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야구위원회(KBO)는 잘못을 바로 잡을 기회를 놓쳤다.
지난 3월28일 KBO는 서울 강남구 야구회관에서 상벌위원회를 열었다. 당시 여론의 관심은 진야곱(두산 베어스)과 이재학(NC 다이노스), 임창용(KIA 타이거즈)에게 몰렸다.
불법 인터넷 도박 혐의를 인정한 진야곱은 20경기 출장 정지 조치를 받았다. 이재학은 대리 베팅, 승부 조작 혐의를 받았지만 사실 확인이 불명확하다는 이유로 제재를 받지 않았다.
임창용은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의 일본 전지훈련에서 무면허 운전으로 적발됐고, 이에 KBO는 품위손상행위 위반으로 500만원의 벌금을 부과했다.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선수들에 대한 제재는 이렇게 마무리되는 듯 보였다. 하지만 약 3개월이 지난 후 당시 상벌위원회가 심의한 또 하나의 사건이 드러났다. 두산 구단 관계자와 심판 간의 금전 거래 문제다.
지난 2일 한 매체는 "2013년 두산과 LG 트윈스의 플레이오프 1차전 하루 전인 10월15일 두산의 고위 관계자가 심판 A씨에게 현금 300만원을 건넸다"고 보도했다. A씨는 2013시즌 플레이오프 1차전의 구심이었다.
지난해부터 제기된 문제가 본격적으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에 KBO와 두산은 금전 거래 상황을 자세히 전하며 사실을 인정했다.
KBO는 "지난해 최초 보도 이후 10개 구단에 KBO소속 심판위원과 금전적인 거래가 있는지 확인했다"며 두산으로부터 자진 신고를 받았다고 밝혔다. 이후 김승영 두산 대표이사도 "A씨가 사고가 나 합의금이 필요하게 됐다고 연락이 와서 개인계좌에서 급히 인출해 빌려줬다"고 시인했다. 이어 김 대표는 2013시즌 당시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A씨가 또 한번 같은 부탁을 했지만 이에 응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KBO가 이와 같은 사실을 인지하고도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다는 점이다. KBO는 "지난 3월28일 상벌위원회에서 해당 내용을 심의했고, 두 번째 요구를 거부한 점을 봤을 때 승부에 대한 청탁은 아니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3개월 전에 이 사건에 대한 심의를 마치고도 밝히지 않은 것이다.
당시 KBO는 진야곱과 이재학, 임창용에 대한 심의 결과는 상벌위원회를 마친 직후 발표했다. 하지만 이번 사안에 대해서는 함구하다가 언론 보도 이후에 심의 결과를 밝혔다. 이를 은폐하려 했다는 비판을 받는 이유다.
KBO는 "A씨가 복수의 야구계 지인들과의 친분을 이용해 금전 거래를 해온 정황이 있다. 구단 관계자도 피해자일 수 있어 개인의 입장을 고려하고 법적인 해석을 거쳤다"며 '비공개' 엄정경고 조치를 내린 이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이를 보는 여론의 시선은 여전히 싸늘하다.
이미 KBO는 한 차례 잘못을 정정할 기회를 놓쳤다. 당시의 금전 거래가 승부조작 정황이 없다고 하더라도, 이는 "리그 관계자들끼리 돈을 빌려주거나 보증을 서는 행위를 금지한다"는 KBO 규약 제15장 '이해관계의 금지' 제155조 '금전거래 등 금지' 조항 위반이다.
더불어 KBO가 밝힌 대로 A씨가 복수의 야구계 지인들과 금전거래를 해왔다면 이에 대한 추가 조사도 필요하다.
KBO는 "심판위원 전원에게 윤리강령 서약서를 제출 받았고, 리그 관계자들 사이에 규약을 위반하는 일이 발생하면 더욱 엄정하게 대처하겠다"고 밝혔지만 이 사안에 대한 향후 대책은 정하지 못하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 KBO가 취할 행동에 관심이 주목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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