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 알바를 좀 구할 필요가 생겨 편의점 한 곳에 면접을 보러 갔습니다.
사장은 중년의 여사장인데, 전 근무자(제가 일하게 될 경우 제 직전까지 제 시간대에 근무하던 근무자)가 사장 오기 전에 말하길 사장이 워낙 꼼꼼한 성격이라 청소상태라든지 그런 걸 중요시 본다고 하였습니다. 그거야 뭐 해당 브랜드 편의점 일을 이미 1년 정도 해본 제게 그런 청소는 일도 아니니 대수롭지 않게 넘겼습니다.
부재중이었던 사장이 한 15분 정도 뒤에 들어왔고 바로 면접을 하게 되었는데,
저는 정말로 경력이 있었고 편의점 굴러가는 생리나 포스 사용을 비롯해서 가게 들어가서 딱 매대 위치나 청결상태 보면 견적이 나오기에 그걸 강조했습니다.
난 일 하는 데 문제 없이 바로 투입가능한 사람이다. 경력도 상당하고 이전 근무지 사장님과도 아주 좋게 마무리짓고 나왔다. 원하시면 전 사장님께 직접 전화해서 확인시켜드릴 수도 있다.
근데 이 말을 듣고도 사장 하시는 말씀하야 이런 것이었습니다.
'난 자네가 경력이 있다는 걸 확인할 필요가 굳이 없다. 그 경력이나 근무태도나 실력은 내가 겪어봐야 아는 것이다. 그러므로 당분간은 수습기간으로 적용해서 급여를 적게 줄 수밖에 없겠다'
이게 무슨 소리?
정 경력이나 태도를 확인하고프면 전 사장을 통해서 확인하면 그야말로 단박에 보증되는 것이거늘 저렇게 말하는 것은 그냥 급여를 적게 주고 싶은 것 외에는 무엇이겠습니까?
그래서 아 그러냐 급여를 얼마나 주시려고 그런 말씀을 하시는가 싶더니 4500원이라고 합니다.
참고로 야간근무자도 시급이 최저임금이 못된다고 하네요. 5천원이라고 했던가?
아주 법 위에 있습니다. 그려?
제가 그동안 이전에 다른 일 하면서 주휴수당 잘 못챙겨받은 것도 있고 해서 이번 알바는 주휴수당도 제대로 받아내려고 생각하고 갔건만 이건 뭐 최저임금조차도 안주겠다고 아주 당당히 말하고 있으니 주휴수당은 웃기는 소리가 되는 거죠.
어차피 일 하기로 한 거, 다른 근무자들 근무하고 있는 앞에서 당당히 따졌습니다. 두 명이 있었는데 한 명은 이제 주말 오전타임 하려고 오늘 와서 일 배우고 있는 사람이었고, 다른 한 명은 아까 말한대로 이제 그만둘 것을 앞두고 있는, 바로 제가 일을 시작해야 그만둘 사람인데, 그 사람들 앞에서 아예 대놓고 따졌죠.
최저임금 불법인 건 알고 계시냐, 나야 이렇게 이 얘기 듣고 아예 일 시작 안하지만 다른 근무자들이 그만 둔 뒤에도 최저임금 제대로 안 준거 임금체불로 진정 넣으면 그에 응해야 되는 것도 아시냐, 근로계약서는 쓰셨나 등등
근로계약서는 썼다고 합니다. 근데 그 근로계약서에도 최저임금 이하의 임금 기준으로 기록되어 있다고 하더군요. 그건 무의미하죠. 그래서 그거 무의미한 건 알고 계시냐고도 따졌죠.
더 이상 을 관계도 아닌 일반인 입장인 이상 아주 가열차게 쏘아댔지만 사장도 자신이 불법을 행하고 있는 자각과 가책은 있는지 적반하장으로 나오진 않더군요. 기본적인 사람 대하는 태도만은 올바른 사람인지 (자신이 직접 교직생활을 해왔던 사람이란 말도 했습니다.) 그게 불법인 건 모르는 게 아니지만 자신도 살아야 할 것이 아니냐, 사장이 한달에 가져가는 돈이 100만원이 안된다고, 브랜드편의점이라 회사에 바치는 돈이 너무 많아 힘들다는 겁니다.
그래서 반문했죠. 그래 그럼 알바들도 사장님이 저지르는 불법 때문에 급여가 100만원도 안되는데 그건 생각 안하시냐고, 왜 윗선에서 그렇게 행패부리는 걸 애꿎은 근로자 그것도 20대 초반밖에 안되는 친구들에게(저는 27입니다. 알바는 이것저것 많이 해봐서 온갖 꼴은 다 보았죠. 좋은 경우도 많았습니다.) 급여를 법으로 보장하는 수준조차도 못 주는 식으로 해결해선 되겠냐고 아주 대놓고 막 쏘아댔습니다.
안 그래요? 브랜드편의점이라 사납금이 과중하면 회사에 항의를 하든가 하셔야지 손해를 근로자에게 떠넘기는 건 무슨 경우입니까?
아니면 브랜드 없는 자가운영점포를 하시던지, 알바인건비를 줄이고 싶으시면 스스로 업무를 보시든가. 대놓고 불법을 저지르면서 그건 어쩔 수 없다?
그건 사장 당신 사정이죠. 엄연히 공적인 계약관계이고 타인인 근무자에게 자신의 부담을 떠넘긴다니?
아, 맞다 빼놓을 수 없는 한마디도 하시더라고요. '이 친구들은 이 시급에 동의하고 이렇게 쭉 근무해온 거고 그에 맞춰 나는 가족같이 대해주고 있다.'
아 가족같이요?
퍽도 가족이시겠어요.
이전 근무했던 편의점 사장님은 본인이 적자가 나더라도 꼭 근무자 급여는 튼튼히 챙겨주시고 제 업무를 인수받을 새로 온 친구 잘 가르쳐달라고 함께 근무하게 해 주셨었지요.
그리고 그 친구는 견습이라고 해서 급여를 덜 준 것도 아닌, 저와 그 친구 모두에게 하루 일당을 제대로 주셔서 그날 당일엔 2인분 일당을 주시기도 하셨단 말이죠.
물론 그게 당연한거고 옳은 것이지만 그런 사장님 가게에 일을 해보고 난 뒤에 이렇게 평택에서 일을 하려니 참..어이없는 경우가 생기네요.
PS:
아참 알바사이트에는 당당히 최저시급 5210원으로 공고를 올려놓았더군요^^
이거 엄연히 거짓말이고 사기 아닌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