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나쁜 놈인가요?
얼마전에 모 기사를 (제가 한 일을 떠올리게 하는 언론기사였음) 보고서 우울했는데
오늘 또다시 마음이 무거워져서 글을 씁니다...
오늘 회사 사람들에게도 물어본 내용인데,
우리회사 사람들 오유하는사람 많은거 알지만
우리회사 사람들만 읽지는 않길 바랍니다...
전에 시골을 갔었어요.
그래서 할머니댁 동네 시골 어르신들을 뵐 일이 있었는데
어르신들이 스마트폰을 갖고계시면서 그걸로 아무것도 못하시는거에요.
완전히 아무것도 없는 스마트폰을 쓰시더라고요.
그래서 음하하 하고 나섰어요.
그래서 카톡 깔아들이고 카스 깔아드리고
아드님 며느님 전화번호 뭐에요? 하고 여쭤봐서
다 입력해 드리고
며느님 카스 들어가서, 아들과 며느리가 자기들끼리 놀러간거,
뭐 맛있는거 시켜먹은거, 며느리가 자기 친구들과 맛집가서 찍은사진 다 탈탈 보여드리며
어때요?
신기하죠?
그죠?
그리고 동네를 아주 우오오~ 이거 좋구나~ 하게 만들었고
허허허 요즘 이런 젊은이는 없어.
아주 좋은걸 알려주었구먼.
아주 좋은걸 알려줬어.
아주 좋은걸 알려줬고 말고.
음. 좋아, 아주 좋아.
암, 아주 좋고 말고. 아주 좋아.
뭐 이랬는데...
혹시 그 어르신들이 자제분들에게
"너희들끼리만 맛난것 먹고 다니니 좋더냐?"
그러면 어쩌죠?
할머니께서, 아주 싹 가라앉은, 에미야 국이 짜구나 하는 표정으로
"나다. 방가방가 며느리... 좋더냐?"
그러면 어쩌죠?
아... 사진 캡쳐하고 뿌리는 것까지 다 가르쳐줬는데....
"네가 찍은 인증샷이 여기 있는데 발뺌할 것이냐!!!"
그러면 어쩌죠?
"돈이 썩어나냐?"
"넌 네 서방이 버는돈으로 이런거나 친구들과 먹고다니냐!"
"저번에 에미 뭐 필요하달때는 안해주더니, 너희들은 해외여행을 하고왔냐!"
"에미애비 푸성귀 먹는동안 너희는 서양고기 처먹으니 좋더냐!!!"
이런 순서로 발전하는건 금방인데...
저는 그때 어르신들 도와준답시고 나서 열심히 애썼지만.
자녀들의 공간이라는게 따로 있고
부모님 시부모님과 공유하는 공간이라는게 따로 있는데
그걸 제가 무너뜨린거면 어쩌죠?
그것뿐만이 아니에요.
자제분들의 스마트폰과 사이버공간이 시월드의 한 영역으로
합병되어 버린것은 뭐 그렇다 쳐도
가만 생각해보니까 그 동네 어르신들끼리도
스마트폰이 없던 시절에 비해
뭔가 위기가 찾아오지 않을까 싶어요.
어르신들끼리 카톡하면서, 좋은 얘기들보다도
"내 며느리가 이런 선물을 사주었다"
"박씨 아들은 런천미트 깡통만 보냈다지?"
"김씨 손자는 계속 고시 떨어진다며?"
"그 시험, 건넛집 손자 영식이는 작년에 붙었다던데?"
"그런데 영식이는 김씨 손자보다 공부 늦게 시작했다던데?"
"최씨네 손녀는 취직도 못하고 얼굴도 영 글렀더라."
...뭐 이러면 어떡해요?
스마트폰이라는 기계의 동작은 과학기술의 영역이지만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것은 인간 행동의 영역이기 때문에,
좋은것보다는 나쁜것이 더 잘 퍼질텐데....
어떻게 하죠??
제 책임 아니죠?
저는... 저는... 프로메테우스인가요? 아니면 에덴동산 인구 전원에게 선악과를 먹인 뱀인가요?
죄책감에 잠도 안와요.
저 그다지 나쁜놈 아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