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유머글이 아닌거 죄송합니다
오유에서 맨날 눈팅만하고 리플도 몇개 달아본적 없는 눈팅쟁이 입니다 ,
친구랑 같이 운동을하는데, 오늘 도장끝나고 (정확히는 10 분전까지의 상황) 집에 오는길이었습니다.
친구랑 잘가삼 (- _ -)// , 어 너도 ( - _ -)// 이러면서 헤어졌는데,
우리 아파트쪽 길에 왠 할아버지가 손에 까만 비닐봉다리를 들고 앉아있었습니다 ㅡㅁ ㅡ;;
음..모지? 하면서 봤는데 머리가 정말 새하얗게 샌 할아버지 한분이 술냄새를 풍기며
벌벌떨고 계셨습니다 , 근데 사람들이 전부 못볼거라도 본듯이 피해가는 거였습니다
같은층에 사는 아줌마도 그냥 지나가는걸보고는 아주머니의 인격에 매우 실망했습니다..
어쨋든, 이대로 두면 난감하겠다 싶어서 할아버지한테 말을 걸었습니다
약 10 분간의 대화끝에 알아낸건 ㅡㅡ...없었습니다.
첨에는 현대 3 차 아파트가 어디냐고 물어보시더군요 (저희동네 아파트이름 ㅡㅁ ㅡ;;)
그래서 위치만 설명드리고 택시 태워서 보내려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ㅡㅡ;
아파트위치만 아시고 주소는 모르시는거 같더군요 ㅡㅡ;;; 택시를 잡으려다가 할아버지하고
아파트쪽으로 좀 걸으면서 집주소를 물었습니다..(알리가 없지요 ㅡㅡ;;)
그래서 연락처나 전화번호나, 신분증이나, 아무거나 있으면 한번 줘보시라구했더니
한참 주머니를 뒤지고나서 꺼내신거라곤 꼬깃꼬깃 접힌 만원짜리와 천원짜리 몇장 뭉치였습니다.
평소 경찰의 행태를 영 곱게 보지 않던 저인지라..왠만하면 제가 집을 찾아드리려고 했는데,
주소니 신분이니 연락할곳이니..이런게 하나도 없더군요..일단 영 맘에 들지 않지만 ㅡㅡ
경찰을 부르고.. 할아버지 손을 꼭잡고 제가 입고있던 점퍼를 벗어서 덮어드렸습니다..
졸춥더군요 ㅡㅡ;;; 평소 스킨쉽을 정말 싫어하는 저인지라..솔직히 꺼림칙했지만;;
막상 손을 잡고보니 참..가슴이 아팠습니다 "사포"같더군요 전 사람손이 그렇게 거칠다는걸
오늘 처음 알았습니다.고생 많이 하신 우리 어머니 손을 잡았을때 뭉클했는데..
할아버지 손은..참..가슴시리게 만들정도로 차갑고 거칠었습니다..많이 외로우셨는지 나이 든 분이
너무나 꽉 제손을 붙잡고는 놓지 않으셨습니다..쩝..
추워서 부들부들 떨면서 연신 "고마워~ 너무 고마워 젊은이.." 하고 말씀하시는데..
참 그렇더군요.. 그런데..30 분 이상 이 할아버지와 있었는데, 정말 화가 났던건 단 한분도
도와줄 생각도 관심도 없었습니다 . 마치 벌레 보듯이 보면서 지나가더군요.
저를 보면서는 "뭐하러 참견이냐..착한척은.." 하는 듯한 눈빛까지 보이면서 지나가더군요..
허허..참..누군가를 도와주면서 그런 눈빛을 받는다는 사실이 정말 짜증나더군요..
마지막으로 압권이었던건 경찰이었습니다. 신고한지 10 분이 지나서야 도착하고는 딱 내리면서
귀찮다는 말투와 표정으로 "할아버지 어디살아요?" 참..그분이 아시면 제가 모셔다 드렸지
데리고 있겠습니까?? 제가 정황 설명을 하니까 위아래로 보더니 (솔직히 제가 좀 양아치 같습니다..
귀도 세개나 뚫었고..) "됐어 학생 그냥가고, 할아버지 어디 사시냐니까요?" 이러면서
옷을 뒤지더군요..참.. 저는 10 분동안 할아버지에게 잡아가는거 아니고 추워서 밖에서 주무시면
안되니까 집에 들어가실수 있게 도와달라고 경찰 부르는거라구, 기분 나빠하지 마시구,
앞으로 술드시지 말라고 열심히 설명해드렸는데.. 한순간에 무너지더군요..
화가나서 경찰에게 "이 분 술 취하셨구요, 정황설명 필요없어요?" 이랬더니 " 아 됐어 학생"
이러는겁니다..성격같아선 한대 치고 싶더군요..꾹 참고 한마디 했습니다,
"제가 경찰서 같이 갈테니까 가서 설명 듣구 얘기하죠" , 이랬떠니 하는 말이
"아 됐고, 우리가 알아서 할테니까 학생은 집에 가라니까? " 하고서는 할아버지를 태우고
뒷문을 탁 닫고 가버리더군요.. 옆에서 도와주지도 않고 구경만 하던 아저씨는 결국 구경만해놓고
호기심으로 무슨일인지 물어보고는 잘했다는 인사와 악수 몇번을 하고는 갔습니다.
(사실 구경하는지도 모를만큼 멀찍이서 보고 계시다 경찰차 타고 가는거보고 다가와서 말을 걸더군요)
참..좋은일을 한거같긴한데..기분은 왜 이렇게 씁쓸한지 모르겠습니다..
오유 하시는 분들은 부디 그런 불쌍하신 분들 보면 그냥 지나치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 글올립니다.
그리고..주소를 알수있다면 경찰은 부르지 마세요..괜히 기분 나빠질지도 몰라요..
좋은일 하고도 우울한 하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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