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똥에 관한 추억 한두가지 쯤은 지니고 있을 것이다.
언젠가 무더웠던 여름, 내가 거주하던
집의 변기가 갑자기 막힌일이 있었다.
내 집은 아니고 몇일 신세를 진 집이었는데
하필이면 내가 똥을 싼 후 변기가 막혀버린거다.
변기가 막혀도 아주 지독하게 막힌것이 틀림없었다.
꼬챙이도 넣어보고 뻥뚜러도 부어보고 나름대로
변기를 뚫기위해 노력을 했었지만 모두 허사였다.
선배는 다음날 아침 출근을 하며 내게 이렇게 말했다.
"만일 정 똥이 급하다면 1층에 살고있는 주인에게
열쇠를 달라고 해서 지하에 있는 공동 화장실로 가면 될거다."
(참고로 그 공동 화장실은 말이 공동화장실이지 그냥 폐쇠된
화장실이었을 뿐이었다. 즉, 아무도 사용하지 않는 뭐 그런 화장실이었다.)
하지만, 쪽팔리게 주인집의 벨을 눌러...
"저, 죄송합니다. 지금 똥이 급한데 지하 화장실의 열쇠좀..."
차라리 지하철역이나 공원에 가서 싸고말지, 그짓은 못할 것 같았다.
그런데 선배가 출근을 하자마자 갑자기 슬슬 똥이 마렵기 시작했다.
어느정도 마음의 준비를 한 상태였기 때문에, 좀 심하게 매렵다 싶으면
"잽싸게 옷을 입고 근처 공원이나 지하철 역에 가서 똥을 싸야겠구나."
뭐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정말로 똥이 나올것 같았다.
순식간에 이렇게 똥이 매릴수도 있다는 사실을 그때 처음 알았다.
이러다가는 방바닥에 앉은채로 똥을
싸게 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닥쳐왔다.
결국 나는 공원으로 달려가기 위해 바지를 챙겨입었다.
하지만 바지를 입던 도중 이미
늦었다는것을 어렴풋이 직감할 수 있었고,
그 순간 나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방구가 나오기 시작했다.
결국 나는 바지를 집어던지고 신문지를 찾기 시작했다.
사람은 위급한 상황이 닥치면 뭐든지 할 수
있다는 말의 참뜻을 그때서야 비로소 깨닳았다.
양심상 방에다가 신문지를 깔고 쌀수는
없었기에 나는 신문지를 들고 욕실로 뛰어들어갔다.
신문을 곱게 피고 자시고 하다가는 팬티 입은채로 똥을
쌀수도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나는 미친듯이
신문을 집어던지고 신문지위로 올라가 팬티를 벗었다.
순식간이었다. 팬티를 벗자마자 어마어마한
양의 똥이 욕실바닥을 뚫을 기세로 폭팔했다.
솔직히 어떻게 그렇게 많은 양의 똥을
한번에 쌌는지 지금도 믿어지지 않을 정도다.
냉면대접에 가득담아도 3그릇은
나올만한 가공할만한 양의 똥이었다.
언젠가 TV에서 본 코끼리의 똥과
비견해도 전혀 뒤떨어지지 않을만한 엄청난 양이었다.
여때껏 살면서 이렇게 시원했던적이 없었던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힘을 줬지만 똥을 한번에 하도
많이 싸서인지 더 이상 나오지도 않았다.
그순간 갑자기 벨이 울렸다.
거짓말 하나 안보태고 그때 심장이 멎는줄 알았다.
우리집 같으면 별 걱정 없겠지만, 선배의 집이었기에
벨소리를 무시할수도 없었고, 아직 똥을 닦지도 않았는데
벨을 얼마다 다급하게 눌러대는지 심장이 터질것만 같았다.
일단 대충이라도 닦고 나가야겠다는 생각에
떨리는 손으로 휴지를 뜯어 대강 닦고 팬티를 입었다.
도대체 누가 이 아침부터 이리도 벨을 다급하게 눌러대나... 라는
생각에, 나는 내가 팬티만 입고 있다는 사실도 잊은채 문을 열었다.
(여름이었기에 윗도리는 원래부터 벗고 있었다.)
문 밖에 서있는 사람은 선배였다.
출근한 선배가 다시 집으로 돌아온 것이었다.
나는 너무나도 당황스러워서 놀란 표정으로 선배를 바라보았고,
선배는 열쇠를 두고 갔다며 집안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순간 욕실안에 왕창 싸놓은 똥이 생각나 미친듯이 달려가
욕실문을 닫고 그 앞을 막아섰다.(혹시라도 선배가 들어갈까봐...)
욕실문은 닫았지만 혹시나 똥냄새가 나면 어떻하나 하는 생각에
정말로 불안했다.(사실 똥쌀때 욕실문을 열어놓은 상태였었다.)
선배는 넋나간 표정으로 팬티만 입고 서있는 나를
이상하게 한번 쳐다보더니만, 시간이 없다며 바삐 나갔다.
결국 나는 똥을 마저 닦기위해 욕실안으로 들어가 휴지를 집어들었다.
그런데 똥을 하도 많이 싸서인지, 닦아도 닦아도 끝이 없었다.
이러다가는 휴지 한통을 다 쓸것 같았다.
결국 나는 완벽하게 닦는것을 포기하고 대강 닦은 상태에서 팬티를 입을수 밖에 없었다.
문제는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똥이었다.
("이걸 어떻게 치워야 되나...")
정말이지 죽고 싶었다.
앞으로 해야할 일들을 생각하자 온몸에 전율이 흘렀다.
"변기안에다 넣고 물을 내리면 되겠구나."
라고 생각했지만, 변기가 막혔다는것을 깨닿는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나는 정신적 공황상태에 빠져 일단 욕실에서 나와 담배를 하나 집어들었다.
한편으로는 괴로웠지만, 한편으로는 행복했다.
("그나마 방바닥에다 안싼게 얼마나 다행이야...")
담배를 피우며 내린 결론은, 비닐이나 쇼핑백에 넣어 쓰레기통에 버리는것 뿐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그리 간단치 않았다.
신문지를 보지도 않고 막 던져놓았던
관계로, 신문지의 두께가 엄청나게 두꺼웠다.
더구나 똥의 양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많았기
때문에 어지간한 비닐이나 쇼핑백에는 들어가지도 않을것 같았다.
나는 되도록이면 커다란 비닐이나 쇼핑백을
찾기위해 침착하게 집안을 뒤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냉면대접 3그릇 분량의 똥을
넣을만한 비닐은 그 어느곳에도 존재하지 않았다.
결국 찾은것은 xx백화점의 로고가 인쇄되어
있는 커다란 쇼핑백 2개 뿐이었다.
비닐장갑을 끼는 나의 손이 희미하게 떨리고 있었다.
산더미같은 똥과 그 똥을 닦은 휴지들, 그리고 두꺼운 신문지 앞에서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았다. 아니,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었다.
나는 커다란 쇼핑백을 한껏 벌려놓은
상태에서 신문지의 모서리를 잡고
거대한 똥무더기... 아니, 똥산山을 집어들었다.
화학무기를 연상케하는 똥냄새가 나의 후각과 전신을 마비시키는것 같았지만,
눈앞에서 거대한 위용을 자랑하고 있는 똥산山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상당히 어려웠지만 결국 쇼핑백안에 똥, 휴지, 신문등을 넣을수 있었고
마지막으로 비닐장갑까지 벗어 쇼핑백안에 넣었다.
토막살인을 저지른 범죄자의 심정이 이런것이었을까?
나는 의욕적으로 똥이 들어있는 쇼핑백을 또 다른 쇼핑백에 넣었다.
쇼핑백을 욕실밖으로 내놓고, 욕실바닥을 청소했다.
아무래도 찜찜해서 깨끗이 샤워까지 하고 밖으로 나온후
다시 담배하나를 꺼내물고 앞으로의 작업에 대해 곰곰히 생각했다.
그냥 쇼핑백을 내다버리면 냄새가 새어날올것이
분명했음으로 테이프로 봉할 필요가 있었다.
다행히도 선배의 집에는 여러 테이프가 종류별로 있었다.
쇼핑백의 색과 매치시키기 위해 청색
테이프를 집어들고 미친듯이 쇼핑백에 붙이기 시작했다.
거의 반 미친 사람처럼 테이프를 붙이고 붙이고 또 붙였다.
혹시나 싶어 쇼핑백의 바닥에도 테이프를 열심히 붙였다.
(국물이나 냄새가 새어나올까봐서...)
테이프를 꼼꼼히 붙인후 주의깊에 쇼핑백을 점검했다.
다행히도 빈공간은 없었고, 냄새도 새어나오지 않는것 같았다.
하지만, 당시가 한 여름이었기 때문에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똥 냄새가 밖으로 새어나올 염려가 있었고, 아침시간이었기
때문에 건물안 쓰레기통안에 버리면
똥이 오랜시간 동안 방치될 수 있다는 것이 걱정되었다.
남들이 볼때는 그냥 버리면 될것을 뭘
그리 걱정했느냐고 할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 그곳이 우리집이었다면 나 역시 아무 걱정도 안했을것이다.
하지만 달랑 선배와 주인집 가족만이 사는 작은
건물안에 거대한 똥뭉치를 버린다는것이 적지않은 부담이 되었다.
또한 주인집에서 변기가 막혔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더욱 그랬다. 만일 똥이 건물내 쓰레기통에 있다는 것이 발각되면
꼼짝없이 나나 선배가 추궁당할것이 아닌가...
아니, 추궁당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그
엄청난 쪽팔림을 어떻게 감당할것이며, 선배의 얼굴을 어떻게 본다는 말인가...
일단 쓰레기통의 구조를 살펴보기 위해 태연한 척 밖으로 나가
쓰레기통의 주위를 둘러보았다. 작은 프라스틱 통이 하나 있었고,
그 주위에 파리떼들이 진을 치고 있었다.(여름이었으므로...)
자칫하다가는 내가 버린 똥 주위에 똥파리들이 몰려들것 같았다.
더구나 똥에서 나온 국물과 가스로
인해 쇼핑백이 터지거나 샐수 있다는 생각을 하자 아찔해졌다.
또한 작은 프라스틱 통의 3분의 1은 찬 상태였고,
내 똥 마저 버리면 프라스틱 통이 가득찰 것 같았다.
(조금만 쌀걸...)
사실 본래의 쇼핑백이 워낙 컸던 탓에,
똥의 양과 상관없이 쇼핑백의 부피가
상당히 컸었던 것이 주 원인이었다.
어찌되었든간에...
터진 쇼핑백 사이로 새어나온 똥과 똥물을 주인집 식구들이
발견하기라도 한다면... 그냥 차라리 죽는것이 낳을것 같았다.
'자라보고 놀란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고,
출근했다 되돌아온 선배로 인해 충격을 받을만큼 받은
나는 도저히 이곳에는 버릴수 없다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대안이 없었다.
똥이 든 쇼핑백을 들고나가 밖에다 버리는것 외에는...
당시 옷이 양복뿐이었으므로 나는 양복을
입은 채로 똥쇼핑백을 손에 쥐었다.
선배가 준 예비용 열쇠로 현관문을 잠근후 길을 나섰다.
선배의 집은 대학가 주위였기 때문에 거리는 대학생들로 넘쳐나고 있었다.
이쁘게 꽃단장한 여대생들 사이로 똥이든 쇼핑백을 들고 태연한척 걸어나갔다.
오전부터 양복입고 똥들고 다녀보기는 처음이었다.
더구나 청색 테이프가 무질서하게 덕지덕지 붙어있는
쇼핑백의 모습은 참으로 '기묘함' 그 자체였다.
사람이 하도많아 가끔씩 똥이든 쇼핑백이 여대생들의
몸에 닿을때가 있었다. 그녀들은 이러한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저 좋다고 히히덕 거리고 있었다. 불쌍한 중생들...
개똥도 약에 쓸려면 없다더니...
그 흔한 쓰레기통 하나 보이지 않았다.
더구나 주위는 온통 상점들뿐이었고, 거리는 사람들로 가득차 있었다.
손에서는 식은땀이 흘렀고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도대체 어디에다가 이 똥무더기를 버려야 한다는 말인가...
길을 걷다보니 거의 막다른 곳까지 이르러 왔던길을 다시 돌아가야만 했다.
아무리봐도 커다란 쇼핑백을 버릴만한 장소가 없었다.
그냥 버리고 뛰어서 도망갈까... 라는 생각도 했지만
상점주인들이나 노점상들이 곧바로 항의를 하거나 뒤쫓아 올것만 같았다.
쓰레기 버리는 문제가 사회적인 이슈로 등장한 상태에서
커다란 쇼핑백을 길에다 버리는것은 정말이지 어려운 일이었다.
더구나 '쓰레기 투기 금지', '이곳에 쓰레기 버리지 마시오'
요런 문구는 왜 그리도 많은지...
한참을 걷다보니 공원이 하나 나왔다.
"그래, 공원내 쓰레기통이나 화장실에 버리면 되겠구나."
힘찬 발걸음과 함께 공원으로 들어갔다.
공원내 쓰레기통은 엄청나게 컸다.
나는 쾌재를 부르며 쓰레기통으로
다가갔지만, 이내 실망할수밖에 없었다.
쓰레기통은 컸지만 쓰레기 투입구가 너무 작아서
도저히 쇼핑백이 들어가지 않을것 같았다.
혹시나 싶어서 쇼핑백을 넣어보려
시도까지 해봤지만, 택도 없는 짓이었다.
갑자기 뒤통수가 간지러워
뒤를 돌아보자, 벤치에 앉아있는 시민들과
대학생들이 이상한 눈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물론 그들은 내가 똥을 버리러 나온 사실을 전혀 몰랐을 것이다.
하지만 '도둑이 제발 저린다'고 전신에서
식은땀이 흘렀고 심장도 크게 뛰기 시작했다.
공원 구석에 화장실이 보였지만, 지나치게 긴장한데다가
나를 쳐다보는 사람들의 눈길이 신경쓰여 도저히 화장실로
이동할수가 없었다.
결국 나는 눈물을 삼키며 공원을 황급히 빠져나올수 밖에 없었다.
순간 지하철역 내부에 커다란
쓰레기통이 있는것을 본것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사가 다 귀찮아졌기 때문에, 한시라도 빨리 똥에서 해방되고 싶었다.
빠른 걸음으로 똥을 들고 지하철 역으로 이동했다.
하지만 역사내부의 쓰레기통 역시 분리수거용
쓰레기통이라 쓰레기 투입구가 너무 작았다.
하지만 개표를 하고 들어가면 틀림없이 뚜껑이 없는,
투입구가 커다란 쓰레기통이 있을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아니, 그것은 거의 신앙에 가까운 것이었다.
순간 앞쪽에서 한 남자에게 검문을
하고 있는 의경 두사람이 눈에 들어왔다.
이들은 그 남자에게 경례를 한 후 내가 있는 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또다시 긴장되기 시작했다.
물론 평소같았으면 긴장될 이유가 전혀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똥덩어리를 손에들고 의경을 마주쳐보지 않은
남자는 그 기분을 절대로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만일 저들이 나를 검문하면 어쩌지?")
머리속에서 핵폭탄이 터지고 있었다.
만에 하나 그들이 쇼핑백을 보자고
하면 뭐라고 대답해야 한다는 말인가?
더구나 청색 테이프로 요란하게 도배되어 있는
쇼핑백은 의경들에게 수상하게 보일것이 틀림없었다.
그 순간 가슴 한구석에서 이러한
메아리가 울려퍼지는 것을 느낄수 있었다.
"솔직히 내가 무슨 죄가 있는가? 변기가 막혀 신문지위에
똥을 쌀 수 밖에 없었고, 그 똥 좀 버리겠다는데
내가 무엇을 잘못했다는 말인가?"
그렇다. 나는 더이상 조금전의 소심한 내가 아니었다.
공권력앞에 한 점 부끄러울 이유가 없었다.
("솔직히 이야기한다면 저들도 나를 이해하리라...")
다행히도 의경들은 내 앞을 그냥 지나가고야 말았다.
700원짜리 지하철표를 사서 개표를 했다.
하지만 역사내에 내가 원했던 쓰레기통은 보이지 않았다.
한가닥 희망을 품고 승강장으로 천천히 걸어 내려갔지만,
승강장에도 내가 원했던 쓰레기통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 순간 요란한 소리와 함께 열차가 도착했다.
제 정신이 아니었던 나는 사람들 틈에 뒤섞여 그 열차에 탑승했다.
똥이 든 쇼핑백을 든채...
("다음 역에서 버리자. 쓰레기통이 없어도 상관없다. 무조건 버린다.")
하지만 다음역에도 내가 원했던 쓰레기통은 존재하지 않았다.
내가 찾지 못했었을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내 눈에는
투입구가 커다란 쓰레기통이 보이지 않았다.
나는 무서운 기세로 화장실을 찾았다.
더 이상 긴장되지도 않았고, 두려울 것도 없었다.
("내가 싼 똥 내가 버리겠다는데 누가 뭐라고 할건가?")
나는 똥싸는 칸의 문을 열고 당당하게 들어갔다.
드디어 똥을 버릴수 있는 기회가 왔다고 생각했지만,
생각지도 못했던 문제에 봉착하고 말았다.
똥을 버릴려면 쇼핑백에 붙어있던 테이프를 일일이
뜯어내야 되는데, 거의 도배수준으로 테이프가 붙어있어
경악할 수 밖에 없었다.
그냥 쇼핑백을 두고 나오면 될 것 아니냐고 묻고 싶은
사람들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솔직히 내 양심상 그럴수는 없었다.
만에하나, 청소하시는 분께서 이게 뭔가 싶어 그 쇼핑백을
뜯어볼수도 있지 않은가. 그 이후에 닥칠 상황을 생각해
보니, 차마 그럴수는 없었다.
"그래... 내가 뿌린 씨앗...
아니, 내가 싼 똥... 내 손으로 직접 거둔다."
이런 생각으로 천천히 테이프를 뜯기 시작했다.
쇼핑백에 붙어있는 테이프를 뜯어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그 소리가 정말 요란하다.
더구나 지하철역의 화장실에서는 오죽 했겠는가...
북~
부욱~ 찍~
북~
테이프를 찢어내는 소리가 화장실 전체를 울렸지만,
이미 내 눈에는 뵈는게 없었다.
테이프 찢는 소리가 들리건 말건, 누가 와서 문을 두드리건 말건...
이미 나의 관심밖의 일이었다.
나의 머리속은 오직
"이 똥을 버려야 한다."는 생각 뿐이었다.
오랜 사투끝에 테이프들을 다 뜯어낼 수 있었고,
결국 거대한 똥덩어리의 상당수를
변기속에 흘려보내는데에 성공할수 있었다.
하지만 엄청난 양의 신문지와 거대한
쇼핑백은 그곳에 남겨놓고 나올 수 밖에 없었다.
나름대로 뒷처리를 하기는 했지만,
청소하시는 분은 경악했으리라...
"도대체 이게 뭔일인가." 라며...
그분에겐 정말 죄송하다. 하지만 나에게도 그럴만한 사정이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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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일이라고 생각하지 말기 바란다.
누구에게나 닥칠수 있는 일이다.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에게
이 글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