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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에서 아니 무리에서 가장 서로의 단점을 잘 덮어주는, 그러면서 친해지는 가장 쉬운 방법.
공공의 적을 만들라.
공공의 적이 생기는 과정은 다음과 같다.
무리에서 약자를 정한다. 물론 이 과정은 암묵적으로, 그러나 빠르고 민첩한 서로의 눈치로 정해진다.
약자가 정해지면 그 약자가 해야 할 일과, 하지 않은 일을 파악. 간단한 지적으로 들어간다.
왜 간단한 지적이냐. 초반부터 무리한 지적은 구성원들로 하여 반발을 일으킬지도 모른다. 아주 사소한것 부터...
그러다보면 어떤 사건, 사고에 놓인다. 공동의 책임이라도 마치 지정이라도 된듯 한마디씩 한다.
그때 구성원 중 약자는 사과를 하게된다. 사과를 하든 하지 않든 이미 무덤 속을 들어가는 과정이다.
문제는 아주 없는 일을 지적하지는 않는다는 교활함. 그리고 지적을 하되 과도한 지적도 마땅한 지적으로 합리화 시키는 능력.
'아 ~은 좀 심하네...' 라고 말끝을 흐림으로써 다음 타순에게 바통을 넘긴다. 만약 ' 아 ~뭐함? 그게 지금 ~임?' 이라고 한다면
1 : 1 싸움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은근하게 풀어주면 알아서 구성원들이 하이애나처럼 달려든다. 혹은 ?를 사용한 지적도 좋다.
' ~하는게 지금 잘한거?' 같은 물음표 사용은 구성원의 반응을 확실하게 끌어낸다.
이때 약자의 입장에서는 뭐라고 대꾸를 할 수가 없다. 원래 팩트보다 무서운건 머리숫자다. 1000중 999명이 그렇다 라고 하면
남은 한명은 무서워서라도 그렇다 라고 하지 아니라고 할 수 없다. 인간이라면 99%는 그런 법이다.
'아 죄송해요' 와 '아 뭐함? 이거 아니지 않음?' 의 연속에서 어차피 피를 보는건 죄송한 쪽이다. 그렇게 서서히 멘탈은 무너진다.
결국 무너진 멘탈에 일갈을 날림으로써 그 무리에서 본 손해를 한명에게 몰아줘버리고 이후 한명을 뺀 구성원끼리는 칭찬한다.
이건 어떤 무리라도 불문율. 너와 나의 적을 만들었지만 너와 나는 친구다. 라는 인식을 심어줘 은연중에 유대감을 형성한다.
이때부터는 더 이상 약자는 억울해 하지도, 욕을 하지도, 혹은 그 자리를 피하지도 못하게 된다.
아주 악날하고 교활한, 치사하고 더럽지만 말 할 수 없는, 하나의 무리가 흘러가기 위한 많은 방법 중 하나일 뿐이다.
상심하지는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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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도 길고 재미없는 글을 작성하게 된 이유는 바로 방금전 게임에서 비롯됐습니다.
서폿 블랭을 픽하고서 게임을 시작했는데, 죽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의 원딜을 살리지 못했다는 질책이 돌아왔습니다.
서폿의 자리란 원래가 그런것이니 사과를 했지만, 상대 알리의 계속되는 쿵과 꽝 견제 속에서 도저히 원딜을 살릴 방법은 없어보입니다.
그 정신없는 틈에도 꾸준히 그랩그랩을 해서 5킬 2뎃 3어시를 만들었으나 원딜은 만족을 모릅니다. ' 날 살려야지...' 라는 말만 합니다.
결국 사건은 터졌습니다. 미드에서 1/3 피를 가진채 추노를 당하며 내려오는 원딜을 살리려 달립니다. 폭주에 점멸을 쓰고 바로 그랩을
한다면 아마 살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점멸을 써서 그랩 사정거리 안에 상대편을 락온하고 발사를 하려는 찰나
원딜은 옆 정글에서 나온 정글러에게 킬을 당합니다. 급박해진 저는 타워로 달리지만 4 :1 상황에서 제가 살 방법은 없습니다.
결국 화면이 흑백으로 바뀌고 이내 채팅창에 불이 납니다. '아...던지네...' 를 시작으로 노골적인 한명죽이기.
' 다 잘됐는데 블크 하나땜에 진다.' 라는 어이없는 소리, '초반부터 데스그랩 날릴때 알아봤다.' 라고 말하는 5킬 2뎃 원딜.
참고로 이때 저의 스코어는 0킬 2뎃 8어시를 달렸습니다. 좋다고는 못하지만, 나쁜 스코어 까지는 아니라고 생각했으니까요.
2번의 데스는 원딜이 죽고, 들어온 다이브에 죽은것이니 어쩔 수 없었다고 변명해 보지만 이미 4명의 '아군'은 들을 상태가 아닙니다.
결국 게임이 끝날때 까지 모든 팀원의 데스는 저의 책임이 됩니다. 무리한 적진 포탑 앞에서의 한타에서도 제가 책임입니다.
상대가 원딜을 물고, 원딜을 제가 따라가지 못하는 속도로 도망을 가다 죽지만 그것도 제 탓입니다.
한타에서 상대 알리의 쿵을 맞고 벽을 넘어가도, 그랩을 당기지 못하는 상황도 결국은 제 잘못이 됩니다.
노골적인 비판, 게임이 끝난후 상대팀까지 끌어들이는 더럽고 역겨운 행위. 9 : 1의 싸움에 도저히 이길 자신이 없어 지끈거리는 머리를
잡고 나옵니다. 억울함, 분노, 슬픔, 자괴감이 복잡스럽게 몰려오지만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여러분. 재밌는 게임이란 이기고 지고를 가르는게 아니라, 좋은 내용이냐 아니냐가 중요합니다.
최선을 다 했는 게임이라면 지더라도 후회가 없고 깔끔하지만, 그렇지 않은 게임은 끝나고 난 뒤가 더럽습니다.
잘 생각해보세요. 당신의 게임이 끝난 뒤 승패와 상관없이 웃어본적이 있는지.
긴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멘탈이 조금 복구 되는듯 하네요. : )
죄송합니다. 댓글 작성은 회원만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