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스르륵에서 넘어온 난민 아재(ㅜㅜ) 입니다.
스르륵에 썼던 여행기를 옮겨와 보았습니다. 사진이 199장입니다. WIFI 환경에서 이용 부탁드립니다. ㄷㄷㄷ
운 좋게 결혼에 성공을 했지만
여행계획을 짜는데 예산이 만만치 않습니다. 거의 800만원돈이 나옵니다.
와이프가 한마디 합니다.
"우리 이 돈이면 훨씬 갚진 여행을 할 수 있잖아?"
일단 저희 둘 다 영어가 부족하기 때문에 필리핀에서 3개월간 지내보고,
그 이후엔 그때가서 결정하는걸로 합의를 보았습니다.
회사엔 1년간의 휴직계를 내고(사실 사표를 제출했지만 사측의 만류로 휴직으로 결정했습니다. 남자한테 인기 많은 놈입니다. ㅠㅠ),
와이프는 아예 퇴사를 하고 저희 둘 인생 최초의 여행길에 올랐습니다.
필리핀... 좋습니다.
날씨 따뜻하고, 물가 싸고, 사람들 좋고,,,,,
점점 나태해져가는것을 느낍니다.
어느날 아침 사랑스런 부인이 제게 말을 합니다.
"자기야 우리 스페인가자!"
연애기간동안 와이프가 제게 스쳐가듯이 말한적이 있었습니다.
스페인에 한달간 걷는 성지순례길이 있다고.....
워낙에 돌아다니는것을 좋아하는 제가 마다할 리 없죠. "콜~!!"
일단 한국에 잠시 들러 여행준비를 하고 유럽으로 떠납니다.
부모님이 계시는 노르웨이에 들러서 휴식을 취한다음에 우리의 스페인 성지순례길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산티아고 성지순례길은 크게 4갈래의 길로 나뉩니다.
가장 유명한 프랑스길, 북쪽 해안을 따라가는 북쪽길, 은의길, 포르투갈에서 올라가는 포르투갈길...
저희는 무난한 프랑스길을 선택했습니다. 여행정보가 많이 필요하지 않고 동행자들이 많아서 안전하기도 하구요.
프랑스 파리에 들러 이틀간 관광을 했습니다.
처음 보는 파리의 에펠탑.... 그냥 커다란 쇳덩어리더라구요.?? 기대를 너무 많이 해서인지 큰 감동이 없었습니다. ㄷㄷㄷㄷㄷㄷ
연습삼아 이날 노틀담에서부터 에펠탑까지 10km 정도를 걸어보았는데 할만 하더라구요.
이날은 몰랐습니다. 15km 부터 급격히 지친다는것을.. ㅋㅋㅋ
미리 예약해둔 고속열차를 타고 프랑스 남부의 생장 피드포르로 갑니다.
중간에 경찰이 올라타더니 우리의 여권을 보여달라고 하더군요.
제가 눈이 크고 피부가 검어서 가끔 동남아나 아랍 사람으로 오해를 받기도 합니다. ㅠ_ㅠ
중간에 열차를 갈아타야 하는데 연착되어 철도회사쪽에서 버스를 태워주었습니다.
첫날부터 날씨가 좋아서 기분이 매우 좋습니다.
생장 피드포르는 가장 유명한 성지 순례의 시작점입니다.
골목에 순례자를 위한 가게들이 많이 있습니다.
순례자 사무소에 들러 순례자 등록을 하고 순례자 여권인 '크레덴시알'을 받았습니다.
간단한 인적사항이 적혀있고 각 숙소와 성당의 도장을 찍을 수 있는 빈 공간이 있습니다.
첫날의 두근거림을 뒤로 하고 진정한 성지순례가 시작되었습니다.
첫날부터 코스가 두 갈래로 나뉩니다. 피레네 산맥을 넘어가는 나폴레옹길과, 산을 돌아가는 길이 있습니다.
저희는 젊고 패기 넘치는 신혼부부이기 때문에 ㅋ, 산맥을 넘기로 했습니다. 해발 1500m, 장장 28km의 대 장정입니다.
분지에 가득 찬 안개가 아름답습니다.
이번 여행을 위해 구입한 니콘 24-70N 랜즈는 참 만족스러웠습니다.
바디와 같은 수준의 방진, 방적을 지원하고 나노코팅덕분인지 역광에서도 괜찮습니다.
이 사진으로 오랫만에 일면에도 올랐네요. ㄷㄷㄷㄷㄷㄷ
꾸역 꾸역 올라갑니다. 마을은 저 아래 보이고, 소들은 한가롭게 풀을 뜯습니다.
한국에 돌아와서 이 사진을 보는순간 "어라 여기 강원도네?" 라는 생각이 듭니다. ^^
사실 한국에도 아름다운 풍경은 너무나 많습니다.
순례 중간에 만난 이스라엘 할아버지가 말씀하시더라구요.
매일 아침 그림자를 따라가면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다고...
생장피드포르에서 산티아고는 800km 너머 서쪽에 있습니다. 아아 까마득합니다.
저희 둘만 걷는게 아니라 동료들이 있다는게 참 다행입니다.
각기 다른 곳에서 오고, 다른 언어를 쓰고, 다른 인생을 살았어도
단지 같은 목적을 가지고 있다는 그 하나의 공통점만으로 우리는 쉽게 친구가 될 수 있습니다.
저 멀리 걷고 있는 아가씨 둘은 독일에서 온 ㅊㅈ들이었습니다. 걸음속도가 비슷해서 끝까지 함께했죠.
해발 1000m를 넘어서자 슬슬 지쳐가기 시작합니다.
다른건 몰라도 다리힘은 자신했던 저인데 양쪽 허벅지에 번갈아 쥐가 납니다.
이때는 몰랐습니다. 마그네슘이 근육통에 효과가 있는줄... ㄷㄷㄷㄷㄷㄷ
다리에 쥐가나서 쓰러진 슬로베니아 아가씨가 자꾸 마그네슘이 있으면 달라고 하길래
어리둥절했었습니다. ^^;;;
여행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잘 따라와준 와이프가 참 대견하고 고맙고 사랑스럽습니다.
물론 힘들땐 투정도 부리고, 잠자리 때문에 불평도 하기 했지만요. 그정도야 한국에서도 겪는일 아니겠습니까? ㅋㅋ
성지순례로 인정받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습니다. 도보여행과 자전거 여행...
다음번에는 저희 가족들과 함께 자전거를 타고 다시 도전하고 싶습니다.
피레네 정상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꽃미남 라이더....
우여곡절 끝에 첫날의 목적지인 론세스바예스에 도착했습니다.
원래는 120명이 함께 자는 거대한 순례자 숙소였는데 대대적인 리모델링으로
깔끔한 현대식 숙소로 탈바꿈 하였습니다. 물론 가격은 두배... ㄷㄷㄷ
다음날 아침, 어김없이 그림자를 따라 출발합니다.
생장에서 나눠준 안내종이에는 주요 순례자 숙소와 지형도가 있습니다.
그것을 보고 자기 컨디션에 맞춰서 목표를 정해 걸으면 됩니다.
첫날 무리를 했기 때문에 제 무릎에 이상신호가 왔습니다. 발바닥에 물집도 잡혔습니다.
와이프도 엄청 힘들어 합니다. 원래 이 마을을 거쳐 다음 마을까지 가기로 했는데
상태가 너무 안좋아 주비리에서 쉬기로 합니다. 공립 알베르게(순레자 전용 숙소)가 문을 닫아
사립 알베르게를 이용했습니다. 약간 비싸지만 무료 wi-fi가 됩니다.
다음날 아침을 위해 들른 수퍼마켓의 아주머니가 저희보고 한국인이냐고 물어봅니다.
그렇다고 하니 벽을 가리키며 웃습니다. 엇~ 한국돈이 있습니다. 괜히 반갑습니다.
제 무릎이 너무 안좋아 걸으면서 사진 찍을 겨를도 없습니다.
꾸역 꾸역 걸어서 팜플로나까지 왔습니다. 순례길은 항상 그 도시의 구 시가지를 관통합니다.
이 길의 좌 우를 막아서 팜플로나 소 축제를 매년 연다고 합니다.??ㄷㄷㄷㄷㄷㄷ
매년 다치는 사람들이 워낙 많아서 이곳의 정형외과 의술은 세계 최고라고 하네요.
이곳 알베르게에선 요리를 할 수 있습니다.
마침 근처 아시안마트에서는 신라면을 팔기에 잽싸게 업어와서 끓여먹기로 합니다.
사진에 보이는 이탈리아 아저씨가 저희에게 스파게티를 나눠주길래
저희도 신라면을 나눠줬습니다. 음흉한 미소와 함께요 ㅋㅋㅋ
한입 후루룩 먹더니 오 맛있답니다. 지금껏 먹은 국수중 최고랍니다.
그뒤에 들려오는 비명소리. ㅋㅋㅋ 잠시 뒤에 오더니 자기 울었다고 눈물을 보여주더군요 ^^;;;
저녁에 비가 내립니다. 와이프는 비옷을 입습니다. 순례자들 모두 보고 이뻐해주었습니다. ㅋ
노르웨이에서 구입한 비옷인데 사이즈가 없어서 아동용을 구입했습니다.
아동용이라 세금이 면제되어 굉장히 싼 가격에 구입했답니다. 복지란 이런것이죠.
팜플로나에는 유명한 술집이 있습니다.
헤밍웨이가 즐겨찾던 '카페 이루나' 카페를 들어서는 순간 제가 타임머신을 탄 기분이더라구요.
다음날도 여전히 날씨는 좋습니다.
저 푸른 하늘과 초록의 들판... 와이프가 걷는 내내 푸념하던게
내 몸은 고생하는데 눈만 호강하는구나~ 이러더라구요. ㅋㅋㅋ
스페인의 산 꼭대기엔 저렇게 풍력 발전기가 굉장히 많습니다.
후쿠시마 발전소가 터진 직후 스페인은 천연에너지 사업을 더 확장하겠다고 발표했답니다.
첫날 무리한게 회복이 굉장히 더딥니다.
자그마한 산을 오르는데 거의 3시간이 걸렸습니다.
오르막길에서는 와이프가 못걷고, 내리막에서는 제가 못걷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하루 걷는것을 쉰다음 출발했더라면 훨씬 좋았을것이란 생각이 듭니다.
나중에 알고보니 와이프는 평발이더라구요. ㄷㄷㄷㄷ 저는요? 과체중입니다. ㅡ,.ㅡa
저 아래 보이는 마을까지 내려가는것이 까마득합니다. ㄷㄷㄷ
아래 보이는 세 개의 마을 중에 가장 멀리 있는 마을이 오늘의 목적지 '여왕의 다리' 마을입니다.
시원한 바람이 불면서 들판의 풀밭이 파도를 만듭니다.
만화에서만 보던 장면입니다. 사진으로는 표현이 안되는군요.
몸은 힘들어도 경치는 참 좋습니다.
저희의 손과 발이 되어준 신발과 스틱...
신발은 한국인 족형에 맞는 국산 고어택스 등산화를 골라서 매우 만족했구요,
스틱은 제껀 중국인이 운영하는 잡화점에서 사고, 와이프것은...
저건 사실 대걸레 봉입니다 ㅋㅋ, 가볍고 튼튼해서 등산 스틱 대용으로 그만입니다.
이분의 나이가 여든이 넘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깜짝 놀랐습니다.
프랑스에서 오셨는데 영어를 잘 못하시지만 의사소통은 잘 됩니다.
매우 유쾌하고 건강하신 분이었어요. 걸음도 저희보다 빨랐.... ㄷㄷㄷ
다리를 질질 끌면서 푸엔떼 라 레이나에 도착했습니다.
역시 구 시가지를 관통합니다.
다음날 아침... 그림자를 따라 출바알~!
나중에 따로 그림자 사진만 골라서 올려봐야겠습니다.
저에겐 나름 의미있는 작업이었는데 나중에 흐지부지 되었네요.
흙길을 걷고 있는데 리트리버 한마리가 달려오더니 온갖 애교를 부립니다. 침도 뿌립니다. ㅋ
역시 아프고 힘든날은 찍은 사진이 얼마 없습니다.
이날 일기를 보니까 이렇게 되어있네요.
- 순례길이 너무나 아름다운데 고통때문에 즐기지를 못하니 너무 괴롭다. -
이날 스파게티를 처음 만들어 먹었는데 너무 맛있어서 종종 해먹게 되었습니다.
와인과 물이 나오는 수도꼭지입니다.
와인 공장에서 순례자들을 위해 제공하는??서비스인데 안타깝게 와인이 나오질 않더라구요.
저와 같이 있던 사람들은 아무도 먹지 못했습니다. 이거 마시러 다시 가야겠어요~
슬슬 걷는게 익숙해 질만한데도 힘든건 여전합니다.
무릎의 통증도 여전합니다. 뭐 어쩌겠습니까 ㅎㅎ. 걷다보면 나아지겠지요.
빨래를 그날그날 하는데 마르지 않으면 저렇게 가방에 매달고 걷습니다.
겉모습은 상관없습니다. ^^;;;
평발인 와이프는 10km 이상 걷게되면 굉장히 힘들어 하더군요.
중간중간 쉴 때마다 발마사지를 해주었습니다. 힘들어 하면서도 끝까지 참아준 그녀에게 찬사를 보냅니다~
스페인에서의 첫번째 주도를 지났습니다. 이날은 정말 힘들었던 날인데
강한 태양과 누적된 피로로 완전히 녹초가 되어버렸습니다.
숙소에 도착했을때 먼저 도착한 다른 순례자들이 다들 박수를 쳐주셨답니다.
스페인 성당의 특징을 보니 내, 외부의 화려함이더군요. 특히 내부는 완전히 번쩍번쩍 합니다.
어떤 순례자가 말하기를,,, 이게 다 식민지를 착취한 결과다. 좋게 볼일만은 아니다. 라는데
그 사람은 미국인이었다능... 이보슈 당신네도 만만치 않거든요~ ^^
아침 노을을 등 뒤로 맞이하며 열심히 또 걷습니다.
일교차가 굉장히 커서 낮에는 덥고 밤에는 춥습니다.
그덕에 영롱한 아침이슬도 자주 보구요...
끝날것 같지않는 저 길을 걷는게 처음 각오처럼 마냥 쉽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와이프의 저 티셔츠를 사람들이 매우 관심있게 보더라구요.
이거 순례자 옷이냐고 묻는 사람들도 있었어요. ㅎㅎ
동대문 옷인데..... ㅋ
이 네덜란드 친구는 생장과 산티아고를 왕복하는 친구입니다. ㄷㄷㄷ
저 작은 몸집이 정말 크게 느껴졌네요~
헤어질때 See you again~ 했더니 자기를 어떻게 찾느냐고 물어보더라구요.
암스텔담에가서 피터~~ 라고 소리치겠다고 그랬죠 ^^;;
스페인에서 유명한것이 와인이죠~ 곳곳에 포도밭이 있습니다.
정말 척박한 땅인데 어떻게 나무가 자라는지 궁금했습니다.
리오하 지역을 지날때 수퍼에서 와인을 하나 고르니까 가게 아저씨가 그거 맛없다고
자기가 만든걸 1유로에 주시더라구요. 끝내줬습니다~
저희와 걸음 속도가 비슷한 친구들. ^^;;
이 여행의 가장 큰 장점이 바로 친구를 사귀기 쉽다는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같은 목표를 향해 걷는다는 그 일이 얼마나 큰 동질감을 주는지는 아는 사람만 알겁니다. ^^
알베르게 옆 건물에 익살스런 벽화.
대부분의 레스토랑에서는 순례자 정식이 있습니다.
전채요리와 메인요리, 와인이 제공되는데 가격도 저렴합니다. ^^
하지만 그 돈도 아끼기 위해 저희는 대부분 만들어 먹었어요.
마트에 들러 내일 먹을 음식재료를 사가지고 돌아가는길...
일주일이 되었는데도 다리가 회복되질 않아서 이날엔 10km만 걷기로 합니다.
아침 일찍 떠나 가벼운 마음으로 걷습니다. 목표가 가까우니 발걸음이 참 가볍습니다.
가는 길가에 있는 철조망에 순례자들이 십자가를 만들어 걸어 놓았습니다.
포도밭과 저 멀리 보이는 도시... 전형적인 리오하 지방의 풍경입니다.
중간중간 길을 잃지 말라고 사람들이 화살표를 만들어 놓습니다.
이 곳에서 길을 잃기란 참 어렵습니다. ^^;;
서양사람들은 빨리 걷고 오래 쉬는 반면..
한국사람들은 천천히 걷고 조금 쉬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암모나이트 문양을 보니 저 절벽의 지층에서는 고대의 화석이 발견되나 봅니다.
@_@
목적지까지 길을 표시하는 저 노란 화살표가 참 그립습니다.
제 인생에도 저런 화살표가 있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ㅎㅎㅎ
그림자를 따라 걷는 여행... 왠지 멋있습니다.
자신을 보면서 걷는 여행이라고도 해석할 수 있겠지요.
유채꽃인가 싶어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요게 카놀라유를 만드는 재료라더군요. 오오오 @_@
며칠 컨디션 조절을 해서 걷는 속도는 올라갔는데,
걸음이 빨라지니 물집이 생깁니다. 역시 우리는 천천히 걷는게 좋습니다.
도시에서는 노란 화살표대신에 바닥에 조개모양으로 길을 알려줍니다.
노란 화살표와 가리비문양... 고향도 아닌 것이 제게 향수를 불러 일으킵니다.
이번 여행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숙소입니다. 그래뇽에 있습니다.
오래된 성당 겸 병원인데 특이한게 몸의 병을 치료하는게 아니라 마음의 병을 치료합니다.
굉장히 특별한 행사가 있으니 까미노를 걸으실 분들은 꼭 가보시길 바랍니다.
우리와 굉장히 가까워진 캐나다인 부부... 나중에 캐나다에 가서 꼭 만나고 싶은 사람들입니다.
오늘도 날이 좋습니다. 그림자를 따라서 고고싱~
해가 너무 강해 저렇게 감싸고 다니니 사람들이 묻습니다.
이렇게 날이 좋은데 왜 가리냐고... ^^;;; 한국여자에게 자외선은 적이기 때문이죠.
걷기에는 이런 흙길이 참 좋습니다.
아스팔트길은 땅의 열기가 그대로 발에 전해지기 때문에 너무 괴롭습니다.
일교차가 큰 스페인 아침... 이렇게 을씨년 스런 풍경이 잠시 뒤엔 화창하게 개입니다.
오늘은 부르고스까지 거의 30km를 걸어야 하는 대장정입니다.
산 꼭대기에서 눈에 잡힐듯이 보이는 도시이지만 거리상으로는 꽤 멉니다.
코를 엄청나게 골아서 같이 자는 사람들을 다 깨운 브라질 총각,,,
밝은 성격에 누구와도 금방 친구가 되는 이쁜 택사스 처녀...
아아 다시 보고 싶습니다 ^^;;
드디어 브루고스에 도착했습니다.
지금까지 잘 해왔다는 상으로 이날은 알베르게가 아닌 호텔에 묵었습니다.
성당이 눈앞에 보이는 작고 깨끗한 호텔입니다.
가로수를 저렇게 키우는건 신기하기도 하고 나무한테 몹쓸 짓을 한다는 생각도 들지만
햇살이 강한 스페인에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란 생각도 듭니다.
저 가지들이 자라면 가지를 서로 붙이게 됩니다. 여름에 잎이 자라나면 사람들은 그늘을 얻게 되겠지요...
브루고스 대성당의 위엄....
이제 메세타 고원의 시작입니다.
양옆으로 황량한 풀밭뿐이고 정말 아무것도 없습니다.
화장실도 없어서 여자들은 참 곤혹스러워합니다.
그냥 길 옆 풀밭에서 시원하게 볼일보시는 아주머니도 봤답니다. ㄷㄷㄷㄷㄷㄷ
오늘의 목적지는 저 멀리 보이는 마을입니다.
마을이 눈에 보이면 즐겁지만 한편으론 힘이듭니다. 손에 잡힐듯이 보이는 마을이 왜 이렇게 쉽게 안다가오는지...
제 발입니다. 물집이 굳은살이 되고 그 안에 다시 물집이 생기고....
몸관리 안한 벌을 제대로 받고 있습니다. ㅠ_ㅠ
일찍 도착한 순례자들이 햇살을 즐기며 쉬고 있습니다.
노래도 부르고, 간식도 먹고...
후.... 훈남...!!!!
다음날,, 멋진 빛올림? 을 뒤로하고 저희는 다시 여정을 떠납니다.
고원지대에는 아무것도 없고 멀리서 보이는 풍력 발전기들뿐입니다.
고원지대를 내려와 만나는 자전거 순례자들...
정말 부럽습니다. ㅠ_ㅠ
제가 이 여행을 마치고 차에대한 욕심을 완전히 버리게 되었습니다.
걷는것보다 빠르고 편하면 대 만족입니다 ^^;;;
혼자 걷는 미모의 아가씨...
와이프가 옆에서 도끼눈을 뜨고 있어도 눈길을 떼기 힘듭니다. ^^;;
주말에는 걸음을 서둘러야 합니다.
늦으면 공립 알베르게가 문을 닫을 수도 있습니다. ㅠ_ㅠ
저희는 워낙에 걸음이 느리기 때문에 이날 알베르게 인원이 다 차버린 뒤에야 도착했습니다.
다음 마을까지 걷기에는 너무 지쳤기때문에 바에가서 맥주 한잔하고
다시 호텔에 들어갔습니다.
역시 호텔이 편하긴 합니다 @_@
이맘때가 부활절 기간이라 그런지 스페인 사람들도 순례을 많이 합니다.
스페인 사람들은 이 길 전체를 한번에 걷는 것이 아니라 몇년에 걸쳐서 나누어 걷는다고 합니다.
한국사람한테는 그런거 없습니다. 왕복 비행기값만 150만원입니다. 한큐에 끝내야 합니다. ㄷㄷㄷ
저희가 한국에서 왔다고 하면 여기사람들은 굉장히 놀랍니다. 그 먼데서 여기를 왜 오는거냐고...
저 멀리 보이는 일출을 뒤로하고...
시작하자마자 1000m 고지를 올랐더니 너무나 지칩니다.
세상만사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도 있겠죠..
그러나 저는 오르막도 힘들고 내리막도 힘듭니다. 그냥 평지만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ㅋㅋㅋ
결국 10km밖에 못가서 퍼져버리고 맙니다.
알베르게가 문만 덩그러니 열려있고 관리자가 없어서 밖에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잠시후에 아주머니가 오시더니 맘에드는 자리 잡고 맘대로 쉬라는겁니다. ㄷㄷㄷ
이날 저희가 많이 걸었으면 절대 못만났을 친구들...
이런 소소한 인연이 저희에겐 참 큰 감동으로 남습니다.
저희끼리 저녁준비하다가 늦게 들어온 아주머니에게 저녁식사 권유를 했더니 흔쾌히 OK 해주십니다.
마침 만난 한국분과 함께 즐거운 저녁식사를 즐겼습니다. 1유로짜리 와인은 필수옵션이지요~
이 미국 아주머니는 오레곤에서 산악 가이드를 하고 있는데 잠시 쉬러 왔다는군요.
하루에 50km씩 걷는다는데 그게 자기한테는 쉬는거랍니다. ㄷㄷㄷㄷㄷㄷ
순례길에서는 나쁜 사람은 한명도 보지를 못했습니다. 모두다 천사~
이른 아침 길을 떠나면 등뒤에서 해가 떠오르는것이 느껴집니다.
길 한가운데에 있는 사랑의 표식... 화살표보다는 사랑이 훨씬 좋습니다. ^^;;
빛내림이 아름다워 사진을 찍고 있는데 와이프도 동참하는군요... ^^;;
이제 절반의 여정이 지났습니다.
걷는게 익숙해졌지만 여전히 힘들고 피곤하고 고통스럽습니다.
그래도 목적지가 한발, 한발 가까워 진다는것이
마음속에 무언가가 조금씩 차오르는 느낌입니다.
친절한 링크 서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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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를 시작하기에 앞서서..
1부 말미에 제가 여행중이라는 느낌으로 글을 쓴것이
많은 분들의 오해를 일으킨것 같습니다. ㄷㄷㄷㄷㄷㄷ
저희는 모든 여행을 마치고 6월에 한국에 들어와서 알콩달콩 잘 지내고 있습니다 ^^;;
여행기를 쓰는동안 과도한 감정이입이 되어서 그만 오해를 부를만한 글을 적어버렸네요.
죄송합니다. ㅠ_ㅠ
2부 시작하겠습니다.
빛내림을 찍은 뒤 또 저희는 열심히 걷습니다.
좌우로 펼쳐진 황량한 풍경과 그 사이를 지나 끝없이 펼쳐진 길...
이렇게 마냥 걷다보니 저절로 인생에 대해 생각하게 됩니다.
우리는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느냐 같은 거창한 문제가 아니라
굉장히 작은것에도 감동받고 감사하게 됩니다.
아직 고원지대가 끝나지 않았는데 물이 나타납니다.
안내판을 보니 운하라고 합니다. 배를 띄울 목적이 아닌 농작지를 위한 운하같습니다.
운하를 따라 걷는것도 운치가 있고 좋습니다.
어젯밤 푹 쉬어서 컨디션이 좋았지만 오전 11시경 마을에 도착해서
다음 마을까지의 거리를 보니 어중간합니다. 거기까지 갔다간 분명히 퍼질것 같습니다.
체력 관리를 위해서 오늘은 이만 접기로 합니다.
다음날 아침 멋진 일출을 뒤로 하고 다시 길을 떠납니다.
오늘은 자동차 도로를 따라 나란히 나있는 흙길로 주우욱~ 가면 됩니다.
저 멀리 도착지가 가물가물 보입니다. 까마득합니다. ㄷㄷㄷㄷㄷㄷ
가는길에 놀라운 광경을 목격했습니다.
한 부부가 아이 셋을 데리고 순례길을 걷고 있습니다.
그런데 아내는 모든 짐을 캐리어에 싣고 편하게 걸어가고
남편이 유모차와 캐리어를 모두 끌고 가고 있습니다.
멋있네요. 저는 자신 없습니다.
열심히 걷고 있는데 뒤에서 음악 소리가 들려옵니다.
뒤를 돌아보니 훤칠한 총각 둘이 걸어오고 있는데 한명이 우크렐레를 연주하며 오고있습니다.
저희도 다 같이 즐거워집니다. 역시 음악의 힘은 위대합니다. ^^;;
고원지대는 이제 점점 지쳐갑니다. 매일 같은 풍경에 같은 길입니다.
와이프의 말마따나 몸은 힘들고 눈만 호강하고 있습니다.
계속 걷기만 하면 심심하니까 계속 아내와 대화를 합니다.
이것저것 실없는 농담도 하고, 노래도 같이 부르고, 미래를 함께 설계하기도 하고...
지금 생각해도 신혼여행으로는 최고인것 같습니다.
중간에 만나는 외국인 친구들 모두 저희의 신혼여행을 축복해주고 부러워합니다 ^^;;
지금껏 계속 운좋게 피해가던 비구름이 저희를 따라다니기 시작합니다.
저는 귀찮아서 우의를 준비 안했고 와이프는 준비했는데 준비하길 잘한것 같습니다.
땡땡이 무늬가 모두를 즐겁게 해줍니다. ^^;;;
1부에 잠시 등장했던 택사스 아가씨를 다시 만나서 동행하게 되었습니다.
로렌이라는 이름의 쾌활한 아가씨는 자신의 생일에 맞추어 걷고 있다고 합니다.
계획대로 걷다보면 생일날 산티아고에 도착한다는군요. 괜찮은 계획인것 같습니다. ^^
다리위를 힘들게 지나고 있는데 저 멀리 기차가 달려옵니다.
후다닥 뛰어가서 카메라를 들이대자 기관사 아즈씨가 저를 보시고 경적을 울려줍니다.
저도 웃으면서 손을 흔들었습니다. ㅋㅋ
비가 그치고 하늘이 개입니다.
땅이 촉촉하게 식은것이 맑은날보다 오히려 걷기 편합니다.
낡은 가리비모양이 저희의 갈 길을 안내해줍니다.
저희보다 앞선 누군가가 돌을 올려놓았네요.
도보 순례자도 많지만 자전거 순례자도 정말 많습니다.
"부엔 까미노~" 라고 말하며 휘리릭~ 스쳐지나가는 동지들.. 너무 부럽습니다. ㅠ_ㅠ
그늘도 없는 길을 한참 걷다가 지쳐서 쉬고 있는데
프랑스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오셔서 괜찮냐고 물어봅니다.
제가 보기엔 당신이 더 지쳐보이는데 저희를 걱정해 주시니 그저 고마울 따름입니다. ^^;;;
날이 완전히 개어서 파란 하늘이 드러났습니다.
물 웅덩이에 비춰진 하늘이 너무 이쁩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듭니다. 비는 하늘이 땅으로 내려온것이다 라는 생각이요.
와이프한테 말했더니 헛소리하고 있답니다.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혈한같으니라고...
까미노 안내표지판이 마치 하늘로 올라가라는 듯합니다.
제 마음은 이미 저 하늘로 올라가 있습니다.
성지순례란 이런것 같습니다. 모든것을 버리고 하늘로 올라가는길...
인생 자체가 순례길 아닐까요???
풍경은 너무나 아름다운 풍경인데 몸이 너무 괴롭습니다.
도대체 언제쯤 걷는게 익숙해 질지 모르겠습니다.
예전에 먼저 걸어보고 두번째 걷는 친구한테 물어봤더니
도착하기 전날까지도 괴롭답니다. ㅡㅡㅋ
전날 숙소에서 만난 노르웨이 아저씨 스톡도 피곤해서 쉬고 있습니다.
노르웨이 사람들의 유별난 안전의식. 노르웨이 사람들은 유별나게 저 형광색을 사랑합니다. ^^;;;
저희에게 베낭 제대로 매는법도 알려주시고
코고는 사람은 죽여버린다고 협박도 하신 아름다운 분이십니다. ㅡ,.ㅡa
하늘이 땅에 내려왔습니다.
이것을 보면서 와이프한테 이거 바라 내말이 틀렸나? 이랬더니
인정합니다.
역시 비는 하늘이 땅으로 내려온게 맞습니다.
저희는 하늘로 올라가고 싶은데 어지 방법이 없을까요? ^^;;;
공사중인 운하에도 하늘이 내려와 있습니다.
원래 맑고 좋은 하늘인데 비온뒤엔 더더더더더더욱 맑습니다.
이런날은 한 100km 걷고 싶을까요? 절대 아닙니다.
당장 그늘에 들어가서 쉬고 싶습니다. ㅠ_ㅠ
슬슬 마을이 가까워옴을 느낍니다.
산티아고에 도착하기전 가장 큰 도시인 레온이 가까워져서
모두들 들떠있습니다. 7부능선을 넘은 기분입니다.
공립 알베르게에서 가벼운 파티를 했습니다.
완전 저렴한 와인을 나눠 마시며 웃고 즐기고 게임하고...
역시 한국인들은 음주가무에 능합니다.
나이, 성별, 인종, 출신 모두 상관없이 우리는 그냥 순례자입니다.
이태리 아재의 저 숨길 수 없는 귀여움!!!
술 들어가면 원래 다들 이러고 놀잖아요? ㅋ
다음날 레온에 도착했습니다.
스페인에서 20여년간 살고계시는 한국분을 우연히 만나 근사한 저녁도 얻어먹고
드디어 맥도날드를 찾아서 눈물젖은 후렌치후라이를 먹기도 하고... (그런데 생각처럼 맛있지가 않았습니다. ㅠㅠ)
그런데 순례가 계속 될수록 왠지 도시에서는 오래 머물고 싶지가 않습니다.
어서어서 자연에 묻히고 싶습니다.
저희가 정말 좋아하는 '카페 콘 레체'
프랑스에선 카페 오레, 우리말로 하면 밀크커피 정도 되려나요? ㅎㅎ
카페에 들어가서 보카디요스랑 이것 하나면 한끼 식사가 해결됩니다.
멀리서 이 표지판을 보더니 와이프가 쫄래쫄래 걸어가서 말없이 포즈를 취해줍니다.
그런데 30 표지판이 거슬립니다. 시속 3키로도 못내는데 30키로가 왠말이냐!!!
이 스페인 아가씨들은 놀랍겠지만 모두들 십대입니다.
부활절 방학을 맞이해서 순례길을 걷고 내일이면 집으로 돌아간답니다.
작은 산을 넘다가 문득 뒤를 돌아보니 이럴수가!!!
어떤 센스있는 농부아즈씨가 건너편 동산에 꽃을 이용해서 노란색 화살표를 크게 그려 놓았습니다.
하늘에서 이 장면을 보고 싶습니다. @_@
이제는 익숙해진 비포장도로...
기계적으로 터벅 터벅 걷다보면 목적지에 도착합니다.
가우디가 설계하고 짓다가 내팽개친 비운의 박물관입니다.
원래는 성당건물로 짓던건데 주교와의 불화로 4층까지만 건설하고 돌아가버렸습니다.
자세히 보시면 1~4층과 5층의 스타일이 다른것을 알 수 있습니다.
아스토르가의 대성당...
성당도 좋지만 역시 저는 자연이 좋습니다. 어서어서 벗어나고 싶어요.
센스쟁이 순례자가 그려놓은 이쁜 무지개...
이번 순례를 발단 - 전개 - 위기 - 절정 - 결말로 나누면
이제 위기를 지나 절정을 향해 치닫는 느낌입니다.
순례를 마치기까지 1500m 짜리 산을 두개를 넘어야 하는데
드디어 이번 순레코스의 최고점에 도달했습니다.
꼭대기에는 매우 많은 편지가 놓여있었는데 재미있는 사연을 하나 보자면
20대 청년이 나중에 오게될 자신의 아이에게 편지를 써놓은것이 있더라구요.
그 청년 지금쯤 결혼은 했을런지 모르겠네요. ^^;;;
이 산을 내려가고 또 다시 1500m 짜리 산을 하나 넘으면 끝입니다.
그냥 터벅터벅 한걸음씩 걸었을 뿐인데 저는 1500m 위에 와 있습니다.
인생 뭐 있겠습니까 작은 걸음 하나 하나 걷다보면 정상에 오르는거죠~
구름따위 그냥 사진 배경으로 쓰는겁니다~
산 중턱에 너무나 아름답고 깨끗한 마을입니다.
갈 길이 멀었는데 이곳 레스토랑에서 순례자 정식을 먹고 쉬느라 3시간이 훌렁 지나가 버렸습니다.
이날 11시간동안 걸었습니다.
갈 길은 많이 남았는데 계속되는 내리막길이라 속도는 안나고
하늘은 자꾸 발길을 붙잡고.... 숙소에 도착하니 오후 7시가 다 되었더라구요. ㄷㄷㄷㄷㄷㄷ
결국 다음날엔 도시까지 8km를 걷고 나머지 거리를 버스를 타고 이동하기로 합니다.
제 무릎은 다 나았지만 와이프의 평발은 불치병이거든요.
템플 기사단의 성입니다. 중세 시대에는 순례자들이 큰 재산을 가지고 순례를 떠나는 경우가 많아서
강도의 위협을 많이 받았다고 합니다. 이에 한 기사단이 은행과 호위의 역할을 대신해 주던것이 이 기사단의 유래라고 합니다.
나중엔 이 기사단의 힘이 너무 커져서 국가에서 없애버렸다는 슬픈 전설이 있네요. ㄷㄷㄷㄷㄷㄷ
버스를 타고 20여 키로미터를 이동했습니다.
단돈 1.5유로... 40분..... 마치 타임머신을 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왠지 죄를 지은 것 같습니다. 몸은 편한데 마음이 불편합니다.
하지만 이미 일정을 많이 초과한 뒤라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습니다.
전날 푹 쉰 덕에 마지막으로 남아있는 1500m 짜리 산이 만만하게 다가옵니다.
산을 오르는데 낌새가 이상합니다. 바람이 축축하고 무릎이 쿡쿡 쑤십니다.
네... 결국 폭우를 만나서 잠시 쉬고 있습니다. ㅋ
마냥 쉬고만 있을 수가 없어서
비옷을 꺼내 입고 출발합니다.
노르웨이 속담에 이런 말이 있습니다.
"나쁜 복장은 있어도, 나쁜 날씨는 없다."
네... 제 복장이 나빠서 저는 속옷까지 다 젖었습니다. ㅠ_ㅠ
지금껀 많은 여행을 다니고 많은 사진을 찍었는데
항상 느끼는것이지만 카메라는 사람 눈을 따라오려면 100억 광년은 멀었다는겁니다.
이날의 감동이 왜 카메라에는 담기지 않는 것일까요?
그나마 제일 저와 맞는 카메라가 D700입니다.
항상 1년에 한번씩 바뀌던 카메라가 8년째 그대로이니 말입니다.
산 꼭대기 마을에 비맞은 강아지...
산을 오르느라 무리했던지 와이프의 발을 대신해주던 등산스틱.. 아니 대걸레봉이 그만 부러져버렸습니다.
한달여간 정말 수고가 많았구나,,, 편히 쉬렴... ㅠ_ㅠ
힘겹게 힘겹게 산을 올라 드디어 산티아고가 있는 갈리시아 주로 넘어갑니다.
이제 정말 끝이 보입니다. ㅠ_ㅠ
구름인지 안개인지 속으로 저희를 인도하고 있는 노란색 화살표...
화살표만 있다면 앞날이 가려져있어도 안심입니다.
나중에 제 아이들에게 노란색 화살표같은 아버지가 되고 싶습니다.
구름에 덮인 산꼭대기 마을...
우비에 덮인 아름다운 부인...
산 꼭대기의 숙소 모습입니다.
커다란 방에 2층침대가 빼곡히 들어차 있습니다.
짐을 정리하고 지친 몸을 쉬기위해 바쁩니다.
숙소에서 바라본 전경입니다. 아름답지만 저기를 내려가야 한다는 생각에 눈앞이 캄캄합니다.
바람이 부는 산 정상에 순례자 동상이 서 있습니다.
제 와이프도 서 있습니다.
한걸음 한걸음 산을 내려갑니다.
올라갈때와 같습니다만 한층 더 조심해야 합니다.
내려갈 때 방심하면 크게 다칩니다.
인생도 그렇습니다. 내리막 길에서 더더더더 조심해야 안다칩니다.
재미있는 순례자 길안내판.
어딜가나 인기있는 땡땡이 우비...
지금은 노르웨이에서 고이 잠들어 있습니다. ㄷㄷㄷㄷㄷㄷ
풀에 이슬인지 비인지가 맺혀 있네요.
가끔 이런 사진을 찍는데, 다른 분들이 찍는것처럼 감성있게 찍을 수가 없습니다.
누가 저좀 지도해 주세요. ㄷㄷㄷ
굉장히 역사 깊은 수도원입니다.
한때 가장 컸던 수도원이라는데
저는 스페인 역사를 잘 모르기 때문에 큰 감동이 없이 그냥 지나쳤습니다.....
산티아고가 가까워지니 곳곳에 이런 조각상이 세워져 있습니다.
제 마음에도 저만의 조각이 완성되고 있습니다.
숲길을 지나는데 숲속에 뭐가 움직이길래 바라보았더니
뜨헉~ 백마가 있습니다. 마치 유니콘같습니다. @_@
제 뒷모습입니다. 가방에 매달린것은 과자가 아니라 비상식량입니다.
지치고 탈진했을때 저것을 섭취하면 30분은 너끈히 걸을 수 있습니다. ㅋㅋ
비온 뒤 하늘은 언제나 기분 좋은 파란색입니다.
하늘이 땅에 내려와서 잠시 쉬고 있습니다.
해가 뜨면 다시 돌아가겠죠~
마치 wall-e 같은 모양의 건널목입니다. ^^
길을 걷다가 쉬고 있는데 한쪽에서 구름이 마구마구 몰려옵니다.
비가 올까 두려워 서둘러 걸음을 옮깁니다.
길을 걷다보니 저 앞에 걷고 있는 아주머니와 와이프의 가방이 같습니다.
"자기야 출동!!" 즐거운 설정샷 성공입니다. ^^
이런 작은 재미들로 저희는 행복해 질 수 있는 경지에 오른것 같습니다.
포르토마린이라는 마을에 왔는데
그동안 당하지 않아 방심했는지
bed-bugs 한테 된통 물렸습니다.
오른쪽 손가락서부터 팔꿈치까지 30~40방 물린것 같습니다.
최악입니다. 그나마 버물리 덕에 가려움은 어느정도 가십니다.
포르토마린의 성당입니다. 지금까지의 성당과는 모양이 사뭇 다릅니다.
강가의 도시라서 안개가 엄청납니다.
안개를 뚫고 걸음을 재촉합니다. 해가 떠오르면 안개가 사라지겠지요.
해가 뜨면서 사라지고 있는 안개...
너무나 신기한 장관이라 한동안 걸음을 뗄 수가 없었습니다.
목적지가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그림자를 따라가는 여행... 끝이 보이니 왠지 아쉽네요.
중간에 대단한 행렬을 만났습니다.
말을 타고 산티아고까지 가다니!!!!!
부.. 부럽긔!!!!!
갈리시아 지방의 유명한 토속음식인 문어요리 '뿔뽀' 입니다.
먹어본 감상은.... 음....
해산물은 역시 한국, 일본이 쵝오!!!!!!!
하루만 더 가면 산티아고에 도착합니다.
그저 처음과 똑같이 작은 걸음을 걷고 있을 뿐인데 어느새 저는 목적지까이 와 있습니다.
저 언덕 너머로 제가 지금껏 걸어 온 800km의 길이 남아 있겠죠. 길은 저희를기억하려나 모르겠습니다.
집 마당에서 놀고있는 꼬마아이가 동양인이 신기한지 한참 쳐다봅니다.
너무 귀여워서 아이 아부지한테 허락받고 사진을 찍으려니까 아빠 뒤로 숨어버리네요.
아이고 귀여운것~
산티아고로 들어가는 입구입니다.
순레자들 모두 이 비석을 만지고 기념촬영을 합니다.
갑자기 비가 쏟아져서 우의를 꺼낼 틈이 없어
주머니에 넣고 다니던 일회용 비옷을 꺼냈습니다.
아이고 이뻐라~!!! ㅋ
미사가 오전 11시라서 바로 성당으로 들르지 않고
산티아고 변두리에 있는 언덕의 숙소에 하루 더 묵기로 했습니다.
왠지 힘들었던 여행을 성급히 마무리 하고싶지 않은 기분... 아시나요?
네... 어쨌든 저희는 도착했습니다.
큰 감동이 몰아칠 줄 알았는데 그냥 담담합니다.
여행이 끝났다는게 아쉬울 뿐입니다.
여기서 다시 출발지로 되돌아가는 사람들의 마음을 이해할 것 같습니다.
산티아고 대성당...
미사에 참석하고, 거대한 향로가 왔다 갔다 하는것도 보고,
첫날 같이 출발했다가 헤어진 사람들을 이곳에서 다시 만났습니다.
이산가족 상봉때처럼 막 끌어 안게 됩니다.
서로 연락처를 주고 받고 서로의 행복을 빌어줍니다.
1부에서 같이 사진찍었던 친구들도 다시 만났습니다.
그사람들이 처음엔 저를 못알아봤어요. 살이 너무 빠져서 ^^;;;
니 뱃살 어디갔냐? 이러면서 놀라더라구요. ㅋ
산티아고까지의 여행은 끝마쳤지만 왠지 모를 아쉬움에 땅끝까지 가보기로 합니다.
그 옛날 콜롬버스가 미국을 발견하기 전에는
이곳이 세상의 끝이라고 여겨졌다고 합니다.
그래서 지명이 피니스테라 입니다.
바닷가의 길을 조금 올라가면....
0.00 km 라고 씌여있는 첫 이정표가 있습니다.
이제 진짜 끝났다는 생각에 참 많은 생각이 듭니다.
시원하고 아쉬운 그 기분...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우리 둘다 말없이 한참을 저 먼 수평선을 바라봅니다.
많은 순례자들이 이곳에서 신발을 태우는데
저희는 신발이 하나밖에 없어서 태울 수가 없습니다. ^^
돌아오는 길에 멋있는 건물...
역시 건축의 나라 스페인...
산티아고에서의 여행을 끝마치고,
저희는 바르셀로나로 넘어갔습니다.
순례자 모드를 해제하고 관광객 모드로 바꿨습니다. ^^
구엘 공원도 가보고, FC바르셀로나 경기장도 구경하고, 소매치기도 당해보고 ㅡ,.ㅡa
스페인에서의 여행은 이렇게 끝났습니다.
3개월간의 필리핀여행, 2개월간의 노르웨이여행, 1개월간의 스페인여행.
저희의 신혼여행은 이제 끝이 나고
진짜 인생여행을 시작하고 있습니다.
저희의 인생길도 순례길과 똑같이 발단 - 전개 - 위기 - 절정 - 결말이 있겠죠.
어떤 길이 펼쳐지더라도 저희는 한걸음 한걸음 묵묵히 걸어나갈 자신을 얻었습니다.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그런 커다란 무언가가 가슴속에 한가득 들어있는 기분입니다.
아.. 또 하나의 작은 선물이 있습니다.
여행을 마치자 마자
저희의 2세가 생겼답니다~
맑은 공기를 마시고 열심히 걸어서 만든 튼튼한 체력을 바탕으로
건강하고 이쁜 아이가 태어났습니다. @_@
그리고 하나 더!!
딸도 태어났습니다. ㄷㄷㄷㄷㄷ
순례길을 다녀와서 제 가치관이 변하거나 하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확신이 생겼을 뿐입니다.
사람은 언제 어디서든 행복해 질 수 있다는 확신이요.
저희는 2021년에 아이들과 함께 다시 이 길을 걷기로 했습니다.
그때 다시 뵙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꾸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