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술을 만들기 시작한 것은 "대체 저 맛없는 국산 맥주들" 때문이었죠.
국산맥주= 폭탄주나 소주와 섞기 위한 밑바탕일 뿐
그래서 맥주를 만들다가... 어어어 공부를 하다보니 한국의 누룩이라는 묘한
물건에 반해서 요즘은 맥주도구 다 팔고 막걸리만 만들고 있습니다.
모든 술은 당분(포도당, 설탕, 등등)이 알콜과 이산화탄소로 분해되는 과정인 "발효"를 기본으로 합니다
인류 최초의 술은 벌꿀이 발효된 술 미드(mead)라고 알려져 있죠.
오래 전 북유럽에서는 신혼부부에게 한 달동안 매일 저녁 술을 먹이는 풍습이 있었는데
당시의 술은 "미드"였고... 그래서 나온 말 허니문 HoneyMoon 은 한 달 동안 꿀술을 먹는다는 것에서 유래를
했으나.. 우린 오징어니까 패스
사람들이 "단거+발효=술" 이 된다는 것을 알면서 포도를 시작으로 온통 세상의 모든 과일은 술이 됩니다.
포도의 당도가 가장 높았고, 발효되기에 좋은 당분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포도주 와인은 술의 제왕으로
세상을 지배하게 되죠.
그런데 술의 역사에 갑작스레 두 가지의 변수가 나타납니다.
증류와 곡물이라는 것인데요,
증류는 발효된 낮은 도수의 술을 데워서 끓는점이 낮은 알콜을 수집하는 방법을 말합니다.
보드카의 경우 증류를 한 술의 도수가 90도를 훨씬 넘게 되서 - 거의 순수한 알콜 수준까지
올린 후 적당히 물을 탑니다. 그러니 유명한 보드카라고 해도 당췌 무슨 곡식으로
발효를 했는지 먹는사람도 모르고 만드는 사람도 잘 가르쳐주지 않습니다
사탕수수 => 발효술 => 증류 => 럼주 라는 식으로 세상은 독한 술의 매력에 빠집니다
곡물로도 술을 만들 수 있게 된 것 역시 대단한 일이었죠
맥주는 아마도 가장 많이 팔리는 술이 아닐까 짐작만 하는데요
곡물의 탄수화물을 "당화"라는 과정을 통해서 당분으로 분해 한 후에 발효를 거치게 됩니다.
사람의 소화기관으로 말하자면 곡물전분이 소장에 가 봐야 흡수가 되지 않죠.
침, 소화액으로 분해되어야 몸에 흡수가 됩니다.
이제 세상의 온통 있는 곡식들도 술이 됩니다.
곡물 전분을 분해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 맥아 - 엿기름이라는 것 입니다 .
발아되는 보리싹을 부르는 이름인데요.
우리가 먹는 식혜는 '밥 + 엿기름=달달한 음료'가 되죠.
맥주는 별거 아닙니다. '보리 +엿기름 = 맥당" 에 효모를 넣어서 발효 시키면 맥주가 됩니다.
당화의 촉매제 역할은 주로 "맥아(엿기름)"이 담당을 하고 있지만 그 외에도
영국에서는 피트라는 것으로 당화를 하고, 한-중-일에서는 누룩이라는 곰팡이를 사용합니다.
영국의 피트는 식물이 땅에 묻혀서 석탄처럼 된 돌덩어리(?) 비슷한 물질인데요.
스카치 위스키의 그 특유의 향이 바로 피트향입니다.
스코틀랜드에서 만들어져서 스카치라는 이름을 부여 받기 위해서는 피트를 꼭 사용해야 한다고 합니다.
미국에서는 옥수수를 이용한 신대륙식 위스키를 만들었는데 이름이 버번위스키입니다.
"곡물로 만든 발효주를 증류"한다는 측면에서는 위스키와 보드카는 형제죠.
단 위스키는 오크통에서 보관을 하지만 보드카는 제조 즉시 출하한다는 차이가 있죠.
맥아로 발효한 술은 그리 알콜 도수가 높지 않습니다. 맥주는 4도 정도에서 높아도 12도 수준이죠
과일이나 꿀로 만든 술도 도수는 높지 않습니다.
멀리 돌아 왔는데 이제 동아시아 삼국의 '누룩'이야기를 해 볼까요?
누룩은 만들기 어렵기도 하고 쉽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
누룩은 먼저 밀이나 쌀을 가루로 만들어서 덩어리로 뭉쳐 줍니다 .그리고 곰팡이가 슬도록 일부러
방치합니다. 그럼 밀이나 쌀을 먹이로 삼는 누룩곰팡이가 달려들어서 신나게 번식을 시작하죠.
군대 다녀오신 분은 수류탄의 뇌관의 역활을 쉽게 이해 하실 수 있습니다.
누룩곰팡이가 잘 번식된 누룩덩어리가 뇌관이 되어서 찐쌀이나 찐밀에 들어가서 팡! 하고
터지는 거죠. 자연의 섭리가 오묘해서 누룩에는 보통 발효의 과정을 담당하는 효모도 같이 번식이 됩니다.
위 그림은 고급술에 사용되는 "이화곡" 이라는 쌀 누룩입니다. 당구공 크기의 솜뭉치 같죠.
누룩곰팡이로 만든 술은 도수가 높습니다 15~20도 사이를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약주, 청주, 백세주 뭐뭐 이런종류의 술이 만들어 집니다.
참고로 약주란 말은 조선시대에 흉년이 들어서 금주령이 내려지면 양반들이 술이 아니라
약을 먹는다면서 구라치던 버릇에서 나온 말입니다. 요즘 절에서 '곡차' 먹자는 말과 비슷합니다.
7~10일 가량 발효시켜서 위에 뜨는 맑은 술을 걷어내고 남은 술을 마구 걸러서 낸 술이 막걸리 입니다.
막걸리도 실은 약주와 같이 도수가 15도 이상이 되죠. 다만 서민들의 술 답게 여기에 물을 타서
알콜 도수를 낮추는 편법을 사용하기는 합니다만..
누룩곰팡이는 힘이 맥아에 비해서 아주 아주 쎕니다.
위에 이화곡의 경우 쌀로 술을 빚으면 알콜도수가 20도 가량에 다다르게 된 후에도 계속 쌀을 당분으로
분해합니다. 그러나 알콜도수가 20도 수준에 이르면 알콜의 살균작용으로 더 이상 발효가 되지 않고
대신 전분 => 당분의 당화작용만 일어나게 되죠. 그래서 달콤하면서도 신 냄새가 확 나는 술이 만들어 집니다
특히 찹쌀을 이용한 "이화주"는 보기에 떠 먹는 요플레와 아주 흡사한 모양의 특한 술이죠.
*공장표 막걸리가 맛이 없는 이유
맛 없는 쌀을 쓴다. 수입쌀을 많이 사용한다. 발효기간이 짧다. 3일 발효 후 출하는 양조장도 많다.
술이 익은 후에 약주를 떠내고 남은 술이 막걸리가 되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막걸리를 만들기 위해서
대충 발효시켜서 7~9도 수준에 이르면 물을 타서 도수 낮추고 걸러서 병에 담아서 출하한다.
막걸리 소비자들은 파란 바나나 먹는 것과 똑같다고 보면 된다. (실은 더 한심하다)
그래서 맛이 없으니 각종 첨가제와 아스파탐 들어간다.
원래대로 오나전 발효를 시키면 막걸리에 첨가물을 넣지 않아도 단맛이 난다. (아주 조금이지만... )
한국맥주에 실망해서 홈블루잉의 세상으로 들어 왔더니만 막걸리도 별 수 없더구만.
별수 없이 요즘 난 막걸리도 만들어 먹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