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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더콜리 믹스(10kg) 가을이와 동네 난봉꾼 푸들 사이에서 태어난 꼬물이들이 43일차를 맞이했다. 오랜만에 읍내에 나갔다. 볼일 보러 나가시는 아버지편에 꼬물이들의 종합백신을 부탁한지 어언 이틀째, 가축약국이 매번 문이 닫혀있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아직도 소소하게 축산업이나 양돈업을 하는 집들이 있어 읍내에 가축병원이 몇 군데 있는데 아버지가 알고 계신 곳은 매번 닫혀 있었던 모양이다.
하는 수 없이 개주인이 나섰다. 천원짜리 국산백신을 만원에 속여 팔았던 ㄷㅂ가축병원은 무조건 아웃! ㄱㅇ가축병원은 오늘 또 닫혀있고, 동물병원에서는 백신만 판매하려고 하지 않을테고, 오일장이 열리는 시장 근처에 있는 가축병원이 한 군데 더 생각이 나 ㅈㅂ가축병원으로 향했다.
짤랑
방울소리와 함께 들어서자, 나이 지긋한 수의사분이 맞아주신다.
"강아지용 종합백신 사러 왔는데요, 뭐뭐 있나요?"
"어떤 개인데?"
"네? 개면 개지, 어떤 개라니, 음......네? 어떤...?"
"좋은 개야, 아니면 똥개야?"
"아...보더콜리랑 푸들 믹스요. 백신 뭐뭐 있어요?"
"국산은 천원, 좋은 건 삼천원."
"좋은 걸로 10두 분 주세요."
아마도, 국산은 케니샷이었을 것 같고, 좋은 것이라고 꺼내주신 것은 뱅가드였다. 지금까지는 무리해서 대구까지 나가서 동물약품을 구입하는 일이 많았는데, 읍내에도 양심적인 약국이 있었다니 놀랐다. 몇 가지 올해 더 구입해야 할 약들이 있어서 미리 가격을 물어봤는데, 대구에서 샀던 가격과 비슷하다. 드디어 다닐만한 곳을 찾았다. 아무것도 모르는 시골 사람들 속이고 사기치는 곳이 아니라서 다행이라 생각하면서도, 어딘지 모르게 묘하게 마음에 남았다.
"주사기는 다섯개만 해도 되겠어?"
"네?"
"왜 열 개 필요해?"
"열 개 다 주세요. 이차 접종 해야 할 녀석들도 있어서요."
"여기, 얼음도 안에 넣어놨어."
"네, 다음에 또 올게요. 안녕히 계세요."
그렇게 문을 나섰다.
어쩐지 계속해서 웃음이 난다. 수의사 선생님이 지긋한 할아버지라서였을까. 금도끼 은도끼 이야기가 떠올라서 혼자 한참을 웃었다.
"이 좋은 개가 너의 개이냐?"
"제 개도 좋은 개지만, 그 개는 아니옵니다."
"그렇다면 이 보더콜리가 너의 개이냐?"
"아니옵니다."
"그렇다면 이 푸들이 너의 개이냐?"
"아니옵니다."
"그렇다면 너의 개는 어떤 개이냐?"
"예, 저의 개는 똥개이옵니다."
똥도 싸는 개니까, 똥개 맞지 뭐.
세상에서 제일 예쁘고 사랑스럽게 생긴 똥개.
코 끝부터 꼬리 끝까지, 귀여움을 덮어쓴 사랑스러운 내 똥개.
집으로 돌아와 울타리 문을 열고 일제히 꼬물이들의 똥을 누이고, 밥을 주고, 신나게 놀아줬다. 안아달라면 안아주고, 앙앙 손을 깨물려 하면 손가락을 내줬다. 하하하. 이런 예쁜 개가 똥개라면, 난 평생 똥개만 키울래. 좋은 개 같은 건 필요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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