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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sisa_1161754
    작성자 : 십세이
    추천 : 1/18
    조회수 : 1415
    IP : 58.237.***.64
    댓글 : 30개
    등록시간 : 2020/08/28 22:53:20
    http://todayhumor.com/?sisa_1161754 모바일
    한번 읽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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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우 명문인것 같아서 퍼옴 




    사람들은 정부의 정책이 완벽한 하나의 기승전결을 갖고 움직이길 기대하지만, 현대 사회이론에 있어서 정책이란 실험적 성격을 띄고 있습니다. 세금을 쓰고 결과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인식에 비해서 실제로는 어떤 한가지 정책이 가져오는 사이드 이펙트들을 대응하면서 지속적인 실험-관리의 형태를 띄게 됩니다. 사회 실험주의 라는 이름으로 불렸던 것 같은데, 이 방식의 장점은 점점 복잡화된 사회에 대해 섣부른 중앙집권적 판단에 유연함을 줘서 시장참여자와 정책집행자간의 괴리를 적절히 줄여나갈 수 있다는 점입니다. 단점으로는, 사람들이 공공자원으로 실험적 실천을 하는 것을 받아들이기가 매우 어렵고 힘들다는 점이죠.


    의대정원과 관련된 논란을 보면 바로 그 실험주의적 실천이라는 생각이 드는 부분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걸 감안하더라도 좀 의아한 점이 있습니다.


    보통 특정 산업을 키우거나 지역에 미비한 인재/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 제일 먼저 하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의료가 아니라 어떤 산업이든 마찬가진데..  하나는 인프라의 확대고 둘은 뛰어난 전문가의 영입입니다. 이건 농업부터 고도화된 반도체 산업까지 비슷합니다. 지역에 경쟁력을 갖춰줄만한 산업체와 기술자를 다양한 유인요인으로 끌어들이고, 거기에 공적 자원으로 큰 인프라 투자비용을 보전해줍니다. 베트남이었나 필리핀이었나.. 그런데서 한국 기업의 조선소나 반도체공장 부지/건설비용을 대주겠다는 거랑 비슷합니다. 수 년간 인건비 보조까지 해주겠다고 하고요.

    이런 접근법이 전 산업에서 대체로 통용되는 이유는, 해당 산업이 부족한 지역에서 부흥하기 위해서는 도시와 경쟁할 수 있는 (적어도 비교우위적 장점이 있는) 경쟁력이 있어야 해당 분야에 대한 참여자가 자생성을 갖기 때문입니다. 그 산업은 또한 적절한 수익성을 지녀야 하거나, 산업참여자들에 대한 공공자원 지원을 통해 상당한 삶의 수준을 보전해줘야합니다. 부족하긴 하지만 공공자원으로 유지되는 산업 중 하나가 농업이고요.


    의료에 대한 정책은 이런부분에서 좀 이상합니다. 그리고 실제로 실천이 어렵기도 합니다.

    첫째, 의료서비스의 인프라는 의대가 아니라 병원입니다. 지방의 2,3차 병원인프라가 흡수하는 것이 의대생들이지, 의대생들이 병원을 구성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결국 지방의료를 개선하거나 공공의료서비스 접근성과 퀄리티의 개선이라는 큰 틀에서는 결국 '좋은 병원'이 얼마나 늘어나는가가 핵심에 있습니다.

    둘째, 좋은 병원은 필연적으로 많은 환자와, 좋은 의료진을 요구합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좋은 의료진이 성장하기 쉬운 곳은 아닙니다. 의료진과 환자 양측에 대한 보호정책이 미비하고 낮은 수가정책과 삭감, 중앙집권적 가이드라인에 의해 더 실험적이면서도 발전적인 치료방침을 가진 의사들이 살아남기 어렵습니다. 이건 도덕적 딜레마랑도 겹치는데, 사람을 더 많이 살리는 의사는 많이 죽여본 의사라는 관용어구가 이를 잘 설명해준다고 생각합니다. 왜, 축구보면 메시나 음바페가 지고있는 게임에서 후반전 넘어가면 설렁설렁 뛴다는 의견이 있잖아요. 의료진도 마찬가집니다. 적당히 현재 가능한 치료범위내에서 더 할게 없네, 하며 보수적인 결정을 내리는 사람들만 있어서는 새로운 치료법과 노하우를 만들어 내기 어렵죠. 그러나 그 과도기에서 희생되는 환자들 역시 개인의 입장에서 보면 억울하고 참담한 일을 겪는 셈입니다. 이걸 어느 한쪽의 피해도 없이 완전무결하고 합리적인 결과를 얻어낼 수는 없습니다. 결국 이러한 갈등의 중재자이자 보상체계를 만들어 내는 것은 법률과 정부의 힘입니다. 그런데 정부는 이러한 책임에 대해 썩 적극적이어 보이진 않습니다. 결국 한국의 좋은 의료진은 대형병원의 '카바'없이는 살아남기 어렵습니다. 아니면 이국종교수처럼 영웅시 되어서 적극적인 관심을 받거나요. 이렇듯 좋은 의료진이 크기 힘든 환경에서, 그저 금전적 유인책 만으로는 지방에 설립된 의료인프라에 좋은 의료진을 안착시키기가 어렵습니다.

    게다가 한국에서 지방은 모두 죽어가고 있습니다. 시단위의 지자체조차 자체적인 재생산이 불가능한 상태고요. 광역시들도 그리 안정적이지 않습니다. 젊은이들과 일자리가 부족한 것은 물론이거니와, 기본적으로 소득수준이 도시에 비해 많이 떨어집니다. 이러한 상황은 2,3차병원을 설립한다고 해도 수익성을 도무지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이는 아주 어려운 문제를 만드는데, 성과평가적인 방식에 있어서 공공의료원을 아무리 좋은 인프라와 좋은 인재로 어떻게 구성한다 해도 유지할 근거를 세울 수 없다는 겁니다. 만성적인 적자상태에 시달리는 공공의료원을 지자체나 중앙정부의 지원으로 충분히 좋은 수준을 유지한다고 하면 분명 누군가는 '낭비'라는 이야기를 꺼내들기 시작할겁니다. 성과의 평가는 수익성이 핵심이 될 것이고요. 수익성 개선을 위한 부대사업을 한다고해도 도시만큼 활성화 시킬수는 없을겁니다. 돈 있는 사람이 부대시설 쓰지 없는 사람들은 쓰지도 못하니까요. 결국 수가문제까지 걸려들어가게 되고, 이건 의료자가부담금을 높이거나 보험료를 높이지 않고서는 답이 없습니다. 어느쪽이든, 사람들은 돈을 더 내게 됩니다. 소외된 이들의 의료서비스를 위해서요. 그리고 우리는 대부분, 내가 어떤 추가부담도 없는 선에 대해서만 남들에게 좋은일을 하고 싶어합니다.


    셋째, 더 이상 공공을 위한 공동체적 가치는 정의롭게 여겨지지 않습니다. 우리는 노동자로서 개인의 삶의 권리가 당연히 더 우위인 시대에 살고 있고, 이는 의사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개인의 삶에 대한 질적 측면을 굉장히 높게 고려하고 있고요. 단순히 소득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실제로 경쟁적인 인재영입이 이뤄지는 IT 업계쪽을 보면, 이전에는 '돈만 많이주면' 끌어모을 수 있는게 우수한 인력이었다면 지금은 아닙니다. 지금은 돈은 기본이고, '개발문화', '비전', '우수한 동료들', '회사의 개발직에 대한 이해도', '업무영역의 존중', '다양한 복지' 등 정말 까탈스럽다 싶을만큼 다양한 요구사항이 존재합니다. 그리고 많은 민간기업들은 이러한 요구조건을 해소하며 조금이라도 나은 인재영입을 하고 싶어하고요. 즉, 더 이상 실력있는 직무역량을 지닌 노동자들이 돈 하나만 보고 지방의료원을 선택할 가능성은 몹시 낮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사실들을 둘러보면, 의대정원을 왜 늘리지? 라는 생각이 들게 됩니다. 왜냐면 '기피과'라는건 저런 틀의 축소판이거든요. 왜 기피하는가, 위험하고, 피곤하고, 수련하기 어렵기 때문이죠. 그러고 나서도 보상이 작고요. 돈을 못버는건 아닐겁니다. 근데 인기과에 비해 잘 벌수 있는것도 아니죠. 그걸 채워주는 공동체적 가치는 모두 무너졌죠. 사명감이라든지, 존경이라든지. 기피과에 좋은 의료진이 점점 줄어든다는건, 의대생들이 설령 '기적적으로'의지를 갖고 기피과에 전부 지원한다한들 키워줄 사람이 몹시 부족하다는 겁니다. 결국 기피과를 살리자/지방의료를 개선하자는 목적에 있어서 의대정원을 늘리는건 거의 효과가 없는거죠.

    의대정원을 늘린다는 방향은 지극히 보수적이고 행정편의적 방식입니다. 다른 대안에 비해 큰 비용이 들지 않고, 제안자들이 책임을 질 이유도 없어집니다. 많은 현실적 문제를 '대충'외면시키기에 가장 적절한 방식이고요. 참여자가 늘면 대충 해결이 될거야 라는 막연한 기대는 그 자체로 무척 실험적입니다. 이러한 것이 그나마 잘 작동하려면, 국토개발 10개년계획 이런식으로 '의료개선 10개년 계획'따위의 로드맵을 그리고 정권이 바뀌어도 토목개발하듯이 차곡차곡 정책을 쌓아가야합니다. 위에서 서술한 것처럼 순서는 의대생 정원을 늘리는 게 아니라 좋은 의료진과 인프라의 설립부터가 시작이지만, 설령 순서를 바꾼다고 해도 나머지는 분명 맞딱뜨려야 할 현실입니다. 의대생 정원을 늘렸으면, 다음에는 의료인프라 설립계획을 세워야하고, 다음에는 좋은 의료진을 어떻게 분배하고 적절한 숫자를 확보하기 위해 국내외적으로 인재를 끌어모을지가 정해져야합니다. 이 모든 계획에 지방재정의 자립성과 지방산업의 육성이 필요하고, 인구증가와 시장확대를 위한 전반적인 정책이 함께 가야합니다.


    이 모든걸 보면 사실 답은 하나로 귀결됩니다. 지방의료를 개선한다는건 개소리라는거죠. 지방을 '살리는 것'조차도 못하고 있는데 어떻게 고등의료서비스를 지방에 안착시킬까요. 백종원의 골목식당이 아무리 좋은 가게를 만든다고 해도 사람없고 사람안오는 지역이 그걸로 오래 살아남을수는 없습니다. 요양병원을 보세요. 누가 지으라고 안해도 지방에 초호화 성채처럼 지어집니다. 그게 거기선 돈이 되는 사업이니까요. 지방에 남은 경제주체라고는 점점 장-노년층뿐이고 학교가 사라지고 젊은이들이 없고 일자리가 없는 상황에서 무슨수로 병원이 거기서 좋은 퀄리티를 유지하며 살아남겠습니까.


    이럴바에는 의대생을 늘리는건 '그냥'늘린다고 정부도 말하는게 낫습니다. 기피과 지방의료? 이런거 개선하려고 하는게 아니라 그냥 면허수 좀 늘리는거라고. 어떻게 될 지는 모르겠고 대의같은거랑 아다리 맞는 부분도 없으니.. 의료집단이 '대의'를 위해 파업하는게 고깝게 느껴지는 분들이라면 국가의 '의대생'을 늘려서 대의를 지키겠다는 것 역시 고까워야 합니다. 실제론 거의 상관이 없으니까요.


    한국은 좁은 땅덩이입니다. 지방에 정말로 2,3차 고퀄병원이 필요한가, 지방 권역도시마다 아산병원 성모병원 삼성병원들이 꼭 있어야 하나 하면 있으면 좋긴합니다. 근데 대부분의 골든타임 이내에 적절한 이동수단이 갖춰지면 서울로 오는게 어려운 땅덩이가 아닙니다. 결국 지방에서 진짜로 좋은 의료서비스의 접근성을 개선하고 싶으면, 저런 엄청난 정책들을 10년 20년에 걸쳐 꾸준히 지속해서 토대를 만들고 자생성을 확보할게 아니라면 그냥 총알택시, 닥터헬기, 시-도간 광역 엠뷸런스등의 확보와 거점간 응급센터와 비슷한 수준의 '응급대응 및 전원처리용' 병원을 확보하는게 차라리 현실적일 겁니다. 그리고 대형병원에 비용을 지원하는 대신 대형병원마다 일정 수준의 '지역 응급환자에 대한' 우선권과 병상파이를 확보하는 의무를 주고요. 지방에서 현재 자생중인 대형병원을 제외한 곳들은 이런식으로 근처 지역광역 2,3차 의료기관->서울 3차 의료기관과의 긴밀한 네트워크 체제를 구성하는 것이 차라리 환자들에게 나을겁니다. 실제로 전라북도에서 큰 응급이 걸리게 되면 전북대 병원으로 전북 대부분의 지역에서 쏘게 되는데, 전북대 병원에서 해결하기 어려운 것을 서울까지 쏘는데는 3시간 이내에 가능한 일입니다. 어지간한 것들은 전북대에서도 다 케어가 가능하기도 하고요. 마찬가지로 다른 지방도 지역거점마다 적절한 의료기관들이 없진 않습니다. 서울 5대 병원만 못할뿐이죠. 지방에서 서울 5대병원같은 퀄리티의 인프라를 만들 수 없는게 현실적인 문제라면, '수련도 일자리도 부족한' 의대생이 늘어나는 것은 짐이 늘어날 뿐이지 도움 될 부분이 거의 없는거죠.


    저는 의료진들이 밥그릇 파업을 하는 것도 좋다고 생각하고, 그래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환자를 죽이는 건 병이지 의사가 파업하는게 아니라고 생각하고요. 정말로 의료진들이 개별 노동자가 아닌 공적이고 사회적인 생명에 대한 책임을 강하게 요구하려면 면허만 국가가 쥐는게 아니라 준 공무원의 지위를 보장해줘야 한다고 봅니다. 책임만 있는 직책은 없잖아요. 그런게 아니라면 노동하지 않는 결과는 각자가 지는 거죠. 그게 생명과 관련되어서 큰 위기와 불편을 야기한다 할지라도. 이건 의사한테 가서 일하라고 할게 아니라 정부에게 요구해야할 일입니다. 쟤네 말을 들어주든지, 쟤네를 준 공무원적 지위를 줘서 확실하게 의무를 지워버리던지. 이도 저도 아니면 그냥 민주국가탈 좀 빼놓고 줘패서 듣게 하던지. 그치만 그렇게 줘패임 당한 사람들에게 '덕분에'라며 코로나시국의 영웅들이라고 한쪽에서 떠들고 있으면....제가 그 당사자라면 좀 역겨울거 같습니다.

    정부의 주먹구구식 의료정책을 비판합니다. 책임없이 참여자만 늘리는 방식으로 해결할 수 없는 산업임을 뻔히 알면서 내리는 결정을 비판합니다. 10년, 20년 이상의 로드맵을 갖고 어렵고 큰 자원이 드는 결정을 지속해야 하며 그 책임을 지고 가야하는 무거움을 외면하는 정책결정자들을 비판합니다. 의료서비스를 키우는 것은 곧 지역을 키우고 인재를 키우고 산업과 기술을 키우고 확대하는 과정임을 외면하고 어떻게든 알아서 잘 굴려보라는 도덕적 의무만 강조하려 하는 이들의 '선한 의도'를 비판합니다.
     
     
     
     
    의사집단을 무슨 적폐세력 또는 공공의적처럼 몰아가는 오유 분위기 무섭네요
    객관적인 시각으로 좀 바라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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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0/08/29 23:18:12  108.162.***.118  요진보  218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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