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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medical_1163
    작성자 : 은빛습지
    추천 : 49
    조회수 : 1248
    IP : 210.95.***.27
    댓글 : 5개
    등록시간 : 2012/11/02 12:19:31
    http://todayhumor.com/?medical_1163 모바일
    대한민국 의+약계의 파워 게임, 그 현실에 대하여 #2

    // 되지 않는 깜냥으로 짬을 내어 작성하는 졸문이긴 합니다만, 어디까지나 1편의 연장선상에서 전개하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이전 글을 링크합니다.

    → < 대한민국 의+약계의 파워 게임, 그 현실에 대하여 #1 : PC버전 > http://todayhumor.com/?humorbest_554975

    → < 대한민국 의+약계의 파워 게임, 그 현실에 대하여 #1 : 스마트폰 > http://m.todayhumor.co.kr/view.php?table=medical&no=1163


    // 1편의 꼬릿말에서 “혹시나 해서 덧붙이는 말...”이라며 제 개인적으로는 약협 평회원을 미워하지도 않거니와 미워할 이유도 없다는 저의 입장을 제시했습니다. 하지만, 되짚어 생각해 보건대, 부적절한 발언임을 인정하고 뒤늦게나마 정정하려고 합니다. 의+약계를 쥐고 흔드는 거대한 그림자는 개업 약사 개개인이 아닌 약사 단체와 (집합적 의미의) 제약회사라는 점은 조금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만, 나치 독일의 팽창주의적 탐욕과 광기에서 비롯된 세계 2차 대전과 유대인 학살에 대다수의 독일 국민들이 직접적으로는 참여하지 않았다 할지언정 심정적으로 또는 침묵으로 동조했던 책임까지 회피할 수는 없는 법이지요. 개인이 사고하고 결정하는 행위와 이해손실의 측면에 있어서 자신이 속한 단체의 방향성으로부터 ‘완전히’ 독립적으로 존재할 수 있는 것이 아닌 이상, 준거집단이 야기한 문제에 대하여 최소한의 도의적 책임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1편의 말미에 쾌변 도중 끊고 나온 마냥 의약분업의 부당함을 (달랑) 분업 실시 이전의 관점에서만 서술하였다면, 이어서 2편은 분업 실시의 결과로부터 시작하려고 합니다. 전문적인 관점에서 디테일에 천착하여 전문 용어나 수치를 늘어놓는 것만으로도 끝이 없을 것이고, 더욱이 이 점에 대해서는 의게에 상주하는 많은 의료인과 약사(로 추정되는) 분들이 훨씬 뛰어난 능력을 갖추고 계시(-ㄹ 것이)기에, 어디까지나 저는 불특정다수가 이해하기 쉬운 글을 작성하는 데 초점을 두겠습니다.

    // 찬찬히 풀어서 전개하려다 보니 분량 조절에 실패할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스칩니다. 사실, 당초에는 단발성 게시물로 끝내고 말 요량이었는데, 아무 생각없이 줄줄 써 내리다 보니 어느새 분량이... ^^; 네이버 웹툰에서 유명한 작가 분 가운데 ‘이말년’이라고 있습니다. 툭하면 분량 조절 실패로 계획도 없던 연작을 쏟아내는데요. 아니, 애초에 연재 계획이란 게 있는지 의문스러운 양반입니다만... 제가 딱 그 꼴이네요.


    --------------------------------------------------------------------------------------------------------------------------------------------------------------


    3.


    직능 간의 갈등이 발생하는 본질ㅡ 본질이라는 표현이 과장되었다면, 적어도 의사, 약사, 더불어 한의사까지 계급장 다 떼고 피 터지게 싸울 수밖에 없는 결정적 동기는 밥그릇, 즉 돈 문제로부터 출발합니다. 여기저기 지출되는 항목과 진료 건수가 꾸준히 증가하는 만큼 의료비용 또한 일취월장(?)하고 있지만, 관련 예산을 확보하는 데에는 현실적인 한계가 있습니다. 때문에, 한 쪽이 더 많이 가져간 만큼 다른 한 쪽은 상대적으로 아쉬운 처지에 놓일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덧붙여, 의+약계의 관행인 리베이트 수수는 이러한 돈 문제의 핵심을 쥐고 있습니다. 일반인의 상식으로는 ‘리베이트=의사들의 전유물’인데, 실상은 그렇지 않습니다. 애초에 의사들에게 국한된 문제라면 의사들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면 그만입니다만, 현실은 그렇지 않기 때문에 분쟁을 초래하는 것입니다. 


    < 의사(약사)들이 받는 리베이트는 뇌물이고, 약사(의사)가 챙기는 리베이트는 성의 >인가 하는, 지극히 직능 중심의 이기적인 문제로만 접근할 사안은 아닙니다. 더욱이, 이러한 < 내가 하면 여가생활, 네가 하면 게임폐인 > 식의 주장은 그저 개싸움을 하자는 소리밖에 되질 않습니다. 때문에, 요새 유행하는 ‘팩트’라는 단어가 더욱 중요한 것입니다. 어떻게 하는 것이 의료의 기초 취지에 가장 부합하는가 하는 측면에서의 논의 말입니다.


    /* 의사들의 리베이트는 직접적인 금품 내지 향응(=접대) 수수라는 사실이 비교적 널리 알려서 있습니다만, 약사들의 리베이트는 표면상으로는 보이지 않는 형태를 띠기 때문에 인지하는 사람이 많지 않습니다. 약국과 도매상 사이의 거래에서 현금 결제 시 보통 5~10%의 할인율을 적용받는데, 이것을 백마진(back margin)이라고 합니다. 쉽게 말해서, 의사들이 돈으로 받는다면, 약사들은 돈을 ‘덜’ 받는 것으로 받는 것이지요. 이 때문에 정부에서는 실질적인 할인 폭을 1.5%에서 3%로 제한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만, 감기약 등의 일반의약품(=처방전 없이 구입 가능한 약품)과 일상적인 의약외품(=제한적 효능, 효과를 가지고 있어 의약품으로 분류되지 않는 것) 판매는 대부분 현금이 오가기 때문에 약국의 현금 유통이 매우 원활하다는 것을 고려한다면 실효성이 낮은 정책입니다. 이러한 앞 마진 또는 뒷 마진은 유통, 판매와 관련하여 대부분의 직종에서 존재하는 관행이며, 처방전 유입이 적은 소형 약국은 그나마 적용받지 못 하는 경우가 태반입니다. */


    각설하고, 의약분업의 결과 매년 3조원이 넘는 돈이 사회적 비용에서 ‘추가적으로’ 지출되었다는 말로 본론을 열겠습니다. 약제비(∋조제비) 명목으로 발생한 엄청난 액수는 과연 누구의 호주머니로 들어갔을까요? 이야기를 이렇게 전개해 놓고 보면 의사들의 물욕을 두둔하고 약사 단체를 일방적으로 비난하는 것 같지만, 의약분업이 실질적으로 국민 의료 복지에 뚜렷한 발전을 가져왔다면 딱히 문제될 것이 없는 것 아니겠습니까? 다른 게 복지가 아니라 국민의 지갑을 털어서 다름 아닌 국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 사용하는 것이 복지의 본질이니까요. 


    의사들에게 가야 할 돈의 일부를 떼어서 약사들이 먹고 사는 데 직접적으로 도움을 준 측면이 있다고 하더라도ㅡ 또한, 특정 직능의 주장에 일방적으로 손을 들어 준 측면이 있다고 할지언정ㅡ 결과적으로 국민에게 득이 되었다면 의사들이 무어라고 불만을 표출하든 최대다수의 최대행복이라는 공리주의적 차원에서의 복지는 일단 성립된 겁니다.

    /* 조제료를 수술 수가와 비교한 포스팅을 첨부합니다. 외과계 의사 수는 활동 중인 약사 수와 비슷한 3만 명인데, 약사가 받는 조제비 총합이 외과의가 수술을 하고 받는 수가(=의료보험 재정에서 지원하는 액수) 총합의 6배라는 내용입니다. 더욱이 수술이라는 행위는 달랑 집도의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점도 기억해야겠습니다.
    http://blog.naver.com/dsheokr?Redirect=Log&logNo=10113344740 */

    그렇다면, 의약분업을 통해 의료에 대한 국민 전체의 만족도가 향상되었을까요? 이 글을 읽는 분들 가운데 일정 연령 이상이라면, 분업 이전에는 병원만 들르면 끝났을 일임에도 분업 실시 후에는 약국을 찾아 이중, 삼중으로 발품을 팔고 시간을 들여야 한다는 사실에 불편함을 느꼈던 기억ㅡ 최소한 한 번 이상은 가지고 계실 겁니다. 사실, 병원이 많은 만큼 약국 또한 즐비한 중심가나 도심에 거주하는 분들에게는 의원에서 진료하고 같은 건물 1층에 있는 약국에서 약을 받아가는 모양새가, 흑(●)이냐 백(○)이냐를 논하자면 불편해진 것은 맞지만 크게 어려움을 토로할 정도는 아닙니다. 


    하지만, 애초부터 의-약 접근성이 차고 넘쳤던 지역을 제외한 곳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겪어야 하는 현실은 또 다릅니다. 병원 문을 나선 뒤에도 아프다고 칭얼대는 아이를, 본인의 불편한 몸을 이끌고 또 다시 약국까지 찾아가는 과정이 결코 달가울 수 없습니다. 행여나 피치 못 할 사정 때문에 약국 문이 닫혀 있다면? 분업 실시로부터 10년이 넘는 시간이 지난 지금에 이르러서야 너나 할 것 없이 익숙해진 측면이 있지만, 몸 상태가 정상이 아닌데 또 다시 발을 옮겨야 하는 상황 그 자체에 대해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국민이 얼마나 될지는 의문입니다. ‘아, 내가 평소에 운동이 부족했는데, 외출한 김에 조금 더 걷고 계단을 오르내리면 건강에 도움이 되겠구나! 참으로 고마운 일일세~’ 이렇게 생각할까요? 


    물론, 애초에 약국 접근성이 심각하게 떨어지는 곳은 의약분업 외 지역으로 지정되었고, 찾아오는 환자들에게 의약품을 제공하는 데 있어 이렇다 할 애로사항이 전혀 없습니다. 허나 이 대목에 이르고 보면, 그럴 바에야 의약분업은 왜 시행했는지에 대한 의문이 자연스레 발생합니다. 1편에서도 말씀드렸듯이 분업 이전에는 쭉 그렇게 병원에서 약을 공급했지만 의사나 환자 그 어느 쪽도 불편하다고 생각하지 않았고, 약화사고(=藥禍ㅡ. 약물에 의해 발생한 사고) 발생률조차도 이전이 더 낮거나 지금과 비교해도 큰 차이가 없었는데 말이지요.


    국민의 입장에서 딱히 나아진 것이 없다면, 분업의 구실로서 약사 단체에서 강력하게 주장하던 내용 가운데 하나인 의사와 약사의 ‘전문성 확립(=진료는 의사에게 약은 약사에게)’의 측면에서 바라보면 어떠할까요. 의사는 늘 해 오던 일 가운데 스탭을 고용하여 약을 포장하고 나눠 주는 부분이 삭제되었을 뿐이니 평가 대상에서 제외한다면, 결국 복약 지도를 비롯한 약사의 직무 수행 충실과 이를 통한 의약품 오남용의 근절, 그리고 약화사고의 경감이 중요한 포인트가 되겠습니다. 


    하나씩 결과를 풀어 놓자면, [ 복약 지도 → 개선 중이라고 하나 체감하기 힘듦 / 의약품 오남용 근절 → 처방전이 공개되면서 항생제의 사용이 30% 정도 감소한 것 외에 이렇다 할 성과 없음 / 약화사고의 경감 → 변동 없거나 다소 증가 ]입니다. 근본적으로 가장 중요한 항목은 복약 지도에 해당하겠는데요. 어떻습니까? 일반의약품이 되었든 전문의약품이 되었든 약국에서 약을 조제/구입한 뒤에, 식전/식후 몇 회 정도를 귀띔해 주는 것을 제외하면 용량, 용법, 부작용 및 기타 주의사항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주는 것을 몇 번이나 보셨는지요.


    /* 보건복지부가 한국보건사회연구원(∈국무총리실 산하 국책 연구기관)에 의뢰하여 발표한 보고서를 다룬 기사 주소를 링크합니다. 1편에서 말씀드렸듯이 정부 기관 또는 산하 관련 기관이라고 하여 의-약 어느 한 쪽에 치우지지 않고 완전히 중립적인 기능을 수행하는 곳은 아니기에, 기왕에 실시된 정부 정책에 대해 긍정적으로 묘사할 가능성이 다분한 보고서라는 점 또한 염두에 두고 훑어보시길 바랍니다. http://blog.naver.com/dsheokr?Redirect=Log&logNo=10035808428http://www.mdtoday.co.kr/mdtoday/index.html?no=67891 */


    개개인의 경험을 묻는 것은 결국 일반화와 분할의 오류로 직결되기 쉬운 문제입니다만, 어쨌거나 약사들이 주장하는 것에 비해 복약 지도의 의무를 성실히 이행하고 있지 않은 것만은 사실이고, 이것은 지난 해 논란이었던 < 일반의약품의 슈퍼 판매 > 건에 있어서 약사 스스로가 그토록 입이 마르고 닳도록 주장하던 약사의 전문성을 방기(포기)하고 있는 셈입니다. 


    이 대목에서, 의사-약사의 부주의에 의해서든 확률적으로든 발생한 약물 부작용에 대한 도의적, 법적 책임이 모두 의사에게 돌아오는 현실에 대해 언급을 덧붙인다면 지나치게 의사 중심적인 관점에서 이야기하는 것일까요? 하지만, 약이 잘못되었다고 해서 약사 멱살을 잡았다거나 약국이 의료(의약) 소송에 휘말렸다는 이야기가 우리 사회에서 너무 생소한 것임은 부인할 수 없는 일이겠습니다.

     

    /* 에탐부톨(ethambutol)이라는 약은 호흡기를 배운 본과생 정도만 되어도 확률적으로 시신경염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의사는 약과 함께 복약 안내문을 건내주었으나 환자는 읽지 않았고, 더불어 약사는 복약 지도를 제대로 하지 않았습니다. 그 결과 추후에 발생한 문제(시력상실)에 대해서 전적으로 의사에게 책임을 물은 판례입니다. 관련 링크를 첨부합니다. http://www.dailymedi.com/news/view.html?section=1&category=3&no=732985 http://infidoc.com/20148838120 */


    여기까지는 약사를 향한 비판적 논조 일변도였습니다만, 제가 딱히 개개인의 개원 약사를 공격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실상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의약분업을 통해 딱히 약사 개개인 전체가 득을 본 것도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는데요. 요컨대, 의약분업이 개원 약사 내부의 양극화를 부추겼을 뿐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병원이 많은 만큼 약국 또한 즐비한 중심가나 도심’의 목 좋은 곳, 그러니까 큰 병원이나 메디컬 타운으로부터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 유동인구가 넘쳐나는 곳에서 엄청난 권리금을 내고 큰 규모로 시작한 약국은 굉장히 번창합니다. 어느 정도인가 하니, 약제비 청구 액수가 가장 많은 강남의 모 약국은 그 액수가 월 21억 원에 달합니다. 어지간한 병원보다 낫지요? 병원처럼 병상과 수술방을 24시간 돌리기 위한 스탭이 많이 필요한 것도 아니니 그야 말로 돈을 쓸어 담는 겁니다.


    그런가 하면, 동네 주민들을 대상으로 장사하는 약국의 다수는 분업 실시와 동시에 줄줄이 말라죽거나 그나마 살아도 산 것이 아닌 지경에 이르고 맙니다. 고사 위기에 처했다는 것이 과장된 표현이라면, 적어도 분업 이전에 비해 그다지 나아진 것이 없다는 말만은 사실이 아닐까 합니다. 결국, 제약회사와 손잡은 약협의 주장에 적극적으로든 암묵적으로든 순진한 희망을 걸고 동조한 개원 약사 가운데 많은 수가 배신을 당한 셈입니다. 지금까지도 현실에 대한 약사들의 불만이 폭주할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문득, 17대 대통령 선거 당시 후보자 홍보 영상에서 “MB가 해결해 주실 거야ㅜㅜ”라며 눈물을 흘리던 아주머니의 근황이 궁금해지는 순간입니다. 어떻게, 잘 사시는지...


    하지만, 일부의 의사와 약사를 제외하면 전반적으로는 울상을 짓거나 최소한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이 와중에, 터져 나오는 실소를 남 몰래 참는 고초(...)를 겪어야 했던 집단이 있었으니ㅡ 바로 제약회사입니다. 우선, 이전에는 영업 대상이 분산되어 있었다면, 분업 이후에는 상대적으로 단순해집니다. 따라서 영업 비용이 감소합니다. 더불어, 특정 상병이나 질병의 분류에 따라 경향성을 달리하기는 합니다만, 처방전이 공개되다 보니 장기간 투약하는 경우에 있어서 전반적으로 오리지널(=특정 제약회사에서 개발, 임상실험을 거친 후 특허권을 가진 약품), 즉 비싼 약을 선호하게 됩니다(대표적인 것이 F제약의 N정). 예전에는 의원 단위에서 환자 유치를 위해 약가(藥價) 경쟁을 벌였다면, 분업 이후에는 도리어 비싼 약을 처방하는 시대가 온 것입니다. 결국 제약회사 배만 불리는 형국이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모든 제약회사가 돈 잔치를 벌였느냐? 그런데 그게 또 아니라는 사실이 굉장히 재미난 점입니다. 기민한 대처로 제네릭(=특허가 만료된 오리지널을 복제한 약)을 생산한 H제약의 성장, 그리고 확실한 자본력과 주력 무기를 가진 외국 계열 제약회사의 시장 지배 확장 뒤에는, 일반의약품(=처방전 없이 살 수 있음)이나 의약외품(=약으로 취급되지 않음)을 주력으로 하던 Y제약 등의 순위 폭락이 숨어 있습니다. 하물며, 순위권에서 언급조차 되지 않지만 수적으로는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영세 제약사의 경영은 날로 악화됩니다. 약사들은 물론 제약회사조차 양극화를 비껴갈 수는 없었던 겁니다. 


    결과적으로 3,000,000,000,000 원의 돈은 (일부) 약사와 (일부) 제약회사 좋은 일만 시키고 공중으로 증발해 버렸습니다. 의료 서비스의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도 있습니다만, 어마어마한 비용이 소모되었다는 사실을 고려한다면 가시적인 성과는 사실상 전무한 셈입니다. 그런데, 여기에 쓰인 돈들이 어디에서 나왔죠? 다름 아닌 국가재정입니다. 국가재정은 어디에서 나왔죠? 예, 국민의 세금입니다. 의보 재정의 성장률은 한정되어 있는데 3조 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했으니 의료 내 다른 분야에 투입될 예산에 압박이 가해졌겠지요? 


    예, 그 결과로서ㅡ 사람 몸을 열어 살려 놓고도 몇 푼 받지 못 하는 수술 수가 때문에, 생명이 처음으로 이 세상 빛을 보고(=산부인과), 중병과 응급의 상황에서 다시 흙으로 돌아가려는 생명을 붙잡는 데 있어 가장 큰 소임을 맡은 분야(=흉부외과 등)로의 진출을 대다수의 의사들이 기피하는 일이 허다해지고, 애초에 의보 관련 체계의 정비가 미비하여 비수가 항목 위주로 운영될 수밖에 없었던 로컬 한의원들처럼 이제는 일반적인 의원들조차 비수가 행위를 갈구하는 현상을 목격하고 계십니다.


    4.


    이렇듯 의약분업이 실패한 제도라는 것이 자명한 상황에서 최근에 약협이 추진 중인 또 하나의 의약분업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른바 < (한약사와 한약조제약사를 포함한) 한약첩약의료보험의 시험 실시 >인데요. 일단은 약협의 영향력과 행동력이 어마어마하지만, 현 한의협 회장의 애매한 대처 때문에 대부분의 한의사들은 보험 적용 그 자체는 적극 환영하지만 약사들이 한의사의 직능을 '대놓고' 침범하게 될 상황에 대해서는 크게 분노하고 있습니다.

     

    /* 의약분업의 연장선상에서 설명하려고 보니, 큼직한 사건들을 연도순으로 풀어나가려고 했던 애초의 취지가 엉망이 되어 버리는군요. 이렇게 된 이상! 그대로 갑니다. 어차피 분량 조절도 실패했는데 (...) */

     

    한약사와 한약조제약사라는 직능이 일반인에게는 상당히 생소할 수도 있기에 설명을 곁들이자면ㅡ 지난 1편에서 언급하였듯이 초등학생도 풀 수 있는 문제를 다수 출제한 ‘한조시(=한약조제시험)’을 통과하여 한약을 조제할 권리를 취득한 약사가 한약조제약사이고, 90년대 초중반에 걸친 약사의 침탈 행위에 대해 호의적이지 않았던 국민적 여론과 한의계의 거센 저항, 더불어 약협 내부의 회의론에 의해 한약 조제권으로부터 한발 물러서는 척하면서 던진 신의 한수가 한약사라는 사생아의 탄생입니다.


    /* 사생아라는 단어를 쓰고 보니 한약사라는 직능을 비하하는 뉘앙스가 강하게 풍깁니다. 제 주변에도 의치한 등을 생각하다가 여의치 않자 한약학과로 발길을 돌린 인생의 후배들이 있는데, 그 분들로부터 현실 문제에 대한 토로를 종종 듣기도 합니다. 때문에, 어디까지나 저는, 약사가 한의사를 쥐어짜는 역사에서 탄생하였다는 사실 관계를 밝히는 데 있어 더 이상의 표현을 찾지 못 하였기에 사용한 것뿐입니다. */


    물론, 약협에서는 결코 < 의약분업 >이라는 단어를 표면적인 명분으로 내세우지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조금만 더 깊이 들여다본다면, 궁극적으로는 한약학과 교육 편제를 한의대가 아닌 약대 아래에 설치하게 하고 한약사라는 직능을 세상에 내어 놓은 시점에서 이미 구체화된 한방 의약분업의 시나리오를 그대로 따라가는 과정임을 알 수 있습니다. 더욱이 심각한 것은, 독립적인 처방권을 가져가겠다는 것은 사실상의 진료 행위를 하겠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며, 이는 약협과 제약회사의 힘에 눌려 실시된 의약분업의 취지를 이제 와서 전면적으로 부정하는 행위입니다. 싫다는 분업을 억지로 하자고 한 쪽이 누구이고, 그 분업의 결과로 나타난 폐해들이 명확한데ㅡ 이제 와서 이러는 것은 무슨 염치는 물론 명분도 없지 않겠습니까? 


    /* 더불어, 이 문제는 최근 또 하나의 핵심 쟁점인 < 대체조제 >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만, 여러 이야기를 동시에 진행하는 것은 무리가 있으니 차후에 풀어나가겠습니다. */


    솔직히 의사 단체 입장에서야 당췌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는 협회장을 둔 한의사들이 불쌍할 뿐 차후에 어떤 상황에 처하든 그다지 상관은 없습니다만, 노환규 의협 회장단 출범 이후 상대하기 녹록치 않은 의사들보다 만만한 한의사로부터 처방권(→진단권과 표리일체)을 은근슬쩍 빼앗은 뒤에, 시일을 보아 다른 분야ㅡ 즉 의사들이 가진 처방권의 영역까지 넘볼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이 때문에 의료계의 거시적 정치적 문제에 관심이 있는 의사들은 우려와 함께 이 사안의 행방을 유심히 좇고 있습니다.


    아마도 이런 이야기가 많이 생소하실 겁니다. 그럴 만도 한 것이, 대부분의 언론은 잠정적으로든 노골적으로든 약사 단체의 편에 서 있기 때문입니다. 일반인의 입장에서 처음 듣는 이야기라고 해서, 병적 망상 취급을 하시면 안 됩니다. 일베의 에이스, 간결이가 타짜 중권 앞에서 부질없이 외치다 스러져간 가정(if) 소설(http://www.gomtv.com/565300)을 재탕하자는 것이 아닙니다. 왜 그런지 찬찬히 살펴봅시다. 


    우선, 한방의 경우 일반의약품(=OTC, 처방전 없이 판매)과 전문의약품(=ETC, 처방전 필요)의 경계가 모호합니다. 아니, 애초에 일반의약품과 전문의약품이라는 구분 자체가 의사와 치과의사가 사용할 수 있는 약물에 한정하여 적용되는 개념입니다. 때문에 한약 ‘조제권’을 가져온다는 것은 한약 ‘처방권’을 취득하는 것과 동일한 의미를 가집니다.물론, 약협에서는 이런 인식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통상적으로 사용될 수 있는 수 천, 수 만 개의 한약 처방 가운데 100개의 제한된 목록에 대해서만 한조시 약사와 한약사에게 허가하면 되는 것이 아니냐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을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사마중달의 싸다구를 왕복으로 후려갈기는 교묘한 책략이 숨어 있습니다. 이유인즉, 기본적으로 (양)약이 약리, 약동학적 기전이 비교적 분명한 특정한 하나의 화학 성분에 초점을 맞추는데 반해, 한약 처방은 약재의 효능 그 자체를 활용하기도 하지만, 대개는 여러 약재의 조합을 통해서 치료 효과를 끌어올리는 방식을 취하기 때문입니다. 한마디로, 특정한 적응증(=약이 가진 효능, 효과에 부합하는 증상)에 사용하는 처방이라고 해도 환자 개개의 상태에 맞춰 무한대의 변형이 이루어집니다. 


    즉, 약협에서 내세운 것은 100개의 처방에 불과하나, 실제로는 한의사들이 임상에서 사용하는 대부분의 처방을 손에 넣을 수 있습니다. 적어도 약에 있어서는 약사, 한의사의 구분이 사라지는 것이지요. 때문에 앞선 세대의 한방 무당들과 달리, 깨인 시각에서 의료를 바라보는 젊은 한의사 집단이 한약의 보험 적용 그 자체에 대해서는 환영하면서도 약협과 보건복지부가 들이미는 제안에 대해서는 경기(驚氣)를 일으키는 것입니다. 


    이 자체만으로도 약사 입장에서는 엄청난 이권을, 그것도 보험까지 적용되다는 파격적인 보너스와 함께 가져가는 것인데ㅡ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이것이 언젠가는 의사들의 처방권마저 넘보는 발판으로서 작용할 것이 불 보듯 뻔한 상황입니다. 설마 약사들이 의느님과 맞먹으려 할 수 있겠느냐 싶을 수도 있겠지만, 1편에서 말씀드렸듯이 개인이 아닌 협회의 측면에서 보면 약사들 쪽에 압도적으로 우세한데다, 최근의 < 대체조제 > 문제는 이미 그 시작을 알리는 것이며, 지난 2004년에 발발한 약대 6년대 사태 등의 모든 흐름은 이러한 추정의 타당성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굳이 약대 6년제를 논할 것까지도 없이 < 의약분업 > 실시 당시를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수면 아래에서 논의가 되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설마, 진짜로, 참말로, 의료인들이 항의/조언/변명하는 것과 상관없이 일방적으로 강행될 줄이야 누군들 예상했겠습니까. 지금 생각해 보면, 자고 일어났더니 금융실명제가 실시된 것도 그랬고, 대통령도 몰랐다는데 IMF 사태가 터진 것도 그렇고, 뜬금포 터지듯 일단 저지르고 보는 것이 김영삼 정부의 특기였는데, 영리한 약사 단체(=약협, 제약협)는 그러한 시류를 잘 읽은 것도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분명히 의사 단체가 본받아야 할 점입니다. 비꼬는 것이 아니라, 직능 단체의 본질이 바로 그런 것이기 때문입니다.


    /* 데일리팜 기사에 뜬 댓글 캡쳐본 한 장을 아래에 첨부합니다. 대부분의 한의사, 적어도 젊은 한의사들이 가진 생각과는 상관없이 자기 좋을 대로 해석하고 왜곡하는 게 눈에 보이는군요. 일단 통과시킨 뒤에 한약 공부하면 된다는 댓글도 흥미롭습니다. */



    /* 개인적으로는 의치한과 더불어 약업 관련 신문, 그리고 해당 직능 커뮤니티를 전부 훑어보곤 합니다만 정말 재밌습니다. 어느 정도냐면 문명2, 대항해시대2, 삼국지3보다 재밌습니다. 같은 사안을 두고 여기선 저 말 하고 저기선 이 말 하는데, 전체를 관망할 수 있는 입장에서는 누가 호기로운 배짱을 부리고 또 누가 거짓말로 선동을 하는지 훤히 보입니다. 물론 그것조차 저의 사견에 지나지 않겠지만요. */


    각설하고, 앞 문단에서 잠시 언급한 2004년의 약대 6년제 사태에 대해서만은, 하나의 파이를 두고 물과 기름, 톰과 제리, 호드와 얼라이언스, 남자와 여자(여기가 어디?) 같았던 의협과 한의협이 약협이 드러낸 전방위적 침탈의 야욕에 대해서는 비슷한 입장을 취하고 잠정적 동맹(“흥, 따... 딱히 네가 좋아서 이러는 건 아냐!”)을 맺는 초자연적 현상이 관찰되었습니다. 이는, 약대 6년제가 약협에서 주장하고 순진한 약대생들이 믿는 것과는 달리, 단순히 2년 더 배워서 의료(의약)의 수준을 끌어올리고 싶다는 순수한 열망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는 점 때문입니다. 상식에 비추어 생각해 본들, 아무런 대가를 바라지 않고서 2년이라는 시간과 최소 2천 만원이 넘는 학비를 들이겠다는 말을 곧이 곧대로 받아들일 수는 없는 문제였습니다.


    이어서 3편에서 말씀드리겠습니다.

     

    // 처음의 컨셉은 온간 데 없고 관련된 이슈를 중심으로 홀라당 통째로 이번 편을 써 내린 마당에, 다음 편에는 앞서 다루다가만 약대 6년제로 문을 열면서, 얼마 전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포괄수가제와 최근에 화제(!)가 되고 있는 대체조제(=의사가 처방전에서 명시한 약이 아닌, 성분이 동일한 약을 약사의 임의하에 조제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를 풀어 보려고 합니다.

    // 글을 탈고해서 의게에 올리고 보니 < 한약 보험 사업 >에 대한 약협의 공식 입장이 나왔네요. 드디어 < 의약분업 >이라는 단어를 명시했습니다. 이거 점점 흥미진진해집니다. 한의사들이 과연 이 문제를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약협의 일방적인 폭행이 될지 한의협의 나름의 선방이 될지가 관전 포인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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