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도 기억이 나는데, 2012년 5월 4일 야근을 하다 그동안 출, 퇴근 길에 보기만 하던 오유에 가입했다.
처음 남긴 글은 부끄러워서 지워버렸지만, 책 게시판에 예전 읽던 책에 대한 독후감이었다.
그 뒤 한동안 눈팅만 하며 오유를 즐기다 게시판에 글을 쓰기 시작한 건 얼마 되지 않는다.
오유의 사람들은 친절했다. 내가 다 읽은 책들을 나눔했을 때 그리고 책을 받았을 때 그들은 내게 진심 어린 감사의 메일을 보내줘서
나눔에 대한 보람을 느끼게 해줬다. 그리고 궁금한 것을 물어봤을 때 마치 가까운 사람의 일인 것처럼 친절하게 자신들이 알고 있는
소중한 정보를 공유해줬다.
오유에 글을 쓰면서 사람들과 함께 웃고, 위로를 받으면서 지내던 찰나
한 게시판의 탄생이 나의 오장육부를 전율시켰다.
와우도 하고 디아도 하고 자전거도 타며, 술도 마시지만 다른 게시판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글을 쓰고 싶은 욕망과
'나는 이 게시판에 한 번이라도 꼭 글을 써야해!' 라는 의무감까지 생기게 되었다.
그 게시판은 바로 '똥 게시판' 이었다.
마치 슬라임 같은 똥을 귀엽게 형상화 시킨 아이콘은 똥 게시판에 글을 쓰고 싶다는 욕구를 강하게 일으켰지만,
그러나 여기서 글을 쓰면 '난 흔한 똥쟁이가 되는 거야' 라는 두려움이 먼저 들었다.
하지만 그 두려움을 떨쳐 버리게 된 계기는 바로 어머니와 아들 덕분이었다.
응가를 한 아들의 기저귀를 갈다가 아들이 기저귀속의 응가를 보더니 흥분하고 깔깔거리면서 손으로 만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응가가 묻은 손으로 내 얼굴을...
"안 돼! 삼삼아 더러운 거야! 지지!!"
나의 강력한 제지에도 불구하고 아들은 웃으면서 즐겁게 똥을 만지고 있었다.
그 모습을 흐뭇하게 지켜보신 어머니께서
"너도 어렸을 때 똥을 그렇게 좋아하더니 삼삼이도 똥을 가지고 노는 걸 좋아하는구나." 라고 말씀하셨다.
그래.. 난 어렸을 때 똥을 좋아했었구나. 머리는 잊고 있었지만, 마음속에는 아마 어렴풋이 똥에 대한 추억이 남아 있었나 보다.
그래서 똥 게시판의 아이콘이 전혀 낯설지 않고 가장 귀엽게만 느껴졌던 것이었다.
어린아이들은 똥이나 방귀를 부끄러워하거나 두려워하지 않았다. 오히려 똥과 방귀 이야기를 하면 즐거워하고 열광한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순수함을 잃어버릴 때 사람은 똥이 더럽다고 느끼고 수치스럽다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물론 다 큰 어른이 똥을 만지거나 먹으면 안 되는 건, 그리고 그런 행위를 자랑스럽게 글로 남는 건 본인만의 문제가 아닌 타인에 대한
기본적 예의라 생각한다.
다 큰 어른들은 똥 이야기를 하면 더럽다고 질겁한다. 하지만 아이들은 그런 아빠 엄마의 모습을 보고 즐거워한다.
아이들은 아마도 똥이 자신의 소중한 몸 일부라 생각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결론은 똥게에 글을 쓰는 사람들은 아직 동심을 유지하고 있는 착한 사람들 일 거라는 생각이다.
희로애락이 담긴 그들의 글에서 아직 남아있는 그들의 순수함과 그리고 똥을 좋아하던 어린 아이 시절의 모습을 떠올린다.
이 글을 읽게 되는 많은 사람도 부끄러워하지 말고 자신의 똥 이야기를 편하게 했으면 한다.
그리고 제발 모바일 안드로이드 에서도 똥게 게시판 아이콘이 생겼으면 좋겠다. 아마도 전 세계 유일하게 있는 똥 게시판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