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형들.
전 한창 두려움 많을 시기인 대전에 어느 고3입니다.
빠르게 제 얘기를 시작해보겠습니다.
전 성격이 염세적입니다.
게다가 소심해서 불만이 있어도 남들에게 쉽사리 얘기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항상 제가 가지고 있는 생각들을 다이어리에 끄적이죠.
친구도 잘 못사귀는 성격입니다.
대부분 제가 하는 고민들은
입시나 장래희망, 꿈같은 구체적인 것도 있지만,
입시제도, 집안이 가난한 이유, 나쁜 놈들이 더 잘사는 이유 같은 제 선에서 해결할 수 없는 고민도 많이 합니다.
저도 이런 제가 싫지만, 한번 이러한 생각에 스파크가 튀면 걷잡을 수 없어서 더 괴롭습니다.
전 생각하는 방식이 예전부터 남들과 달랐다는 얘길 많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부끄럽게도 왕따를 당한 전적이 있습니다.
유치원 시절엔 선생님이 '사람'을 그려보라는 말에
전 사람의 '옆모습'을 그리고 싶어서 눈을 '하나'밖에 안그렸습니다.
그런데 제 또래 친구들이 사람눈은 두개여야지 왜 하나냐고 장애인이냐고 놀리면서
제 그림을 빼앗아 부자연스런 눈을 하나 더 그리더군요...
초등학교 땐 왕따인 친구랑 논다고 왕따당한 적도 있었고
선생님의 이유없는 편애를 당하고
화장실청소할 때 쓰이는 솔로 제 옷을 갈색으로 만들고
돈을 빼앗기고
그 외에도 많이 있습니다.
중학교 땐 초등학교 때 저의 흑역사를 퍼뜨리고 다니는 친구들 때문에
맘놓고 새 사회에 적응할 수 없었고
다이어리에 친구들과 선생님의 부러운점, 또는 싫은 점 등을 적어놨다가
그걸 몰래 훔쳐보는 친구들 때문에 놀림감이 된 적도 있었습니다.
중학교 때 선생님이
5000원이면 뭘 할수 있을까란 질문에
다들 달랑 오천원이라고 비웃길래 제가
오천원이면 필리핀에서 바나나 10묶음이고
아프리카의 한 가정이 한달을 먹고 산다고 했더니
다들 저를 싸잡아서 다굴하더군요... 병신이라고...
심지어 학교에서 배변을 본다고 왕따당한 적도 있었습니다.
지극히 생리적인 현상인데... 왜 놀림을 당해야 하나... 지들은 안싸나...
그럴 때마다 '눈먼자들의 도시'라는 소설이 떠오르더군요...
100명이 사는 마을에 맹인이 99명이고 1명이 정상인이면
그 1명이 병신이 되는게 세상이란걸 깨달았습니다.
그런 친구들과 싸우고 싶어도 그럴 수 없었던게
어머니가 위암으로 돌아가셔서 아버지가 가뜩이나 힘든데
저까지 속썩여서 학교에 소환당하시면 안되겠다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전 왜 제가 항상 마녀사냥을 당해야 하는지 의문이었습니다.
근데 좀더 세상을 넓게 보니,
이 세상엔 제가 당한 일 외에도 더 억울한 것들이 많이 있더군요...
예를 들어 황산테러사건, 광주민주화운동, 미약한 119에 대한 대우 등등...
그런 세상에 너무 회의가 들어 비판해봤지만,
어떤 친구가 그러더군요...
"천재들이 왜 커가면서 둔재가 되는지 아냐?
자신이 세상에 타협하지 않으면 살기가 힘들어진다는 것을 알고
평범해지길 자처했기 때문이야.
너도 너가 세상에 맞춰가야지 그게 싫으면 혼자살든가.
이것저것 비판해봤자 변하는 건 없어.
너가 곧 죽어도 이 세상은 잘 굴러간다."
정말, 듣고보니 그 친구 말대로
전 이 세상에서 아무것도 아닌
정말 아무 힘도 없는 나약한존재였습니다.
뭐, 당장 앞에 닥친 왕따일도 제대로 해결조차 못했는데
무얼 비판하겠습니까?
그런 제가 싫어서 제 자신을 자학했습니다.
가슴속엔 억울함이 한데 뭉쳐 저를 괴롭혔고
자연스레 성격도 방어적으로 변했고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도 부정적이 되었고
자존감은 바닥치고
학교라는 사회안에서 부적응아가 되었습니다.
누구한테도 상처받기 싫었으니까요.
그렇게 남들 눈만 의식하다가 정작 나다운 삶은 없는거 같고...
혼자 있는게 편하다는 생각도 해봤지만,
정작 저 혼자 지내는 시간이 많아지다보니 외로움이 저를 감싸더군요...
그렇게 무기력하게 엎드러져
세상 다 산것마냥 모든걸 포기한 채 살았었습니다.
아침에 눈뜨면 뭣같은 하루가 시작될 것이라는 생각,
밤에 눈을 감으면또 내일 뭣같은 하루가 반복될 것이라는 생각으로
슬픔으로 시작해 슬픔으로 끝났습니다.
하루는 뒤질 용기가 없으면 병신이라도 되자는 생각으로
해열제 1.8L를 다 쳐먹었던 날이었습니다.
그런데도 다음날 아침에 버젓이 살아서 매점을 갈 때 전 생각했습니다.
'그래, 언제까지 이렇게 살 수 없다.'
그러고서 열심히 친구들에게도 다가가보고
학교에서 엎어지는 것도 안하고
평상시보다 깔끔하게 하고 다녔습니다.
그런데, 역시 안좋게 박힌 첫인상을 바꾸기는 역부족이었습니다.
지금은 제게 이루고 싶은 꿈이 생겼습니다.
예전보다는 조금이나마 나아진거 같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전 이런 생각이 듭니다.
'세상에 나보다 잘난 놈은 넘쳐나는데 내가 그 속에서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과연 내 길이 옳은 것인지, 정말 내 노력이 타고난 놈들을 제낄 수 있을지,
이러한 회의감은 저 혼자 치열하게 생각해봤자 답이 안나오더군요.
그래서 페이스북이라든지 친구들에게 내 고민과 비관적인 생각들을 토로해 봤지만,
다들 중2병 걸렸냐면서 냉소적이더군요.
부모님도 저보고 얘기하면 벽보고 얘기하시는거 같다고;; 그러시고;;;
진로얘기만 하면 부모님과 언성을 높이게 되더군요;;
꿈은 이만큼 큰데, 제 현실은 시궁창이더라구요.
어쩌면, 세상에 제 뜻대로 되는 건 하나도 없다는 것을 너무 늦게 깨달은 거 같습니다.
그렇다고 이제와서 또 좌절하고 포기하고 예전처럼 살기는 죽기보다 싫습니다.
제 앞날에 대해서 치열하게 고민해보는건 좋지만,
또 제 앞날에 정해진 루트도 없기에 또 답답합니다.
이렇게 두서없는 제 얘기는 끝입니다.
여태껏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형님들...
(꾸벅)
저의 고민을 요약하자면 이렇게 세가지 입니다.
1. 자기 앞날을 고민하는 것이 중2병 인가요?
오히려 그런 고민을 안하는 것이 성장통을 겪지 않는 것처럼 더 문제가 아닐까요?
2. 세상에 대해 부조리한 것을 비판하고 싶은 게 중2병인가요?
3. 그것도 아니면, 저의 어떤 면이 중2병 같은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