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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sisa_1161609
    작성자 : 사진속당사자
    추천 : 14
    조회수 : 1337
    IP : 222.118.***.176
    댓글 : 8개
    등록시간 : 2020/08/27 01:27:18
    http://todayhumor.com/?sisa_1161609 모바일
    의사들께 일반 시민으로써 한 말씀드립니다.
    정말 정말 솔직히 말해서 일반 시민들은 최근의 사태에 대해서 깊이있게 알거나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니 어쩌면 그럴 여력도 필요성도 없을 수 있죠. 
    일반 시민들이 현재 의료계의 현실이 어떤지 낱낱이 이해할 의무가 있는 것도 아니도 단지 나와 내 가족이 아플 때 적절한 의료서비스가 제공된다면 그것으로 만족일 뿐입니다.

    정부의 정책이 얼마나 효과가 있는 것인지 어떤 단점이 있는 것인지 심도있는 이해를 바랄 수 없습니다.
    반대로 의료 현장의 목소리에 일반 시민이 귀기울일 의무도 없습니다.

    저는 식당을 하는 사람입니다만 제가 식자재를 어떻게 구해서 가공하고 보관하며,
    관에서 지도하는 위생검열과 위생교육이 실제 위생에 도움이 되는지
    일일이 손님들께 이해시키지도 않을 뿐더러 그래야 한다고 생각지도 않는 것 처럼요.
    그 분들은 그저 오셔서 맛있게 드시고 가시면 되는 거죠.

    다만 이번 사태에서 많은 국민들이 실망하는 부분은 의료계의 태도입니다.
    의료계에 종사하시는 분들의 의견은 다르실 수 있으나 의외로 많은 국민들은 의료인(특히 의사)으로부터 모멸감이나 불쾌감을 느낀 경험이 있습니다.
    정말 더럽고 치사하지만 그래도 내가 병을 고치려면 어쩔 수 없다... 는 생각을 한번쯤은 하지요.

    제가 최근 2년간 겪은 것만도 아래와 같습니다.

    1. 100일 아이가 수면중 체온이 39도가 되어서 야간에 대학병원 소아응급실에 갔더니  의사가 책상 모니터에는 목사님 설교 동영상을 틀어놓고 한쪽귀에 이어폰을 꼽은 채로 귀찮다는 듯이 아내에게 틱틱거리더군요. "해열제는 먹여봤어요?" "해열제도 안먹여봤다구요?" "아니 애가 39도인데 뭐했어요?" 범인 취조하는 형사도 아니고 제가 참다못해 눈을 부라리니며 "아니 우리도 첫 아이고 갓 100일된 애한테 무슨 해열제를 먹일 지 우리가 어떻게 압니까? 그리고 모르니까 병원에 온거 아닙니까?" 움찔 하더니 그담부터 조금 수그러든 자세로 진료를 보더군요. 뭐 나중에는 미안했는 지 진료실을 나올때는 "너무 걱정마시라"고 한마디 하긴 하더군요. 그게 의료서비스였으니 참았지 다른 서비스업이었으면 그자리에서 뒤집어 엎고 나갔을 겁니다.

    2. 큰어머니께서 갑자기 쓰러지셔서 피를 토하셔서 대학병원 응급실로 긴급히 갔습니다. 평소 지병이 있으셔서 담당의를 불렀는데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오지 않더군요. 사촌 형님은  병상위의 큰어머니께서 토하는 피거품을 다 뒤집어 쓰며 큰어머니를 붙잡고 있었습니다. 간호사도 의사도 아무도 가까이 오지도 않았습니다. 벌벌 떠는 사촌형님들을 뒤로하고 형수님께서 아무래도 준비를 해야겠다고 하셔서 장례식장과 상조회를 알아보고 병원내 편의점에 (밤을 새야할 듯 하여) 커피 몇캔을 사러 갔습니다. 편의점에는 체구가 있는 어느 의사가 빵과 우유를 먹으며 맨발로 크록스 신발을 신고 돌아다니고 있었습니다. 그날이 12월 31일이었는데 연말에 집에도 못 가고 고생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약 한시간후 큰어머니는 결국 눈을 감으셨고 어떤 의료진의 손길도 없이 사촌 형님은 피와 땀으로 범벅이되어 한마디 하셨습니다. "이 ㅅㄲ 들이 어짜피 죽을 사람이니까 손에 피묻히기 싫다는 거지...." 심박이 없어지자 간호사가 1차 확인했고 잠시후에 나타난건 방금전에 편의점에서 빵먹던 의사였습니다. 차마... 형님께 그 의사가 그 시간에 편의점에서 빵먹고 있었다고 말할 수는 없었습니다. 

    너무 자극적인가요? 그렇지 않은 그냥 짜증나고 치사한건 적지도 않았습니다.

    저와 제 아내는 결혼 전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기초적인 의료에 대해서 알아야한다는 이유로 함께 간호조무사 공부를 해서 실습을 하고 병원에서 일해봤습니다.
    응급실, 수술실, 내시경실, 요양병원 병동, 일반병동...
    환자와 보호자들이 보지 않는 곳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어떤 행동들을 하는 지 많이 보았습니다.
    특히 수술실.... 네 정말 많이 놀랐습니다. 그렇게 까지 하리라곤 생각도 못했습니다.

    어느 직업이든 일정부분 사명감이 있고, 또 그걸 지키기란 녹녹치 않고 어쩔 수 없이 타협하는 부분과 그럼에도 최소한의 양심을 지키려는 노력이 뒤엉켜있다는 것 쯤은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일반 국민들이 체감하는 의료인들의 태도는 "이유 불문하고" 다른 곳에서 느끼기 힘든 괴리감과 불쾌감을 남깁니다.

    그리고 그러한 것이 이번 파업이나 시험 거부 등에도 그대로 이어졌다고 생각합니다.

    온 국민이 너무나 힘들 때 당장의 의료시스템을 흔들어 놓는 방식의 대응은 누가봐도 공감을 얻기 힘듭니다.
    그간 코로나 대응으로 인한 "의료진"에 대한 응원을 "의사"에 대한 응원으로 착각하여 그동안의 응원을 조롱하는 처사도 공분을 사기에 충분하구요.
    또한 가운을 벗겠다, 면허증(종이를) 찢겠다 식의 협박성 투쟁도 너무나 불쾌감을 주는 방식이었습니다.

    의사들이 느끼는 체감은 어떠한지 모르겠으나 시민들은 의사들의 그러한 태도가 그간 보아왔던 거만하고 사람 머리위에 앉아있는 듯한 태도의 연장선상으로 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너희들 기분은 신경쓰지 않아도 상관없어" 처럼 받아들여질 수도 있었습니다.
    그걸 의사들만 모르는 거고, 그렇다면 이미 의사라는 조직은 국민들의 정서와 상당부분 괴리감을 쌓아온 것은 아닌지 자성하셔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니 어쩌면 그런것 따위는 신경쓰지 않아도 충분히 먹고 살만한 것일지도요.
      
    저는 식당을 하는 사람이라 식당과 비교해보자면
    월 순수익 수천만원을 내는 식당의 사장과 의원의 의사를 비교해보면 너무나 다릅니다.
    전자는  손님들에게 간쓸개라도 빼줄듯 서비스에 최선을 다하고 손님을 가르치려든다거나 거만하게 구는 것은 상상도 하지 못합니다.
    후자는  상대적으로 그렇지 않죠. 다릅니다. 아주 달라요.

    많은 시민들이 좋지 않은 눈으로 의사들을 바라보는 것은 그때문입니다. 그간 의사들이 국민들에게 보여온 모습들, 그 모습에 대한 반대급부죠.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국민들을 협박하는 방식의 투쟁은 계속 의사들을 고립시킬겁니다.
    그래도 대안이 없기때문에 정부가 의사들의 의견을 받아들일지도 모르고, 국민들은 계속 병원을 이용할 수 밖에 없겠죠.
    그래서 더 당신들에게 냉소를 보내는겁니다.
     
    다시한번 말씀드리지만 정부의 정책이나 의사들의 대안에 대해서 누구 편을 들거나 옹호하는 취지는 없습니다.
    정부의 정책이 잘못된 것일 수도 있고 의사들의 생각이 온전히 옳은 수도 있을겁니다.
    다만 지금 국민들의 싸늘한 반응에 서운해하시지 말라는 겁니다. 의사들에게 그 시선을 느끼며 이 악물고 병원을 이용하던 시민들이 다시 되돌려주는 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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