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 게시판 |
베스트 |
|
유머 |
|
이야기 |
|
이슈 |
|
생활 |
|
취미 |
|
학술 |
|
방송연예 |
|
방송프로그램 |
|
디지털 |
|
스포츠 |
|
야구팀 |
|
게임1 |
|
게임2 |
|
기타 |
|
운영 |
|
임시게시판 |
|
옵션 |
|
근본적 의문
트랜스젠더 여성을 숙대에서 추방한 사태를 다루는 우리 사회의 방식에는 뭔가 아쉽고 답답한 부분이 있다. 진보 언론은 이번 사태에 비판적 논조를 취하면서도 그들의 주장에 대해 근본적 의문을 제기하는 데까지 나아가지는 못한 것 같다. 근본적 질문은 이것이다. 우리가 그들이 주장하는 권리를 인정해야 하는 이유가 있는가? 즉, 선천적 여성만을 위한 여대를 유지할 권리라는 것이 과연 도덕적으로나 법적으로 정당화될 수 있는가? 우리가 그런 권리를 인정해야 하는 이유가 있는가? 사실 이 문제는 별로 어려운 문제도 아니다. 왜냐하면 백인 여성만을 위한 여대, 특정 카스트 여성만을 위한 여대가 정당화될 수 있냐는 물음과 결국 다를 게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이 의문에 명쾌한 답을 제시하고자 한다.
단순히 당신이 그걸 원하거나 바란다고 해서 남들이 그런 바람을 권리로 당연히 인정해줘야 하는 것은 아니다. 당신의 바람이 권리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도덕적으로 정당화될 수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그들이 주장하는 권리는 정당화되는가? 이에 대해 답하기 위해선 우리는 누구에게 어떠한 권리가 왜 인정되는지, 즉 권리의 정당성의 근거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모든 사람은 도덕적 가치에 있어서 평등하다
모든 사람의 행복은 동등한 도덕적 가치를 갖는다. 누구의 행복은 특히 더 도덕적이고 그래서 더 중요하다거나 누구의 행복은 그 자체로 부도덕하고 덜 중요하지 않다. 왜냐하면 우리가 그런 것, 즉 누군가의 도덕적 특권을 인정해야 한다고 생각할 아무런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누군가 사회적 약자이거나 강자라는 사실, 혹은 다수에 속한다거나 소수자라는 사실은 그들의 권리를 정당화하는 근거가 될 수 없다. 강자의 특권이 있을 수 없듯, 약자의 특권도 없다. 모든 사람은 인간으로서의 동등한 권리를 가질 뿐이다. 인권은 하나다.
그러므로 여성과 소수자 등 사회적 약자의 권리도 그들이 인간으로서의 보편적 권리를 갖는다는 점이 정당성의 근거가 된다. 바꿔 말하면 여성의 권리, 노동자의 권리, 소수자의 권리에 대한 요구는 여성의 인간으로서의 권리에 대한 요구이며 노동자, 소수자의 인간으로서의 권리에 대한 요구다.
물론 동등한 권리를 갖는다는 점이 우대 조치를 배제해야 함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평등한 권리의 보장을 위해 필요할 경우 우대 조치는 정당화될 수 있다. 남자대학교는 인정되지 않으므로 여자대학교의 존재는 그러한 우대 조치의 일종이다. 여성에게 교육의 기회가 박탈 내지 제한되었던 시기에 여자대학교는 여성에게 교육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해 필요했다.
여자대학교의 정당성의 근거는 인간의 보편적 행복추구권
하지만 여자대학교의 정당성의 근거는 인간의 보편적 권리인 행복추구권이다. 이 점은 여자대학교에 대한 특정 여성 집단의 배타적 권리를 인정할 수 없음, 즉 그런 것을 인정해야 할 아무런 이유나 근거가 없음을 의미한다.
행복 추구권에서 말하는 행복이란 주관적이다. 행복추구권을 보장한다는 것은 한 인간이 자신의 행복을 위해 필요하다고 여기는 것을 추구할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다. 그래서 여성이 여자대학교에서 교육 받을 권리를 인정하는 이유는 결코 그의 생물학적 성별 때문이 아니다. 한 인간이 자신을 여성이라고 생각하며 그래서 여성으로서 교육 받는 것이 그 사람의 행복 추구에 긴요하기 때문에 그러한 권리를 인정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경우 이 사람은 신체 구조상으로 여성이다. 하지만 선천적 신체 구조가 여성이 아니지만 자신의 성정체성을 여성으로 여기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선천적 여성에게 그러하듯 이 사람에게도 여성으로서 교육 받는 것이 행복의 중요한 조건이 된다. 그렇다면 이 사람도 여성으로서 교육 받을 동등한 권리가 있다.
사회적 약자라는 이유로 특권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
여성의 불리한 사회적 지위가 여성에게 여자대학교에서 교육 받을 권리가 주어져야 하는 이유이므로 그 권리는 생물학적 성별에 의해 주어져야 한다고 주장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후천적 여성도 여성으로 살아가는 한 사회적 지위에서 차이가 없으므로 차별의 이유가 될 수 없다. 또한 이런 생각은 논리적이지도 이성적 설득력이 있지도 않아서 어디까지나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의 주관적 신념에 불과하다.
예를 들면, 백인이 개척하고 세운 나라이므로 백인 이민자만을 받아야 한다는 신념을 누군가 가질 수도 있다. 하지만 그들은 백인이 세운 나라가 백인의 나라로 남아야만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설득력 있는 답을 내놓을 수 없다. 결국은 단지 내가 그걸 바란다는 말을 다르게 표현하고 있는 것일 뿐이다.
배제주의자들의 신념도 마찬가지다. 우리 선천적 여성은 사회적 약자이므로 우리만 이런 권리를 누려야 한다는 신념을 가질 수도 있다. 하지만 말했듯이 사회적 약자라는 사실 자체는 권리의 근거가 될 수 없다. 사회적 약자이므로, 혹은 사회적 강자이므로 어떤 권리가 있다고 말하는 것은 실질적으로는 단지 내가 원하므로 그것을 가질 권리가 있다고 말하고 있는 것에 불과하다. 왜냐하면 사회적 약자에게 혹은 강자에게 왜 그러한 특별한 권리가 주어져야 하느냐고 물었을 때 설득력 있는 답을 제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당신들의 권리를 내가 왜 인정해야 하느냐고 묻는다면 그 궁극적 근거는 언제나 너와 내가 동등한 인간이므로 동등한 권리를 보장 받아야 한다는 점이 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러한 근거에 따르면 트랜스젠더도 신체 구조상 선천적 여성과 동등한 권리의 주체가 될 수 있다.
여성의 안전도 차별의 명분이 될 수 없다
여성의 안전이 위협 받을 수 있다는 주장으로도 차별을 정당화할 수 없다. 예로부터 범죄의 가능성은 이민자, 특정 계층, 인종처럼 특정 사회계층에 대한 차별을 합리화하는 논거로 빠지지 않고 사용되어 왔다. 객관적으로 보자면 어차피 이 세상 모든 사람은 잠재적 범죄자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 모두는 잠재적 범죄자로서 지문을 등록하고 주민등록번호를 부여 받으며, 형법과 같은 각종 처벌 법률의 적용 대상이 되고, 카메라에 의한 감시 대상이 되며, 신원 확인을 요구 받는다.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높다고 믿을 만한 합리적 이유가 있는 사람들의 경우 법률에 의해 특별한 규제의 대상이 된다. 모든 인간이 잠재적 범죄자라면 모든 사람이 이처럼 과학적 근거에 의해 동일한 기준에 따라 규제 받아야 하며 합리적 근거 없이 특정 집단만을 차별적으로 규제해서는 안 된다. 모든 인간에게 해당하는 사실을 들어 특정 집단만을 차별하는 것은, 법적 권리를 따지기 전에 논리적으로, 정당화될 수 없다.
안전에 대한 위협을 배제의 명분으로 삼는 것이 비난 받아야 할 또 다른 이유는, 안전에 대한 우려 때문에 거부한다는 주장이 거짓말이라고 의심할 합리적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그들의 태도에 일관성이 없다는 점이 그것이다. 만약 그들이 정말로 성폭력으로부터의 여성의 안전을 진지하고 심각하게 고려했다면 그들은 비록 생물학적으로 여성이지만 여성을 성적 대상으로 삼을 수 있는 학우들에 대해서도 동일한 경계심을 보였을 것이다. 물론 나는 그들이 실제로 그랬어야 한다고 주장하려는 것은 결코 아니며 다만 그들의 입장에 일관성이 있었다면 그랬을 것이라는 점을 지적하는 것이다. 어떤 입장에 일관성이 없다는 점은 그 입장의 진정성을 의심하게 하는 중요한 이유가 될 수 있다.
백인 여성만을 위한 여대를 주장하는 것과 도대체 뭐가 다르지?
특정 민족이나 인종의 여성만을 위한 여자대학교가 페미니즘의 이름으로 정당화될 수 없음은 장황한 논증을 필요로 하지 않을 것이다. 이런 주장이 마치 무슨 페미니즘 내부의 노선을 둘러싼 논쟁이라는 프레임 속에 다루어지는 것이 부적절함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런데 인종차별이 정당화될 수 없는 모든 이유는 트랜스젠더 여성에 대해서도 동일하게 타당하다. 그들은 동등한 권리의 주체이며 범죄의 가능성도 합리적 근거 없는 자의적 차별을 정당화하는 이유가 될 수 없다. 따라서 여자대학교에서 트랜스젠더를 배제하자는 움직임은 인종차별주의의 일종으로 치부되어야 한다.
출처 | https://blog.naver.com/novushomo/221855208609 |
죄송합니다. 댓글 작성은 회원만 가능합니다.