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트 더이상 물려서 안하는 분 있나요? 하하.. 바로 그게 접니다. 기사 읽고나니 예전에 폭식증으로 인해 고생하던 기억이 새삼 나네요.
3년전쯤에 처음으로 독하게 맘먹고 헬스와 PT를 시작했습니다.
살빼자는 목적보다는 일하는데 체력을 좀 길러보자 했던건데 몸이 원체 지방덩어리다보니 저에게는 다이어트가 곧 최고의 체력관리더군요
두말할것 없이 트레이닝 목적도 다이어트로 가닥이 잡혔고
퇴근하고나서 지친 몸으로 매일매일 근력운동과 유산소를 반복하다보면 집에 와서는 넉다운되기 일쑤였습니다.
고통스러웠냐구요? 아니 전혀요. 사는 것도 일하는 것도 하루하루 의미없던 저에게 뭔가 열중하고 매달릴 수 있다는게 그렇게 기쁠 수가 없더군요
멋진 트레이너쌤과 운동하는 것도 좋았고, 내가 건강하고 파이팅 넘치게 살고 있다는 싱싱한 에너지. 다음날 찾아오는 근육통마저 저에게는 꼭
이건 니가 어제 하루도 열심히 뛰었으니 주는 특급 칭찬이야.. 하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근데 제기랄 ㅜㅜ 식이요법..
그래 바로 그 식이요법이 문제였네요. 넘치는 것이 모자라는 것만 못하다고 했나요.
처음엔 아주 간단한 식사규칙만 지켰던 제가 채중계에 하루하루 줄어드는 몸무게를 보니 왠걸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나같은건 죽어라~~ 다이어트해도 안빠지는 몸일줄 알았는데 타고나길 그런게 아니라 주인을 잘못 만나 그런 몸이 된거더군요.
군것질 안하고 삼시세끼 밥만 먹자는 모토가.. 어느새 식사량은 절반으로 줄이고 튀긴 음식이나 고기 섭취는 절대 안돼!!
나중엔 삼시세끼 샐러드에 고구마+닭가슴살 식단으로 싹 바꿔버렸습니다. 바뀔 수 있다는 자신감이 사람까지 바꿔놓은 겁니다.
근데 문제는 저의 직업이 요리사라는 겁니다.
주기적으로 새로운 신제품을 개발하고, 그날그날 달라지는 음식의 맛을 체크해야하는데 냄새만 맡지 음식을 먹을 수 없으니 미치는 노릇이죠.
맛을 봐야 할때는 아주 소량만 먹어야하는데 사실 이게 사람 맘대로 됩니까 ㅜㅜ 먹어보면 맛있고 또 내가 아는 그 맛인데 먹을 수 없다니!!
누가 시킨 것도 아니고 눈에 안 보이는 것도 아니고 코 앞 10CM도 안되는 음식을 매일매일 쳐다만 봐야하는 그 심정.
어쩌다가 와구와구 먹는 날에는 난 이것밖에 안되는 못난 놈이였어.. 내 의지가 이리도 박약했다니.. 하는 죄책감으로 하루종일 컨디션은 다운되고
또 남들 모여서 이것저것 음식 먹을때 혼자서 스트레스로 폭발 지경이니 나중엔 폭식증이 생겼습니다.
다른 사람들 안 보는 사이에는 미친듯이 먹다가 또 정신차릴때에는 화장실에 가서 토하거나 변비약을 먹고 쏟아내는 식이였죠.
비참한 날들의 나날이였습니다. 어느순간 화장실에서 엉엉 울고 있는 나를 보고는 아.. 안되겠다 싶어 다이어트 포기했습니다.
지금은 먹는 걸로는 내 자신에게 시련을 주지 않고 운동만 즐겁게 즐겁게 하며 살고 있네요.
남들은 그냥 다이어트만 접은줄만 알지 제가 한때 심각한 폭식증이였단건 아무도 모르기에 익명을 빌어 털어놉니다.
행복해지려고 살빼는거지 살만 뺀다고 행복이 저절로 굴러들어오는 건 아니였어요. 오히려 제겐 견딜 수 없는 고통이였기에
살짝 통통하더라도(?) 마음껏 먹고 마음껏 운동으로 땀 쏟는 지금이 훨씬 더 즐겁습니다. 지금처럼 사는거 나쁘지 않더라구요.
힘내요 다이어트 하시는 오유님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