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열 여덟이고 그 친구는 스무살이에요
이상하게 들릴 순 있겠지만 여긴 해외라서... 같은 학년이거든요
같은 예술계열 전문이라 친해졌는데, 정말 서로 없이 못 살 정도로 친해졌어요
주말마다 스터디 하고, 포트폴리오 준비 같이 하고.....
저는 그림, 그 친구는 피아노를 쳐요
어려서부터 천재 소리 쭉 듣고 자랄 정도로 굉장히 잘 쳐요. 절대음감에 초견으로 노트를 퍼펙트하게 칠 정도로
국제 대회에서 상도 매번 타고 ... 성적도 좋고. 저랑 어울리는 것 자체가 이상하긴 한데 저야 피아노를 정말정말 좋아하니까 고마웠어요
그 친구는 제 그림을 보면서 영감을 얻고 저는 그 친구 노래를 모티브로 그림을 그려요
대학도 같이 지원하기로 했는데
알고보니 이 친구가 인성이 개판이더군요
저한테 친절하게 대해서 몰랐는데 그 애 주변에 저 말고 미술하는 친구가 없길래 다른 미술전공 친구에게 물어봤더니
다들 반응이 '그 또라이랑 친구를 한단 말이야???????'
적극 말리더라고요 재수없고 미친 놈이라고
알고보니까 그 애가 자기보다 실력있거나 잘 보여야 할 사람이 아니면 사람 대하기를 개판으로 하더라구요
그래서 선생님들이랑 몇몇 친구들에게는 평가가 좋은데 나머지는... 재수없다, nerd같은 놈이다, 겁쟁이다 라는 평가가...
그냥 좀 무뚝뚝한줄 알았는데 그게 남을 무시하는 거였다니;;;;
게다가 특히 미술, 디자인이나 그래픽 전공하는 애들을 정말정말 싫어한대요
이유는 모르겠는데 포트폴리오 하던 선배 화판을 엎어버린 적도 있고 남 그림 멋대로 평가하면서 깎아내리는거 좋아하고.... 아무튼 진짜 rude하게 군다고...
그래서 제가 그 친구에게 가서 왜 그런 짓을 했는지 조금 따지듯이? 물어봤거든요
그러니까 하는 말이
자기는 자기가 전공하려는 예술에 대해 뭣도 모르면서 아는 척 거만떠는 사람들이 싫대요
그래서 제가 '너도 지금 함부로 남 평가하면서 거만떠는 거 아니냐' 하니까
음악을 하는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클래식을 배우니까, 그걸 통해서 역사와 이론과 사상을 함께 배우는데
미술을 하는 사람들은 무조건 skill만 있으면 다인줄 안다는 거에요
이론과 실기가 함께 발전해야 하는데 지금 미술을 하는 애들을 보면 한심해보인다고
그건 껍데기밖에 안 된다고 말하더라고요
대충 얘가 뭐라 하는지 이해는 갔는데
뭐라 반박해야 할지... 어느정도 공감이 되긴 하는데 반박할 말이 떠오르지 않아서 멍청하게 나왔는데(ㅠㅠㅠㅠㅠㅠ영어실력이 딸려요ㅠㅠㅠ)
제가 하는 미술도 지금까지 비웃고 있었을 거 아니에요;;;
그리고 다른 사람들한테 왜 태도가 그따위인지 그것도 화가 나고요
그렇게 이기적인줄 처음 알았어요 그때
그런데 그렇게 저는 끝날 줄 알았거든요
그 뒤로 며칠동안 화나서 제가 아예 그 친구 연습하는 곳을 찾아가지도 않았는데, 어느날 제 화실을 찾아오더라고요
저랑 같이 그림그리던 언니들이 다 욕하면서 나가라고 하는데 그때 저한테 와서 'sorry' 이러더라고요
그러고서 하는말이 자기가 그렇게 말해서 미안한데, 생각은 바꾸지 않을 거라고
ㅋㅋ..
솔직히 말해서 저는 이 친구의 성격을 배제하고서라도 앞으로도 친구로 지내고 싶거든요
그런데 친구로써도 그렇고 도저히 가만 볼수가 없어서...
오지랖이 아니고 진심으로
사과하는 성격이 결코 아닌데도 사과한 것을 보면 어떻게든 관계 유지하려는 게 눈에 보이는데
관계를 유지하면서 성격을 변화시키려면 제가 이 친구에게 대체 뭐라고 말해야 할지 아직도 모르겠어요
시간이 오래 걸려도 상관없는데 무슨 말로 설득을 하는 게 좋을지
이기적인 성격이 바뀌기는 하는지...
평생을 잘났다는 소리 들으면서 살아왔을 텐데 ㅋㅋ... 참 성격이 개판이라도 자기 실력으로 충분히 잘 살아갈 친구 문제로 고민하는 것도 바보같지만
그래도 저는 이 친구 생각에 반박이라도 하고 싶어요
너도 틀리는 게 있다, 하고
어떻게 시작하는 게 좋을까요? 조언 부탁드립니다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