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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gomin_119812
    작성자 : 나그네.
    추천 : 0
    조회수 : 590
    IP : 210.104.***.200
    댓글 : 9개
    등록시간 : 2011/02/13 01:51:21
    http://todayhumor.com/?gomin_119812 모바일
    고시란 것...그리고 인생
    사법시험 1주 전. 그리고 난 여기에 글을 쓰고 있다. 

    붙을 실력이면 고민도 안했겠지? 

    이번엔 솔직히 공부할 시간이 너무 적기도 하고 

    나 스스로 방황하면서 많은 시간을 허비한 터라 점수가 좀 낮게 나온다. 

    합리화일 수도 있고. 그거에 비해서도 점수가 너무 낮은거 같긴 한데....

    내가 고시를 시작한 이유는 하나다. 솔직히 법관이 별로 부럽진 않다. 

    삼촌이 부장판사이고 지인 역시 검사인데 그다지 월급도 안 많은거 같고 

    행복해한다기보단 오히려 그들 스스로 "그래 ... 이렇게 힘들어도 

    남들이 다들 부러워하는 직업 아니냐... " 라고 행복하다고 합리화하는 느낌마저 들었다. 

    바로 성취감. 그게 내가 고시를 시작한 이유다. 

    내가 대학을 붙었던 바로 그날. 난 그날 하루를 통째로 비디오로 머리속에 가지고 있다. 

    고3때 성적으로 인한 스트레스와 그로 인한 성격의 예민화, 기존에 가지고 있던 

    대인관계의 편협함이 어우러져 약한 따돌림까지 당하며 그 악순환을 이겨내지 못하고 

    결국 재수까지 해서 그런지는 몰라도 

    난 대학 붙었을 때 정말 좋았다. 표현할 다른 말이 없다. 그냥...너무 좋았다. 

    합격자란에서 내 이름을 확인하고, 진짜 물밀듯이 감동이 밀려들진 않았지만 

    '이제 끝이구나...' 란 생각과 출근하시며 '축하한다. 아빠한테 전화드리고 

    할머니한테도 전화드려라' 라고 어머니가 말씀하시던 기억이 난다. 

    친구들과 영화보러 갔던 기억도 나고.... 

    어머니는 내가 대학합격 전 '아마 대학 붙어도 그 좋은건 몇개월이면 끝일 거다. 

    앞으로 더 많은 난관이 기다리고 있을 테고 인생은 그때 비로소 시작이다' 라고 하셨다. 

    하지만 아직도 그 기분은 간직하고 있다. 정말 너무좋았다. 너무.너무.너무. 

    그리고 대학와서 난 실컷 놀았다. 대학생들이 해봐야 할일 리스트들 보면 

    난 엔만한 중요한 건 다했다. 많이 한것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적은 것도 절대 아니다. 

    그러다 보니 다시 한번 그때의 느낌이 그리워졌고 그래서 고시를 시작했다. 

    그런데 지금 나를 보면..... 그때의 입시때와 약간 비슷해지는 거 같다. 

    나는 19살 겨울 때 입시의 실패를 겪고 따돌림까지 당하며 남들을 용서하는 법, 행복의 본질, 

    삶의 목표 등을 템플 스테이도 다니고 책도 읽고 스스로도 많이 생각하며 고민하였다. 

    그리고 19살 때 애들 앞에서 '너 친구 없잖아. 아냐? 있어? 누군데? 말해봐' 라며 무시당하던 내가 

    23살인 지금은 주위에 사람들이 꽤 많은 편이고 적이 없다. 이건 자신할 수 있다. 

    나에게 적개심을 품는 사람은 거의 없다. 주위 사람들도 나한테 그렇게 말하고. 

    이렇게 강해진 터라 입시때만큼은 아니다. 

    하지만..... 문제를 풀고 주위 사람들보다 저조한 점수에 스트레스 받고 엄마아빠한테 투정하고 

    자괴감을 얻어가며 스스로 자학하는 내 모습은 내가 성취감을 얻기 위해, 그로써 

    행복함을 얻기 위한 내 목적과 너무도 배치된다. 

    고민된다. 한 2년 해서 후딱 끝내버릴 두뇌라면 잠깐 참고 하면 되긴 할거 같은데 

    -하긴 3년 해서 붙은 내 고등학교 동창 설법도 나보고 하지 마라고 하더라. 

    진짜 뒤지는 줄 알았다고. 내가 볼 때 그놈은 머리 좋아서 쉬웠을거 같은데 

    이렇게까지 나 스스로를 학대하며 이걸 해야 하느냐. 

    그렇다고 여기와서 물러서기엔 내 자존심이 뭉게질 것이고 패배의식을 지울수 없을 것 같고 

    주위 시선도 솔직히 조금 두렵다. 

    그렇다고 계속 하자니 붙어도 다시 한번 2년간 피튀기는 경쟁에, 판검 임용되어도 그 끝없는 서류더미에서 

    헤엄치는 나를 생각하면 이게 나한테 맞나 싶기도 하고 

    이렇게까지 나를 학대해가며 그 성취감을 얻으려 드는게 맞는가 싶기도 하고 

    떨어지면 어쩌지 그동안 버린 내 청춘은 어쩌지 이 생각도 든다 

    만감이 교차한다 행복에 대해 정말 많은생각을 해봤는데 

    '인간은 왜 사는가' 라는 주제로라면 진짜 내 생각을 풀어서 한권의 책을 쓸수도 있을거 같은데 

    내가 시간 날때마다 이런 비슷한 주제로 깊은 생각에 잠기곤 하는데 

    잘 모르겠다. 진짜 잘 모르겠다. 

    대학은 일단 붙어야 하는 거다. 모든 행복은 대학 붙고 나서이다. 왜?

    난 공부 말곤 남들처럼 장사를 잘한다거나 하는 재주가 없으니까. 

    그런데 지금은 다르다. 반드시 이걸 해야 할 이유는 없다. 

    다른 길도 얼마든지 있다. 

    이번에 안되더라도 내년까진 분명히 열심히 할 것이다 내 성격상. 

    근데.... 그냥 너무 혼란스럽다. 내가 걷는 이 길이 맞는건지. 

    내 환경상 고시 안해도 먹고 살길은 분명히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성취감을 위해서, 변호사자격증이라는 보험을 위해서, 

    주위의 부러워하는 시선을 즐기기 위해서, 돈을 더 많이 벌기 위해서

    하고 있는게 맞나 흔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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