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그대로에요
다른 남자랑 연락해봐도 속빈 쭉정이 같아요(그분들 비하 아닙니다 죄송해요ㅠㅠ)
다들 친절하고 저에게 정말 잘 해주시는데도...대화를 하다보면 그 남자와 비교하게 되고 그와는 다른 상대방의 빈틈이 보이게 돼요..
제가 좋아하던 그 남자는 꿈은 작가였지만 전공은 수학과라는 갭이 큰 매력이었습니다
논리적이고 빈틈없는 척 하지만 그 사이에 보이는 허당스러운 구석도 매우 크게 다가왔었어요..
매사에 열정적이었고 가끔은 안타까울 정도로 순수했어요
그는 그 나이가 되도록 여자를 몰랐기에 제가 그의 첫 여자라는 사실에 그 때 당시의 전 몸둘 바를 모를 정도로 그에게 빠져버렸습니다
20대 초반이었던 당시 나이차가 3살 밖에 안 됐었는데도 불구하고 또래 남자애들과는 다른 어른스러움과 깊은 사색은 제 마음 속에서 다른 남자애들과 그 남자를 다른 범주에 넣기에 충분했습니다
심지어 그를 좋아하기 전엔 관심도 없던 이영도 소설과 그가 존경하던 최재천 교수까지도 '그'라는 이름 하나로 좋아하고 존경하게 되었습니다
저에게 있어 그의 머릿 속은 우주였어요..
그리고 그 남자는 제 곁을 떠났습니다.
삼수생이었던 그가 대학 입학 후 늦깍이로 군입대를 앞둔 시점이었어요. 교통사고였습니다.
그 날 이후 전 식음을 전폐하고 사는 게 사는 것 같지 않았습니다
태어난 이후 그가 없던 세상을 겪어보지 못한 저였기에 그 없는 세상은 저를 슬픔에 빠지게 하기 충분했어요
신..우주..철학....그의 관심분야였던 그 모든 것들을 생각하면서 그에 대한 그리움과 인생무상의 허무함에 제 자신이 저를 삼켜버린 듯 스스로 고립되어 지냈습니다
자는 시간 빼고 눈을 감아도 그 남자, 눈을 떠도 그 남자 생각이었기에 도저히 일상 생활이 불가능했었습니다..
책을 읽어도 그 남자가 좋아했던 책과 작가가 떠오르고 음악을 들어도 그 남자가 항상 들려주던 뉴에이지 음악이 떠오르고...
죽을 먹어도 토하고...자꾸 눈물이 나고 세상의 모든 것을 그와 연관지어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약이라고 했던가요..그렇게 한 3개월 가량 꼬박 힘들고 나니까 스스로도 지쳤는지 다시 차츰차츰 일상 생활로 돌아오게 되더라구요
그가 저에게 써주었던 편지..그리고 서로 주고 받았던 문자가 아직도 남아 있어요
아이스크림폰2였는데 그 낡아빠진 휴대폰을 겨우겨우 충전하서 연명시켜가며 보존하고 있습니다
내용을 따로 저장했다고 해도..휴대폰에 찍힌 그의 시간이 지워지는 것이 싫었습니다
편지는 코팅해서 남기고 싶었지만 그의 지문과 손때 묻은 그것이기에 차츰차츰 빛을 바래가고 있지만 아직까진 원본 그대로네요
그 편지를 받은 몇 년 가까이 지난 지금까지 거의 수백번은 읽고 울고 읽고 울고를 반복했습니다
언젠가 통화할 때 이런말을 했던 게 기억나요. 한참 장난으로 결혼하자는 소리를 해댔던 시기였어요.
"우리는 이별하지 말고 사별하자"
나중에 결혼해서 헤어지지 말고 평생 함께하자'라는 말을 이렇게 표현한 그 남자가 너무 멋있어서
이 한 마디에 온 몸에 전기가 흐를 듯한 전율에 휩싸였었는데...그게 너무나도 이른 시기에 현실이 되다니...
이제 저는 그 몇 년 전의 그의 나이보다 더 나이를 먹었습니다 그 남자와 함께한 시간보다 더 많은 시간이 흘렀어요
그런데도 아직까지도 '우리는 사별하자'라는 말이 나이만 먹고 아직 20대 초반에 머물러 있는 저를 붙잡네요..
제가 기억상실증이 와서 그를 잊지 않는 한 어떠한 남자가 다가온다고 해도 그 남자를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