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일주일 전부터 도서관을 다니고 있어
그래.. 그녀를 만난건 그 첫날
g열17번 자리에 앉아있던 그녀는 얼음왕국 안나를 닮은 외모와는 걸맞지않게 공부에 전념하고 있었지
그 작은 손으로 펜을 붙잡고 쓱싹쓱싹..
빨간색 후드집업에 네이비색 짧은 반바지 하얀 피부 짧은 웨이브머리
공부는 전혀 눈에 들어오지 않았어
화장실만 수십번을 왔다갔다 하면서 그녀의 눈코입을 감상했지
아마 그녀도 날 봤을까..?
그렇게 그녀를 보고 몇번의 눈맞춤이 오가기를 3일째 되던날이였어
시간은 밤 10시 30분쯤
사람들은 삼삼오오 귀가를 하고
나와 그녀 그리고 몇몇만이 조용한 도서관을 지키고있었지
그리고 11시가 됐어
내가 가방을 챙기는데
그녀도 마치 아기 북극곰같은 손으로 책을 하나둘씩 가방속으로 집어넣었어
그러곤 자기의 몸집과 어울리지 않게 커다란 가방을 매고 힘없이 도서관을 나섰지.
나도 그녀와 같은 방향이라 나는 그녀의 뒷꽁무늬를 졸졸 쫒아가게 됬어
작은 체구에 뒤뚱뒤뚱 걷는 그 모습
정말 미칠듯이 안아주고 싶더라
그렇게 나와 그녀는 버스 정류장에 도착했지
난 그녀에게 무심한척 버스시간만 계속 쳐다봤어
그녀는 의자에 고개를 푹 숙인채 앉아있었지
어찌나 사랑스러운지 계속 쳐다보고 있는데
그녀가 갑자기 고개를 드는거야
?!
그렇게 우리는 3초간 눈을 마주쳤어
심장이 뜨거워진다는게 이런기분일까?
세상은 온통 조용하고 달빛만 시끄러운 이 버스정류장에서
그녀는 왜 내 눈을 피하지 않았을까?
하지만 난 병신같이 한마디도 못걸고 무심한 버스는 왜그리도 빨리오는지 그녀를 태우고 슝 가버렸어
하..
마치 청포도 사탕같던 그 눈은 내 밤잠을 설치게 하기에 충분히 달콤했지
메마른 고3생활에 단비같이 내려온 그녀는
내 맘속에서 점점 자라나 뿌리를 내렸어
아주 단단히 .
난 그다음날 과자와 음료수를 샀지.
물론 이건 그녀꺼야
과자에 붙인 포스트잇에는 '열심히 하시네요 화이팅!' 이라고 적혀있엇지
맘 같아서는 핸드폰번호와 그동안의 내 설렘을 모두 적고싶었지만
그러기엔 내 용기도 포스트잇도 턱없이 모자랐어.
그렇게 그녀가 저녁을 먹으러 간 사이에 난 그것들을 조심히 누가볼까 천천히 그녀의 책상위에 살포시 올려놨지
나인걸 알까?
써놓을걸 그랬나?
수많은 생각들이 날 괴롭히고 난 내 자리에 앉아 그녀의 자리만을 주시했어.
온다.
앉았다.
어?
웃는다.
웃었어!!
그러곤 주위를 빙- 둘러보더니 다시 미소를 지었어
그녀의 웃는 얼굴을 묘사해볼까?
아니 그건 불가능한 일이야.
3박4일동안 말해도 5분정도가 부족할거야.
암튼 그녀는 그러더니 다시 공부를 시작했어.
난 이제 앞으로의 일들을 상상했지.
내일은 내 번호를 적어볼까?
요즘 유행하는 영화는 뭐가있을까?
그녀는 무슨 팝콘을 좋아할까?
근데 그때였어.
어떤 남자새끼가 그녀의 자리로 걸어가더니 그녀와 말을 나누는거야.
뭐야 저새끼.
에이 설마 남자친구는 아닐꺼라고 난 생각했지.
아니 기도했지.
제발 아니여라 제발 씨발 제발 씨발 제발
그때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 시커먼 남자새끼 손을 붙잡았어.
그래. 그때 내 인생은 끝났어
아예 끝나버렸지.
하..
난 더이상 공부를 할 수 없었어
그리고 이젠 더이상 그 도서관에 가지않지
난 여태까지 뭘 한걸까..
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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