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개그맨 김은우씨가 사회를 본 장은경원장의 출판기념회 때
시인을 사랑하는 독자가 쓴 편지입니다.
제가 나름대로 편집을 해서 올려봅니다.
참 감동이 있고 아름다운 순간이었습니다.
김은우씨의 참회? 의 눈물과 다시 열심히 살고 싶다던 이야기도 아름다웠구요.
긴 편지를 이지만 끝까지 읽어보세요.
새로운 감동과 기쁨을 느끼실 수 있을 것입니다.
어깨로 움직이는 여자
세포 세포 속에 눈물이 고여있을꺼야...."
어느 날 참았던 눈물이 터져버리면 흔적도 없이 햇빛속으로 날아가버리겠지.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는 어깨를 보며 난 늘 중얼거렸지.
아이를 하나하나 떠나보내면서 그녀의 슬픔은 제 근수보다 늘 작게 표현되었고,
분석할 수 없이 윤기나는 얼굴이 유독 작은 어깨를 가진 날 더 작게 만들던 어느 날,
그녀는 내게 말했지.
"내 몸에서 일어나는 일 중 가장 큰 복이 되는 것이 무엇인줄 알아? 내 어깨가 점 점 커지는거야.
"왜?"
"그래야 저 아이들을 더 많이 내등에 업고 내 어깨를 빌려 줄 수 있으니까."
그 순간 난 고압의 전기를 얻어맞은 듯 멍하게'지금도 맞는 옷이 없는데'''''그 어깨는 얼마나 더
커져야 하는 걸까? ' 또 혼잣말로 중얼대야만 했다.
난 언제가 남태평양 바다에 간적이 있었지.
소리없는 바다는 요란스럽지 않게 아주 멀리 물을 보냈고, 또 다시 바라보노라면 소리없이 물을
불러오곤 했어. 그 바다에 몸을 담그는 순간 다시 어머니의 양수 속에 있는 듯 따뜻하고
평온했었던 것을 난 잊지 못한다.
슬픔이 담긴 듯 눈물어린 얼굴이었다가. 어느새 다시 웃는 그녀는 아마도 저 바다보다 빠르고 멀리,
슬픔을 보내고 다시 맞아야 하는 아기, 그리고 남겨진 아이들에게 태초에 어미의 양수가
되고 팠을까?
그제야 난 그녀의 어깨 속에는 고향같은 양수가 고여 있다는 것을 알았고, 태가 그러하듯 아이들을
감싸고 있는 양수같은 그녀가 있는 한, 그 곁에 있는 아이들이
얼마나 평화로운지 알았다.
그녀의 십여 년 전 첫 번째 시집 (날마다 고백을 해도 가슴에 남을 그리움) 에선 인환이를 보내고,
"열약한 환경에 남겨진 자들의 통곡을 미안해하며 갔을꺼야"라며 더 큰 어깨가 되어주지 못해 미안해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주님곁에 가는 아이가 더 미안해 할 것 같아. 텅빈 마음밭에 지나가는 바람을
안에 가두며 끝없이 침묵하라고 노래했었지,
또 웃음소리 증발한 빈집에서 어린날, 아버지의 억장을 무너트리는 분노가 가슴이 아프기에.
"아버지 착하게 살께요. 너무 슬퍼하지 마세요.
딸을 자랑하세요. "부끄럽게 부끄럽게 독백처럼 노래했던 그녀....
가슴에 묻어 두었던 사랑을 어깨에 고여있는 따뜻한 양수를 바다로 흘려보내 모든 사람에게 나누고픈
야무진 못짓으로 두번째 소설 <바다는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다.를 거침없이 써 내려갔고, 창해를
통해 사랑만이 모든것을 가능케 한다며 이 시대의 우울을 이겨낼 수 있는 유일한 무기인 사랑을
시인 안에 웅성이는 언어들을 통해 바다로 흘려보내기를 원했던 그녀는
오랫동안 세상을 향해 침묵하며 십년의 세월을 보냈다.
온 몸이 균열 투성이인 그녀, 더 이상의 몸의 균열이 없을 것 이라고 생각했던 나를 무참히 짓밟고
그녀는 이제 머리에 염색을 한다.
그 자랑이 되었던 어깨의 근육이 파열되어 쓰지 못하게 된 그녀, 그런데 그녀가 이제 전혀 다른 색깔의
노래를 부른다. "둥기둥기 둥기야." 그녀가 춤추는 것이다.
유독 무릎에서 놓지 못하였던 아이, 그 아이에 대한 그녀의 지독한 사랑은 그녀는 혈관이 보이지 않는
막대같은 팔뚝에 어느 간호사보다 주사를 잘 놓게 되었고, 가래를 빼내는 일도, 하루에 한번 항문을
빠져나오지 못한 변을 손가락을 넣어 빼어내는 일도 수월하게 할 수 있게 되었다.
그 사랑에 응답이라도 하듯 그녀가 뽀뽀를 외치면 말도 못하고 숨만 헐떡이는 아가는 혀를 내밀어
그녀의 혈를 핥는 원초적인 뽀뽀를 해댓고, 그것이 남이 알 수 없는 그들만의 즐거운 일상이 되어
그렇게 날들이 지나갔지.
큰 산소통 온갖 의료기기로 그녀의 방은 응급실을 방불케 하였는데, 팔십이 넘으신 그녀의 어머니를
분노케 하는것이 있었으니, 항문에 넣어 가스를 배내는 노란호수를 삶아내는 냄비였지,
입으로 가스를 빨아내는 일은 노모 몰래 할 수 있어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어머니에게는 항문에
넣는 호수를 위생상 깨끗케 하고자 삶는 것도 이해가 안됐고, 더욱이 먹는 냄비와 소독용 냄비를
전혀 구분하지 않는 것은 화가 날 만도 했지,
그 냄비에 찌개가 끓여져 상 위에 놓을 때마다 노모는 밥숟갈을 던졌지만
그 일은 아이가 갈 때까지 전혀 고쳐지지 않았다.
노모의 절규 "저년의 무릎 걷지도 못하는데 나이 먹어 무릎이 썩을거야!"
유독 대현이에게 죽을 가장 잘 먹이는 할머니임에도 억장을 무너뜨리는 막내 딸년의 희생이 아파
울며 절규한다.
"죽게 두지, 저리 살아 뭐하는데..."
"엄마 그게 무슨 말인데...나도 남들이 볼때는 쯧쯧 혀를 차는 병신이야..."
어머니도 그녀도 함께 울며 싸우는 일도 일상이었지.
나는 조금은 알 것 같다. 아이를 보낸 후에 그녀는 손으로 바닥을 짚는 것 조차 힘들어하며
어깨의 통증을 호소하고 어깨를 쓰지 못했는데 그 것은 아이러니 하게도 왼쪽 어깨였다.
노모의 눈을 피해 아이를 무릎위에 올리고 내리는 일, 그것은 어머니에 대한 죄스러움인 동시에
사랑이었고, 그 사랑의 완성이 결국 어깨에 고여있던 따뜻한 양수를 세상을 향해 흐르게 하는
원동력이 되었다는 것을...
그녀의 시집 마지막 장. 그녀는 :바람에게 부탁했다' 를 통해 결국 어깨를 나누고자 한다.
발이없는 그녀가 작아진 어깨들에게 달려가고파 바람을 초청해 그녀의 발이 되어주기를 호소한다.
"함께 가주지 않으련? 굶주린 소년의 커다란 눈망울 앞으로..삶이 곤고해 죽음을 생각하고 있는
슬픈 아버지의 작아진 어깨 곁으로, 나를 데려다 주지 않으련?"
영혼을 갈아 씨를 뿌리고, 잘 익힌 열매 그것은 평화라고 외치며 할 수만 있다면 모든 것을 다 주고
싶다며 '나를 데려다 주지 않으련?" 호소한다.
가슴에 묻어 두었던 사랑을 , 바다로 보내면 절로 흘러 갈 것 같던 사랑을, 이제 시인의
넓은 어깨를 빌려주며 작아진 어깨들에게 자신의 양수를 흘려보려고 하기에 그녀는 노래한다.
(둥기둥기 둥기야) 업을 수도 안고 흔들 수도 없는 아이를,
이제 그녀가 힘을 쓸 수 없는 어깨를 들썩이며
부르는 노래는 하나가 되기를 원하는 노래가 아닐까?
바티칸성당 천장화 '아담의 창조' 는, 하나님과 아담과의 만남이 두 손을 마주 잡으려는
동작으로 묘사되고, 영화'ET'에서 인간과 외계인의 만남도 마주된 손가락으로 상징이되듯,
빨간 꼬리표도 붙이지 못한 체 버려진 전자제품만도 못한 장애인과 여전히 장애인의 가능성을 지닌
일반인의 만남을, 그녀는 손이 아닌 등을 데는 만남,
어깨를 빌려주는 만남으로 노래하며 행복한 세상을 꿈꾼다.
네가 시인에게 이 긴 편지를 쓰는 것은 나도 감히 그녀의 바람이 되고품이다.
아니 이미 우리 모두가 바람이기를 작정했다.
바람은 볼 수 없으니 나뭇잎이 흔들리는 것을 보고 바람이 부는 것을 알 수 있듯이,
사랑도 명사가 아닌 바람같은 동사인 것을
세상을 흔들며 노래하자! "둥기둥기 둥기야" 등을 내밀자. 어깨를 빌려주자
신바람이 불겠네 신바람의 사전적 용어가 어깨 바람은 것을 시인은 이미 알았나보다.
그리 곱던 나의 시어머니님이 기저기를 차고 못움직이기를 삼년이다.
우리 모두 다 그 분 앞에 설때까지 내부수리 중인 존재가 아닌가
내가 줄 수 있을 때 빌려주고 내가 필요할 때 당당히 등을 내밀자.
심은대로 거둔다 했던가?
눈먼 소경에게 등을 내밀면 그가 말하겠지
"당신이 혹시 예수님이신가요..."
곳곳에 예수님이 오시고. 하늘이 이 땅에 임하겠네....
"둥기둥기 둥기야 우리 대현이 둥기야.." 그 이름안에 더 많은 아이들의 이름이 불러지길 원하는 그녀,
죽음 직전에도 병원 문밖에서 거절당한 많은 장애인이 아파 장애아동전문병원을 세우고 싶다는 그녀,
그것도 바람들이 손을 잡았으니 그 분이 하시겠네
둥기둥기 둥기야 우리 모두 둥기야. 오늘이 축제의 날이네 둥기둥기 둥기야 우리모두 둥기야.
끝으로 시인이 가장 힘들어 하는 일
엄마가 숨어서 운 세월만큼 행복하게 해주고 싶은 일 그녀의 가장 무거운 무게 엄마!라는 이름,
그 이름에게 그녀의 마음을 전해보며 편지의 끝을 맺는다.
"엄마 더 착하게 살께요. 그 보다 귀한 삶은 없잖아요. 엄마의 기도가 가장 큰 힘이었어요.
이 세상 무엇보다. 내게 있는 모든 아이들보다. 더 많이 엄마를 사랑해요.
시인을 사랑하는 첫번째 독자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