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 (7월 6일) 국정원 대선개입을 규탄하는 촛불집회가 오후 6시부터 서울광장에서 열렸습니다. '국정원 정치공작 대선개입 규탄,진상규명 촉구 범국민대회'에는 1만여명의(경찰추산 4,500명) 시민이 참석했습니다. 7월 6일 서울광장에 모인 시민 1만여명이라는 숫자는 지난달 21일부터 시작된 '국정원 대선개입 규탄 촛불집회'이후 최대 규모를 기록했습니다.
처음 국정원 정치 공작에 대한 시민들의 참여가 지지부진했었던 상황과 비교해보면, 가면 갈수록 시민들이 국정원의 불법 정치공작과 선거개입에 분노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지난 6일 열렸던 국정원 규탄 촛불집회는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최대 규모의 집회입니다. 그러나 이상하게 TV에서는 촛불집회 장면을 하나도 찾아볼 수가 없었습니다.
지난 토요일은 장마로 침수 피해와 남북 실무회담이 주요 뉴스였습니다. 그러나 이에 못지않게 중요한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벌어진 최대 규모의 집회 뉴스는 MBC,KBS,SBS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가 없었습니다. MBC는 최원석 동아그룹 회장 아들의 물놀이 사망 소식은 8시뉴스 세번째 꼭지로 기자가 사건 현장까지 직접 찾아가는 화면을 내보냈지만, 서울광장에 모인 1만명 시민의 촛불집회는 보도하지 않았습니다.
SBS 8시뉴스도 '무더위 찬 음식, 효과 얼마나?'라는 기사는 있어도, 국정원 촛불집회는 없었고, KBS 9시뉴스도 기성용 선수 얘기는 있었지만, 촛불집회 소식은 아예 나오지도 않았습니다. MBC는 최원석 동아그룹 회장 아들의 물놀이 사망 소식은 8시뉴스 세번째 꼭지로 기자가 사건 현장까지 직접 찾아가는 화면을 내보냈지만, 서울광장에 모인 1만명 시민의 촛불집회는 보도하지 않았습니다. SBS 8시뉴스도 '무더위 찬 음식, 효과 얼마나?'라는 기사는 있어도, 국정원 촛불집회는 없었고, KBS 9시뉴스도 기성용 선수 얘기는 있었지만, 촛불집회 소식은 아예 나오지도 않았습니다.
'국정원 사건은 보도하지 않고, 오로지 원세훈 개인비리만'
7월 6일은 주말이라 KBS,MBC,SBS 기자가 당직 기자만 빼고 모두 집에서 쉬었다고 칩시다. 그렇다면 지난 일주일간 지상파 8시,9시뉴스에서는 국정원 사건을 어떻게 얼마나 다뤘는지 조사해봤습니다.
▲ NLL대화록 뉴스는 제외,
7월1일부터 7월7일까지 일주일 동안 지상파에서는 총 13건의 국정원 뉴스가 보도됐습니다. 그중에 3건이 7월1일 '국정원 국정조사' 관련 보도였습니다. 여야가 합의한 국정원 국정조사 관련 뉴스 이외에 지상파 뉴스에서는 원세훈 개인 비리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소식이 주를 이루었고, 민주당 관계자가 국정원여직원 감금(?)으로 체포됐다는 뉴스가 전부였습니다.
뉴스를 보면 알겠지만, 지금 지상파 뉴스에서는 국정원 정치공작보다 원세훈 개인 비리로 보도하고 있습니다. 이유는 뻔합니다. 국정원 사건을 개인 비리로 축소하여, 국정조사를 여야의 진흙탕 싸움으로 전락시켜 '국정원 사건'이 정국의 핵심 쟁점이 되지 않게 하고 있는 것입니다.
언론이 꼭 박근혜 대통령을 닮은 것 같습니다. 쟁점이나 문제의 소지가 있는 사안은 절대 말하지 않는 것, 언론이 아니라 박근혜 대통령의 충복 같은 느낌을 지금 언론에서 받는 것은 저만의 생각일까요?
'사라진 국정원 대선 관여 증거 뉴스'
지상파 방송이 국정원 사건을 원세훈 개인비리로 만드는 사이, 국정원 관련 주요 뉴스들은 TV에서 사라지고 있었습니다. 그중에 가장 중요한 사안은 국정원 댓글 수사 발표 전에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에게 전화했던 국정원 국장이 소환 조사받은 부분입니다.
검찰은 박원동 국정원 국익정보국장을 지난해 12월 16일 김용판 서울경찰청장에게 전화를 걸어 수사결과 발표를 독촉하는 등의 압력을 행사한 혐의로 7월 2일 불러 조사했고, 이런 사실은 7월 5일 언론에 알려졌습니다. (물론 지상파 뉴스에서는 보도되지 않았다)
만약 박원동 전 국정원 국익과장이 김용판 서울경찰청장에게 '국정원 여직원의 선거 개입 댓글은 발견하지 못했다'는 수사결과 발표를 지시했다면 이는 명백히 국정원이 대선에 개입한 증거가 될 수 있습니다. 여기에 김용판 서울청장이 권은희 수사과장에게 수사 축소를 강요했다는 증거가 나온다면, 지난 대선은 국정원,경찰의 조직적인 합작 부정 선거가 됩니다.
새누리당과 보수는 이런 국정원과 경찰의 직접적인 대선 개입은 전혀 거론하지 않고 오로지 국정원 여직원과 국정원 심리전단의 댓글이 대선에 무슨 영향을 끼쳤느냐고 주장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지상파 뉴스 어디에서도 박원동 국정원 국장의 피의자 신분 조사는 다루지 않고 있습니다.
'절대 거론되지 않는 이명박 전 대통령'
우리는 국정원 정치 공작과 대선 개입 의혹을 보면서 한 가지 의문을 갖습니다. 그것은 왜 뉴스에서 당시 책임자였던 이명박 전 대통령을 거론하지 않고 있느냐는 부분입니다.
'아이엠피터'는 이미 지난 2012년 9월에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후보와의 비공개 단독회동이 의심스럽다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이와 같은 근거의 밑바탕에는 이상득 의원이 MB정권에서 차기 정권은 무조건 박근혜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추진했던 부분 때문이었습니다. 새누리당은 아무리 파벌이 갈라져 있어도 정권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항상 한마음, 한뜻으로 힘을 합칩니다.
2012년 9월 2일 정오, 청와대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가 만나 무려 100분간 비공개 단독 회동을 했습니다. 당시 어떤 내용이 오갔는지는 아직도 명확히 밝혀지지 않고 있지만, 조각들을 하나둘씩 맞추다 보면 분명 정권연장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고 봅니다.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후보의 만남 이후, 선거 전략은 철저히 야당 후보에게 불리한 내용이 나왔습니다. 기재부의 문재인 후보 공약 비판 (경제민주화를 통틀어 비판했지만, 세부적인 공약 내용은 문재인 후보를 겨냥)이 있었고, 가장 중요한 정문헌 새누리당 의원의 'NLL 땅따먹기' 발언이 있었습니다.
당시 대선기간 NLL 기사만 9,500여건이었다는 사실은 얼마나 대선에 영향을 끼쳤는지 알 수 있을 것이고, 국정원도 조직적으로 NLL을 이용해 대선에 개입한 증거가 검찰 조사에서 밝혀졌습니다.
권영세 새누리당 종합상황실장은 국회 정보위원장으로 있으면서 당시 국회 파견관이었던 박원동을 알았고, 박원동 국정원 국익정보국장은 12월 16일 '국정원 대선 개입 댓글 무혐의' 수사 발표 압력을 행사한 의혹을 받고 있는 인물입니다.
'너구리를 잡으려면 굴에 연기를 피워야!'
일련의 증거를 보면 국정원의 대선 개입은 분명 MB와 박근혜의 연관성을 보여주고 있지만, 18대 부정선거를 외치면 박근혜 대통령을 흔드는 나쁜 일로 비난받기 일쑤입니다. 그렇다면 국정원 사건과 불법 선거를 한 방에 잡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바로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국정원 정치공작 책임을 요구하며 그를 법정에 세우는 일입니다. 그를 압박하면 당시 회동에서 무엇이 논의됐고, 과연 박근혜 후보가 당시 어디까지 알고 있었는지 밝혀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것은 어떤 정치적 전략이전에 국정원의 정치 공작이 명백한 상황에서 당시 대통령이 책임지는 것이 마땅하기에 충분히 가능한 일입니다.
한 나라의 대통령이 소속 정당의 대통령 후보와 만나 비공개로 회동했다는 사실만으로 선거개입을 한 것입니다. 그러나 당시 아무도 그런 사실을 지적하지 않았습니다. 지금이라도 당시의 문제점을 제기하면서, 국정원과의 연계성을 밝혀내야 합니다. 너구리를 잡으려면 굴에 연기를 피워야 합니다. 이러한 이치로 굴속에 있는 몸통을 밝히기 위해서는 그것을 막고 있는 돌을 먼저 치워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