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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2.01 통권 555 호 (p182 ~ 189) | |
김재규 변호인 안동일 변호사가 털어놓은 ‘대통령의 사생활’ |
“궁정동 안가 불려간 여성 200명 넘었다” |
김순희 자유기고가 [email protected] |
● 대통령과 ‘특별한 관계’인 여배우 어머니, 박선호 찾아와 항의 ● 군 병원 간호장교들도 궁정동 안가 불려가 ● 김재규, 박근혜 구국여성봉사단 비리 보고했다가 박정희 핀잔 들어 ● 김재규, 사관생도 박지만 비행도 뒷조사해 보고 |
“대통령의 사생활도 역사다.” 박정희 전 대통령을 살해한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의 변호를 맡았던 안동일(安東壹·65) 변호사의 말이다. “사반세기가 지났지만 10·26은 역사가 아닌 현실”이라고 규정한 그가 최근 ‘10·26은 아직도 살아있다’는 제목의 책을 펴냈다. 이 책에는 김재규가 안 변호사를 통해 밝힌 박정희의 여성편력이 실려 있어 관심을 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좋지 않은 과거를 끄집어내려고 쓴 책이 아닙니다. 최근 일고 있는 박정희와 김재규의 재평가 움직임과 관련해 정확한 자료를 제공하는 게 첫째 목적이고, 둘째 목적은 우리 현대사에 결정적인 전환점을 만든 대사건의 공판조서를 토대로 기록을 남겨 우리나라 기록문화의 발전에 기여하기 위해서입니다. 정치적인 의도는 없습니다.” ‘궁정동을 거쳐간 박정희의 여자가 200명이 넘는다’. 김재규가 안 변호사에게 털어놓았다는 말이다. 김재규는 법정에서 한사코 밝히기를 꺼렸던 박정희의 여자 문제에 대해 변호인 접견을 통해 털어놓았다고 한다. “김재규는 자신뿐만 아니라 박선호(당시 중앙정보부 의전과장, 사형집행)가 법정에서 박정희의 여성편력에 대해 진술하려는 것도 막았어요. 1979년 12월11일 제4차 공판 변호인 반대신문에서 박선호가 ‘그날(10월 26일) 오후 4시경 (여자를 데리러) 프라자호텔에 간 일이 있느냐’고 묻자 ‘예’라고 대답했어요. 그러자 피고인석에 앉아 있던 김재규가 박선호의 등에 대고 ‘야, 얘기하지 마’ 하고 짧게 명령조로 말했죠. ‘호텔에 간 것은 그날 연회장에 보낼 여자를 구하러 간 것이냐’는 변호인 신문이 이어졌지만, 박선호는 김재규의 뜻에 따라 ‘상상에 맡기겠다’고만 대답했어요.” 김재규의 말 한마디가 박선호의 입을 다물게 한 것이다. 박선호는 자신의 변호를 맡은 강신옥 변호사와의 접견에서 명색이 중앙정보부장 의전과장인 자신이 이른바 채홍사(採紅使) 노릇을 한 것에 대해 고충을 토로했다고 한다. “저도 김재규를 접견할 때 박정희의 여자 문제에 대해 여러 번 물었는데 김재규가 ‘남자의 벨트(허리띠) 아래 이야기는 안 하는 것’이라고 합디다. 김재규뿐 아니라 검찰관과 재판부도 이 얘기가 나오는 것을 꺼렸죠. 특히 박정희 여자 문제의 ‘뇌관’을 쥔 박선호에 대한 입막음이 심했어요.” 연예계 여성이 가장 많아 -김재규에게서 언제 처음 박정희의 여성편력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습니까. “김재규는 항소심 재판이 끝날 때까지 ‘박정희를 두 번 죽일 수 없다’면서 그 얘길 꺼내지 않았죠. 그런데 사형선고를 받은 뒤 1980년 2월19일 접견 때 항소이유보충서에도 차마 담지 않은 얘기를 뒤늦게 털어놨어요. 박정희의 치부를 공개하려는 것이 아니라 먼 훗날 역사의 교훈을 남기기 위해서 어렵게 입을 뗀 거죠. 그날 그럽디다. 대통령이 궁정동 안가를 찾아오는 빈도가 높았고 그 정도가 너무 심했다고. 상대하는 여자로는 영화배우와 탤런트, 연극배우, 모델 등 연예계 종사자가 가장 많았다고 해요. 그 숫자가 200명을 넘었대요.” 궁정동 안가 술자리는 대통령 혼자 즐기는 소행사와 10·26 그날 밤처럼 경호실장, 중정부장 등 3, 4명의 최측근이 함께하는 대행사로 나눠졌다고 한다. 대행사에서 박정희가 맘에 드는 여성을 ‘뽑아’ 따로 즐기는 일을 소행사라고 불렀다고 한다. “대행사는 월 2회, 소행사는 월 8회 정도 치러졌다고 합디다. 박선호는 말이 의전과장이지 궁정동 안가를 관리하고 소·대행사가 있을 때마다 대통령에게 쓸 만한 여자를 찾아내 바치는 게 주임무였습니다. 김재규는 ‘박선호가 자식 키우는 아버지로서 할 일이 못 된다며 몇 번이나 내게 사표를 냈는데 만류했다’고 하더라고요. ‘자네가 없으면 궁정동 일을 누가 맡느냐’면서.” (계속) |
http://shindonga.donga.com/docs/magazine/shin/2005/12/14/200512140500039/200512140500039_2.html
“마담 추천 중정 면접, 입 무거운 여성 뽑아”
‘한겨레21’ 안가 전직원 인터뷰 1970년대 ‘중앙정보부 안가’ 최근 발간된 <한겨레21> 제546호(설 합본호)가 박정희 전 대통령이 은밀하게 이용했던 이른바 ‘안가’(안전가옥)에서 근무했던 전 중앙정보부 직원의 증언을 보도해 화제가 되고 있다. 안가 근무 직원의 인터뷰는 언론사상 처음인데다, 그가 10·26 사건을 통해 비로소 그 은밀한 장막의 일부가 벗겨졌던 안가의 규모와 운영실태 등에 대해 비교적 소상히 증언해 눈길을 끈다. 1970년대 한때 안가에서 근무했던 이 직원은 인터뷰에서, “안가는 대통령이 사석에서 꼭 만나야 할 사람이 있을 경우 술자리를 하면서 편하게 시간을 보내기 위해 만들어졌다”며 “10·26 사건으로 여성이 접대를 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안가의 운영 목적이 다소 왜곡된 측면이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그는 “영화 <그때 그사람들>에서처럼 여자들을 합숙시키는 곳은 없었다”면서도 “다양한 직업을 가진 여성 100여명씩을 보유한 ‘손이 큰’ 마담 2명이 여자들을 주로 조달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연회 접대 여성들은 마담들이 추천하면 중정 직원이 ‘면접’을 봤고 외모와 경력 등을 따져본 뒤 입이 무거울 것으로 보이는 여성 위주로 선택해 수발을 들게 했다”고 전했다. 그는 “대통령이 여성에게 빠지는 것을 막기 위해 접대 여성은 한 차례 이상 넣지 않는다”며 “대통령이 찾으면 만류해 보다가 잘 안 되면 추가로 딱 한 번만 더 접대하도록 한다”고 나름의 원칙을 설명했다. 그는 안가에는 정·재계를 비롯해 ‘무척 다양한’ 사람들이 드나들었다고 전했다. “수출에 기여한 기업인이나 정치인, 고위 공직자, 학자 등을 안가로 불러들였다. 고인이 된 한 그룹의 총수는 대통령의 격려를 받으면서 지원을 부탁해 기업을 눈부시게 키워나갔다”고 밝혀, 안가가 ‘밤의 정치’가 이뤄졌던 곳임을 다시 한번 확인시켰다. 박 전 대통령은 딱딱한 분위기의 술자리를 좋아하지 않아 경호실처럼 경직된 조직이 아닌 중정에서 안가 관리를 직접 담당했으며, 10·26이 일어난 궁정동 안가가 가깝고 규모가 커 자주 이용됐다고 덧붙였다. 특히 그는 “모든 안가는 대통령이 불시에 방문할 수 있기 때문에 24시간 대기 상태에 있어야 했다”며 “안가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피살된 서울 궁정동말고도 한남동·구기동·청운동·삼청동 등에 5~6곳이 더 있었다”고 증언했다. 김남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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