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진도군 교동리에 살았던 후추 입니다.
1층 주택이었기때문에 환기한다고 문열어두면 난데없이 집을 지키기 시작합니다.
수컷인데 주인아저씨가 임신했냐고 물어보심.. ㅠㅠ
아닌데욧! 수컷인데요! 애가 뚱뚱한게 아니고 그냥 기골이 장대한건데요!
앞뒤로 왔다갔다 하기 때문에 잘 드나들었죠.
벽지 까만거 보이시나요?
밖에서 흙밟고 들어와서 발이 더러워요.
이놈이 눈와도 나가고 비와도 나가고..
폭풍우가 몰아쳐도 나간다고 아웅아웅 거려서 안된다고~안된다고~ 나간다고~나간다고~
실갱이가 많았습니다.
아래사진 쥐키우시는 분들께는 죄송...
집을 지키면서 사냥도 해옵니다.
총 쥐 10마리, 개구리1마리, 잠자리1마리, 비둘기1마리.
신기한게 잡고 놀다가 잊어버리는게 아니라
꼭 저한테 보여주려고 보이는데다 놔둬요.
마침 집에 있을때였는데 물어와서 일케 보라고 합니다.
그럼 전 폭풍칭찬!! 캔간식 주고 완전 멋있어 완전 씩씩해 완전 용맹스러워! 하면
후추가 으쓱으쓱 해요.
그러나 그 후 저는 벌벌 떨면서 휴지 10장뽑아서 쥐 꼬리를 잡고.. 명복을 1초 빈 뒤, 집앞 밭에다 포물선으로 던져 버립니다.
한번은 손바닥 만한 대왕쥐를 잡아와서 그땐 제가 포효했던 기억이..
같이 무화과도 먹고
그러다 어느날!
이 새끼가 여자친구를 데려와 제 침대에서 자기 시작합니다.
정말 열받아서(그때도 솔로 지금도 솔로..)
여긴 내 영역이다!! 으르르릉~ 월월월!
그런데 알고보니 저 꼬맹이가 임신을 했더라고요. 배가 겉으러 울룩불룩 움직였어요.
후추는 예전부터 고자 였습니다. 후추의 자식은 아니죠.
근데 여친이 아닌지 그래도 꼭 부둥켜안아주고 그루밍해주더라고요.
그때가 겨울이었는데 한동안 꼬맹이가 안보이길래, 꼬맹이 집을 마련해주고 후추더러
'꼬맹이한테 아가들 데리고 들어오라고 해. 밖엔 춥자나' 했더니 바로 그 다음날
두둥....
애기들을 데리고 들어와서 딱 집안에 누워있더라고요. 눈도 못뜬 아가들이었어요.
후추도 삼촌노릇 잘하더라고요. 밥도 양보하고 놀아주기도 하고.
저기 보이는 아가는 나나 라고 이름 지었어요.
총 네마리 였고, 하나는 전복양식하는데에, 하나는 진돗개 사료파는 가게에.. 둘은 주인아저씨네 분양보냈어요.
시간이 흘러
2년 후에 전 1키로 거리의 옆동네로 이사를 갑니다.
해외출장을 다녀온 후 후추가 집에 오질 않았습니다.
친구에게 방문탁묘를 부탁했고 밥주고, 혹시 오면 문 잠궈달라고 했는데
이 자식이 하루 놀다 들어와도 주인이 없으니, 맘놓고 놀았던 거죠.
약 2주일이었는데 밤마다 주변을 돌아다니고 집집마다 들러 이런 고양이 못보셨냐고 묻고..
정말 너무너무너무 슬펐습니다. 이성할테 까였을때 우는 것보다 정확히 3배 더 울었네요. 매일매일.
어느날 제보를 받고 달려간곳은 꼬맹이가 있는 예전 집...
찾으러 가서 후추야!!!! 부르니
쭈삣거리며 와서 아는척을 하는거에요! 막 뒹굴면서!
눈물의 상봉이 아니라 헛웃음의 상봉
돌아온 후추의 몰골. 아주 처참함. 그러나 별로 불쌍하지 않음
추측컨대 주인은 안오니까 찾으러 올때까지 꼬맹이랑 놀아야지~ 이런 마음이었던 거 같아요.
퀭~~~~~~~~~~~~~~
그리고 현재
아파트 10층이라 밖엔 못나가고 복도 탈출은 여러번했지만..
족발당수를 받으며..
죽어라 이놈 고양이!
가 아니라 턱 우쮸쮸~~
긴글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마지막으로 난데없이 진돗개 애기사진 투척하겠습니다.
내 옷이야.. 이거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