잘 모르고 계약을 체결했다며 무효를 소송을 벌였지만 법원은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작품을 유통하는 업자 등과 대등한 지위에서 계약을 체결하지 못하는 창작자들이 협상 불균형으로 헐값에 저작권을 넘기고 있다. 이러한 '매절계약' 등 불공정 저작권 계약으로 피해를 받은 창작자들을 사후구제할 수 있는 법적 장치 마련 움직임도 시작되고 있다.
배재정 의원은 지난달 30일 사단법인 '오픈넷'과 함께 저작권 협상 불균형으로 인한 창작자들의 피해를 방지하는 저작권법 개정안(일명 구름빵 보호법)을 대표발의했다.
개정안은 저작권 양도 시 양도되는 권리를 종류별로 특정해 계약하도록 하고(제45조 제2항) 아직 창작되지 않은 작품 또는 미래에 알 수 없는 이용형태에 대한 사전 양도나 이용허락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내용을 담았다.(제46조의2).
이와 함께 추후 저작권 계약 당시 예상하지 못한 상업적 성공을 거둘 경우 창작자가 유통업자 등에게 공정한 보상을 요구할 수 있는 법적 권리를 보장토록 했다.(제46조의3)
무명이었던 백 작가 역시 구름빵을 창작한 이후 2차 콘텐츠 등 모든 저작권을 출판사에 모두 넘기는 이른바 '매절계약'을 체결했고, 구름빵의 수익이 수천억원에 달하도록 추가 수익을 받지 못했다.
백 작가는 "저작권을 지키지 못한 탓에 의지와 무관하게 작품이 변질되는 모습을 지켜보는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다"며 "이번 법안이 작가들을 보호하여 창작 의지를 고취시키는 밑거름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불공정 계약은 방송 외주제작자들에게도 그대로 적용된다. 이들은 방송사와의 갑을 관계에 따라 방송사에게 저작권을 모두 넘겨주고 재방송 등 2차적 이용으로 생긴 추가 수익에서는 배제되고 있다. 2013년 오픈넷 조사에 따르면 독립제작사협회 설문 응답자의 81.3%가 방송외주제작 불공정 실태로 '방송사의 저작권 포기 강요'를 꼽았다.
이미 해외에서는 창작자가 공정한 보상을 요구할 권리 또는 저작권 계약을 수정할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는 독일이다. 독일은 저작권법에서 공평한 보상과 추가 보상을 규정하고 있다. 이른바 저작권자의 '계약조건변경요구권'으로 모두 강행 규정이다. 베스트셀러(bestseller) 조항은 계약 후 이익 차가 2배 이상 날 경우 불균형 계약 관계로 인정하고 이를 보상하도록 한다.
벨기에나 프랑스, 헝가리, 스페인, 폴란드 등은 미래 창작물에 대한 포괄적인 이용허락 계약 자체를 무효로 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공정거래위원회도 불공정한 저작권 계약의 폐해를 방지하기 위해 지난해 저작권 관련 '표준계약서'를 만들었지만 효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표준계약서에는 창작자의 불리한 계약을 방지하기 위해 계약서에 복제권·공연권 등 저작재산권의 종류를 명시하도록 했다. 또 '2차 저작물'은 별도 특약을 맺어 '구름빵 사건'과 같이 창작자의 권리가 포괄적으로 양도되는 계약이나 분쟁을 방지하고자 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문체부가 표준계약서 도입을 홍보하고 권고하는 방식으로 업계 변화를 이끌어 내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배 의원은 "구름빵 보호법이 국회에서 통과되면 창작자와 유통업자 간 불공정한 저작권 계약 체결 관행이 크게 개선될 것"이라며 "사후 창작자들이 저작물의 성공으로 인해 발생한 수익에 대해 공정한 보상을 요구할 수 있게 돼 저작권법이 진정한 창작자 보호법으로 기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