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 내 입점된 프랜차이즈 커피숖 운영중입니다.
어떤 커피숖에는 사람 명수대로 빙수주문 받는데 네명가서 세명시키고 한명은 음료를 시켰음에도 불구하고, 스푼 하나 더 달라고 했더니
주지않을 뿐더러 굉장히 불친절했다는 글을 읽은 적 있어요.
사실 저희도 프랜차이즈라 분명 에프엠이 있습니다만, 그대로 다 지켜지진 않습니다.
융통성있게 서비스 해드리고 있어요.
대기업 계열 커피값이 제공되는 품질에 비하여 부담스러운 면도 없지 않아 있지만
저희같은 가맹점들은 위에서 물건 발주하라고 뜯기고, 매출은 안오르고 마냥 퍼주기식 장사를 할 순 없다보니
인건비 쫄라매고, 자재비 쫄라매는 방법으로 연명하고 있어요 (사실 망하기 직전)
네명의 젊은 아기엄마들이 이제 아장아장 걷는 정도의 아기들 데리고 오셔서는 빙수하나에 아메리카노 제일 작은 사이즈 한 잔 시키시더군요.
사실 이렇게 주문하시는 고객님들 정말 많습니다.
이제는 딱 보면 나눠 드시겠거니 해서 저희는 원래 내규로는 일일 일잔 주문이 원칙이며 한잔 주문 후, 테이크아웃 컵이나 머그잔 추가제공이 되지 않아요.
그래서 보통은 작은 종이컵 (7온즈정도 되려나요) 정도 서비스 차원에서 무료로 갯수 제한 없이 드리곤 합니다.
대부분?까진 아니고, 대체적으로 고객님들 께서는 고맙다고 하시기도, 다른컵 없냐고 물어도 제공이 안된다고 하시면 알겠다고 하시고는 종이컵 선에서
해결이 되는 편입니다
점포 한군데에서 규칙을 어기게 되면
'어느 점포에서는 해주던데 왜 여긴 안해주는데? 서비스 완전 개판이네' 라는 소리를 듣게 됩니다.
들어보기도 했고, 다른 매니저가 귀찮아서 그냥 해줬다가 다른 점포에서 전화가 와서 '왜 이런 안되는 서비스 해주셨냐고 덕분에 우리까지 욕먹는다고'
한 적 있기때문에 사실 신중할 수 밖에 없어요.
그런데
이 고객님께서 너무나도 당당하게
"컵 좀 주세요. 한 두개정도" 하는겁니다.
저는 하던데로 흔쾌히 종이컵을 제공해 드렸지요(물론 이것도 줄 필요 없는 겁니다만 서비스 차원으로요)
그런데 어이없다는 듯이
"왜 이런거 줘요? 머그잔 줘요."
하시더군요.
"고객님 저희가 머그잔은 제공이 안됩니다."
라고 했더니
"그럼 테이크아웃 컵을 주던가. 나눠 먹을건데 이게 뭐야-"
능글맞고 넉살좋게 이야기하시는 것도 아니고, 정색을 하면서 짜증을 내면서 사람을 째려보면서 큰 목소리로 픽업대에서 그러시더군요.
너무 당당해서 당황..스럽고 혼란스럽고.
"고객님 저희는 일인 일잔이 원래 원칙이라 한 잔 주문하셨을 경우에는 다른 컵이 제공 될 수가 없습니다. 테이크아웃 컵은 음료 나가는 것과 수불이 자동 전산처리 되기 때문에 더더욱 제공이 안됩니다."
뭐대충 요런식으로 (정말 죄송하다는 표정으로ㅜㅜ) 말씀을 드렸어요. 안그러면 그 고객님께서 화낼 것 같았거든요.
그랬더니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아니 저번에는 줬잖아! 저번에는 주더만 이번에는 왜이래?"
아니나 다를까 화를 내고 짜증을 내시더군요.
저도 슬슬 짜증이 납니다. 제가 늘 하지말라고 해도 밑에 매니저가 귀찮으니 주고 치워버리자는 식으로 몇 번 준적이 있기때문에
또 그랬나... 사실여부는 당장은 알길이 없고해서 말씀드렸어요
만약 제공이 되었다면 그 직원이 내규를 어긴거라고요
원래는 제공되지 않으며 그렇게 해드릴 수 없다고.
정말 끝까지 서서는
"아니 나눠먹을건데 컵이 이게뭐야, 여기 어떻게 먹어"
하시는데... 다들 거기 나눠드시거든요.
돈은 한잔만 지불하고싶고 나눠먹을때는 머그잔 들고 마시고 싶다는건 폼을 잡고 싶은건가. 많아서 나눠먹는다 하기에는
컵의 모양새를 따진다는 것 자체가 이해가 안되더군요.
결국 얼음에 물까지 담아서 드렸습니다.
가시면서 "언니! 딴 사람들한테는 말 안하께~"
하시더군요... 그 말이 더 어이없고 화가 나더라구요.
더한 것은 이후 일이었습니다.
이제 막 아장아장 걷고 뛰는 아기들이 온 테이블이며 파티션이며 뛰고 익룡소리를 내면서 손바닥찍고 물흘려놓고 과자 부스러기 밟아놓고
쓰레기 던져놓고... 정말 엄마들중 한명도 그것에 대해 지적하고 혼내지를 않고
"00야 - 까까먹자 이리와~", " **이 어디있나?" 하고 불렀다가 오면 "까꿍!!" 하면 아기들 까르르 웃으면서 다시 뛰어서 도망다니고...
여긴 상상노리 아니라구요... 놀이터도 아니고, 보육원도 아닙니다.
구석에는 노트북 펴고 과제같은 것 하는 사람도 있고, 진지한 이야기를 나누고 계신 분들도 있어요. 일얘기든 뭐든...
나중에는 판매 원두나, 드립퍼 등 디스플레이 진열장에있는 상품들을 끈적끈적한 손으로 막 집어서 가지고 뛰어다니더군요.
옹알거리는 아기들한테 혼내기도, 부모한테 애 단속좀 하라고 한마디하기도 참 애매하더군요.
가만히 지켜보았습니다. 제가 보고있는데도 그걸 아는데도 그냥 지나가는 말로 "두고오세요~" 이렇게 한마디 하고
그럼 아기들이 까르르 웃으면서 제자리 두러가는 척 했다가 다시 가지고와서 엄마한테 내밀어요.
그러면 장난처럼 " 까꿍! 또가지고 왔쪄요? 다시 두고오세요~" 이래요 ...
이런 식의 반복을 열두번도 더하더군요.
나중에는 상품 네임텍이며 상품들이며 뭐 망가뜨린 것은 아니지만 엉망진창을 해놓고는 실증이 났는지 다시 뛰어다니고 정리된 의자
다 널부러뜨리고 다닙니다.
그 사이사이 이인 빙수 시켜서 넷이서 먹으니까 스푼 네개 챙겨줬는데도
아기 이유식 먹이겠다, 애기 물 좀 먹이겠다 면서 스푼이며 일회용 컵이며 물티슈에 뭐 이것저것 다 받아가시고,
솔직하게 이야기하면 그 빙수랑 커피도 셋트로 할인 들어간 제품이었거든요. 사이즈 업도 가능한데 제일 작은 사이즈로 시켜서는 머그잔
사람 머릿수만큼 달라고 때쓰고, 종이컵은 컵대로 받아가고 ... 그러면서 어쩜 그렇게 당당하고 시끄럽고 민폐인지.
결국 판매하는 티백 상자같은거 네임텍이며 전부 바닥에 굴리고, 주물딱거리던거 그대로 자리에만 두었지 정돈 하나도 안하고,
다 먹은 테이블도 그대로 두고, 유유히 아기 안고 손잡고 나가시더군요.
유리며 진열장이며 쏟은 물, 과자부스러기 쓰레기 엉망으로 해놓은 다른 새 테이블 바닥 닦고 쓸고 치우고...
한참 후에 그 자리에 다 드신 쟁반 치우러가니 빙수 그릇에 스푼 일곱개정도 꽂혀있고, 다 마신 유리머그 잔 하나 덩그러니 있는 것 보고
솔직히 양심없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루종일 매장 개판쳐놓고 본전은 족히 뽑고 가신 것 같네요.
한참 후에 생각해보니 추가로 받아간 머그잔은 회수가 안되었다는 것을 알았지만. 가져갔다는 증거도 없고, 설마 가져갔겠나 다른 테이블에 두고
회수되었을 수도 있지 하고 넘어갔는데.
사실 제 얘기를 하자면,
직장이 바뀌긴 했지만, 전부 서비스 쪽 일이였어요.
아시다시피 서비스 업이라는게 감정노동(?)자들이잖아요.
내 경력과, 능력에 상관없이 웃고, 고개를 숙여야 하는 일이고 주기적으로 받는 서비스 교육을 기억하고 있어서 잘 알아요.
무슨일이 발생해도 '죄송합니다', '죄송하지만...'라는 말로 시작해야해요.
특히 언제부터인가 생겨난 '고객은 왕'이라는 서비스 마인드 때문에 우리나라에선 숙이는 서비스가 훨씬 강조되고, 강요되고 있다고 생각해요.
저는 몸 힘든 만큼 정신적으로 힘든것 또한 괴롭다는 생각이 듭니다.
정말 스트레스 받아 미칠 것 같아요.
억울하게 불만 사항이라도 본사에 접수되어 있지도 않았던 일로 경고먹는 날이면,
죄없는 우리 직원들 불러서 서비스교육 다시 시켜야하고, 슈퍼바이저에게 혼이나곤 하지요.
서비스 업종 직원들은 자기가 손님때문에 욕을 들을 지언정, 손님께 잘못된 것은 잘못되었다고 말할 수 없는 사람들이에요.
(특히 이쪽은 동네장사라 아기엄마 네트워크에서 한 명한테 잘못 찍히면 입소문 타서 매출 눈에 띄게 떨어지는 것 한순간 이거든요.)
하지만, 돈 주고 음료를 사드신다고 그 서비스의 권리가 어디까지인지 무한정이라 생각하시는 분들이 사실 너무 많아요.
천만원 이천만원 팔아서 이백도 안되는 돈받고 일하는 직원들이에요...
정직원들은 판매실적이며, 매출이며 앞뒤로 쪼이구요,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라는 것에 한계가 분명히 있습니다.
직원을 함부로 대할 권리나, 매장을 어지럽힐 권리, 점포 내규를 무시하는 서비스를 '당당하게' 요구할 권리까지는 포함되어 있지 않습니다...
사실, 요게나, 고게나, 육아게에 수없이 올라오는 알바생들과 서비스직원들의 진상 고객 경험담들은 하도 많아
익히 다들 알고 계실 것 같아 많은 사례를 올리진 않고 대표적으로 최근일만 적었습니다만, 정말 빙산의 일각일 뿐이고
제가 진짜 하고싶은 말이며 고민인 것은 ,
막무가내인 고객님들을 어떻게 대해야할 지 모르겠습니다.
아무리 진상을 부리신다한들 싫은 소리하고 싶을까요? 이러지마세요. 저러지마세요.
정말 하기 싫어요.
다만 상식 선을 벗어나는 행동을 하면서 그게 잘못되었다던가 부끄러운일이라는 것을 전혀 자각하지 못하는 사람들 보면 놀라울 뿐이에요.
어딜가나 흑백은 존재하지만, 특히 요즘들어 너무 많아지는 것 같아요.
특히 어린 아이데리고 오시는 분들일 수록 (어디까지나 주관적인 평균입니다.) 약간 더 그런 성향이 있는데
자녀가 있다면 보고 배울 수 있도록 옳고 그름에 대해 확실히 선을 그어주고, 절제를 시키고 했으면 좋겠어요.
아직 그럴 판단력도 절제력도 부족한 아가들한테 웃어주면서, 까꿍까꿍 거리면서 이야기하면 장난인 줄 알지 그게 잘못된 행동이 아니라고 생각할 것 같아요.
그렇게 자라는 아이들이 커서 똑같이 할 확률이 클 것 같기도 하고요.
얼마나 서비스에 대한 인식이 악화되었냐면, 예전에는 기본 예의로 당연하게 여겼던 것들이 요즘에는 그렇게 해주는 고객님들이 '고마운' 일이 되었다는 것.
고품격의 서비스를 받고 싶으시다면, 고객의 인식부터 고품격이 되어야 할 것 아니겠어요?
웃으며 인사하는 고객님께 서비스로 커피가격을 낮춰주는 외국의 점포의 사례처럼요.
불특정 소수에 한한 부탁이기도, 푸념이기도 한 이글이 고게에 적절한지 모르겠어요...
요리나, 육아에 대해 한정된 것은 아닌 것 같아서 이리로 왔습니다. 길고 지루하고, 읽어 좋을 것 하나 없는 글을 끝까지 읽어주신 분이 계시다면 정말 감사드립니다...
서비스직이 왕을 모시는 노예직으로 전락하는게 아닌, 동등한 인격대우를 받을 수 있는 쪽으로 조금씩 바뀌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