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출사를 나가고, 동호회 정모도 처음 나가는 터라, 걱정되는게 많았다.
다들 좋고 멋진 카메라를 들고 나오실텐데, 나는 은색 콤팩트디카를 가져가면, 무시하지-_-않을까 하는 생각;과
혹시나 나를, 카메라에 취미도 없고 장비도 없으면서 남자꼬시러-_-온다고 생각하는건 아닐까-_-하는 생각;
전에 대외동아리에서 교류가 별로 없는 남자선배 한 분이 자신이 가진 기계로 자랑하면서 으스대셨는데,
자기 노트북 펜터치 된다고, 너 수업할때 노트북으로 필기안해? 이러셔서,
네, 노트북으로 필기 안 하는데..... "다 노트북으로 필기하는데?" 이러셔서,
그런 사람 못봤는데........ 라고하니, 이거 200만원짜리라구 ; 그러셔서 아 좋네요...라고 하니 그만두셔서 - -; 그런 분들이 디카 동호회 정모때 있을까봐 걱정했는데,
그런 분들은 정말 없었다.
다른 친구한테, 저 노트북 일화를 말해주면서, 펜터치로 노트북에 필기하는거랑, 공책에 적는거랑 무슨 차이일까....? 라고 말했는데, 친구가, 그런 사람은 자기 기계 알아주길 바라면서 자랑하는건데 잘 몰라주니까 은근 이런것도 모른다, 하고 내려보는거라고, 그런 사람은 무시하는게 좋다고 알려주었다.;;
나는 술을 안 마시는데, 오유 정모는 술 먹는 정모가 대부분이거나, 아니면 정모 장소가 너무 멀어서 못 가는데, 북촌한옥마을은 고등학교때부터 자주 가던 곳이었다.
삼청동 아래에 정독도서관에서 시험기간이면 남자친구와 열람실에서 하루종일 공부하고, 도서관식당이나 밑에 분식집에서 밥을 먹었던 기억이 난다. 요새는 삼청동에 놀러오는 사람들이 많아, 옛날 가게들이 다 사라지고 까페와 프렌차이즈가 들어서고 있다. 사람들은 삼청동이 멋있고 예쁘다고 하지만, 나는 내 추억의 장소가 사라지는 것 같아 마음이 아련하다.
삼청동이 집이랑 가까워서, 밤9시에도 스파게티가 먹고싶으면 간단한 옷차림에 가서 먹고 오곤 했다. 어느순간 주말엔 골목마다 빽빽히 사람들이 들어차서, 그냥 동네인데 뭐하러 다들 이렇게 놀러오나 싶었다.
1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정모를 나왔다....
한 조에 8~10명씩 조별로 나누어서 움직였다.
나는 은색콤팩트디카, 주머니 안에 쏙 들어가는 디카라 그대로 주머니손 안에 넣어두고 걸어다니면서,
한 사람 한 사람, 가지고 있는 카메라에 대해 물어보았다.
전부터 카메라를 알아보고 있던 터라, 사람들이 들고 다니는 카메라가 어떤 기종인지는 알고 있었다.
나이대는 대부분 결혼한 사람들이 많았고, (조장님이 나랑 띠동갑...이셨다.)
나이 어린 사람으로는 90년생....이라지만 그들이 벌써 23살이라는 사실...!;
소니 NEX 5N 흰색 카메라가 있길래 한번 들어보았다. 핑크색 트랩에 잘 어울렸다.
DSLR인 캐논600D와 미러리스인 소니NEX5N이 무게가 비슷했다.;
DSLR의 무게 때문에 미러리스인 소니NEX5N을 생각했던 거였는데.......
다른 분들이 까페에서 말씀하시길, 미러리스를 사느니 DSLR을 사는 게 낫다는 결론.....
그리고, 여행갈 때 쓸 가볍고 야경 잘 찍히는 카메라를 찾는 나에게 두 가지를 권유해주셨다.
그들끼리 이게 좋다, 이게 더 좋다, 논쟁도 벌였지만;; 나는 핸드폰 메모장을 얼른 켜서,
하는 말들을 모두 필기하느라 바빴다......
카메라 들고 계신 분께 무작정 다가가서, 궁금했던 것들을 여쭤보니,
한번 찍어보라면서 내 디카에 있는 SD카드를 자기 카메라에 넣고,
나에게 카메라를 주셨다. ^^; 그래서 하루종일..... 캐논 600D로 사진 찍었다.
여자가 쓰기에 가볍고 좋다면서,
니콘이 예전엔 인기가 더 많았는데 무거워서 여자가 쓰기엔 힘들다고 한다.
중간에 까페에 가서 차 한잔 마셨다. 커피 가격이 너무나 비싸서,
다들 카푸치노나 아메리카노 시키고,
나는 사과차 한 잔 마셨다... ^^ 달짝지근하고 상콤한 게 딱 내가 생각한 맛이다. ^^
내가 유럽에 간다고 하자, 다른 분 중에서도 유럽에 가시는 분이 계셨다.
그 분은 영국에 축구경기 보러 가신다고, 경기 표를 구하느라 진이 다 빠졌다고 한다. 경기에 맞춰서 비행기표도 발권하고, 여행일정도 짜야되니까 - 축구경기를 6개나 보신다고 한다.
영국에서는 경기장에 DSLR을 들고 갈 수가 없다고 한다. 그래서 그분은 일반 디카 중에서 줌이 최고 잘 되는 걸로 사셨다. 사진 한 장을 보여줬는데, 엄청 먼 풍경의 집 안 까지도 보인다;
가서 박지성 찍고 싶다고, 다른 건 제외하고 줌 잘되는 카메라로 사셨다고 한다. 무게는 캐논 600D보다 무거웠다;
까페에서 캐논600D 쓰시는 분이, 렌즈 여러개를 보여주시면서, 하나씩 다 교체해서 보여주셨다. 오 정말 신세계였다.
까페에서 나와서 저녁을 먹으러 가면서도, 다른 조의 사람들이 오셔서, 자신의 카메라 한번 써보시라고 주시고, 친절하게도 내가 궁금해하는 카메라 기종을 핸드폰으로 직접 검색해서도 알려주셨다.
캐논600D로 사과차를 연습삼아 찍어보았다. ISO가 무엇인지, 노출 등등 아직 하나도 모른다.
20살때 산 내 콤팩트디카는 기능이 모두 자동으로 맞춰져있고, 모두 한글로 되어있어서 ISO가 감도라고 표현되어있다.
용어들이 너무 어려워서 필기하면서도 정신이 없었다.
차근차근 열심히 듣고, 핸드폰 메모장 켜서 열심히 필기하고, 눈을 마주 보며 경청하고, 모르는 부분은 기억해뒀다가 하나씩 질문하고, 사진도 찍어보고, 걸어다니면서도 열심히 들었다.
아래엔 연습삼아 찍은 사과차인데, 어떤 사진이 제일 괜찮은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