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두시까지 개표방송 보다가 출근 걱정이 되어 억지로 잠들었습니다. 윤석열이 당선되어 있더라구요. 처음에는 믿기지 않다가, 윤석열 뽑겠다던 친구들에게 화가 났다가, 그 분노의 화살을 정의당에도 돌렸다가, 혼자 속으로 난리를 쳤습니다. 지금은 그저 착잡해진 마음에 제 이야기를 털어놓고 싶어졌습니다.
부모님은 학생운동을 하셨던 50대십니다. 성인이 되기 전까지 저에게 정치 얘기, 역사 얘기 꺼낸적 없으십니다. 제가 대학에 들어간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세월호의 비극이 일어났습니다. 아무것도 몰랐던 저는 엄마가 왜 우는지 알 수 없었습니다. 엄마를 따라 유가족 분들을 만나뵙고 난 후에야 함께 울었습니다.
그 후 위안부 문제에 관심이 생겼습니다. 그 해 말에 박근혜 정부가 한일합의/국정교과서 저질렀습니다. 열심히 대학에서 싸웠습니다. 다음 해 박근혜 탄핵 집회도 열심히 나갔습니다. 남들보다 조금 특별한 경험을 간직한 채 사회로 나왔습니다.
지난 5년이 굉장히 평화롭다고 느꼈습니다. 문재인 정권? 민주당 180석? 와닿는 거 없었습니다. 그렇지만 화나는 일도 없었습니다. 대학을 벗어나니 이제는 역사,외교 정책보다 경제 정책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이재명 후보를 지지하게 된 계기가 있습니다. 유튜브에서 이재명 성남시장 때 발언 영상을 봤습니다. 그 때부터 지금까지 변하지 않는 이재명 후보의 정책이 있었습니다. '보편 복지'. 안철수 후보와 토론회에서 주고 받은 공평과 평등 논쟁 기억하시나요? 그때 이재명 후보는 "담장을 없애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죠."라고 했습니다.
이재명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나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든 내가 살아갈 의지만 있다면 국가에서 나를 책임져 주겠구나 싶었습니다. 돈이 많든 적든, 나이가 많든 적든 살아가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것들을 지원해준다는 것이 저에겐 큰 안정감을 주었습니다. 그래서 이재명 후보 찍자고 말하고 다녔습니다.
근데, 박근혜 탄핵집회 가자고 저를 잡아끌던 친구가 윤석열을 찍겠다 하고, 문재인 대통령 너무너무 좋다는 친구가 윤석열 찍겠답니다. 돈 없어서 매일매일 쉴 시간도 없이 야근하고 주말 출근까지 하는 친구가 윤석열 찍을거라 하고 알바,배달,택배상하차 전전하는 군대 후임도 윤석열이랍니다.
솔직히 아직까지도 왜 쟤들이 윤석열 좋아하는지 이해가 안됩니다. 이해가 되면 억울하지라도 않지... 이재명은 범죄자라서 싫다고 합니다. 단지 그 이유때문에?
오늘 오유 눈팅해보니 주로 계신 4~50대 분들께서 많이 허탈하신 것 같습니다. 서운하고 불안한 마음에 '우리도 이기적으로 살겠다' '너네가 뽑았으니 알아서 해봐라' 이렇게 말씀하시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저희도 무섭습니다. 오늘이 지나면 다시 관심 가져주세요. 청년들의 고민에 귀 기울여 주세요. 한번만 더 손 잡아주세요. 윤석열이 잘하는지 못하는지 옆에서 같이 지켜봐 주세요. 저는 사회를 아직 잘 몰라서 위에서 시키면 하고, 맞다 그러면 끄덕입니다.
오유를 많이 하지는 않았지만 언론에 의구심이 들 때면 한번씩 들어왔었습니다. 다양한 관점을 공유하며 토론하던 오유가 그리워지네요.
쓰다보니 길어졌는데 그냥 저같은 20대도 있다는거 다시 알려드리고 싶었습니다. 5년간은 저도 살아남기 위해 치열하게 살아야겠죠? 응원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