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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love_11724
    작성자 : 원숭이바라기
    추천 : 28
    조회수 : 2776
    IP : 174.88.***.98
    댓글 : 60개
    등록시간 : 2016/09/27 15:19:02
    http://todayhumor.com/?love_11724 모바일
    19?) 독백 혹은 고백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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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그냥 문득 떠올라서, 

    나중에 들여다보고싶어질까봐 일기처럼 쓰는 글이에요.

    기억이 많이 왜곡된것같은데... 더 왜곡되기전에 기록화하고싶기도 하고..

    스압있으니, 보고싶지 않으신 분들은 뒤로 가기 눌러주세요...



    잘 지내나 너무 궁금하다 너.
    잘 지내겠지 아마도 너는.

    ==========================================================================================


    참 시리도록 차가운 겨울이었다.


    지나간 사랑의 기억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너와 나는, 매일밤 시리게 찾아드는 공허함과 외로움에 허덕이다 만났더랬다.


    너와 나는 우습게도 즉석만남을 주선해주는, 그렇고 그런 가벼운 채팅 앱에서 만났다.


    이야기를 하고싶어요, 라는 말에 섹스를 좋아하냐는 질문이 돌아오는 참 얼척없는 앱이었는데도, 


    그저 막연히 대화상대를 찾고자 하는 마음으로 해매다, 너를 만났다.


    우린 그렇게 마치 오래된 친구라도 된것마냥, 사진한장 공유하지 않고 매일같이 채팅을 했다.


    대화의 주된 주제는 늘 전 사람이었다.


    너는 그녀가 얼마나 아름다웠었는지, 얼마나 사랑스러웠는지, 그리고 얼마나 차갑게 널 버렸는지에 대해 말하곤 했고,


    나는 그가 얼마나 믿음직스러웠는지, 얼마나 따뜻했는지, 그리고 어떻게 변해갔는지에 대해 끝없이 주절거렸다.


    서로의 상처가 마치 제것처럼 아파서 폰을 놓지 못하고 밤을 새워 이야기 하다, 다음날을 몽롱히 보내는일도 잦게 일어나곤 했었다.


    그러던 어느날, 니가 말했다.


    "우리 한번 만날래?"


    두려웠다. 만나서 너를 아는것이, 유일하게 이야기할수 있는 사람을 잃게 하는건 아닌지...


    기대됐다. 사람을 만나 얼굴을 보고 대화를 나눌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지금 생각해보면, 기대가 두려움보단 더 컸던 듯 싶다. 만나고싶었다, 아니 만나고 싶어졌다.


    "그래, 주말이 너무 지겨워. 너를 만나면 조금은 즐거울지도 모르겠다."


    난 예쁘지 않으니 기대하지 말라는 뻔하고도 진부한 이야기를 하다 어떤 토요일, 너와 드디어 만났다.


    깔끔한 남색코트를 입은 너는 차옆에 서서 나를 기다리고 서있었고, 그런 너를 보고 아... 너로구나... 하는 생각으로 조금씩 걸음을 옮겼다.


    "뭐야, 못생겼다더니 예쁘네."


    너의 첫마디에 얼굴이 붉어졌고, 위트있게 너도 제법이다 라고 받아치고싶었지만, 그냥 "아 뭐래~" 라며 황급히 차에 올라탔다.


    우리는 그렇게 만났고, 커피를 마셨고, 친한 친구인양 장난도 치고, 저녁을 먹으러 갔다.


    그리고 그곳에서 너는 나에게 대뜸 사실 넌 나를 안다 말했다.


    그 - 너랑 이야기 하다가 알게됐어. 너, 사실 내 전여자친구랑 아는 사람이야. 만나기 전에 말할까 하다가, 그냥 얼굴 보고 말하기로 한거야.


    내 전 여자친구 이름, 지수(가명)야."


    담담하게, 나를 안다 말하는 너의 얼굴을 보고 나는 당황스러움을 갑출수가 없었다. 


    나 - ...?? 니가, 니가 지수 전남자친구라고?


    그 - 응... 하하하 세상 진짜 좁지. 너 알바했던 얘기 듣다보니까... 겹치는게 많더라고. 지수가 니 얘기 많이 했었어.


    알바하는곳에 친한 언니가 생겼는데 재밌다고. 좋다고... 요샌 지수랑 연락 안하지?


    어렴풋하게 몇년전 알바하던곳에서 같이 일했던 밝고 명랑했던 지수가 했던 남친얘기가 떠올랐다.


    바보처럼 자기만 좋아하는 곰같은 남자라며, 불같은 새로운 사랑을 하고싶다며 장난스레 얘기할때마다 복터진년이라며 등짝을 치곤했던...


    나는 잠시나마 설렜던 기분이 가라앉음을 느끼며, 너에게 말했다. 그애 너를 버리고 다시 만난 그남자와 잘 안된거같다고.


    얼마전 그와 헤어졌다며, 사는게 우울하다 문자가 왔었다는 이야기도 더했다.


    말하면서도 이 사람이 다시 지수와 행복해질까봐 걱정되는 내 이기심을 애써 꾹꾹 눌러삼키며 니가 원한다면... 다시 한번 연락해보란 말도 더했다.


    조금씩 테이블이 흔들리는걸 느꼈고, 앞을 바라보자, 너는 심하게 떨며 되뇌었다.


    "그 바보같은게... 나를 그렇게 버리고 갔으면 그새끼랑 잘 지내지 왜... 어쩌다가... 왜..."


    너는 손을 뻗어서 내게 물었다.


    그 - 정말 미안한데... 정말 미안한데 내 손좀 잠깐만 잡아줄래? 나 지금 진짜......


    나는 그렇게 너의 차갑고도 떨리던 손을 두 손으로 포개 잡았고, 그렇게 너와 나는 아무말없이 가만히 앉아있었다.


    우리는 말없이 차로 돌아왔고, 너는 거듭 미안하단 말을 하며, 아직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한 표정으로 나를 집앞까지 데려다 주었다.


    그 - 오늘.. 재밌었어, 그리고 미안해. 지수 얘기 해준 건 고마운데.. 나는 지수를 잡지 못할거같아.


    나는 내심 그말에 안심이 되었고, 집에 조심히 돌아가서 문자 달라는 말과 함께 그를 보냈다.


    나는 집에 와서 폰을 꼭 붙잡고 너의 문자를 기다렸지만, 그날 밤. 문자는 오지 않았다.


    아마도 지수의 집으로 갔으려니 하며... 조금이나마 들떴던 나를 자책하고, 이해할 수 없는 내 감정을 억누르며 나또한 어렵게 잠이 들었다.






    며칠이 지나고 너에게 연락이 왔다.


    너의 이름과 함께, 잘 지내? 라는 세 글자를 보며 가슴이 쿵하고 내려앉았던것 같다.


    니 문자 하나가 그렇게 반가울수가 없었다.


    우린 그 후로 아무일 없던 듯이 그렇게 종종 만나서 얘기도 하고, 커피도 마셨다.


    조금은 솔직해지자면, 난 이미 그때 헤어짐의 열병에서 벗어나 있었고 그럭저럭 잘 지내고 있었지만, 널 걱정케 하고싶은 마음이 더 컸나보다.


    니가 밉기도 했고, 며칠밤을 너에게 문자를 할까 말까 수백번을 고민했던 내 시간으로 보아, 나는 아마 니가 퍽이나 마음에 들었던 모양이다.


    나역시, 그렇게 가볍게 니가 좋아진 내가 싫었지만, 감정이라는건 참 뜻대로 되지 않는것 같았다.




    나 - 전남친이 어제 꿈에 나왔어. 펑펑 울다 깨보니 새벽 2시더라.


    그 - ...아이고... 너도 정말 미련해. 너보고있음 꼭 날 보는거같아.



    너는, 내가 헤어진 사람으로 인해 슬퍼함에 나와 공감하고, 이야기를 이어나가는 그런 사람이었다...


    난 나도 모르게 너에게 거짓말을 하고 있었다. 다만, 그 시작이 언제였는지는 지금조차도 잘 모르겠다.




    그러던 중, 그저 평범하게 저녁을 먹으려 만난 날중에 하나였더랬다.


    며칠새 야윈 나를 걱정하는 너에게, 나는 그저 웃어보였다. 다이어트 중이라는 사실은 굳이 말하지 않았다. 니가 걱정하는게, 참 좋았다.


    너는 그날 지수에게 갔는지, 안갔는지 이야기 하지 않았고, 나또한 묻지 않았다. 


    그냥 너와 그렇게 마주앉아 밥을 먹는게, 참. 좋았다.


    저녁을 먹고 너는 할일이 많다며 나를 집앞에 내려주었고, 나는 집에 들어가려다 보니, 열쇠가 없었다.


    문은 잠겨있었고, 룸메이트는 나간듯 했다.


    한참을 고민하다 너에게 다시 전화를 걸었다.


    그 - 어?? 무슨일이야? 


    나 - 저기... 그게... 나 집열쇠가 없어서 집에 못들어가.. 나좀 근처에있는 커피숍에 데려다주지 않을래?


    그 - 뭐??? 야... 밖에 지금 추운데... 빨리 전화하지! 지금 바로 갈게 기다리고있어.


    너는 약 10분정도만에 다시 우리집앞에 왔고, 나는 코끝이 빨개진 채로 차에 탔다.


    안절부절 하던 너는 히터를 제일 세게 틀어주고는, 자꾸 나에게 바보라며 장난스레 면박을 주었더랬다.


    왜 그랬는지, 무슨 용기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말이 먼저 튀어나왔다.


    나 - 저기.. 나 너네집에 가있으면 안되? 너 일할때 옆에서 가만히 영화만 보고 있을게. 나 설국열차 보고싶어.


    그 - 아....내 방이... 지금 많이 더러운데... 어.....


    나 - 괜찮아. 혼자 커피숍에 있는거보단, 그게 나을거같아... 안될까?


    한참을 망설이던 너는 고개를 끄덕였고, 나는 너의 집에 가는게 내심 설레고 좋았다. 






    너는 내가 방에 들어서자마자 부랴부랴 옷을 줍고, 쓰레기를 버리고 머쓱하게 이곳저곳을 정리해대다가 마침 체념한 표정으로,


    "남자 혼자 사는 방이 다 그래... 니가 좀 이해해주라." 라고 말했고 나는 그저 웃었다. 그런 니가 왠지 귀엽다 느껴졌다.


    너는 일할때 쓰는 컴퓨터를 키고, 일을 시작했고, 나는 니가 자는 침대에 누워 설국열차를 보기 시작했다.


    영화를 보는 내내 종종 니가 일하는 모습을 훔쳐봤고, 펜을 손가락에 끼고 돌리는 너를 보며, 내심 손가락이참 예쁘구나.. 라고 생각했다.


    기괴한 분위기의 영화와 너의 방과, 그 방의 공기가 참 묘하게도 잘 어울렸었다....




    영화가 끝날 무렵, 너도 일하는 컴퓨터를 눌러 닫았고, 늦어진 시간을 보며, 데려다줄까? 라며 물었다.


    묘한 긴장감이 방안에 흘렀고, 나는 "집에 가면.. 또 혼자잖아... 영화 또 볼래..."라고 대답했다.


    안쓰럽게 나를 내려다보던 너는, 다시 미소를 지으며 영화 또 보고싶은게 있으면 고르라 했다, 같이 보자고.




    지금도, 무슨 영화를 골랐었는지 기억이 안난다..


    니가 내 옆에 앉아있던 모든 순간이 너무나 떨렸었고, 그런 나를 들킬까 두려웠던 기억뿐이다.


    영화를 보는 내내 너는 영화에 빠져있었고, 영화가 끝날 무렵, 시간은 어느덧 새벽 1시가 넘어가고있었다.


    그 - 자고 갈래? 내가 바닥에서 잘게.


    나 - 아... 그래도 주인 쫒아내고 내가 바닥에서 자는건 너무 염치없는데...


    그 - (웃으며) 너 지금 집에 가기 싫다고 얼굴에 써있어. 자고 가도 되, 나 침낭도 있고, 바닥에서 자는거 아무렇지도 않아.


    나는 못이기는척 그럼 누워서 얘기나 더 하자고 했고, 너는 바닥에서, 나는 침대에서 누워서 잠을 청했다.


    계속 뒤척거리던 니가 신경 쓰인 나는, 무슨생각인지 모르겠지만 너에게 말했다.


    나 - "올라올래?.."


    그 - .....내가... 너랑 같은 침대에 있으면... 실수를 하게 될지도 모르니까... 조심하고싶은데....


    나 - 야...ㅋㅋ 괜찮아. 내가 너 그렇게 안하게끔 할게.. 올라와 불편하잖아..


    그 - 아.....아....어.... 아씨 모르겠다.


    그렇게 너와 나는 같은 침대에 누웠고, 서로 불편하게 등을 맞대고 누워있었다.


    한참의 적막이 흐른 후, 니가 말했다.


    그 - 있잖아.... 참 좋다 사람 온기...


    나 - ....응.....


    그 - 저기... 나 하나만 뭐좀 물어봐도 되?


    나 - 응? 뭔데. 물어봐


    그 - 미안한데.. 나 너 한번만 안아봐도 되?


    심장이 터질거같았다. 그 방안에 흐르던 묘한 공기가, 흐름이, 다 나를 미칠거같이 만들어가고있었다.


    난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고, 너는 뒤에서 아주 소중한 무언가를 안듯, 나를 품었다.


    따듯하고, 포근했고, 눈물이 날만큼 안정이 될거같은 기분이었다.


    지금 다시 생각해봐도 이해할수 없는 감정에 휩쌓였던 것 같다. 분명 헤어진 남자친구때문에 많이 힘들어했던 나였는데,


    너의 묘한 분위기에, 공기에 내가 녹아드는 기분이었다. 


    수많은 감정이 오가던 그 중, 나는 몸을돌려 니 얼굴을 바라보았고, 그렇게 우리는 약속이라도 한것처럼 입을 맞췄다.


    나는 잃었던 무언가를 찾듯 한없이 너를 안았고, 너도 그렇게 나를 안았다. 


    니 손길이 닿는 내 몸의 모든곳이 경련하듯 반응 했고, 나도 그런 경험은 처음이기에 두려웠다.


    지나칠정도로 예민한 내 몸의 반응에 당혹스럽기까지 했다.


    너는 잠시 멈춘뒤 내게 물었다, 후회 안할수 있냐고. 


    "안할 자신 있어.. 너나 후회하지 마..." 라고 태연한듯 말했고, 그말이 끝나기 무섭게 너는 나를 휘 감았다.


    니가 내 안에 들어오던 그 순간은, 그 이전으로도 그 이후로도 한번도 느낄 수 없는 그런 느낌이었다.


    미칠것만 같았다. 


    전 남자친구가 왜이렇게 목석같냐 말하던 내가 정말 맞나 싶을 정도였고, 나도 그런 내가 그저 놀라울 뿐이었다...


    나는 감당할수 없는 쾌락과 자괴감과 혼란스러움의 중심에서 그렇게 몇번이나 너를 안고, 안겼다. 


    그날의 밤은 내내 타오르듯 격렬했고, 또한 슬펐다.


    알수있었다. 


    사랑은 없는 그런 동물적인 섹스일 뿐이라는걸.


    너는 내 눈을 보지 못했고, 나는 그런 너를 애써 모른 척 했다. 


    괜찮았다. 


    괜찮다고 믿고 싶었다... 혹은 괜찮아질 거라고 믿고싶었다.


    그렇게 밤이 새도록 너와 엉켜져 있었고, 해가 어렴풋이 밝아오던 즈음에, 우린 잠이 들었다.











    ============================================================================
    오늘 무슨 바람이 들어서인지,

    저날밤의 기억이 너무 선명하네요.

    지금은 어디서 무얼하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이 사람 생각이 자꾸 떠오르는 김에, 그냥 이야기로 써봤어요..

    쓰다보니 참 기네. 짧은 인연인줄 알았는데....

    나머지는 나중에 써야겠어요, 볼 사람은 없겠지만...

    아주 나중에 다시 한번 들여다 보고싶을 것 같아요, 이렇게 써놓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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