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전 가족들과 유럽 여행을 갔습니다. 항공료가 싸기도 해서 **를 경유하는 노선을 택했고 항공사는 돈이 없으므로 그 나라 항공사를 선택했습니다.
가기 전에 이것 저것 검색하다 보니까 그 나라 항공사가 연착이 자주 있는 것입니다.
어쩔땐 2시간, 또 4시간 연착한 경우도 있고요.
설마 나한테도 그런 일이 있을까 싶었는데....
독일에서 출발, **** 공항에서 환승을 하려고 서울행 비행기를 보는 순간 '8시간 연착'이라고 써 있는 겁니다.
늦은 저녁에 떠나는 비행기가 8시간 연착이라니.. 몸은 피곤한데 8시간을 공항에서 기다리려면 밤을 새워야 하는 겁니다.
사람들이 항의하고 어쩌고 하니까 공항 근처 호텔에서 재워준다고 합니다.
그 호텔에서 자기 위해서 여권 내고 호명 받길 기다리고 바우처 받길 기다리고 그러는 시간이 1시간이 넘게 걸렸고요.
**** 공항은 출국 수속도 매우 까다로워서 다른 공항에 비해 훨씬 일찍 나와야 해서 호텔에서 쉰건 2~3시간 남짓 했습니다.
정말 피곤하고 화가 나더군요.
외국 항공사라 그런지, **** 공항에는 한국 직원은 없고요. **항공 직원은 우리는 규정대로 재워줬고 아침 줬으니 할 것은 다했다.
미안하지만 우리가 해줄 수 있는 것은 더 이상 없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비행기 타기 전에 보딩 게이트 앞에서 제가 나섰습니다.
요지는 "이거 항공사 횡포가 너무 심하다. 8시간 연착이면 하루 휴가를 써야 하고 아이들 학교 문제도 있고 보통 문제가 아니다.
더군다나 도착하고 나면 새벽이라 택시비도 더 들어간다. 그런데도 항공사는 문제 없다고 한다. 이렇게 그냥 돌아가면 이 항공사는
앞으로 연착될 경우에도 그냥 넘어갈 것이다. 지금은 여기가 **이니 일단 비행기를 타고 한국에 돌아가서 다시 논의해 보자"고
크게 얘기했습니다.
여기저기서 박수도 좀 나오고 "그럽시다"하는 얘기도 나왔습니다.
인천공항에 도착해서는 입구에 제가 딱 서서 "한국 분들은 **항공의 보상 약속이 있을 때까지 내리지 마세요. 그리고 영어를 잘 하시는 분은
이 상황을 사무장에게 잘 전달해주시기 바랍니다." 그랬습니다.
한 분이 나서서 정말 유창하게 외국 사무장에게 이런 상황을 설명했고 한국분들은 그냥 비행기에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5분이 지나자 **항공 한국직원이 헐레벌떡 뛰어 와서는 "보상은 어렵다. 이미 호텔 숙박을 해줬고 그게 규정이다"만 얘기합니다.
저는 "알겠다. 그럼 우리 여기서 아침될 때까지 기다리겠다. 어짜피 지금은 택시 밖에 안다녀서 손해가 크다."고 얘기했습니다.
직원은 안달이 나서 재차 알아보겠다고 나가고 5분뒤에 다시 돌아오더군요.
"알겠다. 한국 승객의 이메일과 연락처를 남겨 주면 보상해 주도록 하겠다. 보상액은 구체적으로 말할 수 없으나 보상은 분명히 한다"고
얘기했습니다.
더이상 농성 아닌 농성을 하기도 힘들고 한국 분들 중에서도 이제 집에 가고 싶다고 하시는 분들도 계시고 해서 그 정도로 하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며칠 뒤 메일이 한통 왔는데 1인당 75불을 보상해준다고 하더군요.
우리가 당한 손해에 비해서는 정말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긴 하지만 그나마 사람들이 항의를 하지 않았다면
그 마저도 받지는 못했을 겁니다.
사이다 치고는 약 사이다이기는 한데..
그 이후에 우리 아이들이 아빠를 무척 존경한다고 얘기하더군요.
"나도 아빠처럼 사람들 앞에서 서서 막 얘기하고 그러고 싶어요" 이러면서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