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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작년에 알바 하던 이야기 부터 시작할게
좀 큰 백화점 경비 알바였어.
틀에 박힌 생활을 하다 보면 가장 즐거운게 식사시간이잖아.
근데 갈 때마다 매니저 누나가 누구한테나 웃으며 인사해주는거야.
서비스업이 그렇고, 나 역시 힘들어도 상대한테 웃으며 대했는데, 분위기랑 웃음이랑 해서 진짜 영화에 나온 것처럼 반했어.
근데 저게 내가 21살 때였음.
그리고 집에서 책만 보다가 일터로 쫓겨난 셈이라 여자한테 어떻게 다가가야 하는지도 몰랐어.
그냥 인사하고 조금조금 말 하고 누나 오늘 국 짠듯ㅋㅋㅋ 농담도 던지고 맨날 웃고 그랬는데...하...
11월엔가 내가 아침에 오픈전에 잠자면서 직원들 출입증 체크하다가 잠결에 누나한테 뭔 말을 했었거든
잠결에 뭔 헛소리를 했을지 몰라서 안절부절하면서 점심시간에 '누나 아침에 제가 뭐 헛소리같은거 했어여ㅋㅋㅋㅋ?' 이러면서 물어봤거든
근데 웃으면서 '아니~ 여자가 엄청 좋아할말 해줬는데. 고마워!' 이러고 끝남.
뭔말이냐고 더 물어봤는데 '비밀~' 이러고 ㅋㅋㅋ
그 때 한 말이 방금 떠오름ㅋㅋㅋ
'역시 사복이 유니폼보다 훨씬 예쁘네요 누나'
지젼 아침부터 헛소리 작렬
옆건물 식당 며칠 다니다가 옆 식당으로 외도했다고 농담치면서 서로 웃고 ㅋㅋㅋ
설 지나자마자 내가 그만뒀어. 필요한 돈 다 모았고, 이제 다시 수능 볼 때라고 생각했고, 지금은 재수 좆됐고.
마지막 보는 날에 내가 번호 받았어. 흔쾌히 주더라. 그리고 한 일주일? 카톡으로 연락하다가 연락이 끊겼어. 카톡 자체도 많이 안보는 사람이었던 것 같고
퇴사하고 남은 친구가 연락와서 말해주는데 그 누나 서른넘었다고.... 파견지 치프로 있는거보니까 능력도 좋은거같다고...
접는게 좋지 않겠냐고 던지는데
아....내가 나이를 톡으로 두어번인가 물어도 그냥 어리게봐줘서 고맙다고 한 얘기가 그 때야 이해가 갔음. 암만 넉넉히 봐도 25살이었는데.
진짜 데이트해보고싶었는데...말도 못 꺼내보고 사회적으로 나와 누나사이의 거리가 너무 먼 것을 느끼니까 맥이 없어짐.
그리고 공부 하는둥 마는둥하며 6월 29일까지 지냈어 그리고 지금까지 두달간 폭풍슬럼프
근데 하루하루 멍하니 잠들고 일어나서 밥먹고 자고 폐인처럼 사는데 그 누나가 생각나더라ㅋㅋㅋㅋㅋㅋㅋㅋㅋ.
웃는게 자꾸 생각나는거야 내가 가질 수 없는 그 부드러운 미소랑 우아한 목소리가 떠나질 않더라구.
그런데 다시 생각을 정리할 수록
이 누난 싱글이면 혹시 만나도 어지간하면 결혼을 전제로 하고 만날테고...싱글이 아닐 확률도 있고
나는 22살 4수생에다 좋은 학교도 안 노려볼 지거국+비주류학과+곧 군대도 끌려감+유럽으로 유학 생각중이라 취직은 생각도 안하는 Carpe diem주의자
처해있는 상황이 너무 다른거같아.
감정에 충실하고싶은데 뭐 어떻게 해야될지 모르겠다.
데이트 꼭 해보고 싶었는데 갑자기 생각나서 여기에 써봄.
톡...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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