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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시물ID : gomin_1156508
    작성자 : 익명Z2doZ
    추천 : 2
    조회수 : 918
    IP : Z2doZ (변조아이피)
    댓글 : 2개
    등록시간 : 2014/07/20 04:18:49
    http://todayhumor.com/?gomin_1156508 모바일
    어제 엄마 삼우제 지내고 왔어요.
    아직도 실감이 안 나요.
     
    그냥 일나가셨던 것처럼 들어오실 것 같아요.
     
    엄마 휴대폰을 살려뒀는데 계속 지인분들 친척들 전화가 와요.
     
    오히려 그게 더 고통스러운 것 같아요.
     
    차라리 지금처럼 아무렇지 않게 천천히 잊고 싶은데
     
    집안에 엄마 흔적도 천천히 지우고 싶은데
     
    아빠는 정떼려고 하시는 건지 눈에 보이면 쓰레기통에 다 버리시네요.
     
    여동생은 왜 버리라면서 울고...
     
    참 착잡하네요.
     
     
    엄마랑 사이가 많이 틀어졌던 이모가 오늘 오셔서 엄마 옷 정리한다는 것을
     
    동생이 하지말라고 말려서 안 했어요.
     
    솔직히 저도 내키진 않지만 그게 고인에 대한 예의인 것 같기도 하고요.
     
     
    엄마 옷 보내주려면 태워야 한다는데
     
    태울 곳이 마땅치 않다고 했더니
     
    연기만, 열기만 쐬어줘도 된다고 해서
     
    동생은 그렇게만 하고 그것들을 챙겨뒀네요.
     
    어차피 요즘은 불우이웃에게 보내거나 그냥 입기도 한다더라구요.
     
    뭐가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저도 역시 다 그냥 두고 싶어요.
     
    보내줄 건 보내드리고 싶지만.
     
     
    생전에 자신에게 선물이라며 사셨던 비싼 신발이라던가
     
    사놓고 마음에 꼭 든다며 좋아하셨던 가방이라던가...
     
    그런 것들, 동생은 다 그냥 두라고 소리치네요.
     
     
    제가 상주였어요.
     
    엄마 지인 분들, 제 친구의 어머니들, 동생 친구의 어머니들...
     
    참 많이도 왔다 가셨어요.
     
    못 오신 분들도 계시구요.
     
    물론 제가 경황이 없어 연락 못 드린 분들도 계시구요.
     
    연락 못 드린 게 제가 몹시 잘못한 것 같아 속도 많이 상하구요...
     
     
    예전부터 몸이 좋지는 않으셨어요.
     
    그래도 집안 살림하랴 바깥으로 돈 버시랴 많이 고되게 사셨네요.
     
    돌아보면 그렇게 효도한다고 동생이고 저고 대학 학자금이니 뭐니 걱정끼쳐드린 적은 없거든요.
     
    집이 갑자기 이사하게 되서 거기에 제 돈도 보태서 이사도 잘 했구요.
     
    참 여러가지로 엄마가 여러 주변 분들한테 우리 남매 자랑을 참 많이 하셨나봐요.
     
    오시는 분들 전화로 연락주신 분들 모두 그렇게 자식 자랑을 많이 하셨다 그러더라구요...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서 드는 생각은
     
    엄마처럼 살아야지. 열심히 살아야지. 하는데,
     
    과연 잘 살아나갈 수 있을까요...?
     
     
    처음 중환자실에 입원하셨을 때는 의식이 멀쩡하셨어요...
     
    간이 많이 안 좋아서 수혈 밖에 방법이 없었고
     
    최후에는 간이식만이 답이었죠.
     
     
    결국 간 이식을 받아야 하는 지경이 되었고
     
    제 간이 맞는지 검사를 했는데 안 된다 하더군요...
     
    물론 동생 간도요...
     
     
    결국 방법은 뇌사자 전체 이식 밖에 답이 없어서 기다리고 있었어요.
     
    중간에 잠깐 안정된 상태였을 때,
     
    엄마랑 병원에 계속 붙어서 살았어요.
     
    근데, 제가 생각했을 땐 부족하기만 하네요, 제 행동들이...
     
     
    그러다 다시 중환자실에 입원하시고
     
    입원한 날 저녁에 인공호흡기를 꽂았어요.
     
    입에 인공호흡기 관을 물고 있어서 전혀 말을 하실 수 없었어요.
     
    중환자실은 면회시간에만 엄마를 볼 수 있어서 면회시간에 꼬박꼬박 찾아갔었는데
     
    아빠랑 갔을 때 혀로 계속 입의 관을 빼려고 하시더라구요.
     
     
    뭔가 하고 싶은 말이 있으셨겠지만
     
    아빠고 저고 빼면 안 된다고 하고 있어야 한다고...
     
    결국 끝내 무슨 말을 하시려고 했는지 모르게되었네요.
     
    그게 너무 한스러워요.
     
     
    그렇게 다음날에 바로 의식을 잃으셨는데
     
    며칠은 제가 아무 생각없이 그냥 저녁 면회시간에만 갔어요.
     
    오전엔 전날 걱정에 기도에 이것저것 신경쓰느라 늦게 잤거든요.
     
    그렇게 하다가 심정지가 왔다고 전화가 왔더라구요, 병원에서.
     
    얼른 오라고 해서 아빠랑 같이 갔는데
     
    이게 시간이 처음엔 2분만에 돌아왔다고 하더니
     
    대기실에 머무는 동안에 심폐소생술을 하는 시간이 계속 늘어나는 거예요.
     
    처음부터 심정지 왔을 때 편히 보내드리겠다고
     
    아빠랑 상의해서 다 끝났는데...
     
     
    그렇게 심정지가 오기 전에 제가 동생한테 며칠 전부터 빨리 집으로 오라고 했어요...
     
    괜히 불안한 기분이 들어서...
     
    그래서 다음날 온다고 비행기 예약 다 해뒀다고,
     
    저녁 면회시간에 가서 말씀드렸는데,
     
    들으셨는지 어쩌셨는지,
     
    그렇게 있는 모습 보여주기 싫으셨는지
     
    그렇게 동생 오기로 한 날 새벽에 그렇게 가셨어요...
     
    동생은 그 바람에 임종도 지켜보지 못했어요.
     
    얼마나 한스러울지 모르겠어요...
     
     
     
    저는 착한 아들이었을까요...?
     
    엄마 장보러 가면 같이 다니고
     
    뭐 좋은 거 있으면 엄마 보여드리고 했는데
     
    평소에 부족한 것 없이 채워드렸다고 생각했는데
     
     
    되새기면 되새길 수록 부족했던 것만 생각나네요...
     
     
    우리 엄마, 이렇게 걱정 안 해야 좋은 곳으로 가실텐데.
     
     
     
    그냥 어디고 제 얘기가 하고 싶었어요...
     
    두서 없이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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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4/07/20 04:21:29  121.131.***.7  에버네슨트  5187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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