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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panic_12067
    작성자 : 네모
    추천 : 17
    조회수 : 2308
    IP : 58.102.***.75
    댓글 : 9개
    등록시간 : 2011/02/10 08:38:51
    http://todayhumor.com/?panic_12067 모바일
    [고전/펌] 붉은방 [完]
    19.

    연구실 건물 앞에 도착한 것은 거의 새벽 세시가 넘은 시간이었다. 혜주와 진규는 비닐에 쌓인 아이의 시신을 연구실까지 들고 올라갔다.


    아이의 시신에서 버섯의 성체를 채취한 진규는 자신이 개발한 약품으로 몇 번에 걸쳐 실험을 했다. 그리고는 마침내 혜주에게 말했다.


    "확실해. 내가 개발한 추출물이 균사를 파괴하고 있어. 이대로 가져가서 복용해도 이미 면역성을 키울 수 있어."


    결국 혜주의 추측이 맞은 것이었다. 혜주가 붉은방에서 죽지 않고 살아남은 것도 모두 진규가 준 드링크를 마시고 내성이 생긴 때문이었다.


    진규는 또다시 연구실 한 쪽에 설치된 냉동보관실에서 조그마한 약병을 꺼냈다.


    "이건 내가 동충하초에서 추출한 원액이야. 만일 발병하는 사람이 있으면 이걸 폐동맥에 주사하면 살릴 수가 있을 거야."


    혜주는 진규에게서 약병을 받아들었다.


    "고마워 진규야."


    "사람을 살리는 일인데. 너야말로 그 곳으로 들어간 용기가 대단한 거지. 내 연구실에 있는 드링크 샘플이 한 300병정도 될 거야. 이거면 일단 급한 사람들에게 지급할 수 있을까?"


    "응."


    "좋아. 그럼 이걸 가지고 어서 그 곳으로 가."


    혜주는 아쉬웠다. 이런 상황만 아니었다면 진규와 좀 더 시간을 보낼 수도 있었을 텐데. 작전이 종료되는 대로 반드시 진규를 다시 찾아오리라 다짐했다.


    "참, 진규야. 만일 이게 치료용으로 대량 생산되게 된다면 네 연구는 사업성을 잃게 될 거야. 곧 상품으로 출시될 예정일 텐데 아마 타격이 클 거야."


    "상관없어. 어차피 연구를 시작할 때부터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서 시작한 것은 아니었으니까."


    혜주는 진규의 말이 더욱 고마웠다.


    "약속할게. 정부에서 분명히 보상이 있을 거야. 내가 꼭 보상을 받아낼게. 금전적으로든지 아니면 국립 연구소에 평생 연구원 자리를 보장한다든지 네가 원하는 대로 다."


    "그건 네가 알아서 해. 어차피 난 지금 내 위치에서도 전혀 불편함 없으니까."


    진규와 혜주는 샘플로 제작된 드링크제 300병을 대대장의 차에 실었다. 그리고 혜주는 운전석에 앉았다.


    "일이 끝나는 대로 꼭 찾아올게."


    "그래. 어서 가. 늦겠다."


    "응."


    혜주는 차를 출발시켰다. 백미러로 손을 흔드는 진규의 모습이 보였다. 어린 시절부터 함께 지내온 두 친구의 10년만의 재회는 이런 식으로 멋없이 이루어지고 말았다.



    올 때와 마찬가지로 혜주는 해안도로를 질주했다. 빨리 가지 않으면 동이 틀 것이었다. 어차피 치료약을 구하는데 성공했으므로 동이 터도 상관은 없다지만 될 수 있다면 대대장과의 약속을 지키고 싶었다.


    하지만 작전지역에 거의 다 도착했을 무렵 동쪽 하늘에서 여명이 비춰오기 시작했다. 혜주는 비밀통로로 다시 들어가려던 계획을 수정했다. 혜주는 핸들을 틀어 처음 붉은방으로 들어갔던 그 길로 차를 몰아갔다.


    바리케이트가 쳐진 그 곳에는 초병이 지키고 있었다. 초병은 대대장의 차번호를 알아보는 듯 움찔했지만 이내 대대장이 차를 타고 들어올 리가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는지 총을 두 손으로 잡고 경계 태세를 취했다.


    혜주는 바리케이트 앞에서 차를 세웠다. 초병은 잔뜩 경계하는 눈빛으로 다가오더니 차에 탄 사람이 혜주라는 사실을 알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아니, 어떻게."


    "놀랄 것 없어요. 일단 바리케이트부터 치워줘요. 들어가야 하니까."


    "일단 상부에 보고하고……."


    초병은 너무 몰란 나머지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머뭇머뭇 거렸다.


    "중령님도 이미 알고 계세요. 걱정 마요."


    혜주는 뒷좌석에 놓여있는 드링크 한 병을 꺼냈다. 그리고는 창 밖으로 내밀었다.


    "자 받아요."


    "뭡니까?"


    "치료약이에요. 우리 모두를 살려줄. 이걸 구하러 갔던 거예요."


    초병을 머뭇거리며 병을 받아들었다.


    "살고 싶으면 얼른 마시는 게 좋을 거예요."


    초병은 못 믿겠다는 듯한 표정으로 병을 들고는 무전으로 뭐라고 뭐라고 연락을 취했다. 그러는 동안에도 날은 서서히 밝아오고 있었다. 초병은 마침내 무전을 다 듣고 나더니 들고 있는 병을 따서 꿀꺽 삼켰다. 그러더니 차 앞에 놓인 바리케이트를 힘겹게 옮겨 치웠다.


    혜주는 차를 그대로 운전해서 붉은방 안으로 들어갔다.


    '이제는 모두를 살릴 수 있다.'


    죽음의 마을이 된 붉은방에도 희망의 햇살이 비추이는 순간이었다.



    혜주가 붉은방에서 철수한 것은 그로부터 사흘이 지난 후였다. 산골마을은 다시 평온을 되찾았고, 붉은방에서 이루어졌던 모든 일들은 비밀 속으로 묻혀져 갔다. 과장을 비롯한 모든 희생자들은 잘 조작된 사고로 위장되어 가족들에게 사망소식이 전해졌고, 혜주는 과장의 영결식에도 참가를 했다.


    혜주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고, 병원에서의 생활은 전과 다름없었다. 다만 한가지 달라진 점은 수시로 정부측과 긴밀한 연락을 유지한다는 것 뿐.


    오늘은 국무총리와 점심 약속이 되어있었다. 다섯 붉은손들 중 살아남은 대대장과 혜주가 함께 참석하기로 되어있었다. 아마도 보상에 관한 많은 이야기들이 오고갈 것 같았다.


    총리의 집무실에 도착한 것은 한 10분 정도 약속시간에 늦었을 때였다. 혜주는 비서의 안내를 따라 총리실로 들어갔다.


    예상대로 총리와 대대장이 먼저 와서 혜주를 기다리고 있었다. 햇살이 내리쬐는 탁자에 앉아 둘은 유쾌하게 말을 주고받고 있었다. 대대장 역시 국무총리와 맞대면을 할 정도로 거물급 인사 취급을 받고 있었다.


    "죄송합니다. 제가 좀 늦었죠."


    혜주는 사과의 말을 앞세워 문으로 들어섰다.


    "아, 뭐 이쯤이야. 오기만 하면 된 거지."


    대대장이 유쾌하게 대답하면서 혜주를 반겼다.


    "어서 오십시오. 김혜주씨." 총리 역시 혜주를 웃는 얼굴로 반겼다.


    "일단 앉아요."


    혜주는 빈 의자에 앉았다.


    "이미 알고 있겠지만 오늘 두 분과 점심 식사 자리를 마련한 것은 보상 문제 때문입니다. 여기 있는 중령과는 향후 5년 이내에 소장으로 진급을 하는 것으로 이미 합의를 보았소이다. 이제 혜주씨만 남았는데. 혜주씨는 특별히 원하는 것이 있소?"


    "글쎄요. 아직 구체적으로 생각해 본 바는 없어서."


    "그래요? 일단 정부 쪽에서는 최태식 과장님이 맡고 계시던 국립보건원 연구이사 자리를 제안하고 싶은데요."


    혜주는 총리의 말을 듣고 잠시 고민했다. 나쁜 조건은 아니었다. 하지만 혜주에게는 따로 생각해 둔 바가 있었다. 과장이 혜주에게 주려고 했던 바로 그 기회. 혜주는 그것이 필요했다.


    "네. 멋진 제안이네요. 하지만 전 그런 시시콜콜한 것보다는 과장님이 실제로 맡으시고 계시던 일을 이어 받고 싶은데요."


    "실제로 맡았던 일이라?"


    총리는 짐짓 혜주를 떠보았다. 혜주는 단도직입적으로 말하기로 했다.


    "최태식 중령님이라고 해야겠군요."


    총리의 얼굴에 놀라움이 비쳤다. 설마 혜주가 과장의 비밀을 알고 있으리라고는 생각지 않았던 것이었다. 옆에 앉아있는 대대장의 얼굴에도 의아스런 놀라움이 서렸다.


    "과장이 군인이었단 말이요?" 대대장이 총리를 쳐다보며 물었다.


    "아, 이 참. 이런 자리에서 말하기가 곤란한 문제군요." 총리는 대대장의 눈치를 살피며 얼버무렸다.


    "일단 나가서 식사를 하면서 이야기하도록 합시다."


    "그러죠."


    셋은 자리에서 일어나서 밖으로 나갔다.

    20.

    혜주는 저녁 일찍 집으로 돌아왔다. 붉은방에서 나온 이후로는 이런 식의 여유로운 생활이 당분간 보장되었기 때문이었다.


    총리와의 점심 식사에서는 많은 이야기들이 오갔다. 우선 혜주는 자신의 제안대로 과장의 위치를 그대로 물려받게 되었다. 총리는 혜주가 여자라는 이유로 과장과 동일한 계급으로 임무를 맡게 되는데 약간 주저하는 듯 했으나, 그 역시 혜주가 과장에 버금갈 정도로 모든 일을 해 나갈 수 있으리라는 것을 의심하지 않았다.


    그것보다 우스꽝스러웠던 것은 대대장의 표정이었다. 과장의 정체를 뒤늦게 알아챈 그는 놀라움에 입을 다물 줄 몰랐다. 혜주는 과장과 자신이 몰래 폐조직의 일부를 빼돌려 밤늦게까지 연구를 했다는 사실까지 말해버려 대대장을 더욱 놀래켜 버리고 싶었지만 그러지는 않았다.


    그리고 진규. 진규의 이야기도 총리에게 꺼냈었다. 진규의 연구가 이번 사태 때문에 상업성을 잃어버리는 바람에 엄청난 손해를 보게 되었다는 사실과 그에 상응하는 보상이 필요하다는 이야기. 총리는 진규가 원한다면 상당액의 금전적 보상과 농림부 산하의 연구기관에서 편안히 연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겠다는 약속을 했다.


    그 외에도 혜주는 언제든지 도움이 필요할 때는 연락을 하라는 총리의 당부를 들었다. 물론 앞으로 혜주 쪽에서 도움이 필요할 일은 없을 테지만.


    모든 것이 잘 마무리 되어간다는 느낌이었다. 이제는 진규를 만나서 진짜 옛친구로서의 회포를 풀고, 지난 이야기를 나누는 일만이 남았다. 혜주는 내내 기분이 좋았다.


    딩동.


    벨이 울린 것은 그때였다. 혜주는 조심스럽게 구멍으로 밖을 내다보았다. 한 양복을 입은 중년 신사가 서 있었다.


    '또 정부에서 나온 사람일까?'


    혜주는 궁금해졌다. 설마 또다시 제2의 붉은방이 생긴 것은 아니겠지? 혜주는 농담처럼 혼자서 되뇌이며 문 밖에 선 사람에서 물었다.


    "누구시죠?"


    "김혜주씨 댁인가요?"


    "그런데요? 무슨 일이시죠?"


    "저는 석진규씨 변호사 되는 사람입니다."


    진규의 변호사? 혜주는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진규가 보상을 타내기 위해 변호사라도 선임했단 말인가?


    아니, 결코 그럴 리는 없었다. 혜주는 다시 한번 변호사에게 물었다.


    "무슨 일로 저를 찾아오신 거죠?"


    "석진규씨의 유언장을 집행하러 왔습니다."


    혜주는 다시 한번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그리고는 급한 마음에 문을 열어젖혔다.


    "유언장이라니요? 그게 무슨 말이죠? 진규가 죽기라고 했다는 말씀이신가요?"


    "네."


    변호사의 대답은 간단했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안주머니에서 조그마한 봉투를 꺼냈다.


    "석진규씨가 죽기 전 김혜주씨 앞으로 맡긴 편지입니다. 저는 이것을 전하러 왔습니다."


    혜주는 변호사로부터 봉투를 받아들면서도 아직까지 그의 말을 믿을 수가 없었다.


    "정말 진규가 죽었다구요?"


    "네. 어제 연구실에서 죽은 채 발견되었습니다."


    혜주의 눈에서는 그제서야 눈물이 주르르 흘렀다. 혜주는 소매로 눈물을 닦으며 물었다.


    "사인은 뭐죠?"


    "폐경색입니다. 아무래도 과로가 원인인 것 같다고 그러더군요."


    혜주는 그 말을 듣고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하지만 폐경색이라는 말에 일말의 의심이 들기는 하였다. 혹시 또 다른 변종이 나타나 진규의 목숨을 앗아가버린 것은 아닐까?


    "김혜주씨게게 남긴 것은 그 봉투가 전부입니다. 개봉은 직접하시도록 되어있습니다. 전 그만 가보겠습니다."


    "네."


    혜주는 돌아서서 가는 변호사의 뒤로 문을 닫았다. 그리고는 떨리는 손으로 봉투의 윗부분을 찢었다. 안에는 얇은 편지 한 장이 들어있었다.


    혜주는 편지를 꺼내어 읽기 시작했다.

    혜주에게.

    혜주야 네가 이 편지를 읽을 쯤에는 내가 이미 이 세상에 없겠구나. 혹여 누군가 이 편지를 보게 될까 두려워 자세한 말을 여기에 적을 수는 없구나. 다만 너를 위해 마련한 선물이 있어. 내 연구실에 가서 문에서 세 번째 줄에 있는 마룻바닥을 열어봐. 그 속에 네게 줄 선물이 있어. 꼭 혼자만 열어봐. 될 수 있는 대로 빨리.

                                         석진규.

    혜주는 편지를 다 읽고는 달려가서 밀양대학교의 전화번호를 찾았다. 그리고는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밀양대학교죠?"


    "네 그런데요?"


    "석진규 교수님 연구실을 혹시 지금 누가 쓰고 있나요?"


    "아뇨. 지금은 비어있습니다."


    "전 석진규 교수님 친한 친구인데요. 그 연구실을 좀 볼 수 있을까요?"


    "아뇨. 외부인에게 공개할 수는 없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혜주는 그대로 전화를 끊고는 총리실로 통하는 핫라인으로 다시 전화를 했다.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연락하라고 하셨죠? 지금 도움이 필요한 일이 생겼어요."



    혜주가 경찰과 함께 진규의 연구실을 찾은 것은 바로 다음날 새벽이었다. 놀랍게도 전화 한 통에 경찰의 동행에 법원에서 발부한 수색 영장까지 혜주에게 지원되었다. 혜주는 국가의 권력이라는 것이 무시무시하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느꼈다.


    "엊그제 돌아가신 양반 수사할 것이 뭐가 있다고."


    연구실의 문을 따는 수위아저씨의 표정에는 평소에 진규에게 가지고 있던 친근함이 그대로 우러나왔다. 동행 경찰과 혜주는 수위아저씨가 문을 열 때까지 그대로 기다리고 있었다.


    이윽고 문이 열리고 셋은 안으로 들어갔다.


    "죄송하지만 수위아저씨와 밖에서 좀 기다려 주시겠어요?"


    혜주는 경찰에게 그렇게 부탁을 했다. 경찰은 말없이 수위아저씨와 함께 밖으로 나갔다. 혜주는 연구실의 문을 닫았다.


    혜주는 조심스럽게 마룻바닥을 손으로 쓰다듬었다. 과연 문에서 세 번째 줄의 마룻바닥이 헐겁게 흔들렸다. 혜주가 나무의 한쪽 끝을 누르자 다른 한쪽 끝이 들려 올라왔다. 혜주는 그대로 나무토막을 들어내었다.


    그 안에는 두 개의 칸으로 나뉘어져 수십 개의 파일과 여러 샘플병들이 들어있었다. 그리고 그 두 개의 칸 가운데에 하얀 봉투가 들어있었다. 그리고 봉투 위에는 '혜주에게'라고 쓰여있었다.


    혜주는 봉투를 집어들고 안에 있는 편지를 꺼냈다. 그리고는 천천히 편지를 읽기 시작했다.



       혜주에게.

    드디어 이 곳을 열었구나.


    혜주야 기억나니? 지난 날 우리가 약속했던 것. 암을 고치는 의사가 되자고.


    물론 넌 의사의 길을 걸었지만 난 그렇지가 못했지. 하지만 난 결코 포기한 것이 아니었어.


    난 내가 연구하는 동충하초를 통해 암을 정복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어. 암세포만를 파괴하면서 성장하는 버섯 포자를 개발하려고 생각했지. 그리고 오랜 연구는 분명 결실을 맺었단다.


    물론 그 와중에 많은 어려움도 있었고 예기치 못한 희생자들도 있었어. 난 죽어가는 말기 암환자들을 수소문해서 그들에게 몰래 실험을 했어. 그리고 그 테이타를 통해 다시 약품을 개량하는 작업을 반복했지. 그리고 연구는 거의 성공단계에 접어들었어.


    난 그러한 실험에서 한 번도 죄책감을 느껴본 적이 없었어. 그들은 어차피 죽을 사람들이었고, 그들의 죽음으로 인해서 영원히 암을 퇴치하는 신약을 개발할 수만 있다면 그것은 그들을 위해서라도 옳은 일이라고 생각했지.


    하지만 예기치 않게 너에게 붉은방의 소식을 듣게 되었어. 그리고 난 내가 의도하지 않은 엄청난 결과에 놀라고 말았지. 난 내가 개발한 그 세포가 그토록 무서운 전염병이 되어 수많은 사람들을 죽이게 될지 꿈에도 몰랐어. 난 내가 행한 그 무서운 짓에 뼈저리게 반성했어.


    그리고 나는 결심했어. 그 모든 책임을 지기로. 내가 억울하게 죽어간 그 모든 사람들에 대한 책임을 지기로.


    난 마지막 실험을 나에게 했어. 그리고 난 분명히 지금 죽어있겠지.


    혜주야. 지금 여기에는 정확히 두 개의 샘플과 연구자료가 있어. 만일 내가 죽은 원인이 폐출혈이라면 A연구 결과가 암을 퇴치하는 새로운 신약이야. 그것이 아니라 내가 폐경색으로 죽었다면 B연구 결과가 그것이겠지.


    어찌되었든 네가 이 편지를 읽는 순간이 인류가 암을 정복한 첫 순간이 되겠구나. 축하한다. 난 이 모든 연구의 업적을 너에게 선물로 주고 싶어. 이건 우리가 어린 시절 함께 꿈꾸어 온 것이니까 우리 둘의 것이야.


    그럼 혜주야 안녕.

                                                 석진규.



    편지를 끝까지 읽은 혜주는 그 자리에서 주저 앉아버렸다. 혜주는 아무 말도,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다. 웃어야 하는 건지 울어야 하는 건지도 알 수 없었다. 그저 눈에는 눈물만이 흐를 뿐.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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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남과 이별



    각자 살아가며, 만나고 헤어짐을 반복한다.

    무뎌지는 것일까 , 아니면 그저 무감각할뿐일까.

    수없이 많은 만남 속에 끈끈하게 얽혀진 인연.

    그럴리 없다면서도 어느샌가 풀린 인연.

    인연이 얽힌다면 풀리는걸 준비해야 하는 자세.

    현대인에게 필요한 "낭만"

    Episode1 - Wind Ca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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