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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sisa_1195917
    작성자 : 변비엔당근
    추천 : 12
    조회수 : 1819
    IP : 172.70.***.13
    댓글 : 47개
    등록시간 : 2022/03/06 07:22:51
    http://todayhumor.com/?sisa_1195917 모바일
    어느 20대 여성의 후보 정한 이유

    긴데 

    생각이 정말 대견하고 기특하네요.

    정리도 잘 하고 논리적이고.

    우리 모두가 배울점 같습니다.

    --------------

    오래 고민했는데 본투표날 1번 찍고 오려고.

      

    나는 20대 여성이고, 진보성향이지만 뚜렷한 지지당 없이

    1번부터 끝번호까지 공약집 전부 정독하고(당연히 2는 아웃) 오래 고민하다가 박지현님 선언 듣고 요며칠 1번남/2번남 이슈까지 보면서 결정했어.

      

    왜이렇게 고민이 오래 걸렸는지에 대해 말 해 볼까 싶어서 글 적어.


    사실 평소 갤은 거의 안해서 말투나 은어같은 건 잘 모르는데

    마음 정하고 여기 글 쭉 읽으면서

    여기 있는 사람들은 진지한 글에도 비웃지 않고

    이야기 들어주는 것 같아서 별 일 아니지만 용기내서 쓰는거니까

    그냥 들어주기만 해도 좋을 것 같아. (읽기 싫으면 쓰루해)



    1. 말했듯이 나는 20대 여성이고, 요근래 몇 년 동안 친구들 또는 여성 지인들과의 모임에서는 당연히 여성 관련 의제가 주였어.

    우리가 나누는 이야기가 주로 어떤 것이었을까.

      

    여기 있는 사람들 중 남성들, 특히.. 이른바 1번남이라면 주변의 여성 지인들이 주저하며 한 두개씩 일화를 털어놓는 걸 들었던 경험이 있었을 지도 모르겠다.


    (그러면 안되지만) 당연하게도 한 사람당 적어도 한 번 이상의 성희롱 혹은 스토킹 등 성범죄에 노출된 경험이 있고, 모두 페1미니즘이 가시화되기전까지는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한 것들이었어. 나만 그런 일이 있었는 줄 알았는데, 너도? 야 너도? 너도?.......



    몇 년 전 미투사건<이 들불처럼 일었던 때를 기억하지. 지금 그 의미가 어떻게 정치적으로 받아들여지는지 모르겠지만, 우리의 미투는 정치를 위한 게 아니었어(적어도 나와 내 친구들의 대화에서는). 야 나도.. 라는 말이 친구들 입에서 나올 때는 그냥 슬펐어. 어떤 자리에 가도 모두의 경험이 넘쳤거든. 그런 일은 일어나면 안 되는 일인데도 동시에 모두애게 일어나고 있었어.



    2. 나의 경험 한 가지만 짧게 서술 할게. (누군가는 모든게 주작이길 바라겠지만 나에게 고작 이 글을 위해 내 경험을 지어낼 이유가 뭐가 있겠어?)


    대학 동아리 총 회식에서 3살 많은 남자 선배가 신발끈을 묶고 있던 나에게 다가와 내 다리를 만지고 몸을 부딪혀오며 손목을 붙잡고 3차까지 가자며 놔주지 않았어. (몇 분의 대치 끝에 다른 남자 선배가 떨궈줌)

    힘으로 빼봐? 뺄 수 있어? 빼봐!  하던 목소리가 아직도 생각나네.

    다른 테이블에 가려고 하면 손목이든 팔뚝이든 잡고 끌어와 앉혀서 술을 따르게 시키고. 뭐 그런 뻔한 얘기.


    3. 그런데 단지 그런 직접적인 경험만이 우리를 절망하게 했던 건 아냐.



    위와 같은 간단한 일화에서도 알수 있듯이

    같은 남자 중에서도 가해자 쓰레기도 있고 나를 도와주던 착한 남자선배도 있어. 목격한 사람도 있고.

    이야기를 들은 지인들과 선배들은 같이 화도 좀 내주었어.

    어떤 남자 선배는 그 새끼 내가 패줌ㅇㅇ 하기도 하고.


    근데 나는 결국 그 사람한테 사과 하나 받지 못했어.

    나는 그 때 20대 극초반이었고, 대신 화내준다던 남자 선배들의 말을 믿었는데

    며칠 뒤에 그새끼랑 같이 하하호호 술마시며 놀더라고.

    얼어붙은 나를 발견하고 나서야 아맞다. 그런일도 있었지?

    야이새끼야 적당히 해야지~ 웃으면서 자기들끼리 봐주고.

    그 곳에서 나는 완전히 잊혀진 대상. 안주거리.


    이 때쯤 되면 누가 모르겠어.

    아. 나를 지켜줄 수 있는 건 나 밖에 없구나.



    4. 좀 더 일상적인 이야기들은


    흔하지. 대학가 근처에 자취했었는데

    1) 술취한 놈들이 문고리를 잡고 흔들고 비번을 마구잡이로 눌렀고

    2) 사귄 지 일주일밖에 안 된 놈이 친구들이 여친 자취한다니까 부러워했다 ( = 니랑 언제든지 공짜섹스할수있어서 좋다, 나는 일주일된 여자친구의 신상을 여친도 모르는 친구들에게 줄줄 불며 19금 농담을 한다) 고 농담하고..

    기타 등등이 있는데


    글이 너무 길지? 미안. 줄인다고 줄였는데도.

    근데 우리네 인생은 더 길고 일상적으로 고달프더라.



    5. 그게 내가(여성들이) 여성 정책에 생존을 거는 이유야.


    사실 나의 저 정도 경험은 그다지 별 거 아닌 일일 거야.(나의 개인적인 고통은 차치하고서라도) 신고하기에도 조금 오래되었고. 한다 해도 나를 강1간한 것은 아니니까 그냥 합의해주라고 하거나 풀려났겠지. 더 상황이 나빠진다면 합의금을 노리고 거짓말한 여자가 되었을 수도 있고, 경찰서에 다녀와 미래가 불투명해졌다는 이유로 도리어 그새끼가 나를 원망하며 더 심한 범죄를 계획했을 수도 있겠지.

    (그새끼는 대기업에 합격해서 잘 살아^^)


    그런데 세상에는 여성 뿐 아니라 아동, 청소년 수많은 약자 (여기서 약자는 신체절..등등의 약자보다도 법과 사회로부터 보호받기 어려운 사람을 말해)  를 향한 더 추악한 범죄가 매일같이 일어나고 있어. (N번방 등)



    이 번에는 별 일 아니게 지나갔다지만, 나의 삶에 있어서 과연 이 나라가 나에게 그런 범죄에 대해서 안전을 보장해줄까?


    또 더불어 살아가야 할 동료 시민들(남성들)이

    나에게 피해를 줄 사람인지 안심해도 될 사람들인지 어떻게 구별할 수 있을까?



    6. 근데 그걸 이번 이슈(1번남/2번남)에서 약간의 힌트를 얻은 거지.


    왜냐면 이번 대선에서 이준스톤과 2번 후보가

    여성을 증오 대상으로 삼고 목소리를 높여가면서

    그런 2번 후보를 지지한다는 사실만 알아도

    어떤 형태로든 나(여성)에게 피해를 줄 사람들 (말, 태도, 범죄 등등)

    이라는 걸 알 수 있게 되어 버렸거든.

      

    7. 그리고 여기 갤주와 이른바 1번남들에게 하고싶은 말이 있다면


    1번남의 정의는 1번을 찍은 남자라지만.

    그 안에 담긴 의미가

    타인과 약자를 배려할 줄 알고

    싸움보다는 토론을, 누구 탓보다는 해결문제를 강구하는 방향이

    옳다고 믿는 남성들이라면.



    사실 위 일화에서 알 수 있듯이,

    또 우리가 여러 번 목격하였듯이,

    누군가에게 직접적인 가해를 가한 사람 말고도

    그 피해 사실을 들었을 때 보여준 남성들의 태도 등으로 인한 2차 가해 역시 심각하다는 걸 알 거야.

      


    흔히 알려진

    <여성들은 모든 남자를 잠재적 범죄자로 보며 모든 한1남을 증오해>

    의 뿌리는 야...결국 믿을 사람 아무도 없더라...에서 나온 갈래거든.



    하지만 그렇게 영원히 서로를 외면하며 사는 게 답일까?

    아마 아닐 거야.



    이번 이슈로 인해 겉으로 드러난 수많은 혐오 표현과 과격한 싸움들이

    사실은 2번남의 열등감을 비롯하여..기타 갈등으로 인해 이득을 얻고자 하는 사람들의 아주 질나쁜 분탕질임을 이제라도 알았고,

    비로소 우리가 오랜 혐오의 시대를 격파하고자 한다면


    이제는 우리의 이야기를 오해 없이 들어줄래.


    그리고 그 이야기를 물고씹고즐기지말고

    주변 동료 시민의 이야기로 들어줄래.


    2번남들이 타도해야 외치던 페1미의 가장 깊숙한 본질은


    8. 동등하게, 안전하게 살고 싶어. 그 뿐이야.

    그래서 1번을 찍기로 했어.

    누군가는 2030녀의 마지막 기회라지만

    나에게는

    어쩌면 나의 친구가 연인이 가족이 될 수도 있는

    어떤 남성들에 대한 마지막 기대야.

      

    새벽에 긴 글 읽어줘서 고마워. 좋은 하루 보내.


    (+) 약간의 우려를 받아 덧붙히자면

    대가리꽃밭처럼 1번을 찍으면 다 잘되겠지. 좋은 세상이 바로 오겠지.

    라는 기대를 품고 찍는 것은 아니야.

    당연히 모든 변화는 아주 느리고, 어쩌면 정말 미세하게 달라져서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겠지.


    내가 기대를 건 것은 명확한 변화보다는 방향성일 뿐이야.

    적어도 어떤 게 옳고 어떤 게 아닌 것인지는 구별할 줄 안다고 생각해서야.

     

    그게 지금 우리가 이런 이야기도 어떤 욕설이나 혐오 표현 없이 대화할 수 있는 이유고.


    출처 https://gall.dcinside.com/mgallery/board/view/?id=leejaemyung&no=698781&page=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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