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마지막으로 오늘의 유머 사이트를 이용했던게 고등학교 학창시절, 12-13년도 정도였던거로 기억합니다. 벌써 8-9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네요.
사실 그 때도 딱히 활동을 하거나 했던 것은 아닙니다. 그냥 눈팅이나하고 댓글이나 가끔 달고 하는 정도였죠. 그러다 삶이 바빠지며 찾지 않게 됬습니다.
이번 재보궐선거 이슈 되게 핫한거로 압니다. 주변 친구들 사이에서도 관련 얘기가 끊이지 않고, 유튜브를 보든 인터넷 사이트를 보든 해당 이슈로 넘쳐납니다. 그러다 문득 생각이 났습니다.
예전에 찾던 좌측 커뮤니티, 오늘의 유머는 현 상황에 대해 어떤 반응을 보일까?
아니나 다를까 의견이 엇갈리더군요. 아니, 제가 기억하던 오늘의 유머 분위기를 생각하자면 엇갈리는게 차라리 다행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20대의 표심이, 특히 남성층의 표심이 완전히 돌아선 것에 대해서 얘기가 많더군요. 한쪽은 이러한 상황이 어떻게 호전될 수 있을지를 얘기하고 있고, 또 다른 한쪽에서는 이러한 상황이 20대가 극우화되었기 때문이라 하고 있더군요.
후자의 경우는 다룰 필요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자신과 의견을 같이 하지 않으면 극우이며 토착왜구이고 일베이다? 이거 어디서 많이 들어본 얘기 아닙니까? 가암히 우리 박통에게 대들다니 이런 쳐죽일 빨갱이 놈들~
저는 개인적으로 이번 재보궐선거에서 참패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고 생각하며, 20대 남성의 입장에선 아주 기분이 좋습니다. 과격한가요? 나아가서는 민주당이 지금 참패한 것이 차라리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여러분들이 생각하는 것과 달리 현 20대의 민심은 상상 그 이상입니다. 저는 오히려 20대 남성에서 20%대의 득표율이 나온것조차 선방한거라 생각합니다.
이게 민주당이 전부 자초한거다 와 같은 어디에서나 들을 수 있는 얘기는 접어둡시다. 제가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이 참패한게 차라리 낫다고 하는 이유에 대해서 얘기해보죠.
이 때까지 민주당에게 있어 2030은 절대적 지지층이었습니다. 적어도 젊은 세대는 우리를 무조건적으로 지지할 것이고 우리에 대한 지지를 져버리더라도 최소한 한나라당, 미래통합당, 자유한국당, 국민의힘은 지지하지 않을 것이다. 이게 기본 전제였습니다.
아니라고 하실 수 있으신가요? 이 때까지 20대의 목소리를, 그 중에서도 20대 남성의 목소리는 들은척도 하지 않았던게 이 때까지의 정부입니다. 단순히 민주당 얘기만은 아닙니다. 우측 당들도 이 때까지 20대의 의견을 대변하거나 챙기진 않았죠.
그런데 말이죠. 우측당은 그럴 수 있습니다. 2030이 좌측에 절대적 지지를 보낸다는 것은 우측으론 절대 오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하거든요. 그런데 민주당은 그러면 안돼죠.
그리고 이번 재보궐선거, 결국 그 불만이 터졌습니다. 자신들을 절대적으로 지지해주던 유권자층을 챙기기는커녕 무시하고 얕잡아보던 민주당에게 표를 던져줄 20대 남성이 얼마나 있겠습니까? 심지어 박영선 후보는, 자신에 대한 지지율이 낮은 것은 20대의 역사적 경험치가 부족해서 그렇다와 같은 망언을 했으니 말이죠.
물론 박영선 후보의 말이 실언이었다거나 의의는 그러하지 않았다와 같이 말하실 수 있겠습니다만 그건 중요하지 않습니다. 박영선 후보의 망언은 자그마한 땔감 정도이지 청년들의 불만은 한참전부터 불타고 있었으니까요.
그런 점에서 보자면 이번 재보궐선거의 참패는 당연했었고 20대 남성에게서 20%대의 지지율이라도 얻어낸게 놀라울 수준이며, 나아가서는 고작 1년따리 시장직에서 참패한게 다행이라는겁니다.
그럼 이제 제가 지금의 민주당의 참패가 왜 기분이 좋은지에 대해 얘기해드리겠습니다. 이유는 간단하며 여러분들도 아실거라 생각합니다.
여러분도 여기저기서 20대 남성의 엄청난 오세훈 지지율과 관련된 수많은 기사들을 보며 느끼고 계실겁니다. 재보궐선거를 통해 20대 남성의 표가 고정표가 아니라는걸 마침내 깨달았거든요.
민주당이요? 아뇨.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물론, 모든 당들이 그 당연한 사실을 깨달았다는겁니다.
민주당에선 일단 따둔 패인줄 알았던 2030 남성층이 언제든 옮겨갈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국힘당은 2030 남성층의
표도 자신들이 움직일 수 있는 표이며 얼마나 강력한 표인지 인지하게 됬습니다. 2030 남성층들 역시 깨달았죠. 투표권을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말입니다.
이 때까지 2030 유권자들이 무조건 민주당에 투표했던건 아닙니다. 다만 한가지 조건이 있었죠. 절대 우측당, 한나라당은, 미래통합당은, 자유한국당은, 그리고 저번 총선에서는 국민의 힘은 뽑지 않는다. 그런데 그게 잘못됬던겁니다. 우리가 민주당에 표를 보내지 않고 무효표를 보낸다고 해서 정당들이
"아 저렇게 무효표가 많구나, 우리가 좀 더 노력해야겠다"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겁니다.
우리의 생각을 담은 한표로 누군가의 표를 올려주고, 누군가를 당선시키는것이 아니라 누군가를 떨어트릴때가 되서야 진가를 알아본다는 것을 깨달은겁니다.
지금이되서야 정치권에서 가장 젊은 세대, 미래의 중역 세대에 집중하며 그들의 목소리를 들으려고 합니다.
그런점에서 볼 때 이제까지 20대 남성을 개차반취급한 민주당에게 고작 1년따리 서울시장의 자리로 심판한 청년층이 착하다고 느껴지지 않나요?
물론 20대가 오세훈을 지지해서 지지율이 높은 것은 아닙니다. 20대는 민주당도 국힘당도 지지하지 않습니다. 다만 확실한 것은 민주당과 문재인정부에 대한 비호감이 국힘당에 비해 높다는 것입니다. 민주당은 이러한 20대 남성의 민심을 되돌리기 위해선 이제부터라도 그들의 목소리를 귀기울여 들어야할 것입니다. 20대를 데이터파우처나 교통비 지원같이 멍청이 얼라 취급하는 공약이나 정책같은, 씨알도 먹히지 않는 자그마한 혜택으로 구워삶아지는 세대로 생각하면 역풍만 맞을겁니다.
댓글 분란 또는 분쟁 때문에 전체 댓글이 블라인드 처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