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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gomin_1199191
    작성자 : 익명ZWVob
    추천 : 2
    조회수 : 277
    IP : ZWVob (변조아이피)
    댓글 : 2개
    등록시간 : 2014/09/11 14:00:32
    http://todayhumor.com/?gomin_1199191 모바일
    하찮은 일이지만 정말 우울


    우울
    우울

    학교는 이틀째 빠지는데

    사실 꾀병

    그리 힘들지도 않다

    그냥 가기 싫었다

    그리고 나 비싼 사립학교 보내느라 뼈빠지게 일하시는 부모님 

    내 성적 A A A A C B B A

    정말 개같이 힘든 과목 세 개

    영어는 항상 내 발목을 잡는다

    학교에 가서 앉아있으면 고통스럽다

     친구가 없는 것도 아니고

    학업이 정말 죽도록 싫지도 않지만

    회의감이 든다 나는 왜 여기 아무런 노력도 의지도 없이 앉아있는가?

    거 참 배부른 소리 지껄이고 자빠졌다 

    나 혼자 자답하고

     나는 점점 나락으로 꺼지는 기분이 들고

    차라리 아무 생각이 없어서 "아 학교~ 자주 빠졌죠~ 부모님 돈 빼서 놀았죠 흥청망청~"

    라고 웃으며 이야기할 수 있었더라면 좋겠다

    물론 그것도 성공한 사람들 이야기이지

    나는 내가 원하는 대학을 갈 수 있을지조차 불투명하고

    내 성적은 하루아침에 와르르 무너질수도 있는 공든 모래탑

    공을 그렇게나 많이 들였는데 시험 하나에 판도가 뒤집히는 그것이 너무나 너무나 두렵다

    무섭다

    그리고 생리통

    하루종일 한없이 우울해지는 것도 싫다

     그러니까 이렇게 에세이 팽개치고 학교나 빠지고 있지

    쓰레기

    우울하다... 
    남들에게 별 것 아닌 일이겠지만 나는 딱 나의 좁은 세상을 꽉 채울만큼 
    우울하다

    나는 좁게 살고 좁게 보고 오직 나밖에 생각하지 못하는 좁은 사람이라서 남의 기분에 능하지 못하고

     또한 미래를 내다보며 열심히 노력하는 것 역시 하지 못한다. 왜냐하면 천성이 생각하기에 게으르며 한치 앞 내다보기도 힘겨워하기 때문

     나 가진 재주라고는 오직 언어였다. 나의 게으름을 그럴듯한 글재주로 포장하여 사람들에게 내놓으면 대개 그들은 나의 전문성을 신뢰하고 나의 하지도 않은 노력을 인정하고는 했다

    그리고 이곳에서 그마저 잃었다

     이제 나의 게으름은 정직하게 성적으로 그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나는 그것이 두려웠고 두렵고 또 부끄럽다

    천성이 게으르기를 이것도 고쳐질 수는 있겠지만 평생의 습관을 일 년 만에 뿌리뽑기란 바닥에서 맨손으로 기어오르듯 하였다

    이는 마치 뒤에서 용암이 쫓아오는데 평생 달린 적 없던 거북이가 바다로 내빼는 격이다 나의 경우에는 그 반대로 용암 속으로 내빼는 격이다

     꼴이 우습다

     죄책감과 무기력감이 버무려진 기만은 굉장히 아플텐데도 여전히 달아서 쉽게 뱉기가 힘들다. 나는 분명 내일도 생리통이라는 핑계로 학교를 가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우울하다는 팔자좋은 소리나 하고 있겠지

    그리고 정말 그렇게 믿을 것이다 나는 지금 우울하다고

    단지 도망가고 싶은 주제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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