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아부지가 재일교포시거든요 의대가 가고싶었던 아부지는 아무리 자기가 똑똑해도 일본에선 의대에 들어갈수 없겠구나 하고 느끼셨데요 여자도 의대에 못들어가게 인원제한을 두는 일본에서 그것도 조센징가리(조선인사냥)이 팽배했던 그시절엔 어림도 없는 일이었죠
그래서 한국을 가기로 했데요 면접을 보는데 교수가 엄청 두꺼운 책한권을 펼치면서 읽고 넌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물어보셨데요 그때 아부지가 교수앞에서 펑펑 우셨데요 일본대학에선 면접을 봐도 아무도 질문을 해주지 않았으니까요
그렇게 의대에 들어간 아부지는 한국대학생활을 화염병의 열기와 최류탄의 향기로 만끽하시면서 저희 어므니를 만나셨죠 민족고대.....하.....민족고대.... 게다가 반쪽바리소리를 듣는 재일교포... 표적이 되기에 가장 적합한 인물이었어요 자취방엔 각목을 대서 못질을 하고 사람이 살지 않는 티를 내면서 어므니는 창문으로 수감자들 사식을 넣듯 식량을 넣어주셨데요
그런생활을 하다가 결국 보다못한 할아버지께서 당시 정치를 하시던 먼친척의 힘을 빌어 아부지를 다시 일본으로 도망시키셨어요
그 이후 제가 태어낫죠 전 19년동안 애비없는 자식으로 살았습니다 백방으로 아버지를 찾던 어므니는 할머니와 연락이 닿았고 그때당시 트라우마로 제정신이 아니었던 아들보단 다른사람을 만나서 행복하길 바랬던 마음에 아부지가 죽었다고 거짓말을 하셨다고 해요
제가 다섯살때 아부지를 데러오겠다고 절 친척집에 맡기고 일본에 다녀온 어므니가 밤에 절 엎어주면서 “@@야.....아빠가...하늘나라에 갔데....그래서 못만난데.... 엄마가 미안해...” 라고 하셨던걸 아직도 기억을 합니다
그렇게 어무니는 미혼모로 친척들의 욕을 먹다 연도 다 끊으시고 절 열심히 키워주셨죠 제가 고3이 되던해에 국회의사당 앞 정원에서 열리는 후원의 밤 행사에 가셨다가 아부지가 도망갈때 도와주셨던 먼친척분을 만나셨데요 아부지가 살아있다는 말을 듣고 연락을 취했고 그렇게 전 성이 바뀌고 아부지의 호적으로 들어가게 됐습니다 19년만에 죽었던 아부지가 살아돌아오니 참....혼란스럽기도 하고 현실감이 없더라구요 뭐 그래도 새로생긴 수많은 사촌들과 (제아래로 동생들이 7이나 생겼습니다 ㅋㅋㅋ) 친척들이 반겨주셔서 지금은 화목하게 잘 살고 있습니다
근데 오늘 뉴스를 보니.... 민주화에 힘쓴 희생자들을 북한군이라 말하더군요 광주에 국한된 일이 아닌데.... 우리 아부지는 북한군이 아닌데... 하..... 저 사람들은 지금까지 떵떵거리면서 잘 살아왔겠죠? 아마 앞으로도 잘 살겠죠? 뭐랄까 전두환이 잘 죽었다란 생각도 안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