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위 말하는 상위 대학에 들어와서,
공부도 연애도 사교도.나름 열심히 하고 있었습니다.바쁜 생활이었죠..
중간고사때 고학번 선배님들도 제치고 1등 성적도 받아봤고,
400일 넘겼다고 반지도 맞춰보고,
합창동아리 정기공연도 자랑스럽게 서봤고,
그래도 못난 놈은 아니라는 신념 하나로..피로와 잠을 이겨내며 지냈습니다.
그런데 몇일 전부터 여자친구가 갑자기 이상해졌어요.
그 바로 전날과 너무나도 다른 느낌. 문자도. 말투도. 얼굴 표정도.
하루이틀 히히덕대던 사이도 아니고 하니..너무도 극명하게 드러나더군요.
이유를 물었지요. 이상하다고..왜그러냐고.
힘들답디다.
뭐가 힘드냐고 했지요..털어놓으라고. 도와주고싶다고.
말안하겠다네요.
그럼 어떻게 하면 좋겠냐고 물었습니다.
혼자 놔두래요.
그 사람..많이 좋아합니다. 외국에서 만나서 같은 대학 같은 학부에 입학했고..
기숙사까지 같이 들어와서 지금까지 잘 지냈지요.
그 사람도 날 많이 좋아한다고 생각했는데..
그 사람 안에 제가 순식간에 작아져버린것만 같은 느낌이네요.
방금 그 사람을 만나서..내가 뭘 잘못하고 있냐고..
나 지금 너무 이상한 느낌만 든다고..
뭐라고 한마디만 해달라고 빌었더니,
자기 스스로도 복잡한데 나한테 무슨말을 하냐는..도저히 이해할수 없는 말들만 내뱉습니다.
자꾸 가라그래서 뒤돌아 섰다가, 역시나 답답해서 전화를 걸었는데..
휴대폰 전원을 꺼버리고는, 묵묵부답이네요.
제가 무언가를 잘못했다면, 조용히 닥치고 자숙하겠지만..
이건 뭐 병신도 아니고..뭘 어떻게 해야하는지, 내가 뭘 잘못한건지, 잘못 하기나 한건지,
이게 "식었다"라고 하는건지, 도저히 모르겠습니다.
나름 똑똑하다며 온갖 자만은 다 떨던 저였는데..모르겠습니다. 몇일 밤낮을 고민해봐도.
다음 주 기말고사인데..젠장.
지금도..그 사람은 혼자 무언가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는건데, 내가 혼자 괜히 난리떠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아주 바보같은 희망을 걸어봅니다.
방에 돌아와서,
친구한테 문자를 했어요.
시험 끝나고 시간좀 내달라고.
전화가 오데요. 무슨일이냐고..
괜히 떨립디다, 목소리가.
자초지종을 얘기하고..모르겠다고..미치겠다고..살면서 이렇게 혼란스러운 적은 처음이라고..
떨리는 목소리로 횡설수설을 늘어놓았지요.
"...내일부터는 내가 옆에 있어줄게. 도서관에서 시험 끝날때까지 같이 지내자."
..이말 한마디에 반했습니다.
사실 녀석이랑 알게된것도 입학한 뒤니까.. 3개월남짓이네요.
처음부터 주위 사람들 중에 가장 마음이 맞는것 같기도 했고,자주 이야기도 하고 했지만,
바쁘다는 핑계로 제가 항상 거리를 두곤 했던 녀석인데..
벌써 나를 기대게 해주다니. 너무 고맙더군요. 아무것도 해준게 없는데..
진짜 우정은 이렇게도 시작된다고 생각해 보렵니다. 녀석에게 잘해봐야지요.
그 사람에게 아쉬운 마음..그 녀석에게 고마운 마음..잔뜩 섞여서 기분이 묘하네요.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뜬다지만, 내일은 내일의 그 사람이 보일까요.
오늘의 그 사람만은 제발 사라져줬으면 하는 간절한 바램입니다..
몇일 전의 그사람..한껏 기대고 있던 그 사람이 보고싶습니다.
늦은밤에 두서없는 하찮은 글..끝까지 읽어주신분들, 감사드려요.
【Life only makes sense when we look at it Backwards.
  Unfortunately, we have to live it Forward.】
【삶은 우리가 저 만치 가서 뒤돌아 볼때서야 제대로 보인다.
  앞만 보고 살아야 하는게 안타까울 뿐이다.】                 - 동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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