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회사에 들어가 아저씨가 되기 전의 이야기 입니다.
사회에 뛰어들게되면 1달 이상의 여행을 가는것은 무리일것이라 생각해서
취업준비를 하다가 여행 일정을 짰었습니다.
목적은 '네팔' 의 안나푸르나에 다녀오는것이였는데
그 자금이면 인도에 들렸다 간다 해서 크게 차이나는것이 아니더군요
결국 여행 경로는 인도 - 네팔 - 홍콩 으로 정해졌고,
2주의 인도 여행 중 겪었던 귀중한 경험을 이야기 해볼까 합니다.
목적이 네팔에 있었기 때문에 인도에서의 루트는
델리(인도의 수도) - 자이뿌르(볼거리가 많은 계획도시) - 아그라(타지마할이 있는곳) - 바라나시(겐지스강이 있는곳)으로
사람들 많이가는 뻔한 루트였습니다.
델리에선 한국인 형을 만나 재미있게 여행을 하고, 자이뿌르에선 처음으로 사기도 당해보고,
아그라에선 한국에 대해 저보다 잘 아는 인도인을 만나 공짜로 면도도 해보면서 재미나게 여행을 즐겼습니다.
인도여행의 마지막 도시인 바라나시는 저에게 그 어떤 도시보다 독특한 경험을 안겨주었습니다.
겐지스강 옆에 있는 도시인 바라나시라는 도시는 인도인에겐 신앙심의 중심지와 같은 도시입니다.
수많은 인도인들이 바라나시에 가보는것이 소원이고, 이곳에서 화장이 되는것이 최고의 축복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매일 밤마다 "뿌자"라는 의식을 치루며 신에게 기도를 드리는데
현지인들에게 매우 중요한 의식이라 모두들 경건하게 의식을 지켜봅니다.
운 좋게 제가 갔을때는 '디왈리' 라는 큰 축제 이후여서 더욱 크게 열린 뿌자를 관람 할 수 있었습니다.
사건이 있었던 날은 위 사진의 뿌자를 관람 한 다음날인 인도에서의 마지막 날이자 네팔로 넘어가기 전날이였습니다.
이미 바라나시에서의 구경을 모두 마친 터라 다른곳으로 구경 갈까 아님 그냥 강가에 머물까 고민을 하다가
자연스럽게 발길이 가트(강가에 있는 계단)로 향하게 되었습니다.
가트에 앉아 음악을 들으며 한참을 앉아있으니
벌루라는 이름의 소년이 저의 카메라와 핸드폰에 관심을 보여왔습니다.
8살쯤 되어보이는 소년인 벌루는 신발도 없고, 옷도 더럽고, 못먹어 몸이 말라있었습니다.
핸드폰과 카메라를 보여주며 한참을 같이 놀다가
지나가던 보트꾼이 보트를 반값에 태워주겠다며 호객을 하여 꼬마 아이와 작별을 하고 보트에 올랐는데
그 친구가 계속 눈에 밟혀 보트에서 내린 후 그 친구를 만나러 다시 가트쪽으로 향했습니다.
벌루를 만났던 가트에 도착해 다시 한참을 앉아있으며 음악을 듣고 있다보니
그 친구를 다시 만날수 있었습니다.
또 같이 한참을 같이 놀다 그 친구에게 저녁을 사주려고 여행자 거리의 한 레스토랑으로 데리고 갔습니다.
여행자들에게도 살짝 부담이 되는 가격대인 식당에 들어가
벌루에게 비싼것을 시키라하니 가장 저렴한 에그커리를 시키더군요.
제 눈치를 보는것인가 싶어 마음데로 치킨커리로 바꾸고 제 음식에 나온 고기도 다 벌루에게 주었습니다.
벌루는 해맑은 표정으로 밥을 먹다가 숟가락이 불편한지 손으로 먹어도 되냐고 저에게 물어보았습니다.
가방에서 물수건을 꺼내 벌루의 손을 닦아주고 손으로 먹어도 된다하였습니다.
안먹어도 배부르다는것이 어떤것인지 알겠더군요..ㅎㅎ
벌루가 맛있게 밥을 먹다가 절반도 채 먹지 않은상태에서 갑자기 손을 내려놨습니다.
무슨일인지 물어보니 어머니가 생각이나서 남은것은 포장해간다 하였습니다.
어린아이가 너무 기특하다 생각되어 남기지말고 다 먹으라고 한 다음
새로운 커리를 포장해서 벌루의 집으로 갔습니다.
벌루가 이끄는 손을 따라 가보니 벌루의 집은 낮에 제가 벌루와 신나게 놀았던 가트였습니다.
그냥 가트에 노숙을 하는 가족이였던것이죠..
가트에 앉아 벌루의 어머니에게 커리와 쿠키를 드리고 짜이 한잔을 얻어먹었습니다.
벌루의 통역으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시간이 늦어 작별 인사를 하고 숙소로 무거운 발걸음을 옮기려는데
내가 신고있던 슬리퍼라도 벌루에게 줘야겠다 생각이 들어서 벌루에게 숙소로 데려다 달라 부탁을 하였습니다.
숙소 앞에 도착 한 후 벌루에게 잠시 기다려 달라 말을 한 뒤,
방에 있던 사과주스와 빵, 귤, 500원짜리 한국 동전, 슬리퍼를 챙겨와 건내줬습니다.
벌루가 기뻐할줄알았는데 표정에 실망했다는게 눈에 보였습니다.
뭐가 마음에 안드냐고 물어보니 벌루가 힘겹게 입을 열었습니다.
"어머니가 말하시길 형을 따라가면 최소 몇백루피는 받을수 있을것이라고 했어"
라고요...
그말을 들으니 너무 많은생각이 들었습니다.
20대 초반의 청년에겐 감당하지 못할 충격 이였던것 같습니다.
글로 표현을 할수도 없을만큼 많은 감정이 교차를 하고있는데
그순간 제가 그아이에게 돈을 준다는것이 옳은 행동이 아닌것 같아
미안하지만 돈을 주지못하고 돌려보내야만 했습니다.
저는 '친구에게 돈을 줄수는 없다'고 말을 했지만 벌루는 실망한 표정을 감추지못하였습니다.
실망하는 그를 억지로 등떠밀듯 집으로 돌려보내고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는데
너무 힘이없이 축 쳐져서 걸어가는게 가슴을 아프게 하였습니다.
그가 잘못했고 잘했고를 따질 이유는 없습니다.
처음부터 나에게 그런 목적으로 다가온것도 아니고
내가 배푼 서투른 동정이 그로 하여금 금전을 요구하도록 만들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였고,
벌루가 신발도 없이 천진난만하게 뛰어다니다 여행자들에게 밥을 얻어먹고, 그들에게 돈을 요구하게 하는것이
단순히 그의 부모가 교육을 잘못 시켜서인것만은 아니기 때문에 더욱 그렇습니다.
밤잠을 설치며 뜬눈으로 수많은 생각을 하였지만,
사회적 부조리 속에서 내가 무엇을 할 수 없다 라는 변하지 않는 사실에 자괴감을 느끼고 돌아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