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에 달하면 설정만 계속 짜면서 실질적인 창작활동은 아무 것도 못하게 되는 심각한 상태까지 간다. 물론 설정을 짜다보면 재미는 있다. 그리고 애초에 설정이라는 것 자체가 자체적인 이야기를 함유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어느 적정선 아래에서는 글의 구성 및 구상에 도움을 주기도 한다.
움베르토 에코의 경우는 자신의 소설속의 세계를 완전하게 구축하고 난 뒤에 글을 쓰는 타입이라
장미의 이름을 쓸적엔 설정 정리에만 2년이 걸리는 경우도 있었고,
푸코의 진자를 쓸때는 몇달간 작품의 무대가 되는 곳을 매일밤 걸으며 관찰하기도 했다. 다만 에코의 경우는 "소설가는 소설에 쓰지 않더라도 자신의 세계를 완벽히 이해해야 된다"는게 철학이라서 세세한 것에 신경쓰는 경우다. 일례로 수도원에서 대화하는 두 사람의 대화 길이가 실제로 그 거리를 걸으며 대화했을 때와 비슷할 정도로 세계관을 자세하게 만든다.
더군더나 이런 것을 하는 것도 그리 이상하지는 않을지도 모른다. 사실 사람이 일상이 너무 질리면...이하생략. 아무래도 이런 걸 한다는 게 어느정도 풀리기는 하는 모양이다.
하지만 아마추어들이 설정놀음 하면서 만들어진 설정이라는 건 딱 자기가 제일 재미있다고 생각하는 부분을 집중적으로 만드는 작업이기 때문에 짜면서 재미는 있지만 작품 전체의 구조를 제대로 만드는 것이라기보다는 무슨 영화 소개 프로그램의 하일라이트 편집같이 돼버려서 정작 작품을 만들기에는 별 쓸모없는 경우가 십상. 완성된 창작물을 만들려면 전체의 구조를 제대로 짜맞춰야 하지, 재미있는 부분만 편식해서는 안된다.
소설뿐만 아니라 만화와 애니메이션에도 종종 나타나곤 한다. 하지만, 작품은 설정만 갖고 저절로 만들어지지 않기 때문에 설정만 집중하는 건 작품에 별 도움이 안된다. 실제로, 자칭 '지망생'들이 설정만 A4 수십페이지 분량만 만들어 두고 아무 것도 진행시키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우리나라 장르 작가(특히 판타지)들도 이런 경향이 많은데, 특별히 비난을 받지 않는 건 애초에 보는 독자들도 큰 기대는 안하고 보기에 불만이 많지 않기 때문으로 사료된다.(…)
SF 작가이자 영화 평론가인
듀나는 설정놀음(정확히는 설정집)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풋내기 SF작가들이나 판타지 작가들이 저지르는 가장 뻔한 실수 중 하나는 자기만의 우주를 창조해내는 작업이 뭔가 굉장히 대단한 것이라고 착각하는 것입니다. 그건 정말 따분한 착각입니다. 세상에 그것처럼 쉬운 건 없죠. 여러분도 아무런 준비없이 지금 당장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서 벗어나려면 굳이 생각나는걸 "설정"으로 정리하려고 하지 말고, 생각나는 대로 "장면"을 자유롭게 메모해두면 어느 정도 벗어나는데 도움이 된다. 다만, 설정더미가 완성된 작품이 아닌 것처럼 멋진 장면 여러개를 모아놓는다고 완성된 작품이 되는 것도 아니다. 이 방법으로는 단순한 설정놀이꾼을 벗어날 수 있을수는 있어도, 역시 작가로써 완성될 수는 없다. 그냥 한 걸음 더 나아가는 것일 뿐이다.
그게 아니라면
아예 실천을 해라. 물론
모 아니면 도운을 알 수는 없지만 한 번 질러보고 하면
속이 뚫릴 것이 훤하다. 이유는 생략한다. 아니 , 생략해도 알 것이다.
아니, 모르겠다 반면에 기초적인 설정을 생각해 두지 않고 '나중에 대충 짜맞추지 뭐'라고 안일하게 생각하며 펜을 드는 당신...나중에 그 업보를 치루게 된다.
토가시 요시히로의 말을 생각하자.
다만 어떤 경우는 설정은커녕
플롯도 안 짜고 무작정
본능에 따라 쓰는 쪽이 더 자연스럽고 성과가 좋은 경우도 있다.
스티븐 킹이 이런 타입. 물론 여기까지 가면 작가의 개성이 드러나는 부분이라 뭐라고 말하기 어렵지만…. 물론 이런 사람 드물다. 이런게 되는건 천성적으로 센스가 좋거나 아주 능숙해졌거나 둘 중 하나.
설정놀음을 싫어하는 작가도 종종 있다. 이 경우는 정해진 플롯에 설정을 맞추는 것을 고통스럽게 여기는 경우. 작가에 따라 다르긴 하겠지만 사실 설정에 스토리를 씌우는 것보다 스토리에 설정을 맞추는게 훨씬 쉽다. 설정을 먼저 짜면 스토리를 쓸때 설정이 발목을 잡아서 계속 설정을 수정해야 하지만 스토리가 미리 짜여 있으면 복선과 상징성을 넣어가며 상대적으로 편하게 짤수 있다. 물론 장기연재를 안할때의 얘기긴 하지만. 또 스토리, 작품 자체가 재미있으면 설정 오류에 신경을 덜 쓰게 되기도 하고.
해서, 사실 작품을 만드려는 사람이 치밀한 설정을 짜는 것 자체는 바람직한 일이다. 따로 설정을 구상 안해도 나름대로 작품 얼개가 짜맞춰지는 사람도 있긴 하지만, 작품의 내적 완결성(쉽게 말해 이야기 속에서 모순이 안 나타나는 거)이라는 측면에서는 이야기가 전개되는 공간이 세밀하게 구상되어 있을수록 안전하고, 또 잘 짜여진 설정은 그 자체가 이야기를 진행되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는 점도 큰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설정만 하고 작품을 안 만드는 것은 당연히 코미디고, 또, 설정놀음에 빠져있는 많은 사람들이 자주 하는 실수가 '자신이 좋아하는 부분의 설정' 만 강박적으로 세밀화하는 것이라는 점도 문제다. 즉, 당신이 건담 같은 이야기를 만들고 싶다면 연방과 공국간의 정치적 관계, 지리적, 경제적, 정치적, 사회적인 면모를 포괄하는 각 국가나 세력의 특성, 사회적 구조나 갈등 및 이해관계, 세계관의 과학기술적 기반까지, 작품에 필요한 모든 부분을 만드는 것이 창작물을 위한 설정이지, 단순히 자기가 좋아하는 건담 스펙만 짜는 것은 그냥 놀이일 뿐 창작을 위한 준비는 아니라는 것이다.
엔젤하이로에서는 설정놀음을 위해 설정방을 만들었지만 별로 호응을 받지 못하고 있다.
리그베다 위키에서는 자작설정을 올리는 것은 금지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유명한 것으로 내가_생각한_최강의_건담이라는 관용어구(?)가 있다.
게임제작사 중에서 알파시스템이 설정 설레발이 심했다. 이것에는 어쩔 수 없는 이유(
알파시스템의 세계관 항목 참조)가 있었지만, 이유가 있다고 쳐도 알파시스템의 설정놀음은 너무 심해지는 바람에 결국 그 설정놀음에 지친 팬들이 떨어져나가는 결과가 나왔다.
슈퍼로봇대전의 오리지날 계열도 요즘 심해지는 추세지만 결국 나오는 걸 봐선 이쪽은 떡밥이라고 봐야할 듯.(기약은 없지만)
유명
넷카마 일러스터인
아키타카 미카도 MS소녀의 리뉴얼판을 내면서 수많은 MS소녀들을 그리고선 캐릭터들간에 설정까지 붙였다. 우호관계 적대관계 뭐 이런식으로...헌데 문제는 작품화되지 않으면 말짱 설정놀음에 불과하다는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