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에 고객분이 피검사 결과지를 들고 오셨습니다.
고객은 20대 후반, 직업은 헬스 트레이너, 더불어 종종 대회도 나가시는 보디빌더입니다.
20대에 건장하고 건강한 분이라고 생각했는데, 혈액 검사 결과는 정말 이해가 안될 정도로 엉망진창이었습니다.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정확히 해석이 안되긴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납득이 잘 안될 정도로 이상하게 비정상이더군요.
그 손님이 오셨을 당시의 상태는 대회 출전을 위하여 극심한 다이어트를 하셔서 12킬로 정도 감량하고 운동하던 중,
몸 상태가 너무 안 좋아서, 출전을 포기하고 다이어트를 중단했는데, 점점 이상해서 피검사를 해봤다고 하시더군요.
다이어트를 중단하고 하루만에 8킬로가 쪘답니다. 일단 체중의 엄청난 리바운드도 당황스러울 정도더라구요.
혈액검사상에서 문제가 심각했던 부분은 간수치와 심장관련 효소 수치였는데요.
간수치가 무진장하게 높고 심장관련 수치는 심근경색, 협심증을 의심할만큼 이었습니다.
그분 말씀으로는 보충제를 많이 먹기 때문에 간은 늘 수치가 높다고 하시더라구요.
그래서 늘 간장약을 달고 사시는 분이예요.
그런데 심장관련 수치는 의외라고 심장에 좋은 식품이나 약이 있을까 해서 상담을 청하셨는데,
심장 내과 전문의 진료를 받으시라 보내드렸습니다.
대화를 나눠보니 보충제를 드시는 양이 상상을 초월하더군요.
운동 퍼포먼스를 높인다는 이유로 먹는다는 카페인 양이 약으로 쓰는 일반 용량의 10배 이상을 매일매일 먹는다네요.
카페인 한가지가 이럴진대 얼마나 많은 종류를, 얼마나 엄청량 양을 먹는지 짐작하기 어렵더라구요.
너무 이해가 안되서 그날 저녁 스피닝 수업시간 전에 선생님께 여쭤보았어요.
우리 스피닝 선생님이 최근 대회출전하셨다 오셨거든요. 입상권에서 살짝 벗어난 아쉬운 결과를 받아오셨다는...
스피닝 선생님 말씀은 보디빌딩하는 분들은 아주 일반적으로 다 알고 계시다더군요.
간 수치 높아지는 거, 협심증 증상 나타나는 거...
스포츠 영양학 책에 권고 용량도 그런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는 것도 다 나온대요.
정말 경악을 금치 못하겠더군요.
몸에 나쁘다고 인스턴트 음식 안먹고 술 안마시고 운동하면서 보충제로 장기가 망가지는 건 상관이 없다는 건가...
논리적으로 앞뒤가 안맞는 상황...
저도 혈액검사 결과지를 보지 않았으면 이렇게 충격적이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물론 보충제 한가지로 이런 결과가 오지는 않았겠지요.
극단적인 영양의 불균형(단백질 치중, 수분 억제 등등...), 과도한 운동량 영향을 주는 요인은 여러가지겠지요.
그리고 일반인과 직업 운동선수라는 차이, 요구되는 퍼포먼스의 차이 여러가지일겁니다.
다만, 운동을 하고 건강한 식사를 하고 보조적으로 보충제를 찾아 먹는 것이 근본적으로 어떤 목적인가 다시한번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네요.
몸에 좋으라고 하는 행위가 내 중요한 장기를 망가뜨릴 수 있다는 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최근 일반인들에게 무차별적으로 전문 운동선수들의 보충제 복용이 권고되는 듯한 느낌이 들어 최근의 경험을 적어보았어요.
부디 제 노파심과 오지랍이 부른 걱정이길 바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